경찰에 고소된 피의자들은 자신이 무슨 혐의로 고소되었는지, 자신의 진술이 조서에 제대로 기재되었는지 매우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런데 종전의 관행을 보면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중인 경우는 물론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도 수사기록 열람이 거부되었고, 기록이 법원에 송부된 이후에야 열람이 허용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 중인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없는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3년 3월 27일 경찰이 수사 중인 피의사건의 변호인에 대해 경찰서장이 고소장 및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등사하지 못하도록 한 정보비공개결정은 위헌임을 확인하였다.
사기죄로 구속된 피의자로부터 구속적부심사청구를 의뢰받은 A 변호사는 2000. 5. 29. 인천서부경찰서장에게 피의자에 대한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하였다. 위 인천서부경찰서장은 위 서류들이 형사소송법 제47조 및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1호의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A 변호사는 경찰서장의 정보비공개결정이 변호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이유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고소로 시작된 형사피의사건의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피구속자의 변호를 맡은 청구인(변호인)으로서는 피구속자에 대한 고소장과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여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피구속자가 무슨 혐의로 고소인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피구속자가 수사기관에서 무엇이라고 진술하였는지 그리고 어느 점에서 수사기관 등이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피구속자를 충분히 조력할 수 없음이 사리상 명백하므로 위 서류들의 열람은 피구속자를 충분히 조력하기 위하여 변호인인 청구인에게 그 열람이 반드시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는 핵심적 권리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에 속한다. 또한 변호인인 청구인은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알 권리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은 정당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로서 그 알 권리를 행사하여 피청구인(경찰서장)에게 위 서류들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였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경찰서장이 공개거부이유로 든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1호 및 형사소송법제47조에 대하여도 다음과 같이 이유없다고 하였다.
즉,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4호는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공개거부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 증인협박, 수사의 현저한 지장, 재판의 불공정 등의 위험을 초래할 만한 사유 있음을 인정할 자료를 기록상 발견하기 어렵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47조의 입법목적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을 받아야 할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의 수사서류 공개로 말미암아 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는 것이지 구속적부심사를 포함하는 형사소송절차에서 피의자의 방어권행사를 제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은 원래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형사소송법이 구속적부심사를 기소전에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기소전에 변호인이 미리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지 못한다면 구속적부심제도를 헌법에서 직접 보장함으로써 이 제도가 피구속자의 인권옹호를 위하여 충실히 기능할 것을 요청하는 헌법정신은 훼손을 면할 수 없다는 점 등에서, 이 규정은 구속적부심사단계에서 변호인이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여 피구속자의 방어권을 조력하는 것까지를 일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 경찰서장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거부한 경찰서장의 정보비공개결정은 변호인의 피구속자를 조력할 권리 및 알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져 내려온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기록 열람 등사 거부에 대하여 제동을 건 것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를 위하여 신선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고소장과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하여서만 언급하였으나, 그외에 참고인 진술조서 등에 대한 열람등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에 의하여 그동안 잠자고 있다가 이제야 하나씩 잠을 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잠자고 있는 권리도 있다. 변호인의 수사과정에의 참여권도 방해되어서는 안된다. 이것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변호인의 조력권에서 나오는 기본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