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 한 캔에 설탕이 37.5g 하루 권장량 훌쩍 넘어....
설탕과의 전쟁
2년 전 헤밍웨이 생가가 있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방문했다가,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목이 무척 말랐던 적이 있었어요. 마침 사탕수수즙을 얼음컵에 담아 팔기에 한 잔 사서 마셨더니, 목을 타고 내려가는 달콤함에 잠시 행복했었죠. 이 사탕수수를 가공하면 우리가 잘 아는 설탕이 된답니다. 공복감을 느낄 때 설탕이 듬뿍 들어 있는 쿠키를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우리 뇌는 이 느낌을 기억해 무의식적으로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계속 찾게 되고, 없으면 불안해하죠. 바로 설탕 중독 증상이지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일 열량의 10% 이내만을 설탕 등 당류로 섭취하자"면서 국민의 당류 과다 섭취를 막는 종합 계획을 최근 발표했어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귀해서 못 먹던 설탕이 기술이 발달해 대량 생산된 후로 건강을 해치는 적으로 떠올랐거든요. 특히 어린이·청소년 2명 중 1명(46.3%)이 당류를 과다 섭취한다고 해요. 하루 권장 섭취량이 1100㎉인 어린이의 경우, 1일 열량의 10%에 해당하는 설탕의 질량은 27.5g인데, 잠깐 방심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당류를 섭취하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지요.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캔음료 250g을 기준으로, 설탕은 대략 전체 용량의 15%인 37.5g 정도 들어 있어요. 어린이가 하루에 음료수 1캔을 마셨다면, 이미 권고받은 섭취량을 넘게 되는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두유, 유산균 음료에도 설탕이 전체 용량의 10%나 들어 있어요. 간식으로 먹는 과자나 빵에는 대략 10∼20% 정도의 설탕이 들어 있지요. 만약 어떤 어린이가 청량음료를 마시고 빵·과자를 함께 먹었다면 하루 열량의 30~40%를 설탕으로 섭취한 날도 있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설탕이 들어간 청량음료를 마실 때, 매우 달다고만은 느껴지지 않죠? 청량음료에는 설탕과 더불어 들어있는 톡 쏘는 산성 물질 때문이에요. 이런 산성 물질은 설탕의 묵직한 단맛을 덜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고, 우리가 더 많은 양의 청량음료를 마시게 만든답니다.
설탕은 바로 체내로 흡수돼요. 당은 과도하게 흡수되면 저장 에너지 형태인 지방으로 축적되어 볼록 튀어나온 뱃살이 되죠. 또한, 혈액 안에도 당 성분이 많이 들어 있게 되고요. 문제는 혈액 안에 당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속에서 당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고장 난다는 거예요. 이 질병을 당뇨병이라고 부르지요. 당뇨병에 걸리면 우리 몸의 각 장기 기관이 손상되고, 기능 저하가 일어나요. 매우 위험한 병이지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당류 섭취가 총열량의 10% 이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당뇨병·비만·고혈압 등이 발병할 위험도 훨씬 높다고 해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 섭취량을 10%보다 더 엄격한 하루 열량의 5%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어요. 전 세계는 지금 '설탕과의 전쟁' 중이랍니다. 최근 영국 정부가 2018년부터 설탕세를 도입하기로 했고, 캐나다·필리핀 등도 설탕세 도입을 검토 중이에요. 우리나라도 어린이들이 가공식품을 통해 설탕을 많이 섭취하지 못하도록 다른 선진국들과 같이 더 엄격하게 규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그렇다고 단맛이 나는 가공식품을 아예 먹지 않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냐고요?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주는데 열량이 거의 없는 아스파탐·스테비아·사카린 등의 감미료가 존재해요. 수년 전부터 식품회사들은 당뇨병 환자들을 비롯해 건강상 당을 섭취하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감미료를 넣어 단맛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비만 어린이들은 음료를 고를 때 설탕 대신 이런 감미료가 쓰인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