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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출사표(武林出師表)
천년마야(千年魔爺) 담비우,
그동안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음산한 느낌이 돌던그의 분위기는 놀랄 만큼 부드러워져 있었다.
백의(白衣),
놀랍게도 그는 그의분신이라 할 수있는 흑의를 벗어버리고
엉뚱한 백의를 입고 있지 않은가?
지금 그는천하가 흔들려도 꿈쩍 않을 것 같던 짙은 눈썹을 한껏 치켜올리며
경악에 가까운탄성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서고 있었다.
“뭐, 뭣이! 그게 사실이냐?”
그는 크게 격동했다.
그는 단우비헌으로부터 마령천서고에서 구룡밀지를 얻었다는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그는 놀랐다.
누구보다도 구룡밀지의 전설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아닌가?
천하에산재(散在)해 있는 사람들이
모두 구룡밀지에 속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엄청난 힘!
무림인이 아니라면 거의 모두가 구룡밀지 사람들이 아닌가?
단우비헌은 경악에 차있는 담비우를 바라보며 싱글거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경탄성을 발하던 담비우는 일대종사답게 추스렸다.
그러나, 그의 내심은형언할 수 없는 경이의 덩어리에 휩싸여 있었다.
천상신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때보다도 더한...
이윽고,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담비우는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으핫핫핫! 너는 과연 하늘의 복을 타고났구나
. 구룡밀지 모두의 공동지존인구룡황(九龍皇)이 되다니!
경하할 일이로구나!”
원래, 구룡밀지는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고금제일현자인팔황신비자가 천하를 뒤지며 찾아내었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그 비서를 모아 합친것이었다.
명목은 하나였다.
암흑마계의 대환란을 조금이나마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팔황신비자는 그 일을 마쳤을 때 천수가 다 했슴을 감지했다.
그렇다고 천고의기물(奇物)을 함부로 세상에 버려둘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구룡진경(九龍眞經),하나만 얻어도 천하 위에서 오시할 수 있는
구룡밀지가 한 덩어리가 되어단우비헌에게 이어진 것이니,
가히 담비우의 말처럼 그는 천복(天福)을 타고났다고나해야할까?
문득, 담비우는 낯빛을 굳히며 말문을 열었다.
“헌아, 너는 이제부터 움직일 때가 되었다.”
“...?”
“지금 북(北)으로부터 대초원(大草原)의 침공이 개시됐다.”
“대초원의 침공?”
단우비헌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담비우는 신중히말을 이었다.
“그렇다. 태양천자(太陽天子) 철천룡이 직접 이십만 용사(勇士)를 이끌고
일로남하(南下) 하는 중이라고 한다.”
“태양천자 철천룡?”
“그렇다. 그는 대단한 호인(豪人)이지. 유일하게 나와 비교할 수 있는...”
“할아버지의 유일한 상대가 왜 이곳을 침범하지요?”
“헛허... 그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중이다. 아울러 중원의 힘도...”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지녔단 말인가요?”
“그렇다. 그는 능히 그럴 능력이 있다.”
“음!”
단우비헌은 침음을 삼켰다.
자신이 본 담비우는 부친인 천상성황과도 별로뒤떨어지지 않는 절대자였다.
한데, 그가 말했다. 자신과 비견될 수 있는 능력의소유자라고...
문득, 단우비헌은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할아버지...”
담비우는 이미 그의 내심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헛허, 아마도 네가 호기심을 느끼는가 보구나.
그렇다. 나는 이미 나이가 들어 피를보는 것은 원치 않으니
네가 한 번 중원(中原)을 대표하여 만나 보거라.”
중원을 대표하여...!
“네!”
단우비헌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자인지 궁금하구나.'
단우비헌, 그는 간단히 대답했다.
중원(中原)을 대표하여 대초원의 패자(覇者)이자
환우팔성천의 일천(一天)인태양천화궁(太陽天火宮)의 궁주인
태양천자 철천룡을 만나겠노라고. 그 얼마나광오한 대답인가?
더욱 광오한 것은 바로 천년마야였다.
그는 자신과도 비견되는 철천룡을
약관에도훨씬 못미치는 단우비헌에게 맡기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즉, 중원(中原)을맡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 아닌가?
마침내, 새로운 이 시대(時代)의 별(星)은 떠오르기 시작했다.
풍운의 신비기인단우비헌-
그의 일보(一步)가 정해진 것이었다.
* * *
북방(北方)으로부터 전운(戰雲)-
마침내 백 년(百年)의 평화는 깨어지고 말았다.
그 첫 번째 전화(戰火)는북(北)으로부터 일어났다.
환우팔성천의 하나인,
<태양천화궁(太陽天火宮).>
마침내 변황의 한을 되씹고 있던 그들이
백 년 간 가다듬은 대초원의 끓는 힘을중원으로 돌린 것이었다.
초원육패(草原六覇)의 가공할 힘을 필두로...
마침내만리장성(萬里長城)을 넘어 남하(南下)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또다시 대전란이 닥쳐왔다. 중원무림은 바짝 긴장했다.
더욱이 북무림을 관장하고있는 중원이천의 하나인 천년마궐은 한껏 촉각을 곤두 세웠다.
과연...?
* * *
남해(南海), 절대신성(絶代神聖)의 해역(海域)...
이곳에는 환우팔성천의 하나가거칠은 파도 속에서 숨쉬고 있다.
<사해마군도(四海魔群島).>
기억하는가?
일백 년 전 남해 칠십이군도(七十二群島)를 통일하고
그 여세를 몰아중원(中原)으로 침입,
남쪽의 대장강(大長江), 대황하(大黃河)의 수로(水路)를
온통핏물(血河)로 만들었던 무서운 사건을?
수로(水路)에 관한 한 천하제일인 그들의무서운 힘(力)을?
비록, 당시 백도(白道)의 신(神)이라 추앙받던
남무림의 성역 정천무맹의 지존정천무황(正天武皇) 단목천후에 의해 물러났으나
지금도 생생히 백 년 전의 혈사는무림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이다.
쏴아아아-! 콰르르르!
집채만한 해일이 일렁이는 곳, 남해 신성해역.
번--쩍!
우르릉... 콰쾅!
천둥과 벽력, 그리고 폭우(暴雨)... 신비의 해역은 온통 광란하고 있었다.
천지종말이 다가 오려는가?
쿠르르르...!
버언쩍!
고래(古來)의 신비해역(神秘海域), 그곳이 열리고 있었다.
스스스슷....
갈라진다. 아울러, 암천(暗天)을 꿰뚫고
한 줄기 금광(金光)의 서기(瑞氣)가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금빛 서기를 밟으며 홀연히 나타나는 한 인영(人影)이있었다.
여인이었다.
그것도 검은 고래 가죽으로 중요한 부분만을 간신히 가린 경국(傾國)의미녀,
새하얗게 파인 허리의 가운데로 보이는 앙증맞은 배꼽과
상하(上下)로나뉘어져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고래가죽을 찢어 발기고 튀어나올 듯한 유방의곡선은
가히 폭발적인 염태마저 느끼게 했다
. 또한, 배꼽을 기점으로 퍼지기 시작한둔부의 곡선은 어떠한가?
그리고,
간신히 허벅지 위만을 가린 채 있는 고래가죽 사이로 내리뻗은 옥주는
능히철담의 사나이라도 침을 흘리며 덤벼들 듯 살짝 포개져 있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그런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색한들이
그녀의 얼굴에머무르면 감히 그런 생각을 품지 못하리라
. 서릿발 같은 한기(寒氣)가 줄기줄기뻗어나오고,
또한 은연중에 범인(凡人)이라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쌀 듯한
엄청난기태가 서려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미소녀의 아름다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돋보인다고나 할까?
미소녀(美少女),
남해의 모든 사람들이 경원하는 절대성역에서 나온 그녀의 정체는과연 무엇일까?
한데 돌연,
꾸우우우-!
그녀의 발 밑에서 괴이한 음향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황금빛에 감싸여 미소녀의 발을 받쳐주고 있는 것은
오장여에 달하는 거대(巨大)한금구(金龜)였다.
싸늘하게 안색을 굳히고 있는 미소녀의 안색이 약간 부드러워졌다.
“금아(金兒)야, 가자!”
그녀의 말을 알아 들었슴인가?
꾸우우--!
금구는 괴성을 발하며 거대한 동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데, 금구의 주위 오십여 장 이내로는 폭우도 광란의 해일도 범접지 못하고 있었다.
조용한 봄날의 기운처럼 잔잔한 훈풍만이 감돌 뿐...
쏴아아아...
금구는 힘차게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칠십 이 인(七十二人)의 건장한 괴노인(怪老人)들,
그들의 신분은 엄청나기 그지없었다.
남해칠십이군도(南海七十二群島)-!
천하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바다의 제왕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무릎을 끓고 있었다.
단 일 인(一人)만으로도 천하를 호령할인물들이...
그들의 시선은 앞쪽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일렁이는 집채만한 파도가 사정없이칠십이도주를 강타함에도
그들은 전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돌연, 십 이 인의 신형이 태풍에 휘말려 조각배처럼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격동과 환희, 주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이들의 내부를헤집고 있었다.
“드,드디어!”
“오오... 드디어 현신(現身) 하신다!”
“아아... 사해의 제왕이시여!”
그들의 격동에 찬 시선이 몰려 있는 곳,
휘황한 금빛 광채가 하늘을 가르고 다가오고있었다.
광란하는 해일을 뚫고 서서히...
그러나, 그것은 생각이었을 뿐,
금빛광채는 순식간에 부복해 있는 칠십이도주의 앞으로 다가섰다.
꾸우우우우...
괴이하고 힘찬 괴성을 토하며 서서히 멈춰섰다.
그리고,그 금빛 광채 사이로 은은히보이는 여체는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남해칠십이도주, 그들은 일제히 떨리는목소리로 더욱 고개를 숙였다.
“노로들이 사해마후(四海魔后)님을 알현합니다!”
여인, 칠십이도주들이 사해마후라 부른 미소녀는
도저히 여인의 음성같지 않은강인한 목소리로 뇌붕후(雷鵬吼)를 터뜨렸다.
“이제 중원으로 나아가거라!
사해(四海)와 오호(五湖), 구주(九州), 팔황(八荒)을본후 앞에 앙복(仰伏)하게 하리라!”
그와 아울러, 오십여 장까지 뻗어있던 금광이 일시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미친 듯한폭우와 해일이 물밀 듯이 쇄도한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사해파천황(四海破天荒)!”
사해마후의 양손에서 두 줄기 섬광이 작렬했다. 아울러,
꽈- 꽈꽈꽈- 꽝-!
천붕지열의 폭음이 터지며
수십 장에 달하는 거대한 파도가 산산이 박살나며흩날려가는 것이 아닌가?
가공할 무위(武威)!
어찌 대자연의 힘을 인간이 파괴할 수있단 말인가? 더구나 여인의 몸으로...
날해칠십이도주,
그들은 연신 경악의 탄성을 토하고 있었다.
“오오... 저럴 수가...!”
“과연!”
사해마후는 그런 그들을 일별하며 대갈을 터뜨렸다.
“이제 사해의 힘을 막을 곳은 아무 데도 없다!
막으면 죽음만이 기다리리라. 가라!”
“존명(尊命)!”
남해칠십이도주들은 일제히 깊숙이 부복하며 신형을 날렸다. 아울러,
쏴아아아...
금구는 거대한 동체로 파도를 밀며 전진하고... 그들이 향하는 곳은 대중원이었다.
사해마후(四海魔后)-
바다의 제왕을 칭하는 이 미소녀는 남해의 파도를 타고 중원으로 향했다.
대중원이여...
* * *
끼끼이이!
거대한 천년마궐의 성문(城門)이 열렸다.
이어,
두두두두...
엄청난 말(馬)들이 밀물같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천마왕군림단(一千魔王君臨團).>
고르고 고른 마도최정예의 일천의 마왕군림단들이었다.
질풍과도 같이 뽀얀 황진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그들의 기세는 노도(怒濤)와도같았다.
일천마왕군림단의 중앙, 그곳에는 하나의 마차가 구르고 있었다.
황금빛으로번뜩이는 호화로운 마차(馬車)였다.
백설총 여덟 마리가 콧김을 내며 힘차게 내닫고 있는...
대체, 마차에 누가 탔기에 천년마궐의 최정예가 호위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들의행로(行路)는?
성벽 위의 문루(門樓),
한 백의노인이 옷자락을 표표히 휘날리며 멀어져가는 마차를 주시하고 있었다.
당세 최강의 고수 천년마야, 바로 그였다
. 한데, 그의 안면엔 은은히 아쉬움의 빛이배여 있었다.
“헛헛... 녀석, 너는 아직 어린 잠룡(潛龍)이다.
이번 행도에는 많은 깨달음이 있을것이다.
그러나 극복해야 한다
. 진정한 강자(强者)는 온실 속에서 자라는 것이아니니.”
그의 중얼거림에는 수많은 회한이 감돌고 있었다.
파란만장했던 마도제일인의 생애(生涯),
그리하여 천하 위에서 오연히 굽어보는대종주(大宗主)가 되기까지
험난한 과거지사(過去之事), 그 길은 고독한 자신과의투쟁이었다.
그야말로 처절한...
문득, 담비우의 시선이 천공(天空)으로 향했다.
'백여 년 간 나는 누구도 의지하지 않았다.
정(情)조차도 나에게는 무의미한,
그야말로 다른 세상의 맛이었지.'
그의 노안에 일순 훈훈한 미소가 감돌았다.
'한데 헌아에게는 정을 주려 하고 있다. 아니, 벌써 주었는지도 모르지.'
이윽고, 담비우는 마차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자 신형을 돌렸다.
'헛허. 노부도 늙었나 보군!'
고개를 젓는 담비우의 안면에 씁쓸한 기색이 감돌았다.
과거, 그에게도 야망 넘치고 열혈에 불타던 젊은 시절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것은절대자의 행도(行道)를 걷기 시작하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고독(孤獨),
쓰디쓴허망한 절대자의 고독만이 남았을 뿐...
한 점 혈육(血肉)조차 없는 담비우의 일생(一生),
그것은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불행이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은 절대자가 되려고 염원한다.
숙명적으로 인간은 야망을 타고났다고나 해야 할까?
부질없는 짓인 줄은 알면서도...
'너만은 고독한 사자(獅子)가 되지 말아라.'
천년마야 담비우, 그가 단우비헌에게 한 말이었다.
* * *
두두두...
일천마왕군림단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들은 질풍같이 북상(北上) 하고 있었다.
무림(武林)-!
중원무림은 바야흐로 암운(暗雲)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백 년 간의 평화, 그것에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강북의 절대거성(絶代巨星)인 천년마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최초의 사건,
일천마왕군림단의 등장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신비의 천년마궐의 소종사(少宗師)- 그는 누구인가?
그것은 모든무림인들의 의문이었다.
하나, 소종사의 신분은 철저히 신비의 장막에 싸여 있었다.
다만, 그에게 하나의 별호가 붙었다.
흑룡왕(黑龍王)-!
이로부터 흑룡왕이라는 이름은 전중원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모든 무림인들의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사건 그 두 번째, 남해의 폭풍(暴風)!
지난 백여 년 간 절대적 아성(牙城)을 구축했던 강남의 정천무맹(正天武盟)에
선전포고를 던졌다.
신비의 여인 사해마후를 앞세우고 장강(長江)을 따라 진격해오는
남해 대선단(大船團)의 위세는 가히 파죽지세(破竹之勢)로 강남을 유린하고있었다.
급기야,
-성천혜봉(聖天慧鳳) 단목자령(丹木紫靈).
정천무맹의 소천주이자, 천인(天人)에 달한 혜지와 파천(破天)의 무공을 지녔다는
신비의 한 소녀가 정천무맹의 정예를 이끌고 나섰다.
이로써 대중원은 깊은전운(戰雲)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림은 한꺼번에 두 영웅을 맞이하였다.
천외쌍벽려(天外雙璧麗)-!
흑룡왕과 성천혜봉을 한꺼번에 통칭하는 말이었다.
무림인들이 남북으로 나뉘어 새의의 이민족들에게 이목이 쏟아져 있을 때...
중원의한복판에서는 또 다른 짙은 음모가 무겁게 깔리고 있었다.
은밀하고기상천외하게...
* * *
무창(武昌)-
호북성(湖北省) 남동부에 위치한 대도(大都)이자
육로(陸路), 수로(水路) 교통의요지(要地),
중원의 젖줄이라는 대장강(大長江)이 모조리 흐르는 경관은
고금을 통해숱한 시인묵객들이 찬양하던 곳이었다.
이곳 무창을 찾는 객(客)들은 이렇게 묻는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 황학루(黃鶴樓)가 어디오?
하나 그렇게 묻는다면 그는 일 년 간 무창의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리라.
이백(李白)이 그렇게도 극찬하던 황학루,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무창성에는 새로이 삼대명물(三大名物)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일원일방일화(一院一房一花)바로 그것이다.
<천추대서원(千秋大書院).>
<천락백화방(天樂百花房).>
<무쌍화중화(無雙花中花).>
무창의 새 명물인 이 세 가지는 무창인의 자랑이요, 얘깃거 리였다.
천추대서원(干秋大書院)---
이곳은 한림원시강대학사(翰林院侍講大學士)를 지낸 바 있는
당대제일의 석학(碩學)천추대문성(千秋大文聖) 손석빈(孫石彬)이
낙향하여 세운 서원(書院)이었다.
그러나 보통 서원이 아니었다.
서원이 열리자마자 당대제일의 문성에게 사사받으려고
중원 각처의 문사(文士)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아무나 다 서원에 들 수는 없었다
. 손석빈은 엄격한 시험을 통해서만 문하생을받아들였다
. 서원에 입문(入門)하는 것만으로도 가히 등과(登科) 하는 것 이상의영광이었다.
천락백화방(天樂百花房)-
불과 삼 개월 전에 세워진 기방(妓房)이었다.
백 송이의 꽃(百花), 백 명의기녀(妓女), 그녀들로 이루어진 기방이었다.
하나 보통 기방이 아니었다.
백 명의 기녀들은 가히 절륜의 미색(美色)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가지방면의 뛰어난 기예들을 지니고 있었다.
금(琴), 기(碁), 서(書), 화(畵), 가(歌),무(舞), 음률(音律) 등
그녀들은 모두 한 가지 방면의 독보적 기예들을 지닌예기(藝妓)들인 것이었다.
천락백화방-!
그곳은 인간 최대의 낙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황금(黃金)으로는 그녀들을 결코 취할 수 없었다.
기예(妓藝),
오직 기예 대결로승리할 수 있다면 그기녀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로 기이한 기방이었다.
무쌍화중화(無雙花中花)-
한 송이의 무쌍화(無雙花), 그녀는 천락백화방의 제일기화(第一妓花)다.
말 그대로그녀는 꽃 중의 꽃(花中花)이었다,
백 가지 기예에 능통할 뿐 아니라 미색은 가히천하제일이었다.
그녀는 지극히 오만하고 차가왔다.
설중빙화(雪中氷花)라는 말을들을 정도로.
남자라면 누구나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보면 상사병을 앓는다.
그녀는 혼자의 몸으로 당당히 무창 삼대명물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여인이었다.
* * *
오월(五月),
계절의 여왕(女王)이라는 오월은
무창성에 또 하나의 유명한 인물이화제거리로 등장한 때였다.
만절서생(萬絶書生)-!
만(萬) 가지에 달통한 한 명의 서생(書生),
그가 등장한 것은 불과 보름 전이었다.
한데 그는 나타나자마자 무창성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만절(萬絶)! 그 멸호그대로 그는 만능서생이었다.
제일 먼저 그가 찾아간 곳은 바로 천추대서원이었다.
천추대서원을 찾은 그는입문(入門)을 원한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서원주(書院主) 천추대문성 손석빈에게학문 대결의 도전을 한 것이었다.
천추대서원의 일천서생(一千書生)들은 모두 그를미친 놈이라 비웃으며
손가락질을 해 댔다.
하나, 누가 알았으랴?
그가 손석빈의 서재로 들어간 지불과 반 나절 만에...
-오오! 제가 졌습니다...!
느닷없이 천추대문성 손석빈의 말이 흘러나온 것이 아닌가?
더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손석빈이 일천서생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만절서생을 그자리에서 주군(主君)으로 선포한 것이었다.
-이 분이야말로 만학(萬學)의 달인(達人)이시며
천하서원(天下書院)의주인(主人)이시오!
경악! 그것은 엄청난 사실이었다.
한낱 이십 세도 되지않은 애숭이 서생이만학달인이며 천하서원의 주인이라니...
하나 손석빈이 직접 한 말을 아니 믿을 수는없는 일이었다.
실제, 그는 천하에 산재(散在)한 수만 서원(書院)의 실질적인영도자였다.
그의 말 한 마디로 학문의 흐름이 뒤바뀌며 서생들의 학견(學見)이결정된다.
만절서생, 그는 불과 반 나절 만에 천하제일학(天下第一學)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경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 * *
천락백화방(天樂百花房)은 임자를 만났다.
천추대서원을 굴복시킨 신비서생 만절서생, 그가 찾아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개업이래 최대의 봉(鳳)을 낚았다 싶었다.
그가 황금 십만 냥(黃金十萬兩)을 물쓰듯풀었기 때문이었다.
그 거금(巨金)으로 천락백화방을 몽땅 빌려버린 것이었다.
한데, 놀라움은 비로소 시작이었다
. 그는 백화(百花)들과 그날부터 기예놀음에들어간 것이었다.
기녀들은 자신의 최고 장기(長技)로 그와 대결하나...
만절서생은 시(詩)에는 시,금(琴)에는 금... 화도(畵道)에는 화도로...
도박(賭博)에는 도박으로 응했다.
한데, 놀랍게도 그는 승승장구하는 것이 아닌가?
천락백화방은 초비상에 걸렸다.
규칙상 패배하면 그의 처첩으로 들어가야 하기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불과 열흘 사이에 이미 백화 중 구십구화(九十九花)가
모두 만절서생에게꺾임으로써,
천락백화방은 그에게 완전히 넘어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만절서생,
그는 구십구 화를 몽땅 꺾고 자신의 처첩으로 삼아버린 것이었다.
남은 사람은 오직... 무쌍화중화! 바로 그녀 뿐이었다.
무창 사람들은 모두 촉각을곤두세웠다.
대체 만절서생이 누구인지... 또 그가 과연 무쌍화중화마저 꺾을 수있을 것인지?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는 백첩(百妾)을 한꺼번에 얻는
지상최대의염복을 누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만절서생, 과연 그는 누구인가? 희대의 풍류남아인가?
아니면...
* * *
<천락대전(天樂大殿).>
천락백화방의 중심부에 있는 환락을 위한 대전,
그 시설은 가히 아방궁(阿房宮)을방불케 한다.
넓은 대전의 바닥은 칠색(七色)의 대리석으로 깔려 있고,
천정에는휘황한 야명주(夜明珠),
사방 벽과 기둥에는 비단휘장과 고화 등이 화려하게장식되어 있다.
한데,
띵... 띵... 띠딩...
삐리리... 릴릴...
선음(仙音)인가?
무릉도원에서나 들림직한 달콤한 음률이 흐르는 가운데,
“하하하하...! 이리 오너라!”
낭랑한 음성이 들렸다.
“호호호홋...!”
“아이...”
백 가지 교태요, 아양이 섞인 계집의 비음과 교성... 실로 진풍경이었다.
대전한가운데에는 장미수를 탄 넓은 욕조가 있고,
첨벙! 촤르르...!
오색증기를 뿜으며 일신에 투명한 나의(裸衣)만 걸친 절세미녀들이
물장구를 치는것이 아닌가?
또한, 수십 명의 미녀들이 악기를 반주하고 있다.
상석(上席), 비단 의자에 한 명의 흑의문사(黑衣文士)가 기대앉아
옥배에 술을 들며역시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영준한 문사였다.
특히 눈썹이 멋들어지고흰자위가 없는 두 눈빛이 몹시 신비했다.
“하하하! 주악을 더 올려라. 마음껏 술을 들어라.”
흑의문사는 이십대도 못 미처 보였다.
“호호호!”
미녀들, 그녀들은 다름아닌 구십 구화(九十九花)였다.
천락백학방의 기녀들이었다.
그렇다면?
“호호호... 만절서생(萬絶書生) 나으리, 저회들을 모두 첩(妾)으로 거둘 건가요?”
한 계집의 물음... 그렇다. 백의문사, 그가 바로 만절서생이었다.
“하하하! 매향(梅香),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만절서생은 매향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흐응! 욕심장이!”
매향은 아양을 부리며 풍만한 가슴을 들이 밀며 파고들었다.
만절서생은 한 손으로는매향의 허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또 다른 기녀의 턱을 받쳐들더니 쪽 입을 맞추었다.
“아이!”
기녀들은 그를 싸고 돌았다. 그야말로 환락경이었다.
설사 황제라 해도 이 정도의염복은 누리지 못하리라.
“상공 이것 좀 드세요.”
또 한 명의 눈이 새초롬한 기녀가 은어회 한 조각을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이번에는,
“호호호... 이 소엽(小葉)의 잔은 안 받으실 건가요?”
입가에 매혹적인 점이 찍힌 기녀가 풍만한 젖가슴을 흔들며 옥배를 받쳐 올렸다.
한편,
'훗훗! 싫진 않군. 그야말로 주지육림이라.'
만절서생은 양팔에 미녀를 낀 채 빙그레 웃었다.
누군가 그는? 문자 그대로 그는 주지육림에 빠져 있었다.
“흐응! 언제 합방(合房)할 건가요?”
문득 품에 안긴 소홍(小紅)이란 기녀가 코먹은 소리로 물었다.
“후후. 오늘 밤, 누구부터 안아 줄까?”
순간,
“저요!”
“호호호... 저두요.”
“흐응... 옥랑(玉朗)도요.”
한꺼번에 일곱 명의 기녀가 매달렸다.
“아이쿠!”
만절서생은 이마를 짚었다.
실상 그는 보름 동안 구십 구 화와 기예 대결을 벌이느라
한 번도 합방을 하지못했던 것이다.
비로소 오늘에야 구십구 화를 모아놓고 자축연을 벌이는 중이었다.
“너희들이 본공자를 말려죽일 셈이냐?”
그가 엄살을 부리자,
“흥! 그만한 능력도 없나요?”
누군가 부추기자,
“좋아! 오늘밤, 너회들을 모두 품어 주마!”
만절서생은 눈앞의 일곱 기녀를 쓸어보며 음흉한 미소를지었다.
“흐응...”
“호호...”
기녀들은 모두 몸을 비비 꼬았다.
나머지 기녀들의 눈과 얼굴에도 야릇한춘정(春情)이 어렸다.
모두들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 * *
밤(夜),
밤이었다. 열기(熱氣)에 찬 밤이 왔다.
폭신하고 넓은 상아침대가 있는아늑한 방(房).
“후후후.”
홀로 의미깊은 미소를 짓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만절서생, 바로 그였다.
'없군.'
문득 침상에 비스듬히 누운 그의 눈이 빛났다.
그때,
“호호호호!”
“호호홋...!”
육감적인 교소와 함께 방 안에 일곱 명의 여인들이 들어왔다.
그녀들은 모두반라(半裸)였다. 친락백화방의 일곱 기녀들이었다.
“하하하! 이리 오너라! 마음껏 놀아보자!”
만절서생은 두 손을 활짝 벌렸다.
“호호호!”
“흐응...!”
미녀들은 그에게 달려들었다.
침상은 넓었다. 능히 열 명이 뒹굴고도 남을 크기였다.
칠 대 일(七對一), 놀라운 일이었다.
그때,
'후후! 왔군. 어디 그럼...'
만절서생의 눈빛이 야릇하게 빛났다.
천정(天井), 한 개의 야명주가 이동하더니
그 대신 그곳에 눈동자가 나타난것이었다.
“모두 옷을 벗어라!”
만절서생이 호탕하게 말했다.
“어맛!”
“상... 공...!”
그녀들은 모두 비명을 질렀다.
하나, 기녀들은 고분고분 응했다.
사르륵....
매미날개 같은 껍질이 벗겨져 내리고,
뽀얀 그야말로 백설 같은 피부와 아울러드러나는 여체들...
현란했다.
심하게 굴곡진 늘씬하게 뻗은 여체의 곡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폭발적인 환락에도취되게 한다.
은은한 노을빛 목덜미는 우아하게 굽어졌고,
그 아래 수줍은 육봉은어떤 기대감에 자꾸만 파도치고 있었다.
“후후, 진정 기막힌 물건들이다. 그야말로 진품 중의 상품들이다.”
만절서생은 기녀들의 나신을 쓰다듬었다.
“아이...”
“상공, 어서...”
기녀들은 모두 비음을 토하며 만절서생에게 매달렸다.
진시황(秦始皇)의 침소가 이보다 더할손가? 침상 위는 이내 후끈한 열기에 휩싸였다.
만절서생의 여인 다루는 솜씨는 천하제일이었다.
일곱 명의 기녀들은 모두 나신을비틀었다.
손과 입을 모조리 동원하고 있었다.
덥석!
요홍(妖紅)이라는 기녀는 가슴이 풍만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녀의 유방은 사실사내의 손으로도 한 손으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였다.
그것을 만절서생이 한손으로 잡아터뜨릴 정도로 주무르자
요홍의 허리가 비틀려지는 것은 당연한일이었다.
또다른 만절서생의 손은 염화(艶花)의 허벅지를 만지고 있었다.
염화의 다리는 진정 침이 넘어갈 정도로 미끈하기 이를데 없었다.
기름이라도 바른듯 번들거리는 탄력은 그만이었다.
그런 염화의 허벅지는 좌우로 활짝 벌려져있었다.
“빨리 안으로...”
염화는 더이상 참지 못했다.
그녀는 단우비헌의 손을 잡아 자신의 은밀한 곳으로대었다.
손가락 하나가 세워지고, 그대로 여인의 동굴 속으로 사라지자
염화는다리를 오므리며 쾌락의 몸부림을 쳤다.
또다른 여인...
모화(毛花)라는 여인은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털꽃이라는기이한 이름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오직 그녀의 알몸을 본 사람만 알 수 있을것이다.
보드랍고 길민서 무성한 체모(體毛)는
기이하게도 한 송이 꽃을 보는 듯 퍼져 있었기때문이었다.
거기에, 그것을 벌리면 붉은 꽃잎이 보인다.
모화는 사내의 앞에 섰다.
그리고, 무성한 자신의 풀숲을 헤집고 은밀한 신비의 동굴을 손으로 벌렸다.
붉은꽃잎에 검은 수술을 지닌 기이한 꽃이 거기 있었다.
사내의 입은 그곳으로 파고들었다.
혀가 부드럽게 붉은 꽃잎을 간지르자 검은 수풀이코끝으로 파고들어 짙은 꽃냄새를 뿌려준다.
화미(花美)는 단우비헌의 다리를 곧게 편 후 자신의 사타구니를 사내의 허벅지에대고 문지른다.
미염(美艶)은 탐스런 자신의 유방을 사내의 등에 대고 문질렀다.
소군(素群)이라는 여인은 체구가 아주 작고 귀여웠다.
그녀는 사내의 사타구니에얼굴을 박고 있었다.
들썩이는 얼굴... 입은 한껏 벌어진 채 사내의 하물을빨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가히 환락의 극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였다.
슷...
천정에서 눈동자 하나가 사라졌다.
잔뜩 경멸과 비웃음을 담은 눈동자가...
그 순간,
'후후... 이제 갔군.'
만절서생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다음 순간,
파팟...!
문득, 그의 손가락 끝에서 실(絲) 같이 가는 무형강기가 뻗었다.
“음...”
“아!”
순간, 일곱 명의 기녀들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러자, 만절서생은 벌떡 일어났다.
그는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기녀들을 내려보며 중얼거렸다.
“후후. 너회들은 오늘 밤 이 만절서생과 운우지락을 나눈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스스스...!
만절서생이 손을 벌리자 그의 손바닥에서 담담한 홍무(紅霧)가 흘러나와
기녀들을덮는 것이 아닌가? 사술(邪術)인가? 아니면...?
“후후. 염홍의 환락춘몽환술(歡樂春夢幻術)이 이런 때 쓸모있을 줄은 몰랐군.”
그의 중얼거림, 환락춘몽환술이라민? 바로 지난 날 천마십부(天魔十府) 중
천화미환궁의 독문비술이 아닌가?
정사(情事)를 치루지 않고서도 상대로 하여금정사를 치른 것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비술,
만절서생은 대체 누구기에 그 비술을펼친단 말인가?
* * *
밀실(密室), 천락백화방의 깊은 후전.
“...!”
“...!”
두 여인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한 여인은 중년여인이었고, 한 여인은 십 육칠 세가량의
안색이 얼음장같이 차가우면서도 마력적인 미태를 발하는 절세미소녀였다.
문득 중년여인이 입을 열었다.
“그 자는 무서운 자에요, 보름 만에 본원을 문닫게 만들다니...”
그 말에 미소녀의 얼굴에 언뜻 냉기와 조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 자의 기예(技藝)도 놀랍지만 그의 무공은 추측불허예요.
이제 남은 것은이궁주(二宮主)님 뿐.”
중년여인의 말에 이궁주라 불리는 미소녀는 차갑게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요, 매랑. 그는 한낱 풍류치에 불과할 뿐이니.”
“...?”
“그자가 비록 뛰어나다고 하나 본녀가 보기에는 색(色)을 밝히는 소인에 불과할뿐이에요.
흥! 이 무쌍화중화(無雙花中花)의 맛을 보여 주겠어요!”
그녀는 다시 말했다.
“그가 만일 악의(惡意)를 품고 있다면 이 기회에 제거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그를 본궁으로 데려가 그의 재질을 이용하겠어요.”
무쌍화중화의 눈에 반짝이는 결의의 빛이 어렸다.
본궁(本宮)이 란...?
천락백화방, 그 진실한 배후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 * *
만절서생, 그의 표정에는 정작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그때,
스스스...!
문득, 그의 안면근육이 실룩이더니 변하는 것이 아닌가?
변했다.
완전히 변한 그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왔다.
찍어내린 듯한 검미에 하얀옥(白玉) 같은 피부,
그리고 주홍빛 입술에 살짝 걸려 있는 미소는 진정 황흘한지경이었다.
그는 바로 단우비헌이 아닌가?
지금, 한창 북방에서 대초원의 용자들과 치열한결투를 벌이고 있어야 할 그였다.
한데, 그가 한낱 기류에서 기녀들과 유희를 벌이고있다니,
단우비헌은 진정 여인이 그리워 기루를 찾은 것일까?
아니었다.
그가 한창 북진(北進)할 즈음-
* * *
천비당주(天秘堂主) 천환비마영(天幻飛魔影) 석장청.
천년마궐의 모든 정보망을 한 손에 들어쥔 인물,
중원의 어떤 일도 그의 눈을벗어나지 못하는
중원제일의 경공대가(輕功大家)이기도 한 그가 단우비헌에게말했다.
-소천주, 지금 무창에는 신비한 인물들이 출몰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북진을 하고 있던 단우비헌은 이채를 발하며 신형을 바로 세웠다.
“신비인들이라... 어떤 인물이지?”
석장청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예, 여인들입니다.”
“여인?”
반문하던 단우비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여인들은 신비하지... 암...”
자못, 중대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리자
석장청은 터져나오는 웃음을참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신비하다구? 여인들이...'
그는 간신히 웃음을 억누르며 입술을 떼었다.
“예, 무창에 천락백화방이라는 곳이 생겼사온데.. 그것이 영 수상합니다.”
“예쁜가?”
단우비헌이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했다.
그러자, 석장청도 결코 만만치 않은인물이라 그 즉시 대답했다.
“예, 듣기론 굉장한 미녀들만 모여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단우비헌은 두 눈을 빛냈다.
“그럼...몽땅 첩(妾)으로 삼아버릴까?”
“예에?”
석장청은 아예 기가 막히고 말았다..
단우비헌의 여자 펀력은 이미 천년마궐 내에서도 알 사람은 다 안다.
반반한여자치고 단우비헌의 손 때가 안 묻은 여인이라곤 없었으니...
그래서, 석장청도무료한 듯 하품만 하는 그를 위해
심심풀이로 한 말인데 오히려 한 술 더떠서 몽땅첩으로 삼겠다니!
'허허... 이거야 원...'
그러나, 그의 생각도 여기서 그쳐져야 했다.
“그럼 가자!”
“예! 어디로...?”
“어디긴? 무창(武昌)으로!”
생각나면 그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단우비헌이었다.
급기야, 북진(北進) 하던 단우비헌의 대리(代理)가 세워지고-
삼대마봉공(三大魔奉公).
-혈영마자(血影魔子).
-사혼자(邪魂子).
-사천뇌자(邪天腦子).
안개 속에 가려 있는 마도의 전설적(前說的)인 기인들.
혈영마자(血影魔子).
핏빛 혈무(血霧)가 어리는 곳에 혈향(血香)만이 난무하리니...
혈영파천마공(血影破天魔功)으로 일세(一世)를 풍미한 혈영마자,
아무도 그의 진실한면을 본 사람은 없었다.
사혼자(邪魂子).
죽음(死)의 혼(魂)이 현신하며 죽은 자만이 살리니...
그렇다.
그 앞에서 산 사람은죽은 자보다 못했다.
오히려 망자(亡者)가 더 행복해지는 인물이 바로 사혼자였다.
사천뇌자(邪天腦子).
백 년 전, 사뇌천기각(邪腦天機閣)의 각주.
수많은 귀계(鬼計), 암계(暗計)의소유자.
그의 머리 속에 있는 능력 중일 할이라도 꺼낸다면 천하는 전율 속에 치를떨어야 했다.
이들 삼 인(三人)
, 이름만 들어도 귀신마저 혼비백산한다는 절정의마황(魔皇)들이었다.
하나 이들도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단우비헌이었다.
그리고, 이들은단우비헌의 호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무도 믿지 못할 일이지만...
그것은 그들이자청한 일이 었다.
단우비헌은 삼대마봉공만을 대동하고 무창으로 향했다.
백화(百花),
백 송이의 꽃을 꺾기 위하여, 그러나 과연 꽃만을 꺾으려 무창으로향했을까?
단우비헌의 내심(內心)은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천년마야담비우마저도...
이윽고, 무창(武昌)에 온 단우비헌은 먼저 천추대서원(千秋大書院)을 방문했다.
바로한 가지 생각 때문이었다.
'어쩌면 천추대서원이 구룡밀지(九龍密地) 중
유룡밀지(儒龍密地)와 통할지도모른다.'
그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천추대문성 손석빈과 학문대결을 하며 굴복시킨 후,
구룡밀지의 신부인 태극신부를 내밀자 그는 대뜸 알아보고 오체복지한 것이었다.
결국, 뜻밖에도 단우비헌은 구룡밀지 중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뜻밖의수확이었다.
그런데 그후 천락백화방을 방문한 단우비헌,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야 말았다.
심지어는 그를 은밀히 따르던 삼대마봉공마저 놀랐다.
그것은 천락백화방의 기녀들때문이었다.
그녀들은 예사 기녀들이 아니었다.
안으로 절정무공을 감춘고수(高手)들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그녀들은 모두 개개인이 한 가지씩 특이한기예(技藝)에 관해서는
이미 무림에 적수가 없을 리만큼 독보적이 아닌가?
더욱 놀랄 비사(秘事),
그것은 이미 빠져나간 삼십여 명의 여인들이 시집간장소였다.
기예대결에 패(敗)한 기녀들이 팔려간 곳...
천화원(天花園)
꽃(花)에 관한 한 더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에 달한 화옹(花翁)들만의별천지(別天地).
천병가(天兵家)-
중원제 일의 장인세가(匠人勢家).
만서림(萬書林)-
천하의 학자들이 모집되어 있는 서림뿐인가?
독천비황곡(毒天飛荒谷)-
의술(醫術)의 제일인인 초씨세가(草氏勢家).
....
가히 한 방면에선 천하제일이라는 곳으로 시집을 간 것이 아닌가?
과연, 이것을 정말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은... 미인계(美人界), 바로 그것이었다.
정사(正邪)를 불문하고 퍼져있는 천락백화방의 기녀들을
배후 조종하고 있는 인물이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단우비헌은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고,
자신도절세미기들과 풍류놀음을 하고, 뒷 배경도 캐낸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닌가?
급기야, 올 때까지 오긴 왔는데...
천락백화방, 과연 일백기화(一百奇花)는 몽땅꺾이고
단우비헌의 여인들이 될 것인가? 아니면...?
* * *
<무쌍각(無雙閣).>
천락백화방 최고의 명기(名妓) 무쌍화중화(無雙花中花)의 거처였다.
짙푸른 물결위에 은빛 폭포수기 명멸해 가는 인공 호수(湖水) 위에 자리잡은 한 채의누각(樓閣)
, 칠채(七彩)의 구름다리(雲橋), 가히 환상(幻想)의 경관이라고나 할까?
화려한 누각의 대청, 그곳에서는 두 인영이 대좌하고 있었다.
만절서생이라는 가공인물(人物)로 변신(變身)한 단우비헌과
하얀 백의에 눈꽃(雪花) 같은냉면미인(冷面美人),
바로 세인들이 말하는 무쌍화중화였다.
문득, 단우비헌이 무거운 침묵을 깨뜨리며 말문을 열었다.
“히히... 화중화, 다른 낭군 앞에서도 그렇게 냉랭한가?
좀 웃어라, 웃어.석녀(石女)처럼 해 가지고는...”
무쌍화중화, 그녀는 아예 멍청해져 버렸다.
'다른 남자들은 모두 아부하느라 입술이 닳을 지경인데...'
순간적으로 이채가 발해진다.
그런데 단우비헌은 연신 하대를 지껄이며 혀를 찼다.
“쯧쯧. 얼굴은 고운가 했더니, 벙어리라니.
아... 확실히 항간의 소문은 믿음만한것이 못 되는군.”
점입가경(漸入佳境),
단우비헌은 그녀의 미(美)에 대해 칭찬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벙어리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닌가?
화중화는 그야말로 화가 나서 반(半) 미쳐버릴지경이었다.
그리고 한펀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때,
“호오. 이제보니 귀도 막혔나?”
급기야 단우비헌의 말은 갈 때까지 갔다.
“누가 벙어리이고 귀머거리예요!”
마침내 뾰족한 교성이 터졌다.
하나,. 단우비헌은 능청스레 어깨를 추스렸다.
“아. 이런 실수를...벙어리가 아니었군 그래.”
화중화는 옥용을 더욱 싸늘하게 굳히며 한기(寒氣)어린 교음을 토했다.
“만절서생! 당신은 소녀와 내기를 하러 오셨나요, 아니면 장난을 하러 오셨나요?”
“아하. 내 정신!”
단우비헌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는 듯 머리를 쳤다.
그러나, 그는 안민에 음흉한웃음을 지으며 화중화의 몸을 훑어 내려갔다.
“흠. 그렇지! 너의 몸은 오늘 이후로 이 만절서생의 것이 되겠지.
그대는 내 품에안기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할거야. 암...”
자화자찬(自畵自讚)도 이만하면 고수급일 것이다. 그러나, 여인도 만만치 않았다.
“호호호. 자신만만 하시군요. 소녀가 진다면 두말 않고 이몸을 바치겠어요.
그러나공자께서 지신다면...”
“진다면?”
“소녀는 황금 같은 것은 원치 않아요. 다만...”
“말을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원 생긴 것은 그렇지않게 생겨 가지곤.”
단우비헌은 짜증이 난 목소리로 빈정거렸다.
'호호. 별것 아닌 자인데? 저리 쉽게 화를 내는 인물은 별 볼일 없지.
그렇다면그대는 나 화사운(花思雲)에게 크게 당할 것이다.'
화사운,
그것이 그녀의 이름인가?
화사운은 내심 득의해하며 단우비헌을 비웃었다.
하나 그녀가 만일 지금의 단우비헌이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과연어떤 표정을 지을까?
“호호호. 너무 재촉하지 마세요. 다만 소녀는 공자님의 모든 것을 원합니다.”
“내 모든 것을?”
“그래요. 어때요? 그래도 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격장지계까지?'
단우비헌은 내심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좋아! 그래야 공평한 내기가 되겠지.”
“과연! 만절서생다운 말씀이세요.”
그녀의 조소 어린 칭찬에 단우비헌은 목에 힘을 주며 어깨를 으쓱 했다.
“하핫. 그래 네 장기(長技)는 무엇이지?”
“호호. 소녀의 재주는 한 가지 춤밖에 없사옵니다.”
“춤(舞)?”
“예, 소녀가 춤을 추면 공자님은 소녀를 보며 이성을 잃지 않으시면 되옵니다.”
“춤... 춤이라? 좋다!”
단우비헌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승낙했다.
“여기서는 곤란하옵고... 방(房)에서...”
“방에서 하는 내기라...”
단우비헌은 의미 어린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렸다.
방에서 하는 내기!
과연 어떤 춤을 추기에 방에서만 해야할까?
단우비헌은 앞서가는화사운의 야릇하게 춤추는 둔부를 보며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후훗! 뜻하지 않게 부인감 하나를 골랐다.
화사운이라고 했던가?
이 정도면 나비헌의 열 번째 첩(妾)으로 손색이 없겠지.'
무쌍화중화 화사운, 알기나 할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단우비헌의 첩으로내정된 사실을?
그것도 열 번째 첩이었다
. 단우비헌이 화사운을 따라 화원(花園)을지날즈음 돌연,
“크크크. 소천주, 요즘 바쁘시군요.”
“흘흘흘. 이제 백(百) 송이째를 꺾으시는 겁니다.”
“하하핫!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럼 재미 많이 보십시오
. 노노들은 옆에서 구경만 할테니까요.”
뜻밖의 전음(傳音)이 들려오자, 기세좋게 걸어가던 단우비헌의 안면이
그만 휴지처럼구겨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는 시선을 허공으로 꽂으며 신경질이 나는 듯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전음을 날렸다.
“혈노(血老)! 사노(邪老)! 뇌노(腦老)! 정말 이럴 것이오?”
“클클클. 소천주님, 너무 그렇게 즐거운 비명을 지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노노들은그 심정을 익히 알고 있으니까요.”
단우비헌은 속으로 가슴을 쳤다
. 하나, 그의 그런 내심을 아는 듯, 또다시 허공에서괴전음(怪傳音)이 들려왔다.
“훌홀홀. 소인들은 소천주님의 그림자가 되기로 작정한 몸입니다.
어디든지따라다녀야 합지요.”
'흥! 그림자 좋아하네. 세상에 말하는 그림자가 어디 있담...'
내심 즐거운 마음으로 화사운의 뒤를 따라가고 있던 단우비헌에게
돌연 나타나서산산이 흥을 깨놓는 불청객(不請客)들은 바로 삼대마봉공이었다.
그때 문득, 단우비헌은 낮빛을 굳히며 물었다.
“혈노. 그래, 알아 보았소?”
“클클클. 예, 소친주님. 아 글쎄, 냄새나는 계집애들이
소천주를 납치하려고 하고있지 뭡니까.
그리고 뭐 주색(酒色)만 밝히는 색한이라나요?”
그 말에 단우비헌의 안면은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날... 납치? 또 뭐? 색한이라고?”
그러나, 곧 그는 평정된 마음으로 물었다.
“그들의 정체를 알아 보았는가?”
“흘흘흘. 고 계집애들은 몽땅 여인들인 걸로 보아
아마도 북천빙설궁(北天氷雪宮)이아닌가 합니다.”
사혼자의 말에 단우비헌은 흠칫했다.
“북천빙설궁!”
무엇이기에 그가 이렇듯 놀라는가?
단우비헌의 뇌리로 담비우가 들려준 백년래의 최강문파들인
환우팔성천에 대해서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북천빙설궁(北天氷雪宮).>
백 년 전 북해(北海) 빙지(氷地)에서 일단의 여인들이 중원에 진입했다.
그녀들의무공은 가공지경이었다.
선천적인 빙음신공을 익힌 북천빙설궁의 여인들은
뇌살적인 미모와 무공으로 중원을흔들었다.
하나, 남자와 접해보지 않았던 그녀들은 쉽사리 중원의 미남자들에게 현혹되어버렸다.
북해에는 남자가 적었던 것이다.
그 결과 교활한 사내들의 놀이개감이 된순진무구한 빙궁의 여인들은
이용만 당하고 대부분 버림받게 되었다.
결국, 그녀들은 남자들에 대한 가증스러운 분노와 원한을 품고
마침내 중원을혈세(血洗) 하기 시작했으니...
백 년 전의 혈사(血史)-그 누가 기억하지 못하겠는가?
그 후, 북천빙설궁은천년마궐의 등장으로 북해로 밀려나갔다.
한데 한(恨)과 증오로 뭉쳐진 북천빙설궁, 그녀들이 다시 나타날 줄이야...
바야흐로 천하(天下)는 또다시 난세에 휩쓸린단 말인가?
단우비헌은 일의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흐음, 일이 복잡하게 되었구나.
그렇다면 천락백화방은 그녀들이 또다시 복수하기위해 세운 전초기지?'
문득, 그의 눈빛이 기이하게 빛났다.
'후후. 하나 내게 걸린 이상 뜻대로 되지 않을 거다.'
그는 눈앞에 육감적인 율동으로 걸어가고 있는 화사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찡긋했다.
'사내로 인해 맺힌 한은 또다시 사랑(愛)의 묘약(妙藥)으로 풀어주면 되지.
아예북천빙설궁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겠는가?
후후. 오히려 잘된일이다.
더군다나...'
단우비헌의 미간에 신비한 기운이 뗘올랐다.
'칠대천무를 익히기 위한 무공 중 하나인 빙령결(氷靈訣)을
어쩌면 북천빙실궁에서얻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단우비헌, 그는 잊지 않고 있었다.
하루속히 칠대천무를 익혀 화산 속에갇힌 천상신계를 부활시키려는 것,
그것은 항상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단우비헌은 문득 전음을 시전했다.
“혈노, 사노, 뇌노.”
“넷!”
“이제 그만 따라 오시오. 후후. 설마 끝까지 좋은 일을 방해할 생각은 아니겠지?”
“크크.”
“크크....”
세 노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어,
“알겠습니다요.”
스스....
극히 미약한 공기의 흐름이 들렸다. 단우비헌은 싱굿 웃었다.
....
방(房), 그곳은 의외로 검소하고 깨끗했다. 기녀(妓女)의 화려함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 단우비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상당히 초라하군
. 하지만 나는 재물은 많으니 앞으로 이런 곳에서 살지않아도 될 걸세.”
화사운은 그의 말에 발끈했다.
“누가 능력이 없어서 이렇게 꾸민 줄 아세요?”
'후후. 가시돋힌 꽃이군.'
내심 실소를 흘리던 단우비헌은 손을 내저었다.
“알았소. 그건 그렇고. 그래 방 안에서 보여 주겠다는 춤이나 추어 보지 그래.”
이어, 단우비헌은 느릿하게 벌렁 침상 위로 누웠다.
“어서 하라니까. 나는 이곳에서 감상하겠으니.”
그의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화사운은 냉소(冷笑)를 흘렸다.
“호호. 좋아요. 그럼 시작하겠어요.”
이윽고, 그녀는 방의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舞)!
아아... 춤을 춘다.
그것도 절색의 미녀가, 나비(蝶)가 날 듯 가볍게 허공을 날으고
부드러운 율동으로 몸의 곡선은 우아한 호선을 긋는다
. 한 마리 잉어가 물 속을유영(遊泳)하듯이...
게다가, 한 쌍의 봉목(鳳目)은 사나이의 애간장을 녹일 듯이호소한다.
철담(鐵膽)의 장부라도 흐물거릴듯한 환상(幻想)적인 율동의 춤,
여인의손동작 하나에도 지극한 염기(艶氣)가 잘잘 흐른다.
그러나, 문득 화사운은 힐끗 단우비헌을 바라보다가 흠칫하고 놀랬다.
단우비헌,
“아함...!”
그는 졸리운 듯 하품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고작 그따위 춤을 추려고 시간을 끄느냐? 차라리 그냥이리로 와라.”
그의 말에 화사운은 수치심으로 옥용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네놈이 정녕... 좋아...'
무슨 작정을 한 것일까?
순간, 그녀의 춤 동작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은점점 더 깊게 굴곡을 이루며... 한 치씩... 치마가 걷어 을려진다.
“하아...”
새빨간 앵두 입술 사이로는 끈적한 비음이 토해지고,
서서히... 자그만한 발(足)이드러난다,
그리고, 치마는 차츰 을려지더니 종아리마저 뽀얀 피부를 드러내니
그것은 오히려완전히 벗어던지는 것보다 더욱 유혹의 불을 당기고 있었다
. 신형이 허공으로비산(飛散) 하고,
그러면서 보일 듯 말 듯 치마 사이로 드러나는 하얀 옥주(玉柱)는
가히 천염(天艶)의 미태였다.
'호호. 이제 됐겠지...'
속으로 자신있게 확신하며 고개를 돌리던 화사운,
그녀는 오히려 멍해지고 말았다.
단우비헌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벗으려면 시원스럽게 벗고 이리로 오지, 뭘 그리 뜸을 들이나?
별로아름답지도 못해 가지고는 쯧쯧....”
이렇게 되면 오히려 상대방의 맥이 빠진다.
무쌍화중화 화사운, 그녀는 그만 피가 맺히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좋아.그렇다면...'
이윽고, 내심 이를 악문 여인의 떨리는 손이 옷고름으로 향하고,
사르르...
하나....둘...
매미껍질 같은 얇디 얇은 여인의 옷자락이 떨어져 내린다.
흐느적거리는 무(舞)와아울러...
매끄러운 곡선의 어깨가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치마마저도 육체와이별하고,
여인의 몸에 걸쳐진 것은 두 개의 헝겊조각이었다.
사내의 숨결을 흐트러 놓은 요술 헝겊, 분홍빛 젖가리개와 빨간 삼각 헝겊이었다.
그 안엔,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꿈에도 그리는 신비가 존재하고 있었다.
더구나,미지의 처녀성이...
그러나, 단우비헌의 표정은 전과 비교해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다만, 진기한구경거리를 감상하듯 두 눈을 빛내고 있을 뿐이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풍염한 둔부가 드러났다 사라지고,
새하얗게 뻗어내린옥주가 교차하는 지점엔 신비한 삼각 헝겊이 위태하게 걸려 있다.
땀에 번들거리는여인의 육체!
뉘라서 그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 손가?
하나, 단우비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드디어, 화사운의 손이 가슴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이제 수치심이고 뭐고 없었다.
다만 눈앞의 얄밉고 증오스러운 신비서생, 단우비헌을 굴복시킬 마음밖에는 없었다.
사르륵...
한 소리 경미한 소리와 함께 젖가리개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 드러나는 젖가슴!
출렁인다.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젖가슴은 제 무게에 겨워 파르르 떨었다.
몸의 율동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출렁이는 육봉의 곡선,
“흠!”
그때만큼은 단우비헌도 가슴에서 치미는 불덩이를 간신히 눌러야 했다.
만일, 화사운이 단우비헌이 아닌 다른 사람 앞에서 이것을 전개했다면?
끔찍했다.
누가 감히 그 앞에서 거역하겠는가? 저 빙화(氷花)의 미태를...
화사운의 춤, 그것은 바로 요화대선무(妖花大仙舞)였다.
아울러, 그녀의 입에서는 천음환락소(天淫歡樂笑)가 간간이 흐르고,
그때 화사운은문득 눈물이 흐름을 느꼈다
. 왜 눈물이 흐르는지도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않았다
. 다만, 지.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만든 저 백의서생이 저주스러울 뿐...
화사운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드디어, 마지막 최후의 신비도벗겨지려는가?
한데, 바로 그때였다.
“그만!”
돌연히 단우비헌은 고함을 내질렀다.
순간, 멈칫! 춤을 추던 화사운의 교구가멈춰섰다.
“...?”
그녀의 눈에는 의혹이 담겨져 있었다. 마치, 왜 멈추게 했느냐는 듯이,
“그대는 정녕 창녀(娼女)에 불과한 계집인가?”
준엄한 호통이었다. 그의 말이 터지자마자,
쾅!
화사운은 벼락이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내가... 창녀라고...?”
하나,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하며 소리쳤다.
“아니야! 나는 창녀가 아니야!”
거의 발악에 가까운 외침, 그녀는 황급히 가슴을 가렸다.
“이미 볼 건 다 봤는데 가려서 무엇하나? 그렇다고 본 것이 무효가 되나?”
“당신... 흑...!”
수치심에 떨고 있던 화사운은 급기야 와악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손으로 다 가릴수도 없는 풍만한 가슴을 떨며 흐느끼는 미녀를 본 적이 있는가?
더욱이,반라(半裸)의 몸으로...
화사운은 앞에 있는 백의서생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하나, 한편으로는 미묘한 그무엇이 가슴 밑바닥에서 서서이 고개를 들고 있었으니
자신이 한없이 빨려들어 가는듯한....
단우비헌은 천천히 일어나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
그녀는 단우비헌이 다가오자 더욱 몸을 움츠리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단우비헌은그런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갑자기 번쩍 안아들어 위로 냅다 던졌다.
털썩!
“앗!”
반동으로 침상이 비명을 지르고 경악성이 들렸다.
화사운의 옥용은 파랗게 질리고있었다.
“당신... 정말...!”
그러나, 곧 그녀는 체념한 듯 눈을 내리감았다.
한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그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화사운은 살짝 눈을 떠보다 황급히 도로 눈을 내리감았다.
그녀의 앞,
단우비헌이신비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지않은가?
'후후... 보기보다 순수한 구석도 있군.'
내심 실소를 흘리던 그는 신형을 돌려 화사운이 춤을 추던 자리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이어 하는 말,.
“이제부터 내가 춤을 추겠소. 잘 보시오, 화낭자.”
갑자기 변한 말투에 화사운은 살짝 눈을 떴다.
이윽고, 단우비헌은 신형을 움직이기시작했다.
화사운,
“아...!”
그녀는 남자가 추는 춤이 이렇듯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통상, 춤이란 여자가 추는 것인데...
백의(白衣)가 학(鶴)의 날개같이 펄럭인다.
두 발이 허공을 가르고 양손이하늘거린다.
“아아...”
지켜보던 화사운의 입술 사이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부끄러웠다.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춤(舞)에,
단우비헌은 그녀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하핫! 화낭자, 이제부터는 달라지오. 정신 바짝 차리시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이 회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염무(艶舞)!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이(邪異)한 춤이었다
. 손 동작 하나하나에 유혹의 물결이번져나오고...
펄럭이는 옷자락마다 욕정에 몸부림치는 비음이 흘러나온다.
화사운의 두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음...”
입에서는 쌔액쌔액 숨가쁜 소리가 나오고, 두 손으로 가리고 있던 가슴도
어느 덧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화사운은 교수로 이불을 꽉 움켜쥐며 소리를 질렸다.
“그만! 그만 하세요!”
단우비헌은 신형을 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아아!”
화사운은 토끼같이 단우비헌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아아....”
가슴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파문,
단우비헌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삼단 같은 머리를쓸어내렸다.
이어, 항거할 수 없는 음성을 토한다.
“이제 그대를 가져도 되겠지?”
“예...”
화사운은 모기울음만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푹 고개를 숙였다.
능금같이 달아오른그녀의 목덜미는 뽀송한 잔털이나 있었다.
“하하핫. 약속은 약속이니, 이제 그대를 취하겠다. 이의는 없겠지?”
단우비헌은 대소를 터뜨리며 침상으로 걸어나갔다.
이윽고 반라인 미녀는 침상 위로눕혀지고,
그녀는 묘한 기대감과 아울러 미지의 두려움에 교구를 떨었다.
단우비헌은거추장스런 껍질을 벗어던지고 탄력있는 여인의 나신을 짓눌러 댔다.
“아음...”
화사운은 난생 처음 대하는 남성의 체취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단우비헌은 나이답지 않게 능숙한 솜씨로 여인의 몸을 애무해 가고...
“아아...”
비례해서 여인의 입에서는 간헐적인 비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화사운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그녀의 옥용에는 괴로운 심경이 교차하고 있었다.
결코, 욕정에 매달린 몽롱한눈빛이 아닌,
“당신... 아...!”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아아...”
화사운은 가냘픈 신음을 발하고 있었다.
단우비헌은 악사(樂士)였다.
그것도 능숙한 경지에 달한 대가(大家),
그는 천천히조율을 다듬어갔다.
그와 아울러, 거칠던 악기는 매끄러운 교음을 토(吐)했다.
그리고, 악기가 탄주됨에 따라...
이 밤 또 하나의 인언은 뜨겁게 운명의 곡선을 타고 있었다
. 작은 풍류귀 단우비헌,
그는 마침내 천하제일화(天下第一花)를
장담대로 손에 넣고야 만 것이었다.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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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독
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
감사 드립니다
즐감요~~~~
즐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