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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유고(海軒遺稿)
시(詩)
민로(憫老) 늙음을 번민함
循環天道亦何哉 순환천도역하재 돌고 도는 하늘 길 또 어이하리
日去日來日復催 일거일래일부최 해지고 해 떠 날가길 재촉하네.
無窮歲月仍朝暮 무궁세월잉조모 무궁한 세월,거듭되는 아침 저녁
終古英雄老草萊 종고영웅로초래 옛 영웅들도 늙으막에는 초야에 묻혀
千載物情殊世態 천재물정수세태 천년 물정과 빼어난 세태도
百年人事等花開 백년인사등화개 백여년 인간사 꽃핀것 같다네.
莫笑吾從心志樂 막소오종심지락 웃지마오 내 마음따라 즐김을
空山風雨沒蒼苔 공산풍우몰창태 빈 산 비바람 푸른 이끼 잊었다네.
객지(客至) 손님 오시다
寒程有客自東湖 한정유객자동호 동호에서 찬길 오시는 손님
親訪閑人僻陋隅 친방한인벽누우 궁벽한 우거의 한가한 나를 찾으셨네.
疊疊幽懷難寫盡 첩첩유회난사진 첩첩 쌓인 그윽한 회포 다 그려내긴 어려워도
津津厚誼豈云無 진진후의개운무 진진한 두터운 정 어찌 다 이르랴
荏苒流光歸宛轉 임염류광귀완전 빛과 같이 흐른 세월 변한 모습으로 돌아와서
慇懃對話惜須臾 은근대화석수유 은근한 이야기 잠깐을 아끼네
靑邱一片衣冠地 청구일편의관지 해동 조그마한 땅에 살면서
那識中年炭沿塗 나식중년탄연도 어찌 중년에 도탄의 길에 빠졌는가?
즉사(卽事) 즉음
山居何似與江居 산거하사여강거 산중에 사는데 마치 강변 사는것 같고
仁智俱兼樂有餘 인지구겸락유여 어진 지혜 갖추니 또한 즐거움 남네.
紅燭妻成添線繡 홍촉처성첨선수 아내는 붉은 등불 아래서 자수를 놓고
晴窓兒學課農書 청창아학과농서 아이는 새벽부터 과제인 농서 배우네.
吟詩寫景貪佳癖 음시사경탐가벽 경치 그리고 시 읊는 좋은 습벽 탐해
垂釣忘機匪取魚 수조망기비취어 낚시 드리우고 세속일 잊으나 고기 잡는 사람은 아닐세.
身老時危滋味薄 신로시위자미박 몸은 늙고 시절 위태해 재미가 적고
風塵日聽事生疎 풍진일청사생소 날마다 들리는 세속의 일들 일마다 생 소하네.
입춘(立春)
春日盤需細菜尋 춘일반수세채심 봄날 상에 오른 여린 채소 찾으니
堪悲衰病在呻吟 감비쇠병재신음 쇠병한 슬픔 이기려 신음소리 이네.
固窮市酒難謀醉 고궁시주난모취 어려워 술살수 없으매 취할수 없고
含笑盆梅未聽音 함소분매미청음 웃음 머금은 분매 소리 아직 안들리네.
直幹蕉生長短葉 직간초생장단엽 쭉 뻗은 파초의 길고 짧은 잎
無絃水奏暮朝琴 무현수주모조금 줄없는 물연주로 조석의 거문고 타네.
三陽消息先於柳 삼양소식선어류 삼춘의 봄소식 버들에 먼저 오고
一色敍光遠近林 일색서광원근림 원근의 숲 색깔이 차례로 한색 되네.
독숙강촌(獨宿江村) 강촌에서 혼자 자며
江關獨宿蠟燈殘 강관독숙랍등잔 강촌에 홀로 잠든 밀랍등잔 잦아들고
恨未全城隻手干 한미전성척수간 온 성의 외로운 지킴이 여한이 없네.
朱紱下上蓬戶冷 주불하상봉호냉 벼슬해 붉은 인끈 찬 집이 어찌 가난 한 집처럼 추운지
白頭重感布衣寒 백두중감포의한 감회 무거운 늙은이 베옷이 차네.
裁詩展軸懷難勝 재시전축회난승 두루마리 펼쳐놓고 시를 지으니 감회 이기기 어렵고
對酒醺人意强寬 대주훈인의강관 술잔 앞 취한 사람 뜻 굳고 너그럽네.
書劍俱空危日甚 서검구공위일심 문무가 다 비니 날로 심히 위태롭고
紛紛世事願無看 분분세사원무간 어수선한 세상 일 보고 싶지 않다네.
雪後送客(雪後送客) 눈 온 뒤 손님을 보냄
雪裏行人意自强 설리행인의자강 눈 속에 가는 행인 뜻 절로 강해도
客中應是少安康 객중응시소안강 손님은 속으로 응당 다소 안강을 비네.
市門海渴需多恧 시문해갈수다뉵 저자의 건어물들 많이 익혀서
甕釀壺乾意亦凉 옹양호건의역량 술항아리 두루미 비워도 뜻은 역시 서 늘하네.
別路遲回經午漏 별로지회경오루 이별 길 늦어져 한 낮이 되도록
審風噓又報春光 심풍허우보춘광 바람 붊을 살피고 봄철 풍광 답하네.
嗟我東方無道穀 차아동방무도곡 아! 우리나라엔 식량 조달길이 없네
諸君堪愧費諸倉 제군감괴비제창 제군들은 부끄러워하라. 모든 창고가 비었음을!
술회(述懷)
垂老上下不勝簪 수로상하부승잠 드리운 늙은 머리카락 동곳을 못이겨
堪憐衰病日相尋 감련쇠병일상심 가련케도 쇠병함이 일상으로 찾아드네.
過隙光陰宜惜寸 과극광음의석촌 찰라의 세월 의당 촌음을 아꼈어야
滿城蹄跡獨腐心 만성제적독부심 성 가득 자취 밟으며 홀로 근심하네.
送春幾欲花前哭 송춘기욕화전곡 봄을 보내니 꽃 앞에서 울고 싶어
寓景恒多醉後吟 우경항다취후음 늘 하많은 경치에 부처 취한 뒤 읊네.
進進工夫無異術 진진공부무이술 나아가는 공부엔 다른 술법이 없고
因川學海沂淵深 인천학해기연심 냇물로 인한 학문의 바다 유학의 연원 깊기도 해라.
계음(戒飮) 술을 삼감
金樽琥酌影玲瓏 금준호작영영롱 금 항아리 호박 잔, 영롱히 비쳐도
非復山村朴素風 비부산촌박소풍 산촌의 소박한 풍류 돌아오지 않네.
後輩安能忘世上 후배안능망세상 후배들이 어찌 세상을 잊을수 있으랴
前人遺戒在壺中 전인유계재호중 선인들은 술두루미를 삼가라 하셨네.
鴻濛全沒威儀重 홍몽전몰위의중 천지가 다 잠겨도 위의는 중해
酩酊那分事理公 명정나분사리공 대취하면 어찌 사리분별을 바로하랴?
節飮之難下上飮 절음지난하상음 마구 마시면 절제하기 어려우니
從今莫向杏村東 종금막향행촌동 지금부터 술집 근처엔 가지 않으리.
잡영(雜詠) 여러 읊음
東西日月兩分輝 동서일월양분휘 동서로 해와 달 나눠 빛나니
造化爐中疾若飛 조화로중질약비 약탕관 조화로 고질병 나는 듯 하고
叔世時危安地寡 숙세시위안지과 말세의 위태로운 때 안전한 땅 적어
叢林春早見花稀 이른 봄 총림에 꽃보기 드물 듯.
玉佩烏巾多怯海 옥패오건다겁해 옥패에 오각건 쓴 은자 바다 겁 많아
金章朱紱夢宮闈 금장주불몽궁위 뛰어난 시문 수레타고 입궁 꿈꾸네
白髮窮廬宵不寐 백발궁려소부매 백발로 가난한 집에서 밤잠 설치고
誰令懷寶抱寒衣 수령회보포한의 뉘라서 베옷에 보물 싸게 하리요.
무제(無題 )
無飮簫條有飮寬 무음소조유음관 술 없으면 쓸쓸하고, 있으면 너그러워
滔滔其興自成瀾 도도기흥자성란 도도한 그 흥취 물결이 이네.
學者所知前典憲 학자소지전전헌 후학들은 옛 전범을 통해 배우고
民情皆好舊衣冠 민정개호구의관 백성들은 대개 옛 문물을 좋아한다네.
嶺上雲多迷眼纈 령상운다미안힐 고개 위 구름 많아 흐릿하게 보이고
江濱梅發際春寒 강빈매발제춘한 강가에는 찬 봄바람 맞고 매화꽃 피네.
形容憔悴靈均澤 형용초췌영균택 몰골은 초췌해도 기개는 굴원을 닮아
落菊如何供夕餐 락국여하공석찬 떨어진 국화꽃은 어찌하여 저녁반찬으 로 오르는가?
유거유감(幽居有感 )속세 떠나 사는 느낌
下爲平地上爲京 하위평지상위경 아래는 평지 위는 서울이라 하지만
邱壑高低各自成 구학고저각자성 언덕과 골, 높 낮이는 절로 된 것
萬水潮流通海闊 만수조류통해활 모든 물 흘러 너른 바다에 이르듯
一天和氣際時晴 일천화기제시청 한 하늘 아래 화기가 쾌청한 때이네.
俗鳧飛鷺春情洽 속부비로춘정흡 집오리 나는 백로들 춘정에 젖어있고
綠柳紅花野色爭 록류홍화야색쟁 푸른 버들 붉은 꽃 서로 자태 뽐내네.
欲說餘懷還不語 욕설여회환부어 남은 정회 얘기하고 싶지만 내색않고
愧吾無賴度生平 괴오무뢰도생평 내 무뢰함 참괴하고 이대로 살리라.
우영(偶詠 )우연히 읊다
男兒不遇慕陳鴻 남아부우모진홍 남아가 불우해도 그리는 뜻 크고
地匪陽成志則同 지비양성지칙동 농부나 출세한 사람이나 뜻은 같을 터
人事百年今過半 인사백년금과반 인간사 백년중에 지금 반이나 지나
天時二月已丁中 천시이월이정중 세월은 이월 이미 한 낮이네.
種耕失節民心亂 종경실절민심란 파종 시기 놓치면 민심 어지러워지고
寒暖無常造化公 한난무상조화공 한-난의 무상함은 조물주의 조화네.
苛政如毛安靜少 가정여모안정소 학정은 털같아 조용하고 편함이 적어
蒼生何日見淳風 창생하일견순풍 백성들은 언제나 순속(淳俗)을 보려나.
고주(沽酒 )사먹은 술
手執空壺到酒樓 수집공호도주루 빈 두루미 손에 들고 주루에 가니
風前噓嗅已除愁 풍전허후이제수 바람결에 실린 냄새만 맡고도 이미 수 심 떨치겠네.
橫橋古渡依然在 횡교고도의연재 가로지른 옛 다리 그대로 있고
解凍春江正穩流 해동춘강정온류 해동된 봄 강물 온편히 흐르네.
岸上萌芽寒食節 안상맹아한식절 언덕 위의 새싹들 한식절임을 알리고
岩間落葉去年秋 암간낙엽거년추 바위 틈새 낙엽은 작년 가을의 것들.
歸程佇立南山見 귀정저립남산견 돌아오는 길에 우두커니 서서 남산을 바라보노라니
底事群鷗下遠洲 저사군구하원주 백구들 무슨 일로 먼 섬에 내려앉는가
춘우(春雨) 봄 비
赤龍三月黑鷄年 적룡삼월흑계년 계유(1933)년 음력 삼월(병진월)에
春雨方來里數千 춘우방래리수천 인근 수 천리에 봄비가 내렸네.
㶁㶁溪聲流滿地 괵괵계성류만지 철철철 시냇물 소리 땅 가득 흐르고
濛濛雲氣暗靑天 몽몽운기암청천 자욱한 수증기 푸른 하늘 어둡네.
明沙入水鷗驚夢 명사입수구경몽 모래톱이 물에 잠기니 졸던 갈매기들 깜짝 놀라 꿈 깨고
細柳飄風鳥罷眠 세류표풍조파면 수양버들 회오리바람에 새들 단잠 깨우네.
種麥田家猶未畢 종맥전가유미필 농가의 보리파종 아직 덜 끝났는데
奔忙時事更茫然 분망시사갱망연 분망한 일제치하 또 망연자실케 하네.
민우(憫雨) 비 걱정
鳴雨旣過細雨飛 명우기과세우비 큰 비 지나가고 가랑비 날리니
長程盡日行人稀 장정진일행인희 종일토록 먼길 가는 행인 드무네.
鶯歌愁濕移枝喚 앵가수습이지환 꾀꼬리 젖은 가지 옮겨가며 지저귀고
蝶翅簸花捲馥歸 접시파화권복귀 나비도 날개 털고 꽃향기 찾아오네.
麥浪隨風漂野陌 맥랑수풍표야맥 들판의 보리는 바람 따라 춤추고
銀鱗逐水戱苔磯 은린축수희태기 물고기들 물을 쫓아 이끼 치며 노네.
酒樓謀醉靑蓑客 주루모취청사객 술집엔 푸른 우의 손님 취할 궁리하며
猶喜長霖典濕衣 유희장림전습의 오히려 장마 좋다고 젖은 옷을 맡기네.
효월(曉月) 새벽 달
晨窓半月上岑樓 신창반월상잠루 새벽 창에 비친 뾰죽 루각 위의 반달
萬國輝煌夜色收 만국휘황야색수 만방을 휘황히 비춰 어둠을 거두네.
暗數鐘聲時過丑 암수종성시과축 어둡지만 종소리로는 축(丑)시를 지나
遠生砧響節回秋 원생침향절회추 저멀리 다듬이소리 가을철 돌아오네.
鷄鳴始覺天將曙 계명시각천장서 닭이 우니 곧 날 밝아 오겠지만
牛喘方知地亦幽 우천방지지역유 소 헐떡임으로 보아 땅은 아직 어둡네.
荏苒流光難久住 임염류광난구주 천연히 흐르는 세월 오래 살기 어렵고
入醒群鳥語林邱 입성군조어림구 잠깬 뭇 새들 언덕 숲에서 지저귀네.
술회(述懷)
男兒不遇處岩間 남아부우처암간 남아가 불우하여 산야에 살면서
盡日鋤田帶月還 진일서전대월환 진종일 밭 매고 달떠서야 돌아오네.
地是陶潛垂碧柳 지시도잠수벽류 이 땅에는 도연명의 시처럼 푸른 버들 늘어져
家非謝眺近靑山 가비사조근청산 집 가까운 청산 조망을 사양치 않네.
堪憐大地無人復 감련대지무인부 가련케도 이 땅에 사람 다시 없다고
所志傾天隻手攀 소지경천척수반 뜻만 하늘 기울일듯 한손 끌어당기네.
可惜王朝都失計 가석왕조도실계 애석하게도 조선왕조의 모든 실책들
泥丸那得鎖咸關 니환나득쇄함관 진흙 뭉쳐 어찌 관문 막으려 하는가.
즉사(卽事 )그 일
蒼翠春光上樹梢 창취춘광상수초 봄빛 받은 청록색의 나뭇가지 위
林容邦色擁千郊 임용방색옹천교 수풀로 땅색의 온 들판을 싸 안았네.
榮貴便同花結子 영귀편동화결자 부귀 영화는 꽃잎 지는 것과 같으니
光陰那異水生泡 광음나이수생포 세월과 물거품이 어찌 다르랴?
時非泰夢爭紅日 시비태몽쟁홍일 시절은 붉은 해와 큰 꿈 다투지 않고
旱乏殷林禱白茅 한핍은림도백모 가물에도 무성한 숲은 띠풀위해 비네.
走獸飛禽皆自得 주수비금개자득 들짐승 날짐승 다 스스로 얻어 아니
晴沙最合孕鶄鵁 청사최합잉청교 깨끗한 모래는 해오라기가 알품기에 가장 좋지.
우부지(雨不止) 비 않그치네
支離霖雨六宵回 지리림우육소회 지루한 장마비 6일째 계속 내려
垂露巖花路上臺 수로암화로상대 길위에 바위 꽃 이슬 드리웠네.
若霽無停還滴滴 약제무정환적적 비개이면 머물곳 없이 방울방울되어
如晴不止復來來 여청부지부래래 개는듯하다가 안그치고 오고 또 오네.
林梢珠落山容潤 임초주락산용윤 숲가지에 구슬떨궈 산모양 윤택하고
溪澗源通谷口開 계간원통곡구개 시냇물 원류따라 골짜기가 입벌리네.
依杖田翁觀漲去 의장전옹관창거 지팡이 짚은 촌로 큰물진것 구경하고
階除馴鳥啄庭苔 계제순조탁정태 계단엔 길들여진 새가 마당 이끼 쫏네.
복거(卜居) 살만한 곳
背山面水一區開 배산면수일구개 뒤엔 산 앞엔 물있는 한구역 열린곳
賀客聯衿更進盃 하객련금갱진배 하객이 줄 잇고 또 술잔 드리는 곳
紅蓼白蘋交映在 홍료백빈교영재 붉은 여뀌 흰 마름 서로 비춰있고
鳴鷗乳燕自相來 명구유연자상래 비둘기 울고 제비 새끼 날아오는 곳.
晩風拂柳紋成畵 만풍불류문성화 저녁바람 버들 흔들어 그림 그리고
數夜經霖綠漲苔 수야경림록창태 여러 밤 장마비에 물이끼 푸르른 곳.
高可逍遙幽可隱 고가소요유가은 소요유 즐기는 뜻높은 선비 깊숙히 숨 어 노닐수 있고
騷人遊客幾多回 소인유객기다회 시인 묵객들 자주 찾는 곳이리.
청행금(廳行琴) 거문고 타는 소리 들으며
行琴曲節詎能慢 행금곡절거능만 거문고타는 가락 어찌 게으를 수 있나
憂者須歡吝者寬 우자수환린자관 근심에는 기쁨주고 인색한 자에게는 너그러움 가져오네.
隨手高低頻斷續 수수고저빈단속 손끝따라 높낮이 끊어질 듯 이어져
因人意思解艱難 인인의사해간난 사람으로 하여금 온 시름 풀리게하네.
塡街狹路爭趨玩 전가협로쟁추완 좁은 길 빼곡히 서로 완상하려 해서
靑蓽疎破寂閒簾 청필소파적한렴 청바자울 자주 뜯겨 성긴 발이 되었네.
逐戶索錢渠伎倆 축호색전거기량 집집마다 돈 거두는 큰 재주
來無故也去無端 래무고야거무단 올 연고도 없고, 갈 까닭도 없다네.
주면(晝眠) 낮잠
高堂饒睡夢餘魂 고당요수몽여혼 고당에서 낮잠 자는 꿈 혼에 남아서
卜築多年近水村 복축다년근수촌 여러해 길지 점쳐 강마을에 집지었네.
語燕頻來回短枕 어연빈래회단침 제비 자주와 지저궈 토막 잠이 되고
行琴適到鬧荊門 행금적도료형문 거문고소리 싸리문 넘어 바로 들리네.
樹梢延客陰初售 수초연객음초수 나뭇가지끝에 이은 손님 신록을 팔고
酒力惱人氣自昏 주력뇌인기자혼 술힘에 고뇌하는 사람 기상 절로 흐려
闔眼稀微馳遠魄 합안희미치원백 희미한 혼백 달아나 남의 허물 덮고
江山萬里片時論 강산만리편시론 강산만리의 한가닥 시론을 논하네.
무제(無題)
百務絆身窘若囚 백무반신군약수 온갖 일로 수인처럼 몸 얽매여 있어
倡狂一念便如優 창광일념편여우 광대마냥 미친듯이 날뛰고픈 한생각
氣象慘憺吁可歎 기상참담우가탄 참담한 기상 탄식할만하고
風流疎拙冷如秋 풍류소졸냉여추 풍류 성기고 서투르긴 가을처럼 차네.
交通頃刻三千里 교통경각삼천리 삽시간에 삼천리 오갈수 있는 좁은 땅
分合何多七十州 분합하다칠십주 얼마나 합쳤다 갈라지길 많이 했던가?
鬼神難測今時事 귀신난측금시사 귀신도 짐작못할 이번 사태(경술국치)
克復經綸孰與謀 극부경륜숙여모 극복할 경륜 서로 숙의하여 모색하세.
서초(鋤草) 김매기
人不從勤百事空 인부종근백사공 사람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다 헛되니
盈園雜草暗選 영원잡초암서동 정원에 꽉 찬 잡초 사방 우거졌네.
乘閑植杖芸荒穢 승한식장운황예 한가한 틈을 타 지팡이 세워 꽂고 더 럽고 거친 밭의 김을 매니
惱署披襟納晩風 뇌서피금납만풍 더위 고민 본심 터놓고 저녁바람 맞네
五月豈非長夏節 오월개비장하절 오월이 어찌 긴 여름철 아니랴?
七旬堪笑渴喉翁 칠순감소갈후옹 칠순의 목마른 노인이 웃음 참네.
衆蘖何知民食本 중얼하지민식본 뭇 싹이 백성들의 음식 근본임을 어찌 알랴
根根深入害苗中 근근심입해묘중 뿌리뿌리 묘본 속 깊히 박혀 해되네.
관창(觀漲) 큰 물 구경
驕驕水勢匝山邊 교교수세잡산변 여러 산변을 휘돌은 도도한 물 기세
萬谷合流若自然 만곡합류약자연 여러 골물 합쳐져 절로 그리 되었네.
激岸怒濤生石瀑 격안노도생석폭 강 둑친 성난 파도 돌 폭포 만들고
飜空濁浪接雲天 번공탁랑접운천 공중에 날아오른 흐린 물결 하늘의 구름과 맞닿네.
平川汪瀁須誰力 평천왕양수수력 개천 가득한 큰 물 누구의 힘인가
大地迷茫不費錢 대지미망부비전 대지도 물 질펀해 갈피 못잡아 돈이 얼마나 들지 모르겠네
牟麥當今收穫節 모맥당금수확절 지금이 바로 밀 보리 수확철인데
長霖無乃害豊年 장림무내해풍년 긴 장마는 대저 풍년을 해치네.
민우(憫雨) 민망한 비
長霖連月雨絲絲 장림연월우사사 달을 넘긴 장마비 주룩주룩
乍一乍雲幾我欺 사일사운기아기 반짝 해 잠깐 구름 몇번이나 날 속여
潦水專妨來去路 요수전방래거로 빗물이 온통 오가는 길을 막고 있어
雲天難識未申時 운천난식미신시 구름낀 하늘 세신지 다섯시인지 모르겠네.
溪川俱漲如誇勢 계천구창여과세 실개천 함께 물 불어 위세과시하고
夜晝無間總不期 야주무간총부기 주야로 그침없어 도무지 기약이 없네.
冀霽靡晴今幾日 기제미청금기일 비개이고자하나 날들지않는 날이 오늘 벌써 며칠째
黃鸝愁濕語流枝 황리수습어류지 노란 꾀꼬리 습기 근심에 가지 옮아가며 우짓네.
내객야화(來客夜話) 손님과의 밤이야기
弸中萬念暫時寬 붕중만념잠시관 속 꽉찬 만가지 생각 잠시 떠나
世上風埃不我干 세상풍애부아간 풍진 세상 내 간여하지 않으리.
客來百里開新榻 객래백리개신탑 백리길 오신 손님께 새 자리 펴고
犬吠三聲啓舊閒 견폐삼성계구한 개짖는 소리 세 번에 오랜 한가함 여네.
江山無主慙多士 강산무주참다사 이 강토 주인 없으매 많은 선비들 부끄러워하고
書釣歸虛啞八鑾 서조귀허아팔란 헛 글공부한 팔도 수령들 벙어리 됐네.
可惜男兒時不遇 가석남아시부우 애석케도 남아가 불우한 때를 만나
槮裾不語兩相看 삼거부어양상간 소매잡고 말없이 서로 바라만 보네.
우영(偶詠) 얼핏 지은 시
襄髮童頭不勝簪 양발동두부승잠 머리카락 빠져 동두돼 동곳 못이기고
光陰冉冉易駸駸 광음염염역침침 세월 가는 모양 매우 빨리 달리네.
棲碧時惟遺世念 서벽시유유세념 청년시절엔 오직 명리 구하던 생각에
練丹容或絶塵音 련단용혹절진음 단전수련하며 속세 소식 끊기도 했었지.
種槐思魏扶氈業 종괴사위부전업 삼공 되려는 생각 커 전업을 도우며
遇酒效朱發浪吟 우주효주발랑음 술을 앞에 놓고도 주자를 본받으려 낭랑하게 읊었었지.
問柳尋花恒焯焯 문류심화항작작 봄 경치 완상하며 늘 환하고
無干塵事一閑心 무간진사일한심 속세 일 관여 않고 한가한 마음 하나 있었다네.
희청(喜晴) 날 갬을 기뻐하며
支離淫雨苦遲晴 지리음우고지청 지리한 장마로 늦게 개어 괴로워
爲害營農病出行 위해영농병출행 농사에도 해롭고 다니기에 힘드네.
古渡鷗盟尋舊約 고도구맹심구약 옛 나루서 속세 떠나 갈매기와 벗하며 은거하리란 옛 약속 찾아
深林鶯語奏新聲 심림앵어주신성 깊은 숲속 꾀꼬리 새 노래 연주하네.
周天順度三災却 주천순도삼재각 정연히 도는 천체따라 삼재 물리치고
潤物無形百穀成 윤물무형백곡성 무형의 기름진 물산 백곡들 영그네.
慰滿輿情天所賜 위만여정천소사 하늘 은혜로 백성들 채워주고 위로해
一人心是萬人情 일인심시만인정 한사람 마음이 만인의 정되게 하네.
취우(驟雨) 소나기
旱時宜雨雨多非 한시의우우다비 가물 때 오는 비 많이 오진 않지만
驅聚頑雲遮日晞 구취완운차일희 뭉게뭉게 핀 먹구름 해를 가리네.
谷出瀑聲流石下 곡출폭성류석하 계곡나온 폭포소리 돌밑으로 흐르고
波生平地送潮歸 파생평지송조귀 평지서 물결쳐 밀물 갔다 오네.
簷端滴瀝銀鈴散 첨단적력은령산 처마끝 물방울 은방울되어 흩어지고
野外迷茫水色圍 야외미망수색위 들판엔 아득히 물빛으로 에워쌌네.
渴望農家如此霈 갈망농가여차패 농가에서 바라는 이런 큰 비
何關身上盡沾衣 하관신상진첨의 어찌 겉 옷 다 젖는다고 상관하랴?
호상즉경(湖上卽景) 호수위의 경치
病葉蕭蕭盡落搖 병엽소소진낙요 병든 낙엽 쓸쓸히 떨어지며 흔들리니
悲秋志士正無聊 비추지사정무료 가을 타는 선비 진정 무료하네.
直到凉飇肌若砭 직도량표기약폄 바로맞는 폭풍은 살에 돌침 맞는듯
休言熱夏鐵如銷 휴언열하철여소 쇠도 녹일 더운 여름 말못하게 하네.
玉宇雲晴恢漠漠 옥우운청회막막 옥루 구름 맑아 아득히 넓고
金精年熟實苗苗 금정년숙실묘묘 등숙기운(金氣)으로 싹마다 결실 익네.
迷漫肅氣蕭條地 미만숙기소조지 가득한 숙살지기 땅 쓸쓸하고
寒雁成群喚復招 한안성군환부초 찬 기러기 무리 지어 다시 불러오네.
영로(詠鷺) 백로를 읊음
悍窺白鷺下漁磯 한규백로하어기 백로가 아래 노려보며 고기잡이하네
問爾緣何下上威 문이연하하상위 묻노니 너 무슨 연유로 혹은 위로 혹 은 아래로 위세 부리느냐?
厭世淸標乘月到 염세청표승월도 세상싫어 늠름한 기상으로 달타고 와
超塵雪翮望雲飛 초진설핵망운비 속세떠난 흰 깃촉 구름 바라보며 나네.
坐忘渾似詩人態 좌망혼사시인태 잡념떠난 무아경은 흡사 시인의 자태
捲去還疑道士衣 권거환의도사의 말아가는 도사옷 아닌가 또 의심되네.
可使浮生同此潔 가사부생동차결 덧없는 인생이라도 이처럼 고결해야
全身皓皓自無非 전신호호자무비 전신이 밝고 빛나 절로 잘못 없다네.
전가(田家) 농가
江城村舍掩茅茨 강성촌사엄모자 강가의 시골 집 띠와 가시 덮혀 있고
鑿井耕田庶免飢 착정경전서면기 샘파고 밭갈아도 허기 면키 다반사
飯麥湯蔥無凍餒 반맥탕총무동뇌 보리밥 파국도 없어 춥고 배고파도
課孫敎子勉書詩 과손교자면서시 자손들 가르치고 시서 공부에 힘쓰네.
民財共乏如何給 민재공핍여하급 백성 살림 다 궁핍하니 어찌 대주랴
公稅層臻肯有辭 공세층진긍유사 공출 세금 무거워 말들이 많네.
近水門前皤首老 근수문전파수노 물가 문앞의 백발노인
斜陽佇見弄波兒 사양저견롱파아 석양에 우두커니 서서 물장구치며 노는 아이 바라보고 있네.
傷秋 슬픈 가을
炎夏愁腸更對秋 더운 여름이 다시 가을되니 수심일고
光陰流水疾如舟 세월이 유수에 배 질주하듯 하네.
輪丸節序歸何促 돌고 도는 계절순환 왜그리 재촉하나
石火光陰去不休 전광석화처럼 빠른 세월 쉼없이 가네.
解歎堅氷頻撫頂 두꺼운 얼음 풀리는 감탄에 이마 자주 문질렀었는데
行看黃葉更搔頭 길가며 보니 낙엽이 벌써 머리 흔드네.
田家種麥差遲晩 농가의 보리파종 조금 늦은 듯
分部傭人更與謀 품사람 나누기를 다시 숙의하네.
偶吟 얼핏지은 시
五行精氣聚爲人 5행(行)의 정기를 사람이 모아 갖춰
參與三才降此民 천지인 3재에 참여토록 이 백성에 내 리셨네.
戮力蠶繅須供稅 협력해서 누에치고 고치켜 세금내고
着心稼穡庶無貧 곡식농사 마음붙이면 다 가난친 않네.
難謀食肉何論道 식육도모 어려운데 어찌 도를 논하랴
不貴綺羅又遍身 안귀해도 전신에 화려한 비단옷 입고
腐粟家家由自力 집집마다 묵은 조 있으니 자력있겠고
康衢煙月太平春 태평한 세월, 태평한 봄일세.
卜居 살만한 곳
一片山庄近水居 한자락 밭뙤기 물 가까이 살며
山心水性樂樵漁 산마음 물성질데로 나무하고 물고기잡이 즐기리.
日出須耕王蠋野 해뜨면 큰 배추벌레같은 들판 밭갈고
夜深還讀蕫生書 밤깊으면 돌아와 글읽고 붓글씨 쓰네.
有朋自遠蘭舟駕 먼데 벗이 배 가마타고 와 난교맺고
老圃隨時藥草鋤 늙은 농부 수시로 약초 캐는 곳.
流光冉冉催頭白 빛처럼 세월 흘러 흰머리 재촉하고
醉後吟詩萬念除 취해서 시 읊조리며 만념을 끊네.
自遣 자위함
中於忠孝一無能 어중간히 충효하나 능하지 못하고
落拓塵龕曲我肱 맺힌데 없이 속세에서 안빈지락하네.
列肆賈人時供味 늘어선 가게 상인들 때맞춰 음식 공급 하고
索錢官吏日看增 돈 찾는 관리 날로 눈에 띄게 느네.
江山笑彼三公貴 강산은 3공의 귀함을 비웃으니
衣服安吾一縷藤 의복은 등갈 누더기라도 내 편하네.
撫枕更呼觀世佛 베개 만지며 관세음보살 자꾸 부르니
童頭宛是有家僧 흡사 머리 기른 재가승일세.
待觀市人 상인 만나길 기다리며
冬天新月尙懸高 겨울하늘에 새달이 매우 높이 떠있고
錯認幾人意思豪 어찌 사람 의사 호방하단 착각 안드랴
隔浦看看魂織路 강건너 지켜보니 혼 뽑는 길인데
扶笻立立口吟騷 지팡이 짚고 서서 시를 읊조리네.
風雲晼晩伊耕野 풍운 저물도록 천하계책은 밭갈이고
時日蹉跎呂鼓刀 여상의 식칼도 때를 잃었네.
一舍之程深夜際 30리 정도 떨어진 깊은 밤에
門開始覺角登槽 문열고 각주전자 올라옴을 깨닫네.
隣家壽宴 옆집 환갑 잔치
東家宴客繫場驢 동쪽이웃 잔치손님 마당에 나귀 매고
滿載弧盤備肉魚 두레 상엔 어육이 가득하네.
謹將短頌爲君賀 삼가 그대위해 짧은 시지어 축수하려
感極先期速我書 감회겨워 내 빨리 써서 앞서 보내네.
庭列芝蘭多慶福 뜰에 늘어선 자식들 경사스런 복많고
盤登膏液供隣閭 상에 오른 기름 피 이웃집서 보냈네.
彩舞班衣趨拜地 때때옷 입고 춤추며 종종걸음으로 나 아가 절하니
鐵翁花發際春初 굳은 늙은이 봄에 꽃핀 듯 하네.
待客客至 기다리던 손님이 옴
童頭華髮不勝簪 대머리에 백발이라 동곳 못이기고
塊伏窮廬喜見尋 납작 엎드린 가난한 집 기꺼이 찾았네.
落葉飄搖飛馬首 낙엽은 펄럭이며 말머리에 날고
朔風蕭瑟爽人心 소슬한 북풍은 사람 마음 시원케하네.
情親苽葛魂如織 친한 정은 줄과 칡으로 얼 짠듯하고
目送江橋口獨吟 다리까지 멀리 전송하며 혼자 읊네.
對榻慇懃宵不寐 탑상 앞의 은근한 정 밤잠 못들고
圍碁閒話一燈深 바둑두며 한담하느라 등잔불 더 타들 어 갔네.
詠懷 소회를 읊음
大志初年展我籌 초년의 큰 뜻 내 헤아려 펴려다
至今猶着弊貂裘 지금은 오히려 낡은 담비 갖옷 입었네.
若靑春不勤詩禮 만약 젊어서 시와 예에 힘쓰지 않으면
大丈夫何戴冕旒 대장부 어찌 면류관 써보랴.
有意穉楊因雨暢 어린 버들도 비로 자람을 유의하라.
無心落葉逐風浮 무심한 낙엽은 바람 쫓아 떠다니네.
行雲流水於焉頃 일에 막힘없고 시원하고 씩씩하던 마 음 좇음도 어언간 기울고
逆旅光陰已白頭 세월은 반대로 가 이미 머리 새었네.
偶題 우연한 시제
不量時事際風塵 헤아릴 수 없는 속세의 시국사태 맞아
可惜金甌已沒淪 애석케도 온전한 나라 이미 쇠망했네.
趨時白黑更衣輩 시속따라 흰옷을 검은옷으로 바꿔입은 무리들
謀利蒼黃左道人 이익쫓아 허둥대는 삿된 도당들이네.
嚴立課程無敢越 과정을 엄히 세우면 감히 넘나들지 못 할텐데
招來絶域共爲隣 강역을 끊어 같이 이웃됨을 초래했네.
男兒未展當年志 남아가 당년에 품은 뜻 펴지 못하고
喚酒呼朋膾尺鱗 술시키고 벗불러 은린옥척 회쳐먹네.
自省 스스로 반성함
從心所欲問何如 마음에 하고 싶은 데로 좇아 하는 70이 되서야 어떻게를 물으니
理義芻豢在擇居 짐승들도 이치 의리 가려 거처 정하네
漸入眞工須遠利 점점 참 공부에 들려면 이익 멀리해야
驅除塵慮必看書 세속 염려 끊고 반드시 책을 보리라.
固窮守約終歸逸 군자의 절조 지켜 끝내 은사로 돌아와
泛愛親仁勿使疎 범애와 친인으로 하지 소원케 말라.
爲善孜孜猶不足 선 위해 부지런히 힘써도 부족하거늘
一生見可莫躊躇 평생을 보건대 선위해 주저하지 말라.
卽事 즉석에서 시를 지음
千林蕭灑古江城 온 숲이 산뜻하고 깨끗한 옛 강성에
冬旱支離四月晴 겨울 가뭄 지리한 4월이 맑았네.
大道飛塵來汽笛 큰 길에 먼지날리며 달려오는 기적은
堅氷封水啞灘聲 두꺼운 얼음 물치는 큰 여울물 소리.
曠野自然稀鳥隊 드넓은 벌판에는 자연히 새떼 드무니
至寒不覺少風情 큰 추위 못 느껴 다소 풍정이 이네.
莫使東邦長栗烈 동방엔 몸 떨리는 긴 추위 없어져
天時回泰見陽生 천시는 크게 돌아 생양 기미 보이네.
無寐夜吟 잠못드는 밤에 읊음
衰年無寐夜其何 쇠약해진 나이에 잠 못 이루는 밤 그 얼마나 있었던고?
覺是三更業已過 3경까지 잠 안오니 오늘 잠도 글렀네.
大冬栗烈支離嘆 긴 겨울 매서운 추위 지리해 탄식나와
一枕高低轉輾多 베개 높혔다 낮췄다 전전반측하는 날 많았네.
心無定體眠無穩 마음 정함 없으니 몸 온편한 잠 없고
神不交魂夢不和 신과 혼이 교류 못하니 꿈도 불화롭네.
臥數聲聲鷄拍翼 닭이 홰치며 우는 소리 여러번 들으며
靜聽氷下咽鳴波 고요히 얼음 밑 물결치는 소리 듣노라.
詠雪 눈을 읊음
光陰電疾正無遲 세월은 빛처럼 내달아 지체됨이 없이
露已成霜雪亦奇 이슬이 서리되더니 눈 역시 기이하네.
月白村容多此夜 달 밝고 조용한 오늘 밤
銀鋪樹色幻前時 은을 편 나무색 환상같이 보이네.
長堤連陸渾無跡 긴 방죽 땅과 붙어 섞여 자취없어지고
絶壑平夷不自知 평편해진 계곡 깊고 험한줄 모를레라.
大地飜成銀世界 대지가 은세계로 탈바꿈 하니
迷茫鹽粉接天涯 망망한 소금가루 하늘 끝 이어진 듯.
立春 입춘
立春回憶古京秋 입춘에 옛 서울 가을 추억을 회상하니
强把瑤琴坐翠樓 기루에 앉아 옥거문고 비파 들었지.
昝刻催行陽始復 찰라를 재촉해 양기 돌아오기 시작해
光陰不住水如流 세월은 머물지 않는 물처럼 흐르네.
穉梅盆發淸香動 어린 매화분 꽃피니 청향이 진동하고
細菜盤傳白玉酬 여린 나물상 전함은 백옥을 받는듯
適有詩仙來自遠 만약 이태백 같은 시선이 멀리서 와
共成佳句滌塵愁 좋은 구절 같이 완성해 준다면 세상 근심 다 씻을 수 있으리.
除夕 섣달 그믐날 밤
催老人生肯不遊 늙느라 재촉받아 옳게 놀지도 못하고
時隨刻積歲如流 시간은 일각씩 쌓여 세월 이처럼 흘러
盆梅吐白才經臘 화분의 매화는 섣달을 지나며 백색 꽃 망울을 토하는 재주 부리고
岸柳含靑亂映洲 언덕위 푸르름 머금은 수양버들 물그 림자 일렁이네.
幽懷自爾添千緖 그윽한 회포 너 스스로 잡다함 더해
白髮居然又一秋 백발이 온통 가을 서리 맞은 듯 하네.
去者不來來者去 가면 아니 오고 오면 가니
如何少壯久長留 어떻게하면 젊음을 오래 머물게 할까?
輓巨村金兄 거촌 김형(建必) 만시
公來將若有爲人 공은 장차 남위해 일하자 언약했는데
可惜布衣度七旬 애석케도 벼슬 않고 7순을 넘겼네.
敎子課孫宜節度 자손들에게 가르침은 의당 절도있었고
酬人修己幾秋春 자기수양과 남 가르침 몇 해이던고?
百年遽隔重泉路 백년 넘어의 저승길 무거운데
一命何催上帝賓 한 목숨 옥황상제의 손님되길 어찌 그 리도 재촉했나
四尺巍然新壟築 4자 짜리 새 무덤 높이 쌓아
哀情寫輓淚沾巾 애통한 정을 만시에 적으니 눈물이 수 건을 적시네.
驚蟄 경칩
申時驚蟄夕陽明 경칩일 신(3-5)시인데 석양 밝고
陰雪尙看去夜霜 음지엔 더러 눈 보이나 밤서리는 없네.
鳥獸逢春交字尾 금수들은 봄을 맞아 짝짓기하고
溪山久旱啞流聲 산 개울 오랜 가뭄에 소리죽여 흐르네.
雲歸遠海通和暢 구름가는 먼바다까지 화창하고
風櫛群山更廓嶸 산들은 바람에 씻겨 둘레 가파라지네.
解凍無期農失節 해동이 기약없어 농사철 놓치면
人心天意恐多更 인심과 하늘 뜻 많이 바뀔까 두렵네.
卜居 살만한 곳
晩卜江干一小廬 늘그막에 강가에 작은 오두막 한채 짓 고 살면서
岩臺時上積懷攄 때때로 암대에 올라 쌓인 속마음 털고
瞽今世事聾今議 요즘 세상사 안보고 논의 안 듣고
誦古人詩讀古書 옛 사람의 시 읊고 고전 읽으리라.
鷗鷺同盟餘宿約 갈매기와 해오라기의 동맹은 이미 오 래된 약조이고
林泉寓樂啜香蔬 숲과 샘있는 은자가 사는 곳에서 향기 나는 채소 먹으며 즐겁게 살리라.
弄波跂石情難極 파도 희롱하며 서있는 돌의 뜻 힘겹고
返照紅飜錦躍魚 낙조에 붉은 비단 번드치듯 고기 뛰네.
春雨 봄비
終宵春雨午靡晴 밤새도록 내리던 봄비 오후되어 개니
慰洽田功不利行 흠뻑 흡수한 밭들 덕에 다니기 어렵네.
絶壑殘氷岩下釋 깊고 험한 계곡의 잔빙은 바위 밑에서 부터 녹고
高山餘雪霧中明 높은 산의 잔설은 안개 속에 빛나네.
零飄飛鳥愁翎濕 이슬비 타고 날아가는 새 깃털 젖을까 근심하고
凍解農家議麥耕 해동된 농가에선 보리 갈기 의논하네.
洗盡三餘塵垢去 독서3여(겨울,밤,비올때) 먼지와 묵은 때 다 씻어내
長江萬里一看平 장강만리가 하나같이 평평해 보이네.
遊山 산 놀이
春分已過服初成 춘분도 지나 새 옷 입으니
宿約遊程不欲更 놀이가자던 오랜 약속 이기지 못해
渡水登山勞力至 물건너 등산에 온 힘을 다해
緣崖攀木信笻行 벼랑끝 나무 더위잡고 지팡이 짚었네.
啼禽下上聲相和 산새들의 높고 낮은 울음 서로 어울려
淡靄迷茫樹互平 엷은 안개 망망히 흐려 나무로 편하네.
擧目未看花發處 눈들어 꽃핀데 찾으나 안보이고
餘寒澗道點氷明 추위 남은 산도랑엔 한점 얼음 있네.
戱題 장난 시제
背臨龍角案黃牛 집 뒷산은 용뿔 같고 안산은 황우산
湖上爲家伴白鷗 물가에 집 있어 백구와 벗하네.
忘世何妨貪麴蘖 세상 잊고 술을 탐한들 무슨 상관이랴
哦詩猶有尙儒林 유림들과 시를 읊으면 오히려 족하지.
新梅方發含春意 새 매화 사방 피니 봄 뜻 머금고
枯葉堪悲去歲秋 낙엽은 작년 가을의 슬픔을 견디네.
大地波飜心不定 대지가 물결쳐 나니 마음 안정 못해
莽榛歌曲便成詩 거친 노래들 곧 시를 이루네.
江村卽景 강촌의 경치
前秋枯葉積成堆 지난 가을 낙엽들 쌓여 언덕이루고
解釋春氷四漨開 봄얼음 녹아 사방 물모이기 시작하고
江景管人留鷺約 강 풍경 보는 이 백로와의 약속 남아
花香入室送蜂媒 꽃향기 방에 들어오니 벌들을 보내네.
鳥將孶尾移枝喚 새들 새끼 치려고 가지 옮아 우짖고
梅己放寒易地栽 매화 이미 겨울옷 벗고 땅옮겨 자라네.
百味辛甘任自去 시고 단 여러가지 맛 소임 절로 가
滿天風雨付寒灰 하늘 가득찬 비 바람도 내 감정의 움 직임 없어라.
詠春 봄을 노래함
春來春去任榮枯 봄가고 봄 옴은 무성함과 시듦에 달려
葉裡花開作畵圖 잎 속에 꽃이 피니 한 폭의 그림이네.
氷雪風霜經過劫 얼음 눈 바람 서리 몇 겁의 세월지나
甲茅根核若新蘇 띠싹 뿌리 눈 모두 새로 소생하네.
東帝行裝餘化杷 봄 주재 신의 짐속엔 칼자루 남아있고
南訛耕鑿供官租 밭갈고 샘파 여름 농사지어 세금내세.
物物陶甄鎔大冶 만물이 화성하고 크게 되게 하는
神功收斂寂如無 신의 공력으로 수확되지 않음이 없네.
田家 농가
兆民務本各隨時 만민이 때맞춰 해야할 근본 책무있어
南里北隣短短籬 남쪽마을 북쪽이웃 낮은 울타리
玉出崑崗人少採 곤강서 옥캐듯 인재 적게 나오고
金生麗水世無知 금생려수의 이치를 사람들은 모르네.
病瘳何患三年艾 3년 쑥이면 어떤 병도 낫는다 하니
下上須師七月詩 모름지기 7월이면 위 아래다 시인돼네.
斯萬斯千勤後得 천만번의 노력있어야 얻음이 있으니
家家贍足有如期 집집마다 충족시켜 남음 기약하리.
惜春 가는 봄을 아깝게 여김
居然歲月易駸駸 온통 세월 빨리 바뀌어
紅雨才晴綠草深 꽃적신 비 겨우 개니 신록이 깊어졌네.
江上典衣餘我興 강위에서 옷 맡기니 내 흥 아직 남아
夜來秉燭解他心 밤 되자 촛불 잡고 남 마음 풀어볼까?
正愁葉裡風飄蘂 잎속의 꽃술 바람에 다칠까 근심되고
莫笑林間夜抱衾 숲속에서 밤이불 덮는다고 웃지마시오
不老江山如太古 늙지 않는 강산은 태고 그대로
佇看萬物鬱叢森 만물 울창한 삼림 우두커니 보네.
中夜聞灘 한밤중에 듣는 여울소리
英雄不遇不平酬 영웅은 불우해도 보답 불평 않고
感此灘聲湧勇遊 여울소리 들으니 용기 솟아나네.
驀地鳴雷喧漸大 쏜살같은 우뢰 울음 점점 커지고
急流高浪少無留 급류에 높은 파랑 머물지 않을수 없네.
何心川澤東南去 마음은 왜 개울물따라 동남으로 가고
底事乾坤晝夜浮 어찌하여 해와 달은 주야로 떠있는가?
鳴咽寒波來刮耳 울부짖는 찬 물결이 내 귀를 깎아내
鐵衣空想幾多秋 갑옷입고 싸우는 공상 몇해나 했던고?
驟雨 소나기
驟雨不時自遠峰 갑자기 소나기가 먼 산부터 오니
靑山綠水幾重重 청산의 푸른 물 몇 겹 더하네.
懸崖雲動知留鶴 벼랑에 걸린 구름은 학이 머문듯 하고
蕭寺僧來報以鍾 쓸쓸한 절의 중이 와서 탁발을 구하네.
點點飄揚鳴澗瑟 여기저기서 산골물소리 번드치며 날고
聲聲灑落聽風松 솔바람 소리 들으니 마음 상쾌해 지네.
天公造化陰晴易 흐렸다가 또 개이는 천제님의 조화
脂滴林花戴露容 송진이 이슬모양으로 숲꽃 이고 있네.
晝眠 낮잠
鄲邯一夢反成空 한단지몽은 이룰수 없는 공허한 것
富貴浮雲流水同 부귀는 뜬 구름이나 유수와 한가지.
枕畔俄時能幾漏 갑자기 베갯머리 얼마나 적셨던가
江南千里靜無風 강남 천리가 바람 없이 고요하네.
心魂怳忽優遊得 마음 정신이 흐릿해 유유자적 얻고
世界鴻蒙靜聽聾 광대한 세계 귀머거리도 들을 고요함
似醉如醒方此際 흡사 취했다 깬 것 같은 지금
傍人莫使攪其中 옆사람더러 내오 흔들지 말게 하오.
憫秋雨 민망한 가을 비
無端秋雨亘支離 무단히 오는 가을비 지루하게 오고
結露成霜病葉悲 맺힌 이슬 서리되니 병든 잎 슬퍼지네.
點滴亂簷聲自鬧 낙수물 처마에서 시끄럽게 소리내고
頑雲遮日午難知 완고한 구름 해를 가려 몇시나 됐는지 모르겠네.
一年光景還堪笑 일년 경치 웃음 감내할때 돌아왔는데
九月潦霖怪不時 구월에 난데없이 큰 비 오는 장마
大地蒼生咸疾首 이 땅의 백성들 다 골치 아파 하는데
迷煙和霧接天涯 희미한 연기 안개에 섞여 하늘에 닿네.
感秋聲 가을 소리의 느낌
光陰不息一年秋 세월은 쉬지않고 흘러 한해의 가을와
草木刑官肯赦幽 초목의 재판관 사면을 허락하네.
有限靑春歸若夢 청춘은 유한한것 다 꿈으로 돌아가고
無情落葉下如流 무정한 낙엽은 아래로 흘러가네.
老懷少慰題詩軸 늙은 소회 시축으로 다소 위안되고
豪興偏多喚酒樓 호방한 흥나면 술집 부르는 편이 잦네.
今歲然然明歲又 금년이 이러할진데 내년도 또 같아
無端白髮上人頭 무단한 백발은 남의 머리에 내리네.
四時吟 4계절을 읊음
四時轉運暫無虛 4계절 순환이 잠깐새에 허와 무로 돼
相克相生自有餘 상생 상극이 절로 되고 남음 있네.
澤滿雲峰奇玩際 못 차고 산봉우리 구름의 묘한 장난과
月明松嶺秀揚初 밝은 달은 솔 산령 우뚝 솟았네.
天公百代無停止 하느님은 오래토록 정지함이 없으셨고
人事千年任起居 인간사 천년간 기거는 자유에 맡겼네.
葉落花開紅綠地 낙엽 지고 꽃피어 붉고 푸르건만
前人顔面後人疎 선인들의 면면 후배들은 생소하네.
偶詠 우연히 읊음
千林盡脫葉梢稀 온 수풀 탈진하니 나뭇잎 점점 줄고
始覺深秋各授衣 가을은 깊어 옷주는 9월임을 알겠네.
東水寥寥潮共逝 동쪽 강물 쓸쓸히 조수같이 사라지고
南雲寂寂雁同歸 남쪽 구름 적적히 기러기와 돌아가네.
隣傭編草斜陽走 이웃 일꾼 풀엮느라 석양에 분주하고
老菊凌霜短砌依 늙은 국화는 서리 깔보고 낮은 섬돌에 기대있네.
杖策悠然山見處 말채찍 쥐고 유연히 산 바라보는 곳에
堪憐白髮淚殘暉 백발에 눈물자국 비쳐 불쌍함을 참네.
對妓聽歌 기생의 노래 들으며
二八芳年唱妙歌 방년 16세의 기생 창 묘한 가락이라
男兒腸斷果如何 남아의 애간장 녹인다더니 과연 그래.
柳營更覺鶯聲細 다시 들으니 버들속을 노니는 가는 꾀 꼬리 소리 같고
花鳥應知蝶夢多 꽃과 새 나비꿈 많음을 응당 알리라.
喚酒加觴開皓齒 흰 이빨 드러내 술 청해 잔 더 돌리고
挑燈叉手轉秋波 심지 돋워 등불 밝히고 손 잡으며 넌 지시 추파를 던지네.
遊人未得長春節 노는 사람 아직 긴 봄철 못 얻어
恨見佳娥冷笑過 아름답고 예쁜 걸 보고도 냉소로 지나 치게 되니 한스러울 뿐이네.
冬寒夜吟 추운 겨울밤에 읊음
朔風蕭瑟肅千峰 삭풍은 소슬히 불어 온 산이 차고
衰暮應椎志士胸 늙어 쇠약한 지사의 흉중에 망치질해
林藪飄搖霜過劫 숲 덤불 펄럭거려 서리 너무 으르고
夜天寥寂漏鳴鍾 적막한 밤하늘에 물 자명종 울리네.
寒威今夕非常促 추위 떨치는 오늘밤 빨리가길 재촉해
冬至前年此日逢 작년 동지 후 이날 만났네.
爲愛籬過松與竹 울타리 너머 소나무와 대나무 좋기는
靑靑不變本來容 청청한 본래의 모습 변치 않기 때문.
自警 스스로 경계함
立心每欲自無欺 매양 마음에 새긴바 양심 속이지 않기
神目煌煌電視之 신의 눈 번쩍이는 전기처럼 보고 있네.
處世還羞謙退乏 처세는 수치와 겸양과 물러나 부족한 듯이 하고
看書常恨進修遲 책을 읽어 항상 수양 진전의 늦음을 한하네.
凋殘草木當寒冽 잎 떨구지 못한 초목은 찬 추위 겪고
分析山河又亂離 쪼개진 산하에 또 난리네.
春去秋來如一夢 봄 가고 가을 옴도 한바탕 꿈 같아
悠然惹起世人悲 유연히 세상 사람들의 슬픔 일어나네.
詠江過石丈 강 지나 석장을 읊음
重重石丈掩苔衣 층층의 석장은 이끼 옷에 덮혀 있고
背負靑山長蕨薇 청산은 등에 긴 고비와 고사리 지고 있네.
楓映深淵魚聚躍 고기 모여 뛰는 심연엔 단풍이 비치고
雲生懸壁鶴飜飛 구름 이는 절벽엔 학이 날아 오르네.
應多雷雨驚潮劫 응당 많은 뇌우 놀란 조수 으르고
幾送遊人駕棹歸 몇 보내는 벗들 가마로 배로 돌아가네.
鷗鷺留盟終不變 갈매기와 해오라기의 남긴 맹약 끝내 변함 없고
明沙飛集雪霏霏 깨끗한 모래톱엔 함박눈이 펄펄 날아 쌓이네.
輓巨村金兄 거촌사는 김형 만시
公逝儂如百病叢 공은 나처럼 여러 병을 끼고 가셨으니
人間生死亦忽忽 인간의 생과 사는 역시 갑작스럽네.
功夫不出安吾分 공부 뛰어나진 못해도 안분지족 알아
事業無他勅我躬 따로한 사업 없지만 내자신 타일렀네.
擧世浮華堅志白 온 세상 경박하고 화려해도 깨끗한 지 조 굳으셔
一鄕哀慕送旌紅 온 고을 애모의 정 붉은 명정 보내네.
齊家勤儉遺其後 근검한 집안 다스림 후대에 남기시고
肖子佳孫繼繼中 본받은 아들 이쁜 손자들 대대로 이어 가네.
歲暮有憾 년말에 감회 있어
奔忙氣候任天翁 매우 바쁜 24절기 하느님께 맡기고
替代光陰不暫空 세월 바뀜이 잠시도 쉼 없네.
日値大寒年暮際 날은 곧 대한의 세모때
時過冬至線添功 때는 동지를 한참 지났네.
一陽動得昭回地 하나의 양기가 움직임을 얻어 밝은 빛 이 하늘을 도는 땅에
萬竅颼飅栗冽風 온 골에 바람소리 찬바람에 떨리네.
植物先含春意思 식물은 봄 뜻을 먼저 품고 있어
寒梅爭發玉盆中 겨울에 피는 매화는 옥분에서 다투어 피네.
乙亥除夕 을해(1935)년 섣달 금날 밤
流光如矢易忽忽 세월은 날으는 화살처럼 문득 바뀌어
歲暮還悲一夢同 세모되니 시름 다시 돌아와 꿈과 같네.
奈爾飛霜群首白 어찌하여 서리날려 흰 머리 되었나?
遽然斜日萬街紅 아! 드디어 해 기우니 모든 거리 붉네.
星辰移度由常理 별자리의 움직이는 법도 당연한 이치 로 말미암고
天地無停造化功 천지가 쉼 없으니 천제의 조화 덕이네.
去者不來來者去 돌아간 사람 오지 않고 온 사람 가니
人生從此古今翁 인생도 이후엔 고금의 늙은이 되겠지.
夜雪 밤 눈
積雪如城寔可憐 성처럼 눈이 쌓여 참으로 가련하네
自黃昏始亘朝煙 어제 저녁부터 시작해 아침까지 오네.
重重鹽虎千岩上 온 바위엔 겹겹이 소금 호랑이 있는듯
白白梨花萬木懸 모든 나무엔 흰 배꽃들 달려 있네.
巨壑無端平似坦 큰 골짜기도 끝없이 평탄한듯 하고
短墻那得露其顚 낮은 담장은 어찌 그 꼭대기에 이슬을 또 얹었는가?
浮浮赫赫謾成畵 힘차고 혁혁한 그림 그린줄 알겠고
換作弓形但乏絃 활줄 없는 활 모양으로 바꿔 만들었네.
立春 입춘
立春生菜熟心籌 입춘되니 생채들 셈해보는 마음 익고
寒盡應桸挾暖裘 추위 다했으나 갓옷에 구기 끼고있네.
華軸今時題舊容 화려한 시축 이번 제목도 옛모습이고
淸朝何日賀新旒 언제나 맑은 조정에 축하 깃발 올릴까
稚梅已放珠人弄 어린 매화 이미 꽃망울 터뜨려 웃고
殘雪先消野馬浮 잔설이 먼저 녹아 아지랑이 뜨네.
佳節思親尤倍昔 좋은 때면 우선 어버이 그리는 정에 옛 생각이 갑절 더하고
慈親追慕更垂頭 어머니 추모함에 또 머리 떨구네.
中夜無眠 한밤중에 잠없음
長夜無眠讀古書 긴 밤 잠 안 와 고서를 읽노라니
東天曉月上階除 동녁엔 새벽달 떠 섬돌위에 이르렀네.
鳴鷄已證來寅際 닭이 우니 이미 인(3-5)시 쯤이겠고
殘雪猶存過臘餘 잔설 아직 있는걸 보니 섣달은 지난듯.
當世安危堯問野 현재의 안위는 요임금이 들에서 묻듯 하고
深山草木舜同居 깊은 산의 초목도 순임금과 같이 사네.
萬緖千端爭起慮 오만 잡생각 다투어 일어나서
四分岐路問何如 네 갈래 갈림길에서 어찌할바를 묻네.
惜光陰 세월의 애석함
循環物理豈徒然 순환하는 사물 이치 다 부질없고
開落榮枯摠是天 꽃피고 낙엽지는 영고성쇠는 모두 하 늘이 하는 것.
萌芽甲裡迎來馥 껍질 속의 씨눈 향기 맞으러 왔다가
積葉岩間嘆去年 바위 사이 쌓인 낙엽 작년을 한탄하네.
叢集萬民居此廣 모든 백성 모여 사는 이 너른 땅
迷茫四海補其遷 아득 망망한 4해(海) 옮겨감을 돕네.
左右何時意合一 좌우가 언제나 뜻이 맞을까
紛擾世界暗塵煙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계 어두운 먼지 연기 덮여있네.
卜居 살만한 곳
人和謙讓里淳風 인화와 겸양의 순박한 풍속있는 마을
別界鎔成大冶中 인재 녹여 큰 그릇 만드는 딴 세상.
夏看沙鷗飄雪白 여름이면 모래위에 백구 보이고 겨울 이면 흰 눈 펄펄 날리고
春栽花木映階紅 봄이면 꽃나무 심어 섬돌 붉게 비치고
雖多暇日詩還澁 비록 쉬는 날 많아 시 난삽하더라도
每作風流酒不空 매 풍아 때마다 술 안 빠지리
安得康衢煙月好 편하고 좋은 태평 세월 맞아
暮年輕煖與人同 사람들과 더불어 따스한 세모 맞는 곳.
仲春早起 2월에 일찍 일어나서
鷄鳴喔喔報晨朝 꼬끼오 닭 우니 새벽 아침을 알리고
西邦半輪已渡橋 서녁의 반달은 이미 다리를 건넜네.
市近歌聲驚遠夢 시장쪽에서의 노래 소리에 꿈 깨니
更深風伯響柔條 바람신의 유장한 휘파람소리 또 나네.
思窮世念無時定 세상살이에 대한 온갖 생각 때 없고
酒渴詩情卽地消 술 취해 목마른 시정 바로 해소되네.
民事天工相與反 인간사와 하늘 하는 일은 서로 달라
麥耕方至節還遙 보리 갈 계절은 아직 멀었네.
春宵感物 봄 밤의 느낌
深宵未覺夜其中 깊은 밤 잠 안 깬 한 밤중에
起視天門月映空 일어나 하늘 보니 허공에 달만 비추네.
聊識春光寒後暖 애오라지 봄 볕은 추운 후 따뜻해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可憐人事達由窮 가련케도 인간사는 궁함에 이르네.
羲墟日出寅賓至 해는 일출 언덕으로 삼가 인도하고
析木氷開泰運通 나무 쪼개고 얼음 녹여 큰 운 통하네.
萬物誰非東帝力 만물은 누가 봄의 힘 아니라고 하리
甲芽根核盡神功 새싹과 근핵 다 신의 공력일세.
送故人 오랜 벗을 보내며
勞亭日出霽雲煙 피로한 정자 해뜨니 구름 안개 개이고
送客傷心況老年 더우기 노년에 손님 보내는 상심이란
數曲悲歌親友別 친구와 헤어지며 몇곡의 비가를 읊고
一樽情味美人傳 은근한 정 술 한잔 미인에게 전하듯.
行塵散後懸陳榻 행차 먼지 날린 후 귀한 손님 맞아
吟軸收時掃硯田 틈내어 시축 읊고 붓을 휘두르네.
知己如今難會晤 참다운 친구 지금처럼 허물없이 만나 얘기하기 어렵운데
來何不易去悠然 오기 쉽지 않은데 그리 유연히 가는고
詠春 봄을 읊음
東君陽德徧多方 태양 신의 양기 두루 다방면에 미쳐
自樂群生大有光 뭇 생명들 큰 빛있음을 절로 즐기네.
萬國逢春花吐萼 온 세상 봄을 맞아 꽃들 토하고
千林和氣鳥回翔 수풀도 화기로와 새들 빙빙돌며 나네.
物理繁華眞活潑 만물 이치 번화하고 참으로 활발해도
風塵消息轉凄凉 세상 소식 들으면 처량해 지고 마네.
菊露書成前世史 국화 이슬은 전대의 역사 기록하고
浮雲流水劫灰忙 뜬 구름 같은 인생과 유수같은 세월
영겁토록 쓸데없이 바쁘기만 하네.
戱題 장난삼아 지은 시
材難今世少完全 인재난을 겪는 요즘 완전함 적고
無義人生但識錢 의리 없는 인생들 단지 돈만 알아
有意千林深淺萼 수풀들의 깊고 얕은 꽃받침의 의미와
無端萬壑暮朝煙 온 골의 까닭 없는 아침 저녁 연기의 의미를 아는가?
營爲謹拙臨江屋 강가집에서 일 경영함이 삼가 서툴어
所計蹉跎負郭田 계획한 바 기회를 잃고 성 근처의 기 름진 땅에 산다네.
光景蕭條流水逝 광경은 쓸쓸하고 물 흘러 가니
傾樽欲借醉中眠 욕심 빌어 잔 기우리고 취중에 잠드네.
江村 강촌
江村茅屋定之房 강촌에 조그만 집짓고 방을 정하니
多事生民日事忙 백성들 살림살이 일 많아 매일 바쁘네.
杜子花江吟夏熱 더운 여름에는 두보의 꽃과 강을 읊고
蘇仙赤壁賦秋凉 찬 가을이면 소동파의 적벽부를 읊지.
農家計策勤三足 농가의 계책은 여름 석달부지런하면 되지만
志士經綸在四方 지사는 4방의 경륜이 있어야 하네.
負岸高低蓬蓽下 우리집 밑에 높고 낮은 언덕을 지고
浴鳧飛鷺護葭蒼 울창한 갈대에 숨어 오리는 목욕하고 백로는 날아가네.
暮春 늦봄(음력 3월)
岡梧堤柳立齊齊 언덕에는 오동나무, 뚝에는 버들이 가 지런히 서있고
日出東頭影在西 동녁에 해뜨면 서쪽에 그림자 비치네.
衆綠方新園裏潤 푸르름 중에서 새 밭속은 윤택해 지고
殘紅但見葉中棲 덜진 꽃들 잎 속에 깃들여 있네.
弄波魚隊千鱗躍 물결 희롱하는 고기떼 비늘 번뜩이며 뛰어 오르고
織縷鶯梭萬柳低 꾀꼬리는 베짜듯 버들가지 들락거리네.
秉燭古人良有以 촛불 잡은 고인 진실로 까닭이 있어
春三如夢又晨鷄 춘 3월이 꿈같은데 또 새벽닭이 우네.
卽景 눈 앞의 정경을 읊음
春光夏節萬邦齊 초여름철의 봄볕 만방을 고루 비춰
日月東來復向西 해와 달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가네.
蝴蝶夢過乳燕到 나비꿈 지나자 제비새끼 돌아오고
杜鵑花盡野鳩啼 진달래꽃 지자 산비둘기 우네.
芭蕉葉葉迎風展 파초는 잎마다 바람맞으러 펼쳐있고
楊柳絲絲帶露低 수양버들 가지마다 이슬 낮게 맺혔네.
萬物群生皆自得 모든 살아있는 만물들 스스로 뽑내고
母鷄將子飮田溪 어미닭이 병아리 데리고 밭도랑에서 물마시고 있네.
卽事 그자리서 읊음
光陰變易似飜棋 세월 바뀜이 바둑 뒤집듯 하고
四月南風大麥時 남풍 부는 4월 보리 고개철.
富屋炎凉猶畏速 부자는 오히려 기후 빠름을 겁내고
窮廬歲月莫謾遲 가난한 집은 세월 늦게가지 말라하네.
鶯梭細柳成綺幕 꾀꼬리는 세류 사이 오가며 베짜 비단 장막 만들고
鵲挽新雛入厚枝 까치는 새끼둥지 위해 두꺼운 가지 물 어 나르네.
世上人情無別路 세상 인정은 다른 길 없으니
遂通物理不須師 물리 통했다면 선생 따를 필요는 없지.
圍碁 바둑
老少分持白黑名 노소가 흑과 백 이름 나눠 갖고
勝心爭發不均平 서로 이기려고 싸우니 불공평하네.
西驅不利還東走 서쪽 쫓다 불리하면 동쪽으로 달아나
他殺何如自己生 어찌하여 남 죽이고 자기 사는가?
尋常譎計全枰意 예사로이 온 바둑판에 속임수로써
三百餘田作戶情 3백여 밭에 집 짓는 심정.
專心致智賢乎己 자기집 키우려 온 슬기다해 마음 쓰니
莫念靑天鴻鵠橫 푸른 하늘에 영웅호걸 꿈꾸지 않네.
送宣城客 선성 손님을 보내며
逢時歡樂別時憂 만나면 기뻐 즐겁다가 헤어질땐 근심
數夜談論未盡遊 며칠 밤 얘기해도 다 못한 놀이
去路休呼西出曲 가는 길 쉬면서 서양 노래 부르고
離情應繫故園舟 이별의 정 응당 옛 동산 배 맨듯하네.
俄於店裡分盃洽 갑자기 가게 뒤에서 술잔을 나누고
更向橋頭問水流 다시 다리곁으로 가며 물흐름을 묻네.
安得從容塵外地 마땅히 자연스럽고 태연히 속세밖에서
淸風長夏上高樓 긴 여름 청풍부는 높은 루각에 노니세.
望雨 비를 바람
水旱亶由氣數然 물가뭄은 오로지 운수려니 할수밖에
田功荒廢四無遷 밭농사 황폐해져 사방이 다 바뀌었네.
嗷嗷洽月同人恨 둥근 달 보며 뭇사람들의 근심하는 소 리 뜻 같이하는 이들 한스러워 하고
樂樂何時大有年 어느 해나 풍년들어 즐길 수 있을까?
依北斗望須杲日 모름지기 북두성을 중심으로 도는 밝 은 해를 보니
顧西帝眷倘非天 서쪽하늘 돌아보고 혹시나 싶어 또 봐 도 비올 하늘이 아니네.
川源盡渴脩條暵 샘물도 이미 말라 긴 잔가지 말리고
恐或山村不繼煙 산촌에서 밥짓는 연기 끊길까 두렵네.
恨老 늙음을 한함
衰年譬若醉霜楓 쇠령을 서리맞은 단풍에 비유하는데
雖老驥心脫櫪中 비록 늙었어도 마굿간 벗어나 천리마 타고 달릴 마음이라네.
往迹依微歌舞席 노래하고 춤추는 자리 가는 일 적고
虛靈進退帝王宮 허한 정신 옥황상제궁에 드나드네.
春光已矣蒼葭白 봄볕인데 이미 푸른 갈대 희어지고
楡景居然落照紅 느릅나무 배경에 낙조 그대로 붉네.
閱朔經霖兼此旱 달걸이로 장마지고 이런 가뭄 지나
食民心事亂如叢 먹고사는 백성들 마음 떨기처럼 어지 럽네.
嘆雨少 비 적음을 탄식함
焦餘少雨卽因晴 적은 비오고 개이니 타는 듯 하고
紅日時時杲杲生 붉은 해 때때로 생생히 밝아있네.
萬壑雲歸鶯樹綠 온 골짜기 구름과 꾀꼬리 나무그늘 찾 아 돌아오고
百川潮落鷺沙明 모든 시내 물결 잦고 백로는 밝은 모 래사장 위에 앉네.
江山難得膏油澤 강산은 기름 같은 못물 얻기 어려워
草木猶含愛惜情 초목들 오히려 물머금길 애석해 하네.
納稼滌場知不遠 이삭 거둬 씻는데를 앎이 머잖으니
號令旱魃使人驚 가뭄신의 호령에 사람들 놀래키네.
病中吟 병중에 읊다
衰筋何事乏精眞 쇠약한 근육은 왜 참 정기를 없애나
謾說曾前少壯春 공연히 왕년의 젊었을 적을 얘기하네.
形旣孤枯酸骨節 뼈마디는 쑤시고 형체는 고목같이
年隨氣候換星辰 절후는 해마다 별자리 따라 바뀌네.
七旬如夢時常促 7순이 꿈처럼 시간은 항상 재촉하고
百伎多方日見新 다방면의 온갖 기예 날마다 새롭네.
屈指同庚今幾在 지금 살아있는 동갑내기 셀수 있으니
靑山歷歷哭同人 청산은 역력한데 뜻 같은 이 통곡하네.
戱題 장난삼아 읊은 시
衰年思昔似談龍 늙으막에 생각하니 옛날은 구름잡는 얘기 같은데
老去形骸病幾重 늙어가며 중병 든 몰골이라니
豫算棟樑兼柱石 어려선 동량과 주춧돌 되려 했었고
前期鼎食又鳴鍾 젊어선 여유로운 생활과 남에게 돋보 이려 했네.
衣冠道路皆陳跡 의관이나 도로 다 지난날의 자취이고
山水煙霞尙舊容 산수경치는 항상 옛 모습 일세.
滿月繁華多變態 보름달도 화려히 많은 변태하고
秦瓜夏杞盡經冬 진의 오이나 하의 구기자 다 겨울을 지나왔네.
自遣 자위
奔波砥柱故難支 세찬 파도속의 지주산처럼 자고로 난 세에 절조 지키기 어렵고
扶植綸綱孰與期 확고히 세운 법도와 기강 어느 쪽을 기대할까?
態度依然虛面好 의연한 태도에 사람 좋은 얼굴
神明應是此心知 신명에 따라 이내 마음 안다네.
飯禾嘗旨安能飽 쌀밥에 맛있는 것들 배부르지 않으리
咬菜茹辛尙不飢 가난해도 나물 먹으니 주리진 않네.
慾浪滔滔今世上 이 세상은 욕심의 도도한 물결이니
擊壤何得太平時 언제나 태평세월 만나 풍년가 부를까?
田家卽事 농가의 즉흥시
田家雨霽闢晨扉 농가에서 비개니 새벽에 사립문 열고
禿盡農人短褐衣 민대머리 농부 짧은 베옷 입었네.
點水蜻蜓隨水下 물따라 고추잠자리 물을 차며 날고
橫波鳧鴨蹴波飛 파문 그리던 오리들 물결 차고 나네.
煙濃萬樹鶯聲歇 자욱한 연기 온 나무에 꾀꼬리도 쉬고
鋤荷千郊野笠歸 너른 들판에 삿갓 쓴 농부 호미 메고 돌아 오네.
無麥無牟春事歉 보리안되면 보리없으면 봄농사는 흉년
西成豊作在天機 가을에 오곡백과가 풍작이 되는건 하 늘의 비밀일세.
待客至 기다리던 손님이 옴
宣城有客到江城 선성의 손님이 강성에 오셨네.
時是農家已畢耕 때는 바야흐로 농가의 밭갈이 마쳤네.
久阻三春懷不勝 오랫동안 소식없어 봄 석달간 소회 이 기지 못해
長程二舍路何輕 두 집간 먼 여정길 얼마나 가벼우리.
言辭至簡知無已 언사는 지극히 간결해도 만부득했음을 난 알아
書札多情勝有聲 다정한 편지 대면함만 못지 않네.
額手鉤簾兼掃席 경의 표하면서 발 걷고(방으로 모셔) 방석 먼지 쓸며 자리 권하니
也應斜日是君行 석양에 응대함이 꼭 임금 행차일세.
省齊權相翊輓 성제 권상익 만시
中華儒韻走東隅 중국의 유학과 시운들 동방에 달려와
洙泗眞源後學收 진짜 근원인 공자의 유학으로 후학들 거두었네.
汁晴山今又逝 갠 산 지음지기 얻었다 지금 또 가니
行人無楫泛中流 가려는 사람들 노없어 가운데 떠있네.
究窮正學不探玄 유학을 궁구해 노장학은 탐하지 않아
韓末儒賢莫敢先 한말의 유학자 중 (선생보다)앞선이 있을까
百鍊眞工功自在 거듭 단련한 진짜 공부 공로 그대로
令名應使後人傳 훌륭한 명성 사람들로 하여금 후세에 전하리.
深秋卽景 늦가을 경치를 바로 읊음
南飛鴻雁怕寒情 추위 겁나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露下天高月益明 서리 내린 하늘 높고 달 더욱 밝네.
滿浦蒼葭洄溯地 물 거슬러 올라간 늪엔 갈대 가득하고
近山黃葉落來聲 가까운 산 낙엽 떨어지는 소리들리네.
霖天水國皆前劫 전에 겁나던 장마 때 온통 물바다나
花事林園盡古名 나무동산의 꽃들 다 옛 이름 되었네.
物物於人催暮景 사물들 사람에게 저녁경치 재촉하고
霜風拂地打江城 서리 바람 땅에 불어 강마을을 치네.
深秋吟 늦가을을 읊음
蕭瑟林容古國城 소슬한 숲 모양 쓸쓸한 옛 성 같고
秋風幾度誤蒼生 가을바람 여러 번 백성들을 그르쳤네.
黃花節守籬過在 국화꽃은 절개 지켜 울밖에 피어있고
老柿霜酣巷裡明 빨간 홍시는 서리 즐기며 마을 뒤에 있네.
嘒嘒寒蟬吟露啞 가냘픈 쓰르라미 이슬 놀라 울고
蕭蕭落葉下皐聲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 고복하는 소리.
騷壇有酒無肴處 문단이란 술은 있되 안주는 없는 곳
網取銀鱗煮小鐺 그물로 물고기 잡아 작은 솥에 삶네.
秋盡有憾 가을 다한 감회 있어
四時行政自無艱 사계절 돌아감은 스스로 어려움 없어
容易飛霜打萬山 쉽게도 서리 날려 온 산을 치네.
長夏繁華飄樹葉 긴 여름 무성히 팔랑이던 나뭇잎도
三秋淸景盡江關 늦가을 맑은 정경 강 문에 진하네.
未看黃鳥穿楊去 꾀꼬리도 버들 뚫고 들어가 안보이고
只有丹楓老菊班 지금 단풍과 늙은 국화로 나눠 있네.
分刻連催來又去 촌각을 나눠 오고 감을 계속 재촉해
玄冬替代一宵間 겨울로 바뀌는 건 하루밤 사이라네.
初冬卽景 초겨울 경치를 읊음
水落江干鳥啄苔 물떨어지는 강가에선 새가 이끼 쫏고
驚濤觀漲在安哉 파도 놀라 물살 보며 다시 안심하네.
白雲收影三秋盡 백운도 가을 다한 그림자 거둬들이고
黃菊留香十月來 황국은 10월 지나도 향기 남기네.
萬里塵晴全世穩 만리 먼지 맑아 온 세상 온편하고
千山葉脫舊容開 온 산도 낙엽 벗고 옛 모습 보이네.
化翁不倦推時節 노인됨도 계절에 밀려 게으를수 없어
寒暑如期每每回 춥고 더움 때대로 매번 매번 도네.
詠懷 소회를 읊음
人間無盡去來年 사람의 가고 오는 해 끝없고
世道如波泛小船 세상의 도 파도에 돛단배 띄운듯 하네.
興替榮枯元有數 영고성쇠는 원래 운수에 있고
陰陽寒暑摠由天 음양과 추위 더위 모두 하늘 말미암네.
繁華浪跡渾如夢 번화한 격랑의 자취 꿈처럼 섞여있어
利慾浮心摠是錢 모두 이익 욕심, 돈에 마음 들떠 있네.
樂道安貧無異術 안빈낙도에는 다른 술법 없으니
壺筵何似醉醒眠 술자리에서 왜 취하고 깨고 잠드는가?
窮居野翁 촌에 사는 가난한 늙은이
窮廬處士好公論 가난한 집 선비님 공론만 좋아하더니
岸幘塵巾下上村 아래 윗마을 모두 먼지 묻은 두건 벗 고 흉허물없이 지내네.
靑春眼霧非前見 청춘의 눈은 흐려져 전처럼 안보이고
白髮頭霜革舊痕 머리에 서리맞은 백발은 늙은 옛 상처
繙看虞夏興亡史 되풀이해 우, 하나라의 흥망사를 보니
謾說朱陳子女婚 우스개 말로 주씨 진씨의 자녀 혼사네.
朝日映窓牛養突 아침해는 소기르 듯 불쑥 창에 비치고
芭蕉盆下戱兒孫 파초 분 아래서 손자들과 놀고 있네.
無題 무제
生斯長此野人同 나서 자라는 건 야인들과 같은데
堪愧吾身老蓽蓬 내 몸 가난한 집에서 늙음이 부끄럽네.
驥志嘶風留櫪裡 바람 우는 구유 속에서 머무는 천리마 의 달리고픈 뜻이나
鵬心博翼擬在天 하늘에서 날개 잡힌 붕새의 마음을 헤 아려 주오.
欲莫諸景通遐眺 모든 경치 두루 멀리 조망해 보고파
不勝多懷立晩風 많은 감회 이기지 못해 저녁바람 맞고 서 있네.
叔季風潮搖瀁際말세의 풍조 떠도는 때에
倘非守義反招窮 혹시 의를 지키면 반대로 궁함을 초래 하는건 아닌지
雨後吟 비온 후 읊음
無分潦霽好淸遊 분간할 수 없던 큰 비 개이니 고상한 놀이가 좋고
湖海東南水似流 동남으로 흐르는 물 마치 호수 바다네.
寓興江山尋僻處 흥 핑계로 강산 깊숙한 곳 찾아
托盟鷗鷺下長洲 은거해 갈매기와 벗하자는 말대로 긴 모래톱에 백로 내려 앉네.
侶鰕友鹿紛紛世 새우와 사슴이 짝 벗하는 분분한 세상
詠月吟風歷歷秋 음풍농월하는 가을 역력하네.
茅屋低低槐竹裏 낮은 초가집 아래 괴목과 대나무 뒤
鳴鳩乳燕任居留 산비둘기 재비새끼 임시 거처 머무네.
散步江郊 강있는 교외 산보하며
山容經雨更靑新 비온 후 산모양 더욱 푸르름 싱싱하고
分付奚童始出津 분부받은 아이 종 나룻가로 가기 시작 하네.
湖社呼觴謀醉容 호반 주막서 잔불러 취하려는 이
章臺贈別折楊人 기생 전별하며 버들가지 꺾는 사람.
鶯歌已盡千林夏 여름철 온 숲에 꾀꼬리 노래도 진하고
花事多煩萬樹春 봄엔 모든 나무들 꽃일 번다했네.
憶昔靑蓮愚婦歎 옛 푸른 연꽃 회억하며 촌부 탄식하고
辭家何日入西秦 하직하고 집 떠나 언제나 서쪽 진나라 에 들어 갈까?
待人遲遲 기다리는 사람 늦어짐
恨吾無翼不能飛 내 날개없어 날지 못하는게 한스러워
三舍長程趁晩歸 셋집 거리인데 밤늦어서야 돌아왔네.
老境燥心恒若此 늙으막의 조심성 항상 이와 같아
少年行李每多違 젊은이들 짐보따리 매번 크게 다르네.
遊魚吹浪波紋細 노는 고기 파랑먹다 가는 물결지우고
白日當天樹影稀 한낮의 하늘엔 나무 그림자 드무네.
步步馳思愁織路 근심 짠길 걸음걸음 달리고픈 마음
斜風時拂薜蘿衣 빗겨부는 바람에 은자의 옷 떨리네.
細雨 가랑비
纖纖飛雨灑山庭 가냘프게 날리는 비 콧대를 씻고
浥盡輕塵醉若醒 먼지 축일정도의 적은비 취한듯 깨네.
似露霏霏看不見 흡사 이슬처럼 많이 내려 보려고 하나 보이진 않고
如絲細細聞難聽 실처럼 가늘어 듣고자 해도 안들리네.
移時蕉葉才流汗 철 지난 파초 잎의 조금 흘리는 땀이
積累茅簷始作零 누적됐다가 초가 처마에 물방울 맺히 기 시작하네.
慰滿三農農者慶 어루만지고 채워주는 3농 농부의 경사
稚秧處處本心靑 곳곳에 어린 모들 본심이 푸르네.
醉題 취해서 지은 시
凡民營利幾秋春 뭇 백성 영리 도모한 것이 그 몇해
各自謀生爲我身 내 몸 위해 각기 생계 방도 세우네.
耕野耘田誠素計 들 갈고 밭 김메서 성실 소박한 설계
生男敎子是同隣 아들 낳아 이웃과 자식 가르치리.
無端疎雨愁啼鳥 성긴 비에 무단히 우는 새 근심하고
底事狂風惱衆人 어찌하여 광풍은 뭇 사람 고뇌케 하나?
有飮休令歸佚宕 금주령은 번갈아가며 해를 끼치고
書中酒誥戒君臣 책 속에도 군신간에 술을 경계하라 이 르셨으니.
自遣 자위함
持心主靜此身安 주로 고요한 마음을 가지니 이몸도 편 안하고
日事遺篇理義看 날마다 옳은 도리의 유저 보는 일
斷髮文身寧本意 머리 깎고 문신함은 정녕 본 뜻
改巾易服總新官 옷 모자 바꿔 쓰고 입은 모두 새관리
園深綠竹琴通韻 정원엔 푸른 대 우거져 거문고 소리 나고
宅近靑山鳥語欄 집 근처 청산엔 새소리 울타리
雜遝塵音都不上 분잡한 속세 소리 도무지 안 올라오고
江干五月閣生寒 강변의 5월 집 한기 생기네.
江居 강변에 삼
臨江卜築水樓淸 강가에 좋은데 골라 지은 수각 맑아
忘暑閑如世外情 더위 잊고 한가해 마치 세상 밖 정경
波闊遊魚能作隊 넓은 파문 그리며 노는 고기 떼이루고
林深啼鳥不知名 숲 속 깊이 이름 모를 새 우네.
風霜雨露皆隨序 비 바람 이슬 서리 다 순서 따르고
鱗介羽毛各做生 어류 갑각류 금수류 각각 지어 살고
車轍紛紛唯利急 오직 이익 급급해 차바퀴 어지럽고
長程絡繹暮朝行 아침부터 저녁까지 큰길엔 인마 끊이 지 않고 다니네.
夏日卽事 여름 날의 즉흥시
一詩兼日未能成 하루 종일 시 한 수 완성 못하고
惱此潦炎久未晴 오랜 장마철의 무더위 안 개어 괴롭네.
綠水閑情渠白鷺 푸른 물은 어찌 백로의 한가한 정이 아니리
淸陰妙曲爾黃鶯 서늘한 그늘에선 노란 꾀꼬리 묘한 곡 조로 노래하네.
千郊稼穡農功半 온 들에 곡식 심고 거두는 일은 농부 의 공이 절반이고
萬里蒸雲接地平 만리의 증기 구름 땅에 평평히 닿아
酷熱侵人安得退 사람에 침노하는 혹심한 열기 마땅히 물러날 것
夕陽猶喜渡江橫 오히려 석양 기뻐하며 강을 가로질러 건너네.
觀漲 큰물 구경
溪添潦水不通船 개울물 불어 큰물지니 배 못 다니고
處處苔機鷺踏氈 곳곳이 이끼 틀 백로는 담요 밟는 듯
軟草依墻泥共滑 담장 기댄 연한 풀 진흙처럼 반드럽고
警濤擊岸雨爲緣 비로 인해 파도가 강둑을 치니 조심스 럽네.
禾登四野豊全世 사방 들에 벼 익어 온 세상 풍년들고
露滴千林啞晩蟬 온 숲의 이슬 방울에 늦 매미 우네.
南北相望村左右 남쪽의 좌우 사람들 북촌을 바라보며
隔津消息少人傳 나루 건너의 소식 인편 전함이 적네.
詠梅 매화를 읊음
欲攄塵慮上梅壇 속세 근심 화단의 매화 위에 펴려하고
節晩其査撚馥難 계절 늦은 그 사실 향기 꼬기 어렵네.
雪拍琦窓傳臘信 기창에 눈때리며 섣달 소식 전하고
珠懸沃水耐春寒 흐르는 물에 매달린 구슬 봄추위 참네.
暗香能作千花冠 은은한 향기는 뭇 꽃의 우두머리
冷蘂空懷萬里鞍 찬 꽃술의 헛된 감회 만리나 달아나네.
在近群芳渾失色 근방의 많은 꽃 온통 빛을 잃고
橫斜疎影月光殘 달빛에 비낀 희미한 그림자만 남았네.
採藷芋 고구마를 캐며
根團如橘葉如煙 뿌리덩이는 귤같고 잎은 담배잎 같은
今歲藷豊勝過年 금년이 지난해보다 훨씬 고구마 풍작.
富者邱山猶不滿 부자들은 오히려 언덕산이라 불만이나
貧家斗斛喜相傳 가난한 집에선 얼마 안되는 분량이라 도 서로 기쁘게 전하네.
怠慵等棄膏油地 게을러서 기름진 땅을 등한히 버리고
勤力多收瘠薄田 척박한 밭에서도 부지런히 힘써서 많 은 수확 거두네.
餘積又爲商賣利 여유분은 쌓아 놓았다 상인에게 파니
平分都市共歡然 공평히 나눠 도시민들께도 같이 즐기 도록 한다네.
喜晴 날 개임을 기뻐하며
閱朔長霖始捲雲 한달여 긴 장마 구름 걷히기 시작해
望中看日泰天君 바라던 중 큰 하느님과 해를 보겠네.
農功幸免歸全損 농사일 다행히도 완전 손실은 면하고
歲色居然已半分 이미 금년 작황 온통 반밖에 안되겠네.
黃潦迷茫徵往劫 걷잡을수 없이 아득하던 누런 큰물 겁 거두어 가고
蒼生悅喜便成群 만물은 무리들 데로 기뻐하네.
何況無常今世雨 하물며 오늘날의 비 무상하여
灘聲惱耳欲無聞 여을 소리 귀에 솔아 듣고 싶지 않네.
湖上會話 호수위의 이야기
華章一麓別開天 화려한 문채 한 산기슭 딴 하늘 열고
倣得王維古網川 개울에 옛 그물을 쳐서 시인 왕유를 본받아 얻었네.
誠薄窮廬投井轄 성심 적은 가난한 집 손님 머물게 해
地惟赤壁降文仙 오직 땅은 적벽같아 시선이 강림하네.
白衣靑眼相尋際 벼슬 안한 절친한 벗 서로 찾을 때
明月淸風誰送傳 청풍명월을 누구에게 전해 보낼까?
信宿團欒叢柱社 이틀밤을 묵으며 온 단체의 기둥들 둘 러 앉아서
瓊詞滿幅互爭先 서로 먼저 아름다운 글로 한폭 가득 채우려고 다투네.
臨江卜築樂吾天 강변 좋은데 가려 집 짓고 내 즐기며
日見群鷗下上川 매일 아래 윗 강에 백구떼 보네.
叔世寄身多愧古 말세에 살며 옛날 많이 부끄럽고
佳賓下榻不須仙 좋은 손님 극진히 대접하느라 모름지기 신선 못되었네.
峨洋兩美三分合 둘다 아름다운 산과 물 나눠졌다 합쳐
風月雙淸百代傳 풍월 다 깨끗이 영원토록 전하세.
徹夜靑燈論甲乙 청사초롱 밝히고 밤새도록 갑론을박
何妨佳句互爭先 좋은 구절 먼저 지으려고 서로 다투는 걸 어찌 막을 수 있으리?
三日連雨 3일 계속 오는 비
長霖潦雨挾風飛 긴 장마 때 오는 큰 비 바람끼고 날고
夜晝靡晴鬱翠微 밤낮 안 개어 산에 어렴풋 이내 짙네.
垂釣蹲岩全沒角 앉아 낚시질하는 바위 몽땅 잠기고
臨江茅屋半沈扉 물가 초가집 사립문도 절반 침수됐네.
嘉賓共宿其情厚 반가운 손님 못건너가 같이 자니 그 정이 두터워지고
叔世閑談此席稀 말세에 한담할 이런 자리 드물듯 하네.
竹塢松岡無管處 대밭 둑 솔밭 언덕은 관리 않는 곳
時看鷗鷺下魚磯 갈매기 해오라기는 물가에서 고기잡을 틈을 보내.
詠秋 가을을 읊음
隨時白鷺繡鞋侵 백로는 때때로 수놓은 신에 침노하고
八月秋聲漸覺深 8월 되니 점점 가을소리 깊어 감을 깨 닫겠네.
雨霽天涯橫雁隊 비 갠 하늘가엔 기러기떼 가로 날고
夜長壁上聽蛩音 밤새 벽 위에 귀뚜라미 소리 들리네.
胡然霜染群山色 어째서 서리는 뭇 산을 물들이는가
倏爾凉生志士心 갑자기 지사의 마음처럼 싸늘해지네.
驀地寒飇生隔樹 나무 사이로 찬 폭풍 쏜살같이 일고
斜陽蟬語送千林 석양에 매미소리 온 수풀로 보내네.
詠松 소나무를 읊음
歲寒苦節莫如松 추운 겨울에도 푸르른 굳은 절개 소나 무만 한 것이 없으니
一色靑靑聳似峯 푸르름 일색으로 산봉우리처럼 솟았네.
屈曲陳盤根石竇 돌 틈에 구불구불 뿌리 뒤얽혀 있고
橫斜蒼幹擁村舂 비스듬한 푸른 가지 마을을 감싸 안네.
炎凉萬變堅持節 염량세태 아무리 변해도 절개 지키고
風雨千年不改容 천년세월 비바람에도 모습바꾸지 않네.
赤甲蒼髥多閱劫 붉은 갑옷 푸른 수염 영겁을 사열하며
中於百草耐嚴冬 모든 풀들 가운데서 엄동을 견디네.
欲雨 비오려 함
天陰未解日中央 해 가운데 하늘 흐려 안 풀리고
風氣驅雲遠遠揚 바람기 구름 몰고 와 멀리멀리 피네.
腥臭連江稍潤濕 비린내 강가의 벼줄기 적시고
煙光接地自生凉 건조한 빛 땅에 깔려 절로 서늘해지네.
歛紅陽德歸滂沛 붉은 해를 바랐는데 소낙비 기운 성해
需黑神權積化功 비 긋기는 구름 신의 쌓은 조화 권능
民産乾燥多各件 사람들의 물산 제각각 말리려고
千家預備盡奔忙 모든 집들 준비하느라 매우 바쁘네.
偶詠 얼른 떠오른 생각을 읊음
一興一替笑還歌 한번 흥하고 한번 쇠함에 따라 웃음 노래 되돌리니
樂極悲生可奈何 어찌하여 기쁨과 슬픔의 양극이 생길 수 있나?
壯志無因書劍售 큰 뜻도 필요없어 책과 검을 팔고
豪情隨處酒樓多 호방한 뜻으로 술집 찾은 적 많네.
世人有欲爭相取 사람들 욕심으로 서로 뺏으려 싸우고
秋水無心起自波 가을 물은 무심히 절로 파문 일으키네.
淡泊胸襟無管領 속내 욕심 없고 깨끗해 관장함이 없고
浮雲薄薄太空過 뜬 구름 얇게 너른 하늘 지나가네.
老儒 늙은 선비
玄鶉白結僅容躬 검은 메추리 얼굴과 몸 조금씩 희어져
岸着塵巾詠國風 이마엔 먼지 두건 쓰고 민요를 읊네.
客子有尋難解面 나그네가 찾아 오면 얼굴 알기 어렵고
兒孫誤讀可分聲 자손들 글 잘못 읽는 소리는 안다네.
談詩論策高稱手 시얘기와 시사방책을 논하는데는 자칭 고수라며
掉舌飜脣善解蒙 입술 놀려 깨우쳐주려는 변설 잘하네.
韋布巖嵌知素分 무명옷 떨어져도 검소한 본분 알고
恒言窮達在天公 항상 궁함과 영달은 하늘에 달렸다네.
老農 늙은 농부
一生稼穡務農全 일생동안 오로지 곡식 심고 거두는 농사 일을 하며
聽水禾阡戴笠眠 논뚝에서 물소리 들으며 삿갓 쓰고 잠 자네.
兒索倘非啼飯食 혹시 밥 달라고 울까봐 애들 찾고
官期恐逋稅金錢 관에서 정한 세금 돈 체납될까 겁나네.
喚婆舂麥看初月 초승달 보며 노파 불러 보리 찧고
送子刈芻帶夕煙 저녁 연기 날때 아들 보내 꼴베라 하네.
大有豊功勤後得 대풍의 공은 부지런한 후에 얻어지니
治田無異理心田 농사일과 마음 밭 다스리는 이치가 다 르지 않다네.
老吏 늙은 관리
曉鷄初唱理裳冠 새벽 첫닭 울때면 일어나 관복 손보며
白首公庭不怕寒 머리 센 노인 법정 두렵지 않고 차네.
牒訴倥傯無或漏 혹시 소장 빠뜨릴까봐 괴로워하고
簿書整備必於端 보고서 정비해서 반드시 바로 잡네.
爲民惟務淸兼謹 오직 백성을 위한 복무는 삼가고 청렴 했으며
律己恒思栗且寬 항상 자기 자신을 단속하여 엄하고 또 관대했네.
出入衙門三十載 관아에 들어와 공직생활 30년
退閑何異在高官 관에서 물러나 조용히 살아도 높은 관 직에 있음과 무엇이 다르랴?
老僧 늙은 스님
口吟陀佛聳雙肩 양어깨 세우며 입으론 아미타불 외고
入定時時面壁前 때때로 면벽하고 선정삼매에 드네.
傳鉢本非成化佛 의발을 전한다고 본래 성불 안되듯
緇衣那得挾飛仙 검은 승복 얻어 끼고 나는 신선되랴?
身依錫杖風塵出 선장에 몸 의지하고 속세로 나와
項掛念珠白日眠 목에 걸린 염주가 낮잠 자고 있네.
淨着袈裟香案跪 법의 가사 정히 입고 향상에 꿇어앉아
西天歸限問何年 언제 서방정토로 입적할꺼냐를 묻네.
老醫 늙은 의사
爲醫數世老斯房 몇 대째 의원으로 약방에서 늙어
投劑救時片刻忙 약짓고 시폐 바로잡느라 항상 바쁘네.
荊芥防風能鮮熱 형개와 방풍이란 약재는 열을 내리고
人蔘附子可治凉 인삼과 부자는 냉증치료에 쓰네.
蒙恩孰不稱神術 누구든 은혜 입은 사람은 신의 의술이 라고 칭찬하며
見效相傳喚大方 효험본 사람들이 서로 전해 의원으로 불리네.
衰暮工夫稍入妙 쇠로한데도 공부를 계속해 점점 묘한 경지에 들어가
陰符秘訣說蒼蒼 도참 비결이나 부적 설명 창창하네.
偶詠 우음
光陰倏忽電如忙 세월은 빨라 번개처럼 급하고
堪笑七旬老一鄕 우습게도 7순을 한 시골에서 늙었네.
霽雨乾坤雲絶跡 비 개이니 천지에 구름자취 끊어지고
立冬時節菊猶香 입동 철에 오직 국화만 향기 뿜네.
收禾處處新舂玉 나락 베어 곳곳에서 햅쌀 찧고
携酒山山敬薦觴 술 들고 산소마다 경모의 술잔 올리네.
凡我東方絲穀輩 동방의 우리들은 누에 치고 농사 짓는 무리들
西成恩澤詎能忘 가을에 오곡백과가 익는 은택 어찌 잊 을 수 있으랴?
冬雨 겨울 비
小春潦雨自天西 음력 10월에 서쪽 하늘에서 큰비 와
鷺跡波添宛在溪 백로 자취 물결 더해 개울에 완연히 남아있네.
煙合歸雲迷疊疊 연기도 구름 되어 점점 흐려지고
風驅落葉下齊齊 바람 몰린 낙엽들 우수수 떨어지네.
酒家粉壁全如雪 술집의 온통 흰 벽 눈처럼 희고
石丈苔顔半是泥 돌길의 이끼 모습 반은 진흙이네.
瀟灑飄零愁濕處 선뜻하고 깨끗한 바람에 펄렁이며 떨어지는 낙엽은 젖은 데를 근심하고
林枝鳥夢也多啼 숲 가지의 새들 꿈 또한 많이 우는 것.
雜詠 여러가지를 읊음
人間萬物各林林 인간과 만물들 제각각 많고 많아
山自高低水淺深 산은 절로 높고 낮고 물도 절고 얕고 깊네.
荏苒流光朝復夕 세월 감이 흐르는 빛처럼 아침되자 저 녁 돌아 오고
炎凉世態燠還陰 염량세태도 따뜻함이 바뀌어 음지되네.
諸陽線剝常綱墜 모든 밝음 벗기우고 강상의 도 떨어져
萬國波飜大陸沈 만국이 물결 뒤치니 대륙이 가라 앉네.
長夜乾坤迷向曙 긴 밤 천지가 어둠에서 서광이 비치듯
撑天隻手素來心 한 손으로 하늘 버틸것 같은 평소 마 음 나오네.
曉起 새벽에 일어나서
星稀月隱夜將晨 달 지고 별빛 흐려지니 곧 새벽오리니
如雪飛霜壓厚塵 눈같은 서리 날려 두꺼운 먼지 덮네.
山脈須臾生突兀 산줄기 잠깐 사이에 튀어 나오고
岩形次第識僞眞 바위 형태도 점차 진위를 가리겠네.
汲泉應是宵工女 여인네 샘물 길음은 필시 밤의 공덕
行旅方知夜起人 아마 먼 길 갈 사람 밤에 일어나겠지.
夜久更深連又曉 밤 오래 깊었다가 또 새벽이 오고
來來去去幾千春 오고 오고 가고 감이 몇 천번의 봄이 었던가!
梅花 매화
百千花信未萌時 모든 꽃망울들 움트기도 전에
忽見寒梅着滿枝 홀연히 찬 매화꽃 온 가지에 앉아있네.
官閣根遺工部興 관청사의 뿌리는 공부에서 일으킨바요
紫陽香聞晦翁知자양서원의 향기 들어 주자를 알겠네.
珠人疑處那期早 너무 빨리 피어 사람들은 구슬인가 의 심하고
月影殘時不恨遲 달 빛 남았을 때 늦음을 한하지 않네.
冷蘂淸香開雪裡 눈 속에서도 찬 꽃술 청향을 내뿜고
橫斜疎影惹人詩 비끼인 성근 그림자는 사람들에게 시짓게끔 이끄네.
老馬 늙은 말
五陵何日背靑年 5능이 어느날엔가는 청년의 등되고
千里神蹄不待鞭 천리 신마는 채찍을 기다리지 않네.
過都越國渾如夢 국경 너머 도읍 지나 꿈처럼 섞여
伏櫪啗糟正可憐 마구간에 누워 지게미 먹고있으니 정 말 가련하네.
涓人未遇垂頭臥 환관 못 만나 머리 숙이고 누워
伯樂謾過貼耳眠 말 거간꾼의 업신여김 지나가도록 귀 붙이고 잠자네.
雲外嘶風皆往事 구름 밖 우는 바람 다 가는 일
駑駘還笑爾行先 걸음 느린 말이 오히려 먼저 간다네.
螢火 반딧불이
腐草生螢抵夜移 풀썩은데서 개똥벌레 나와 밤 거스르며 돌아다니니
謾傳秋信白頭悲 가만히 전하는 가을 소식에 늙은이는 슬퍼지네.
高低自恣通幽帳 어둠의 장막을 높고 낮게 제멋대로
南北縱橫下短籬 낮은 울 밑에 남북 종횡으로 나네.
來時飛火無煙出 불 날아오는데 연기 나지 않고
隨處明燈閃電欺 이르는 곳마다 등불 밝혀 전기 섬광인 줄 속이네.
點點流星簾外近 발 바깥 부근에 점점이 별똥별
林間拾得戱群兒 애들이 수풀 사이에서 주워서 노네.
松聲 소나무 소리
松陰滿地自然淸 땅 가득 소나무 그늘 절로 맑고
隔水笙簧爽韻生 물건너 생황부는 시원한 울림 생기네.
淡靄翠煙含雨氣 푸른 연기 엷은 안개 우기 머금고
蒼髥赤甲引風聲 푸른 수염 붉은 비늘이 바람소리 끌어당기네.
高心早愧秦官濫 일찍이 부끄러워한 진나라 관리에 퍼졌던 높은 마음
晩節猶存晉逕明 만년엔 오히려 진나라 소로만 분명히 남았네.
請看遲遲依澗畔 시냇가에 기대어 느긋이 청해 보니
可憐朝夕世人情 가련하구나 조석 변하는 세상 인정.
老將 늙은 장수
靑年時節勇如飛 청년 시절엔 용기가 나는 듯 했고
衰老如今事事非 쇠하고 늙은 지금은 일마다 아닐세.
利刃過時鎔耨器 날카로운 칼 지날 시는 녹여서 호미 그릇 만들듯
征袍無用補傭衣 전투복 소용 없으면 일꾼 옷 기우네.
多年禦侮瘡痕在 여러 해 무신으로 싸워 흉터 있고
近世昇平戰績稀 요즘은 태평해 전투 실적 드무네.
犬馬微誠猶未盡 미천한 신하의 작은 정성 오히려 부 족하다고
夢中夜夜凱歌歸 밤마다 꿈속에서 개선 노래 부르며 돌 아 온다네.
蚊 모기
乘昏蚊陣蔽空來 어둠 타고 모기떼 공중에서 꿩의 깃털처럼 와서
針嘴全工怪爾才 완전한 장인처럼 뾰족한 침으로 찌르는 괴이한 재주
爲物最微焉負泰 만물 중 가장 미미한 것이 부담은 커
群聲咸聚便成雷 여러마리 소리 다 모으면 우레되겠네.
生滋漓澤叢林棘 못에 스며들거나 수풀 가시에서 생겨 번식하니
性好潦霖五月梅 5월 매화우인 큰비 장마철을 좋아하네
蕭瑟秋風無寐夜 소슬한 가을바람 부는 밤에 잠못들고
羅帷驚起數星台 모기장 안 놀라 일어나 별자리 세네.
汽車 기차
晴天雷動魄魂驚 마른 하늘에 천둥치듯 혼백 놀래키는
妙術奇工孰發明 묘한 술법 어느 장인의 희한한 발명품
鐵馬星馳飛莫及 철마는 별똥이 떨어지듯 나는 듯하고
火機焰發電同行 불기계가 화염 뿜으며 번개처럼 가네.
聊知天下穹隆物 애오라지 천하는 궁륭한 걸로 아는데
合做人間雹擊聲 사람이 모여 만든 우박 때리는 소리
千里無遐能一瞬 천리길도 단숨에 갈수있어 멀지 않아
何關秦法待鷄鳴 닭 울때를 기다려 관문을 여는 진나라 법이 무슨 상관있으랴?
秋扇 가을 부채
紅爐世界爾能豪 온 세상 시뻘건 화로같이 호기부리고
不畏平生署節遭 더운 계절 와도 평생 두렵지 않았네.
恩疎可抛團粧紙 종이 장식한 둥근 부채 은혜 잊고 내 팽개치게 되니
秋來無用自生毛 가을되면 소용없어 먼지만 쌓이리.
辭勞朔漠飄風日 북쪽 사막의 회오리바람 부는 날엔 수 고로움을 사양하고
無益窮冬挾暖袍 따뜻한 솜옷 껴입는 섣달에는 무용지 물되네.
倏忽光陰終至暮 재빠른 세월 종내에는 세모까지 오니
更期來歲束之高 선반 위에 묶어 놓고 또 내년을 기약 하네.
蠖 자벌레
屈曲隨時在一身 한 몸을 때에 따라 구부리니
箇中疑有別經綸 여럿 중에 별난 경륜있나 의심하네.
行當有碍能知縮 가다가 장애물 있으면 움추릴줄 알고
處以無憂亦可伸 우려할바 없는데선 또 펼칠 수 있네.
欲數洪荒難尺寸 이 우주 도수 몇자 몇치인지 알고싶고
能知寒暖鮮秋春 분명한 봄 가을 추위 더위 안다네.
么麽微物猶知彼 보잘것 없이 작은 미물이 오히려 저를 아니
參得三才況且人 항차 천지인의 하나인 사람이 모르랴.
春雁 봄 기러기
春天如海朔雲晴 봄하늘 바다처럼 북쪽 구름 개이니
南雁生心向北城 남쪽 기러기 북쪽으로 갈 마음 생기네.
今日江口知凍解 오늘 강 어귀에서는 해동을 알리고
前秋衡浦怕寒聲 지난 가을 건너 포구 찬소리 두려웠네.
群飛同隊無先後 선후 없이 한 떼로 무리지어 날고
一字齊時喚兄弟 1자로 나란히 가며 형제를 부르네.
水碧沙明苔兩岸 깨끗한 모래 푸른 물 양안엔 이끼있어
隨時來去惹詩情 수시로 오고 가 시정을 일으키네.
雪中吟 눈 속에서 읊음
六花堆積萬千山 6각형의 꽃 만 천산에 쌓여
造化神工却不閑 신이 만든 조화 도리어 한가함이 없네.
在在玉龍成繪質 곳곳에 눈 쌓인 나뭇가지 질감있는 그 림 그리고
重重岩虎沒苔顔 층층이 엎드린 바위 이끼 얼굴 묻혔네.
天寒野屋知蕭冷 하늘 차니 시골 집 쓸쓸하고 싸늘한 줄 알지만
酒熟詩情易宕頑 술 익으면 시정이 넘쳐 완강해 지네.
大地飜成銀世界 대지가 은세계로 탈바꿈하니
一身如自玉京還 마치 이 몸이 하늘나라에 있는듯 하네.
春雨 봄 비
天道流行寔不輕 천도의 유행함이 진실로 가볍지 않아
春城雨引百花情 봄 성엔 모든 꽃들 뜻 받아 비오네.
窮冬往劫消能解 섣달가고 날씨 풀리니 겁 사라지고
大地纖塵洗欲精 대지의 잔 먼지 씻을 욕심이었나?
飄零灑戶簾惟薄 영락한 문 씻어 오직 주렴 얇아지고
滴瀝穿階礎有聲 방울진 낙수물 초석 섬돌 뚫는 소리
甲坼芽萌陽德泰 초목의 맹아 싹이 틈은 큰 양기의 덕
鎔成萬物不分名 이름 모를 만물을 녹여 만드네.
春晴 맑게 갠 봄 날씨
一年難得快心晴 일년중 이런 상쾌하게 맑은 날 드문데
半日陽回氣若生 한 나절만에 양기 회복돼 기 살아나네.
款款園林啼鳥過 빼곡한 동산 숲에는 새들 울며 가고
茫茫江浦翔鷗輕 망망한 강 포구엔 백구 가벼이 나네.
化工能解凋殘劫 해동시킨 자연의 조화 시들까 겁나고
大冶鎔成活動情 큰 그릇 녹여 만드는 활동의 뜻이라네.
烏帽玄裳乘興客검은 두건 쓴 학을 탄 도사 손님 흥에
尋花問柳傍溪行 꽃을 찾아 버들에 물어 시냇가로 가네.
秋聲 가을 소리
梧桐一葉報秋聲 한 잎 오동이 가을 소리를 고하고
聲在江間擁樹城 강 사이 소리 있어 숲성을 싸네.
木落窮山群峭見 낙엽 진 궁한 산 더 가팔라 보이고
雲消萬里遠山平 구름 사라지니 만리 먼 산 평평하네.
長安片月閨懷亂 장안의 조각달 부녀자 심회 어지러워
汾水悲辭帝悔萌 분하가의 슬픈 얘기 요임금 백성 뉘우 치네.
人事年光從此暮 사람의 일도 세월따라 저물어 가니
凄然幽抱箇中生 개중에는 마음속 깊이 품은 처연한 생 각이 생기네.
偶詠 우연히 읊음
群生自樂各安身 생물들 제각각 몸 편히 스스로 즐기고
陽德新回萬國春 양기 새로 돌아온 덕에 사방이 봄이네.
花發林梢先後蘂 꽃피고 나뭇가지에도 점차 더부룩하고
星馳汽笛往來人 유성같은 기적에 사람들 오고 가네.
當今天地分爭世 지금은 천지가 패갈라 싸우는 세상
殊昔衣冠共作隣 끊어진 옛날 의관 이웃과 같이 만드네.
物理細推難可解 물리 작게 헤아려 풀기 어려운데
論心誰有道吾眞 누구와 내 참 도와 마음 논할까?
對客說懷 손님에게 소회를 얘기하며
窮廬獨座少相親 가난한 집에 홀로 앉았으니 서로 친함 이 적고
遇景還羞不遇身 경치 보니 불우한 몸 도리어 부끄럽네.
無數黃鶯梭碧柳 무수한 노란 꾀꼬리 푸른 버들에 베틀 의 북처럼 들락거리고
胡然白髮伴靑春 어째서 백발이 청춘과 짝한단 말인가
三宵麗澤風流足 3일밤 벗과 서로 닦은 풍류 족하고
一局山河錦繡眞 한폭의 산하 진짜 비단 수일세.
老去心懷難自抑 늙어 가는 마음 속 회포 스스로 억제 하기 어려워
豪情時借酒情新 호기 빌 때면 술 뜻이 새로와 지네.
暮春 늦 봄(음력 3월)
墻頭蝶過問胡然 담장 위로 나비 지나가 어째 그러냐고 묻고
造化爐中理獨全 화로 속의 조화 유독 이치 온전하네.
萬樹葉心羞後發 모든 나뭇 잎 마음은 늦게 핌을 부끄러워 하고
三春花信怪相愆 봄 석달의 꽃소식 서로 허물 의심하네
可憐此去愁千斛 이제 가면 가련해 수심이 천석이요
不再其來況一年 다시 안오지만 오려면 일년 후이네.
謾使良辰多寂寞 공연히 좋은 때 많이 쓰고 적막해져
無端數日雨聲連 무단한 빗 소리 며칠간 이어지네.
輓族祖澤根氏 택근 할배 만시
爽若高秋藹若春 시원하고 맑은 한 가을,우거진 봄같이
安閑氣宇出凡倫 편안하고 조용하며 기개와 도량 뛰어 나고 윤리 범절 있었네.
七질謙恭終此世 70노인이 돌아가실 때까지 겸손하고 공경하셔
一生淸直守吾身 일생 곧고 청렴함으로 내몸 지키셨네.
可惜重泉歸窀穸 애석하게도 황천길 무덤속으로 돌아가
忍埋溫玉美風神아름다운 인품 군자의 덕 묻힘을 참네
抑公在世追隨誼 공의 재세시 옳은 도리 따르고 추모해
能記塵間後去人 뒤에 가는 속세의 사람은 기록하리라.
次獎忠壇韻 장충단운을 차운함
殉君愛國獎忠壇 애국 임금위해 순국한 영령의 장충단
始信男兒死不難 남아의 첫 믿음 죽어도 어려움 없네.
際此衣冠將日變 이 때의 의관 장차 날로 변하니
請看松柏後凋寒 추위에 송백의 늦게 시듬을 청해 보네
埋輪何羨王遵轡 대오 정비해 왕의 고삐 좇은 걸 어찌 부러워하지 않으리
示勇無多馬援鞍 마원 같은 용장들 많아도 용맹보인 사 람 많이 없네.
視彼滔滔名利輩 내 보기에는 하고 많은 명리배들 뿐
沒倫背義不辭殘 의리 배반하고 윤리 무시한 자들이 사 임하지 않고 남아 있네.
宿僧房 승방(北漢寺)에 묵으며
虛無其道實忘吾 허무의 도 실로 자신을 잊는다고
誘引愚蒙寔可吁 어리석고 몽매한 사람들 유인하니 탄 식할만하네.
念佛聲中群邦靜 염불소리 속에 온 도성이 조용하고
紅羅帳裡夜燈孤 붉은 깁 장삼 뒤에 밤 등 외롭네.
知時更漏催晨箭 시각을 알리는 루각 치며 새벽을 화살 같이 재촉하고
歷世胡僧掛壁圖 역대 조사승들 초상 벽화에 걸려 있네.
擊鐸誦經淸淨界 목탁치며 독경하니 청정세계이고
惺惺終夜主人呼 밤새도록 성성히 내 마음 주인 부르네.
餞春 봄을 보냄
春歸消息問東城 봄 돌아간다는 소식 봄신에게 묻노니
餞送林間秉燭明 숲 속에는 봄 전송위해 밤 깊도록 유 락하는 촛불 밝네.
雨後更憐靑草岸 비온후 푸른 풀 언덕 가련함을 바꾸고
風前堪惜落花情 바람 앞의 아낌을 견디는 낙화의 뜻.
過墻白蛺悠然去 담장너머로 흰 나비 훨훨 날아가고
織柳黃鶯也自橫 버들의 노란 꽤꼬리 제가 날줄되어 베 짜네.
微物亦知人意思 미물도 아는데 사람 마음이야 어떠리
杜鵑啼盡斷腸聲 두견새도 울음 다해 애끊는 소리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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