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를 지키는 신장 가람각伽藍閣
통도사 가람각은 통도사를 수호하는 신을 모신 곳입니다. ‘가람’은 승가람‘의 약칭으로 범어로는 ’상가라마‘의 음역으로 ’절‘을 뜻합니다. 절의 모든 것을 수호하고 보호하는 신장을 모신 전각입니다.
산신은 산을 옹호하는 신이고, 가람신은 땅과 사찰을 지키는 신입니다. 산신이나 가람신이나 둘 다 한국의 토착신앙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화엄경에 이르듯 화엄회상의 여러 대중에는 삼보가 거처하는 도량을 지키는 ‘도량신’이나 땅을 지키는 토지신인 ‘주지신’, 산을 지키는 ‘주산신’ 등이 등장하고 있어 불교와 토착신앙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토지신은 아주 깊은 민간신앙입니다. 우리가 ‘사직社稷’을 얘기할 때 사社는 토지신을 말하고 직稷은 곡물신을 의미합니다. 농경사회에서 모든 것을 땅에 의지하였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토지의 힘은 그만큼 민간에 있어 뿌리 깊은 신앙이었다 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가람각에서 기도를 올립니다. 도량에 발을 디딤으로써 토지신에게 인사를 올린다는 의미도 되고, ‘토지’와 관련된 발원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산신이나 토지신의 경우에는 많은 분들이 영험을 바라고 기도를 올리시는데, 사중에서는 도량의 안녕을 위해 가람각에 기도를 올립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산신기도, 용왕기도나 신중들께 올리는 기도가 있어요. 대부분 영험이 빠르다고 하는 기도죠. 하지만 두려움도 함께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이 대통령을 만나는 게 빠를까요, 경찰을 만나는 게 빠를까요? 경찰은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 범죄를 소탕해 주고 체감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하면 나를 벌주는 것도 경찰이죠. 가람신께 기도를 올리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영험이 빠른 대신 기도자가 감당해야 할 몫도 큰법입니다. 지나치게 의존하여 영험을 바라기보다는 마음을 의지하는 방편으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통도사는 전통적으로 주지 스님께서 새로 취임하시면 이곳에서 3일 밤낮으로 기도를 올립니다. 가람신께 인사드리고 도량이 평온하기를 축원하는 거지요. 또 새해 전날에도 주지 스님께서 가람각에서 기도를 합니다. 대부분의 전각이 목조로 이루어져 있고 언제든지 화재나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가람을 보호하는 일은 승가의 가장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예요.
「월간 通度」에서
종진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