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가 불을 훔치다니!
글 김동석
그림
010-7334-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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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는 오늘 장터에서 어미오리 세 마리를 팔았어요.
일곱 마리 오리 새끼를 사서 키웠는데 네 마리는 죽었어요.
삵이나 족제비가 잡아먹고 또 고양이가 한 마리 물어 죽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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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똥서기는 오리와 정이 들었지만 돈이 필요했어요.
“미안해 오리야!”
오리를 산 아저씨가 멀리 사라지는 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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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는 오리를 판 돈으로 타조 새끼 다섯 마리를 샀어요.
“반갑다!”
타조 새끼들을 보고 똥서기가 인사했어요.
‘꼬락! 꼬락!’
타조 새끼들은 처음 보는 똥서기가 무서운지 소리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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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가면 호수가 있어서 좋을 거야!”
똥서기는 타조도 호수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타조는 호수보다는 땅 위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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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타조 사왔어요.”
똥서기는 부엌에서 밥하는 엄마에게 보여줬어요.
“오리는 비싸게 판 거야?”
엄마는 어린 똥서기가 장에 오리를 팔러 가는 게 걱정되었었어요.
“비싸게 팔았어요!”
똥서기는 오리를 산 아저씨랑 이야기 한 것도 엄마에게 말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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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는 어떻게 키울 건데?”
엄마는 타조 새끼를 보면서 말했어요.
“지렁이도 잡아주고 사료도 주며 키울 거야!”
똥서기는 닭과 오리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 자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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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워줘야지!”
똥서기는 장독대 옆에 앉아 타조를 보면서 고민했어요.
“넌 콩콩이!”
제일 큰 타조에게 이름을 지어줬어요.
“넌 통통이!”
살이 포동포동 찐 타조에게 이름을 지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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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팅팅! 넌 폴짝이!”
똥서기는 가장 작은 타조를 보며 마지막 이름을 생각했어요.
“너는 살랑이!”
몸집이 큰 타조에 비해 가장 작은 살랑이는 살랑살랑 걸어 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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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 통통! 팅팅! 폴짝! 살랑!”
똥서기는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봤어요.
‘꼬락! 꼬락!’
이름을 부르자 타조 새끼들이 대답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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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지렁이를 잡았어요.
타조 새끼들은 똥서기가 학교에서 오면 졸졸 따라다녔어요.
“살랑! 이거 먹어.”
똥서기는 몸집이 가장 작은 살랑이에게 지렁이를 더 많이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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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팅! 저리 가!”
살랑이에게 준 지렁이를 팅팅이가 빼앗아먹으려고 했어요.
똥서기는 살랑이가 지렁이를 다 먹는 동안 팅팅이를 붙잡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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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와 통통이는 지렁이를 잘 잡았어요.
팅팅이와 폴짝이는 친구들의 먹이를 빼앗아 먹었어요.
“팅팅! 굼벵이야.”
똥서기는 굼벵이를 한 마리 잡아 팅팅이에게 주었어요.
‘꼬락! 꼬락!’
팅팅이는 굼벵이를 제일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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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 타조들은 무럭무럭 자랐어요.
타조들이 잠자는 집도 튼튼하게 지었어요.
삵, 족제비, 고양이들이 타조를 잡아먹거나 괴롭힐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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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가! 타조 알은 언제부터 낳는 거야?”
옆집 아저씨가 타조 알을 사겠다며 물었어요.
“아직 멀었어요!”
“알 낳으면 아저씨가 제일 먼저 살게!”
옆집 아저씨는 매일 타조 우리 앞에 와서 타조를 보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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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들은 커가면서 서로 싸우기 시작했어요.
자기들끼리 서열을 가리는 것 같았어요.
“그만! 그만!”
똥서기는 콩콩이와 통통이가 싸우는 것을 말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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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와 통통이는 수컷 타조였어요.
나머지 세 마리는 암컷 타조였어요.
“너희들은 커서 알을 낳을 거지?”
똥서기는 가끔 암컷 타조 앞에서 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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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싸워!”
콩콩이와 통통이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똥서기가 소리쳤어요.
하지만 타조 두 마리는 말을 듣지 않고 피를 흘리면서 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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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른이 다 된 걸까!”
똥서기도 빨리 타조 알을 보고 싶었어요.
팅팅! 폴짝! 살랑이는 오늘도 감나무 밑에서 지렁이를 잡고 놀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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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가 대장이 된 걸까!”
아침 일찍 우리에서 나가는 타조들은 모두 콩콩이를 따랐어요.
“역시 힘이 센 놈이야! 통통이가 제일 뒤에 가다니 우습다.”
똥서기는 어깨가 축 쳐진 통통이가 불쌍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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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다니!”
똥서기는 타조들이 달리면 따라갈 수 없었어요.
몸집도 너무 커서 똥서기가 올라타도 잘 달렸어요.
“세상에! 이렇게 빠르다니.”
똥서기는 가끔 친구들을 불러 타조를 태워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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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태워줘!”
친구들은 타조 타는 게 재미있었어요.
“알았어!”
똥서기는 타조를 키우는 게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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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아! 언제부터 알을 낳을 것 같아?”
똥서기는 콩콩이 옆에 서서 물었어요.
‘꼬락! 꼬락!’
콩콩이는 날개를 펴고 크게 소리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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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조상은 천상에서 불을 왜 훔친 거야?”
타조 전설을 알고 있는 똥서기가 타조들에게 물었어요.
나무 그늘 밑에서 놀고 있던 타조들은 대답도 없이 땅을 파며 놀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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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싶지 않아!”
걷고 달리기만 하는 타조에게 물었어요.
‘꼬락! 꼬락!’
타조들도 날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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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다시 천상에 갔다 주면 되잖아!”
‘꼬락! 꼬락!’
타조들은 똥서기가 묻는 질문이 귀찮았어요.
콩콩이가 일어나더니 대나무 숲을 향해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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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삵이 살고 있다고!”
똥서기는 대나무 숲으로 향하는 콩콩이 앞을 막았어요.
‘꼬락! 꼬락!’
콩콩이는 똥서기를 피해 대나무 숲으로 달렸어요.
“위험해! 위험하다니까!”
똥서기는 타조들이 걱정되었어요.
닭과 오리를 키울 때도 낮에 삵이 나타나서 물어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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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잡아줄게! 개굴개굴!”
똥서기는 개구리 흉내를 내며 타조들을 불렀어요.
콩콩이는 개구리를 제일 좋아했어요.
“그럼 그렇지!”
콩콩이가 대나무 숲에서 나왔어요.
그 뒤를 나머지 네 마리 타조가 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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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락! 꼬락!’
콩콩이가 똥서기 엉덩이를 부리로 쪼으며 소리쳤어요.
빨리 개구리를 잡아달라는 말 같았어요.
“알았어! 알았어!”
똥서기는 호수로 달렸어요. 하지만 타조가 더 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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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똥서기는 잠자리채를 이용해 개구리를 잡았어요.
“콩콩이 것!”
처음으로 잡은 개구리는 항상 콩콩이가 먹었어요.
두 번 째도 세 번 째도 콩콩이가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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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통통이!”
개구리를 잡아 통통이에게 던졌어요.
그런데 콩콩이가 달려가 먹지 못하게 했어요.
그 사이에 팅팅이가 개구리를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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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는 호수에서 많은 개구리를 잡아 타조에게 주었어요.
타조들도 배가 부른지 서서히 집으로 향했어요.
“배부르지!”
똥서기는 닭이나 오리 키우는 것보다 타조 키우는 게 더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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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저씨 배추밭에 들어가면 안 돼!”
아저씨는 들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두었어요.
타조가 빨리 커서 낳은 알을 사먹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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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는 우리 안에 지푸라기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암컷 타조들이 심상치 않았어요.
아마도 곧 타조 알을 낳기 시작할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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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타조가 곧 알을 낳을 것 같아요.”
똥서기는 타조들을 지켜보면서 엄마에게 말했어요.
“알이 얼마나 클까!”
엄마도 타조가 죽지 않고 잘 커서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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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알은 엄마에게 줄게요!”
똥서기는 고생하는 엄마에게 첫 번째 타조 알을 주고 싶었어요.
“옆집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잖아!”
엄마가 매일매일 타조 알을 사러오는 아저씨 생각을 했어요.
“아저씨는 두 번째 알을 줄 거예요!”
똥서기 마음은 엄마에게 첫 번째 알을 주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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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락! 꼬락!’
늦은 밤에 타조들이 소리쳤어요.
똥서기는 불을 켜고 타조우리를 내다봤어요.
“삵이다!”
불이 켜지자 타조우리에 매달려 있던 삵이 도망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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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는 그동안 삵이 오지 않아서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역시 삵이 노리고 있었어!”
똥서기는 타조우리 조명을 켜놓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어요.
“불을 켜 놓으면 삵이나 족제비가 오지 않겠지!”
똥서기는 삵이 또 나타날까봐 잠을 설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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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자 똥서기는 타조에게 달려갔어요.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
다섯 마리 모두 있었어요.
“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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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는 또 찾아올 삵과 족제비를 막을 대책을 세웠어요.
타조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또 찾아올 것 같았어요.
“이제 곧 알을 낳을 텐데!”
똥서기는 닭이나 오리처럼 타조를 잃고 싶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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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삵이 또 오겠죠?”
장독대에서 장을 푸는 엄마에게 물었어요.
“저기서 보고 있잖아!”
엄마는 대나무 숲을 쳐다보면서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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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어디!”
똥서기는 대나무 숲을 봤어요.
하지만 삵이나 족제비는 보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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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보겠지!”
엄마는 다시 간장을 담으면서 말했어요.
똥서기는 정말 걱정되었어요.
하지만 다 큰 타조를 쉽게 잡아먹지는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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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오락! 꼬오락!’
살랑이가 알을 낳았어요.
“엄마! 엄마! 살랑이가 알을 낳았어요.”
똥서기는 타조우리에서 꺼낸 알을 들고 엄마에게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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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 너무 무거워!”
타조 알은 정말 무거웠어요.
사람들이 알 위에 올라가도 깨지지 않았어요.
타조가 서서 알을 낳아도 잘 깨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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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폴짝이도 팅팅이도 알을 낳았어.”
똥서기는 엄마를 불렀어요.
“옆집 아저씨가 좋아하겠다!”
똥서기는 타조 알을 팔 생각에 너무 좋아 폴짝폴짝 뛰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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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알 사세요!”
똥서기는 장날마다 타조 알을 들고 나가 팔았어요.
“타조 알! 신들의 나라에서 인간들에게 불을 훔쳐다 준 타조 알! 하나에 만 원!”
똥서기 목소리가 장터에 요란하게 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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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는 타조 알을 장날마다 팔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루에 두 개씩 낳으면 좋겠다!”
부엌에서 밥하는 엄마에게 말했더니
“욕심 부리면 못써!”
하고 엄마가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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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알 사세요! 온 가족이 함께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타조 알!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타조 알 사세요!”
똥서기는 장날마다 타조 알을 파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타조가 불을 훔친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타조 알을 사세요!”
똥서기는 타조 알을 사는 사람들에게 신들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왔다는 타조 이야기도 해주었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