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인공 부화되는 전염병
개와 고양이가 서로 친해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전달하는 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와 고양이가 가까워지고 친해지려면 한 쪽이 자기 신호를 버리고 서로 만나야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소라는 투명박스 안에 있는 바이러스와 사람이 소통할 수 없는 이유를 개와 고양이와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내가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자. 바이러스는 언어가 없으니 나도 말하지 않고 몸으로 소통하면 되겠지!”
소라는 투명박스 안 가득한 마스크 속에서 바이러스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매일 머리를 넣고 투명박스 안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인간들이 지구를 너무 파괴했어. 그러니까 인간들을 죽여야 해.”
집중하면 할수록 소라의 귀에 바이러스가 하는 말이 들렸다.
“전쟁 이후에 인구나 너무 많이 늘었어. 그리고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오염시키고 있어. 또 소비와 낭비가 너무 심해졌어. 아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인간들은 그렇지 않았어.”
소라는 바이러스가 하는 말을 듣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이렇게 자연을 파괴하고 소비와 낭비를 심하게 했으니 인간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서 태어나는 것 같았다.
“안녕. 난 소라야. 만나서 반갑다.”
소라는 투명박스 안에서 조용히 바이러스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수다를 떨던 바이러스들이 대답하지 않았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너희들은 조용히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이렇게 전파되면서 인간을 죽이면 안 되잖아?”
소라는 조용히 속삭였다. 하지만 바이러스들은 조용했다.
「코로나 19」전염병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 바이러스에 걸려서 고통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회사나 학교에 가지 못하고 격리된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투명박스 안에서 바이러스가 부화될까?”
소라는 며칠 동안 길에서 가져온 마스크와 휴지 조각을 투명박스 안에 넣고 지켜보면서 걱정이 되었다.
“바이러스가 부화되면서 돌연변이가 생길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지금까지 연구해서 만든 백신이 소용없겠다.”
소라는 바이러스 연구를 하면서 백신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탄생하면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
전염병 백신 개발을 하겠다는 집념으로 연구에 몰두하던 소라는 가끔 인공 부화되는 전염병 바이러스에 관한 꿈을 꾸었다.
누군가 또는 어디에선가 인공 부화되는 전염병 바이러스는 인류에 큰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했다.
“나만 잘 지키고 아낀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야!”
반복되는 전염병으로 인해 길들어진 것들은 모두에게 유익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통해 나만 잘 지킨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또 학습했다.
분명한 것은 2020년「코로나 19」는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고 위험한 바이러스가 되었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바이러스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인류에 큰 재앙이었다.
「코로나 19」는 나이든 환자일수록 치사율이 높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격리 수용되어야 했다. 하지만 어린이나 젊은 환자들의 치사율은 높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격리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 세계 곳곳에서 크루즈선은 육지에 정박하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코로나 19」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사용했다. 모두는 시장에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사기 위해서 사투를 벌어야 했다.
그동안 인류의 재앙이라고 하는 많은 전염병이 돌았다. 그리고 그 전염병은 각종 연구소에서 새로운 연구의 중심에 자리했다.
콜레라, 결핵, 세균성 이질, 흑사병, 신종 플루엔자, 인플루엔자, 조류 인플루엔자, 광우병, 천연두, 말라리아, 일본뇌염, 에이즈, 사스, 에볼라, 메르스, 살인 진드기, 코로나 19 등과 같은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이 인류의 재앙을 가져왔고 앞으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탄생시키는 일을 할 것이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독감이나 신종 바이러스는 아직도 치유할 수 있는 예방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이런 전염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청결 유지, 다수가 참여하는 각종 행사 금지 등이다.
“인공 부화!”
소라가 위험을 무릅쓰고「코로나 19」바이러스를 방 안에서 키우는 이유는 바로 백신 개발이다. 물론 백신이 개발되면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나서 쓸모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라는 지금 주어진 시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더 몰두하고 싶었다.
과거로부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은 많았다. 일정한 속도와 방향성을 가진 위험한 요인들은 기계적인 연속성을 가지고 시간처럼 흘러왔다.
현실 세계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운 적은 추위, 가뭄, 자연재해, 각종 전염병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 새롭게 나타난 두려운 적은 다름 아닌 감시와 차별 그리고 창조와 혁신일 수도 있다.
일생을 좌우하는 한 순간의 위험 요인들을 이겨내기 위해서 인간에게는 순간순간 결단이 필요했다. 이처럼 인류 전체가 느끼는 두려운 적은 현실 세계의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경계 너머의 것들이었다.
어떤 위기가 와도 그 시대의 인간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를 발전시켜 왔다. 지금「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파라다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으므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 결과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소라가 리셋 복원 약에 대해서 연구했듯 이번 백신 연구도 특정한 경험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