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용어 기초지식 석원연 옮김 2564. 6. 8.
제 7장 수도론
1. 수도론 개설 불교는 ' 어떻게 하여 있는가' '어떻게 있을 것인가' 라는 반야의 공을 강조하는 종교이지만, 최고의 목적은 신앙의 실천과 수도의 면인 '어떻게 있을 것인가'이다. 원시경전에 설해져 있는 많은 부분도 바로 신앙의 실천과 수도에 관한 것이다. 엄격히 말해 신앙의 실천이라는 면도 사람의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요컨대 개별적인 상황에 맞춘 적절한 가르침이 부처님의 설법인데, 8만 4천 법문이 바로 그것이다.
1) 37보리분법 수많은 실천과 수도의 가르침이 있긴 하지만 원시경전에 설해져 있는 대표적인 실천론은 부파불교에서 37보리분법으로 정리한 7종류의 수도설을 꼽을 수 있다. 37보리분법을 예전에는 37도품이라 번역했다. 보리분법(bodhipakkhiya dhamma, bodhipaksika dhamma)이란 문자 그대로 풀어 보면 보리(깨침)의 받침돌이 되는 수행법을 뜻한다. 7종류는 아래와 같다. <1>사념처(cattari satipatthanani, catvari smrtyupasthanani) <2>4정근(cattari sammappadhanani, catvari prahanani) <3>4신족(cattaro iddhipada, catvara rddhipadah) <4>5근(pancindriyani, pancendriyani) <5>5력(panca balani) <6>7각지(satta bojlhanga, sapta bodhyangani) <7>8정도(ariya atthangika bmagga, aryastanga marga) 7종 외에 원시경전에는 신 •계 •문 •사 •혜의 5재와 여기에 참과 괴를 더한 7재 등이 기록되어 있다. 그 밖에 소욕 •지족 •원리 •정진 •정념 •정 •혜 •불희론의 8대인각과 8정도에 정지와 정해탈을 더한 10무학법 등의 수도법도 설해져 있다. 7종류의 수도법은 나름대로 독립된 계통으로 어떠한 수도법에 의해서든 이상에 도달 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요컨대 모든 수도법을 계 •정 •혜 3학으로 정리하여, 전술한 7종 37법도 3학에 흡수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수도론을 합리적이면서 간단하게 분류한 것이 3학인 것이다.
2) 3학 3학(tisso sikkha, trini siksani)인 계학(sila-sikkha, sila-siksa)과 정학(samadhi-sikkha, samadhi-siksa), 혜학(panna-sikkha, prajna-siksa)을 달리 증상계학이나, 증상심학, 또는 증상혜학이라고도 일컫는다. 요컨대 3학은 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의 구조를 3등분한 것으로 의사적인 측면을 계, 감정적인 측면을 정, 지식적인 측면을 혜로 구분한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도 마음을 지, 정, 의 셋으로만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계 •정 • 혜도 편의상의 구분일 뿐 셋이 일체가 되었을때 수도심을 체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성도를 여덟 부분으로 구분해서 8정도로 나눈 것이지 8정도 각각이 독립된 개체가 아니다. 이들은 상호 유기적으로 일체를 이루고 있는 것과 같다. 8정도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수도법도 마찬가지이다.
2. 수도론 각설 1) 37보리분법 <1> 4념처 4념주라고도 일컫는다. 8정도의 정념과 같으며, 신(kaya), 수(vedana), 심(citta), 법(dhamma)이 그것이다. 인생이란 무상 •고 •무아 등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체법ㅡ육체(신)와 정신(수 •심), 마음의 대상ㅡ에 관해 무상 •고 •무아 등의 바른 견해로서 끊임없이 정진해 나아가는 것이다. 4념처를 개별적으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신은 부정, 수는 괴로움, 심은 무상, 법은 무아를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며, 전체를 무상 •고 •무아 등이라는 생각(의식)을 굳건히 하여 머무는 것이다. 이것은 5온관과 내용이 같다. 원시경전의 기록에 의하면 4념처를 1승도(ekayana magga)라 일컬어서 ' 수행의 출발점부터 최고의 깨침에 이르기까지 사념처관의 수행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것은 5온관에 의해서 초보 수행으로부터 최고의 깨침까지 얻을 수 있음과 같은 이치이다. <2> 4정근 8정도의 정정진과 같으며, 4정단 •4정승 •4의단 등으로도 번역한다. 말하자면 정진 노력을 네 항목으로 나눈 것으로 다음과 같다. (ㄱ)이미 일어난 악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노력 (ㄴ)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을 행하지 않도록 노력 (ㄷ)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을 일어나도록 노력 (ㄹ)이미 일어난 선을 한층 증대하도록 노력 ※ 선과 악 선이란 이상에 대해 보탬이 되는 것을 말하고, 악이란 이상에 대해 손해가 되는 것을 일컫는다.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성도에 보탬이 되는 게 선이고, 성도에 장애가 되는 게 악인 것이다. 이는 일반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진리이다.
불교에서는 4정근을 성실히 행하다 보면 틀림없이 악을 행하지 않고 선으로 향하게 되어, 결국 이상을 향해 좀더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고 말한다. 요컨대 악에 대치하기 위한 노력을 정진이라 일컫지 않고 게으름이라 칭함에서도 그 사실을 엿볼 수 있다. <3> 4신족 4여의족이라고도 일컬으며, 수승한 선정을 닦기 위해 네 방면의 신통을 구족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욕신족은 수승한 선정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둘째, 정진신족은 선정을 얻기 위하여 정진하는 것이다. 셋째, 심신족은 선정을 얻기 위한 마음을 굳건히 하는 상태다. 넷째, 사유신족은 선정을 얻기 위해서 사유, 관찰 하는 것이다. <4> 5근 신 •근 •염 •정 •혜의 다섯 수행 항목을 가리킨다. 근이란 능력을 뜻하는데, 이것은 이상으로 향하기 위한 능력을 다섯 항목으로 구별한 것이다. 이 다섯 종류의 덕으로 인해 헤매임의 상태에서 벗어나 깨침의 상태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신(saddha,sraddha)이 맨 처음에 놓인 것은, 불교의 실천 수행이 믿음에서 출발점으로 하기 때문이다. ※ 2종의 5근 불교에서 5근이라 칭할 때는 전술한 5근 외에도 감각능력으로서의 안 •이 •비 •설 •신의 5근을 일컬을 때도 있다. 이것을 '안등의 5근'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는 신등의 5근과 구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5> 5력 전술한 5근을 능력이라 한다면, 실제로 움직이며 힘을 갖춘 것은 역이라 할 수 있다. 5력의 항목은 5근과 같이 신 •근 •염 •정 •혜 다섯이나 보다 진전된 수도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믿음만이 아니라 근 •염 •정 •혜도, 범부의 유루(샘)부터 성자의 무루(새지 않음)에 이르기 까지 있는데, 그것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후에 선정과 지혜 부분에서 좀더 설명하고자 한다. <6> 7각지 정신적 대상으로서의 깨달음의 일곱 가지 요소란 뜻으로 7각분, 또는 7보리분이라고도 일컫는데, 다음의 일곱 항목을 가리킨다. (ㄱ) 염각지(sati-sambojjhanga 염등각지) 오래 전의 기억도 잊어버리지 않고 잘 알고 있는 것으로, 곧 주의 깊은 관찰이라는 깨침의 요소 (ㄴ) 택법각지(dhammavicaya-sambojjhanga택법등각지) 현상에 대한 이해로, 곧 정신적 대상의 탐구라는 깨침의 요소 (ㄷ) 정진각지(viriya-s, 정진등각지) 좋은 현상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한층 정진에 진력하게 되는 것으로, 곧 깨침의 요소 (ㄹ) 희각지(piti-s. 희등각지) 정신적 법열을 맛보기도 하는 것으로, 곧 몸과 마음의 긴장의 완화라는 깨침의 요소 (ㅁ) 경안각지(passaddhi-s. 경안등각지) 마음과 몸은 편안해지고 안정됨 (ㅂ) 정각지 (samadhi-s. 정등각지) 몸이 경쾌해져 희열을 맛보며 안정된 마음은 한층 집중을 이루게 되는 것으로, 곧 정신집중이라는 깨침의 요소 (ㅅ) 사각지(upekkha-s. 사등각지) 생겼다가 사라지는 현상들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평온이 유지된 마음을 평등하게 관찰하는 것이라는 깨침의 요소 이상의 7각지는 증지 •등각 •열반으로 안내한다.
각지와 등각지란 ' 깨달음의 요소'로 깨침에 도달하기 직전의 수행 항목을 가리킨다. 37보리분법의 7종의 수행의 길 가운데 7각지는 한층 높은 차원의 수행법으로 주로 선정과 관련 있다. 원시경전에는 안반념(수식관;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여 정신 통일을 이루게 되는 수행법) 후에 4념처관을 닦고, 그로부터 7각지의 수행에 들어가 명(깨침의 지혜)의 해탈을 얻는 것으로 유명하다. <7> 8정도 앞장의 '4제설'에서 설한 것과 같다.
3. 3학에 대해서 1) 계학 (1) 계의 뜻 계(sila)란 마음과 몸을 조절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마음과 몸에 좋은 습관이 붙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나 도덕이라는 면에서 악을 피하는 것만이 아닌 이상에 반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비를 방비하고 악을 멎게 하는 것인데, 이것이 계의 본래 의미인 것이다. ※ 계의 종류 악을 행하지 않는 계를 지악계라 칭한다. 지악계를 율의(samvara)라고도 일컬으며,세간적 유루계와 출세간적인 무루계로 나뉜다. 유루계에는 욕계의 계로 별해탈율의와 색계의 계로 정려율의가 있다. 출세간의 계로는 무루율의가 있다. 별해탈율의에는 출가계가 있으며, 재가계에는 우바새 (신사) •우바이(신녀)가 항상 지켜야 하는 5계와, 재일에 특별히 지켜야 하는 8재계가 있고, 출가계에는 비구 250계, 비구니 348계, 사미 •사미니 10계, 정학녀 6법계가 있다. 이것은 제2장의 <승가>에서 말한 것과 같다. 별해탈율의 •정려율의 •무루율의 등은, 제3장 <법처의 내용>의 '무표색'에서 간단히 찾아볼 수 있다. 지악계로서 율의를 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악계 : 유루계와 무루계로 나눈다. 유루계에는 별해탈율의(욕계)와 정려율의(색계)로 나누어진다. 별해탈율의는 재가계--- 5계(우파새계, 우파이계)와 8재계(6재일, 4재일의 계), 출가계---10계(사미계, 사미니계), 6법계(정학녀)와, 250계(비구계), 348계(비구니계)가 있고 , 정려율의 4선정 중의 계가 있다. 무루계--- 무루율계 성도 중의 계 •정어 •정업 •정명 등 계에는 선행의 의미도 들어 있다. 악을 행하지 않는 계를 지지계, 율의계라 일컫고, 선행의 계를 작지계, 작선계라 칭한다. 원시불교나 부파불교의 율장이 지지계(경분별)와 작지계(건도부)로 이루어져 있음은 제2장 <법보>의 '율장'에서 설명한 도리와 같다. ※ 계와 율 중국 •한국 •일본의 불교에서는 계율이라 일컫는데, 인도의 불교에서는 계율이라는 말을 찾아볼 수가 없다. 계와 율이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사회의 개념에 비교하자면, 계는 도덕의 의미에 해당하고, 율은 법률의 의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계는 넓은 의미로 정신적 •자율적이고, 율은 좁은 의미로 형식적 •타율적인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때로는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할 때도 있다. 이를 테면 앞의 비구 250계나 비구니 348계는 율의 일부분으로 계라 칭하게 된 것이지만 율보다는 범위가 좁다. 이를 뭉둥그려 계율이라 부르는 것인데, 중국에서 이 말을 차용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2) 대승계 이상은 주로 원시불교나 부파불교에서 말하고 있는 계이지만, 대승불교가 열리면서 계는 지악 •선행의 자리행만이 아니라 이타행도 강조하게 되었다. 3취정계에는 섭율의계와 섭선법계, 섭중생계의 세 가지 항목이 있다. ※ 3취정계 <1> 섭율의계(samvara-sila 율의계) 윤리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모든 일을 하지 말 것을 뜻하는 계로, 출가와 재가 7중의 욕계의 계로 별해탈율의를 가리킨다. 그러나 대승의 독자적인 계로는, 10선계 또는 10중금계( 내지 48경계) 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2> 섭선법계(kusaladharma-samgrahaka-sila) 선을 행하는 계로, 10선계나 10중금계 등의 착한 일을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가리킨다. <3> 섭중생계(sattvarthakriya-sila 섭익유정계) 생명을 가진 모든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는 계로,10선계나 10중금계 등이 있어서 자비구제의 이타행을 가리킨다. ※ 10선과 3취계 10선을 대승계로 규정한 것은 《반야경》(소품 •대품)에서 시작되어 《화엄경》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반야경》에서는 계바라밀을 '보살이 스스로 10선을 행하고, 사람들로부터 10선을 행하도록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화엄경》에서는 ' 보살이 계바라밀을 행하는 이구지에 있어서 스스로 10선의 정계(깨끗한 계)를 가져서 사람들에게 가지도록 하고, 일체 중생에게 가엾은 생각을 일으켜 마음 깊숙이 자비심이 일어나도록 3종정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초기 대승 경전에서는 보살의 계를 10선이라 칭했고, 《반야경》에서는 10선이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말하자면 섭율의와 섭선법으로 일컬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화엄경》에서는 10선을,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것 외의 이타자비, 즉 섭중생을 더해서 3종정계로 칭하게 되었던 것이다. 3종정계는 《유가사지론》 등에서 섭율의계 •섭선법계 •요악유정계의 3취계라 명명하였다. 따라서 3취계를 유가계라고도 일컫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유가사지론》에서는 섭율의계에 대해 《반야경》이나 《화엄경》과 같이 '10불선을 행하지 말라'하지 않고, 보살이 받는 비구 •비구니 •정학녀 •사미 •사미니 •우바새 •우바이의 7중의 별해탈율의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이것이 《반야경》이나 《화엄경》과 다른 점이다. ※ 10선계 10선은 원시불교에도 설해져 있지만, 이것을 계로 규정한 것은 대승불교 때부터다. 10선업도란 10선의 행위는 좋은 곳에 이르는 길이란 말로 (1) 불살생 (2)불투도 (3)불사음(이상 셋은 신업) (4)불망어 (5)불악구 (6)불양설 (7)불기어(이상 넷은 어업) (8) 무탐 (9)무진 (10)정견(이상 셋은 의업)이 그것이다. ※ 10중금계 이것을 파기하면 보살의 10바라이에 해당한다. 이는 48경계와 함께 《범망경》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범망계라고도 일컫는다. 10중금계란 (1)불살생 (2)불투도 (3)불탐음(불사음) (4)불망어 (5) 불고주(술을 팔거나 사람에게 먹이지 말것) (6)불설과(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 것) (7)불자찬훼타(자기는 자랑하고 다른 이를 헐뜯지 말 것) (8)불간법재(교법이나 재물을 아기지 말 것) (9)부진에 (10)불방삼보(불 •법 •승 3보를 비방하지 말 것)로 내용적으로는 10선계와 거의 같다.
(3)중국 •한국 •일본의 대승계 대승계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 불교에서부터다. 중국의 대승계는 3취를 설하는 유가계와 10중과 48경계를 설하는 《법망경》을 합체 융화한 것으로, 대승계 •보살계 •금강보계 •불성계 등의 용어로 두루 부른다. 중국 불교에서는 4분률에 의한 소승계(남산율종의 설)와 대승계가 병용되어 수 •당 이후는 한 쪽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일본에도 나라시대에 감진에 의해 중국식 양자병용의 율종이 전해졌지만, 전교대사 최징이 예산에 있으면서 소승계를 무시한 채 대승계만을 독자적인 계로 설했는데, 이것을 원돈계라 칭했던 것이다. 일본의 천태종을 비롯하여 그 흐름을 본받은 모든 종파도 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를 테면 도원의 일본 조동종에서 보살계로서 16조계를 정했다. 이는 3귀계 •3취정계 •10중금계를 합한 것이다. 이로부터 3귀의가 계로 정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임제종에서도 이것을 채택하고 있다. 진언밀교에서는 독자의 삼매야계를 정했지만, 이것은 3종의 보살심을 계로 규정한 것으로, 내용은 10선계 등과 다름이 없다. 그 밖에 일본에는 계를 전혀 설하지 않는 진종도 있는데, 대개 형식적인 계가 자신들에게는 적당지 못하다고 간주함에서 비롯한 것이리라. 주지하다시피 인도나 중국 불교에 비해 일본 불교는 계율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 신과 계 전술한 바와 같이 일본 불교에서 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그들의 성격 탓으로 간주되지만, 가마꾸라 불교에서는 진종과 일연종, 선종마저도 계를 문제시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인들이 실제의 계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믿음이 철저하면 그 속에 자연히 계가 행해지므로, 특별히 계를 문제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가마꾸라 불교에서는 전수염불 •전창제목 •지관타조라 일컫는 염불과 제목, 좌선에 전심하여 순수한 믿음 얻을 것을 권했다. ※ 4불괴정과 7불통계게 계와 신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예컨대 믿음이 철저하면 계도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원시불교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원시경전에 있는 4불괴정과 7불통계게다. 4불괴정이란 불교의 진리를 깨달을 때 네 가지 확실한 정신으로 불 •법 •승 3보와 성계의 진실하고 견고한 믿음을 일컫는다. 원시경전에는 '3보에 귀의해서 절대적으로 깨끗한 믿음을 얻는데, 그것은 초보의 깨침으로서 성위를 얻고, 계도 자연스럽게 자기 주체적이 되어 자율적인 성계가 이루어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아도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행하며 계를 잘 지켜서 악을 저지르는 일이 없게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4불괴정으로, 믿음에 계가 구비됨을 나타내는 것이다. ※ 7불통계게 원시불교 이래 부파불교나 대승불교를 통해서 더욱 유명해진 계의 하나다.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위 글의 뜻은, 일체의 악을 행하여서는 안 되며, 모든 선을 받들어 봉행하면 자기 마음을 밝혀 그 마음이 깨끗해지나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인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는 정신으로,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계를 가지는 것이 불교인 것이다. 믿음과 계를 얻는 것이 불교이고, 특히 믿음을 중심으로, 그에 의해서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계가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도 믿음과 계가 함께 함을 나타내고 있다. 8정도에 의하면 정견이 믿음이 되고, 그 다음에 나오는 정어 •정업 •정명이 계가 되는 것이다.
2) 정학 (1) 정의 뜻과 종류 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조절된 후에 마음을 통일하는 정이 생기는 것이다. 정을 얻기 위해서는 몸과 호흡과 마음을 조절해야 한다. 이는 넓은 의미의 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4선정 원시경전의 정은 3학 가운데의 정학이나 8정도 가운데의 정정에서 한결같이 4선정에 대해 설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정의 철저한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4선정에 대해서는 원시불교 이래, 일종의 정형적 설명이 이루어져 있다. 팔리문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초선 : 모든 욕심과 선이 아닌 법에서도 벗어나고 찾거나 알려고 하는 욕망으로부터도 벗어남으로써 생기는 즐거운 초선을 구족하느니라. 2선 : 찾거나 알려고 하는 욕망이 그치고 마음속이 맑아지면, 정신은 통일되고 찾거나 알려고 하는 욕망이 사라져 정으로부터 일어나는 즐거운 2선을 구족하느니라. 3선 : 기쁨이 다하여 안온에 머물면, 바른 생각 속에서 희열을 느끼며 많은 성자가 ' 생각이 안온하고 즐거움에 머문다'고 말하는 3선을 구족하느니라. 4선 : 즐거움도 괴로움도 다하여 모두 끊어지면, 모든 기쁨과 근심이 소멸함으로써 안온함이 청정한 4선을 구족하느니라.
여러 가지 정 정이란 원래 정신이 고요해져서 통일된 상태를 말하지만, 마음이 고요해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보통사람의 고요함이란 욕계정이라 칭하여 진정한 정신 통일이라 할 수 없다. 참된 정신 통일은 근본정이라 일컬으며, 색계정 •무색계정에 가까운 상태가 되며, 색계정이 한층 고요해지면 무념무상에 가까운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일러 무색계정이라 칭하는 것이다. ※ 3계출세간 불교에서는 욕계(kama-dhatu) •색계(rupa-dhatu) •무색계(arup-adhatu)를 3계라 일컫는다. 욕계란 감각적 욕구가 왕성한 세계를 말하고, 색계란 감각적 욕구는 없지만 물질적 욕구가 남아 있는 세계를 지칭하는데, 말하자면 선정의 상태인 것이다. 무색계란 물질적인 것마저 없는 순수한 정신으로, 곧 마음이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한 상태가 무색계정의 세계인 것이다. 3계의 본래 의미는 공간 •지역적 세계를 뜻하는 데서 나아가 인간의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나 업보설에 의하면 이렇다. 욕계의 마음이 10불선업 등의 악업을 행하면 그 과보로 인해 내생에는 지옥 •아귀 •축생 등의 악취(durgati, duggati 악도)의 세계에 태어나고, 지계 •보시 등의 선업을 행하면 그 과보로 인해 죽은 후에 천상 •인간 등의 선취(sugati 선도)의 세계에 태어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유루의 색계정을 닦으면 그 과보로 인해 죽은 후에 4선천의 색계천에 태어나고, 같은 유루의 무색계정을 닦으면 무색계천에 태어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선악의 업이나 선정의 과보에 따른 공간적 세계가 있다고 믿었다. 3계의 개념도 본래 이 세상에서의 인간의 마음 상태를 나타냈던 것인데, 후대에 전해지면서 선업과 악업에 의한 과보를 얻는 세계로서 공간적 3계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3계란 윤회하며 허덕이는 세계이지만, 번뇌의 미혹을 초월하고 3계의 세간을 넘어서 무루의 출세간에 들어간다고 여겼다. 깨침의 세계로서 출세간도 3계 이외의 공간적 세계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3계의 세간(loka)이나, 그것을 초월한 출세간(lokottara)이나 모두 지역적인 개념의 세계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 예를 들자면 어리석음 •깨침 •얼뜸 •수승함 등에 의해서 구별한 것이다. ※ 10계설 중국의 천태교학에서10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10계란 미계로서 지옥 •아귀 •축생 •수라(아수라) •인간 •천상의 6취 또는 6도와 깨친 세계로서 성문 •연각 •보살 •불의 4성의 합함을 가리키는데, 결국 10계도 인간의 마음 상태를 열 가지 종류로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모든 것은 10계의 형태로 존재하며 사람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데, 이를 10계호구라 일컫는 것이다.
4무색정 어쨌든 색계 •무색계란 선정에 있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 색계가 4선에서 구분되는 것과 같이 무색계도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의 4단계로 구분하여 마음이 순차적으로 고요하게 승화되어 가는 상태를 나타낸다. ※ 선정에 나타난 용어 선정을 나타내는 용어로 다음의 종류가 있다. samadhi: 정, 정의, 삼매, 삼마지, 등지, 정수 dhyana, jhana : 선, 선나, 정려, 사유수 samapatti : 정, 삼마발저, 등지 samatha : 지, 사마타 cittaikagrata, cittekeggata : 심일경성 yoga : 유가
samadhi란 전통적으로 수행의 완성을 말하나, 일반적으로 보다 확대된 의미의 정을 가리키며, 유루세간정 •무루출세간정 •유심정 •무심정 •삼계제정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dhyana는 색계와 4선정의 정을 더하되 욕계와 무색계의 정은 더하지 않는다. 요컨대 유루 •무루에 한하는 것이다. samapatti는 근본정으로서 색계 •무색계의 정만을 포함하고 욕계의 정은 포함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유루 •무루에 이른다. 4선 4무색정(이것을 8정이라 일컬음)이나, 또는 여기에 멸진정을 더해서 9차제정이라 할 경우의 정은 모두 samapatti가 되는 것이다. samatha는 vipasyana •vipassana(관, 비발사나) 등과 같은 말이며, 일반적으로 지관의 의미로 사용한다. 지는 마음이 고요하게 머문상태를 가리키며, 무색계정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관은 관찰의 지혜를 가리키는데, 욕계나 색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색계와 제4선은 지관균등이라 일컫는데, 지와 관이 평등하고 적절하게 존재하며, 깨침이나 신통 등의 지혜를 여기서 얻을 수 있으므로 더욱 이상적인 선정이 되는 것이다. cittaikagrata는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집중하는 것으로, 곧 정신통일(concentration)을 의미한다. yoga는 불교 이전부터 바라문교 등에서 정신통일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했는데, 불교의 선이나 정도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이 말을 원시불교 시대 이후로 선정의 의미로 사용했으며, 후대의 유가행과 유가사 등에서도 활발히 사용했다. 이 외의 선정을 의미하는 말로 samahita(삼마사다, 인정, 입정시킴), samapanna(삼마반나, 근본정에 들어감), 현법락주(drstadharma-sukhavihara, ditthadhamma-sukhavihara) 등이 있다. ※ 선종의 선 중국 •한국 •일본에서의 선종의 선은 인도의 dhyana(선나)와는 다르다. 3학 중의 정학 또는 6바라밀 가운데의 선바라밀만이 아니라, 3학 전체, 또는 6바라밀 전체를 통합한 의미로 통용된다. 요컨대 선이란 오직 마음을 통일하여 고요한 상태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깨침의 지혜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선의 목적이 견성이나 심지를 밝게 열어야 하는 것과 같이 깨침의 지혜를 얻어야 함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선종에서의 선이 dhyana가 아니라 Zen이라는 단어로 서양에 소개된 것도 이와 같은 구별을 나타내기 위해서인 것이다. 선은 배우는 것이 될 수 없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 5종선 당의 규봉종밀이 《선원제전집도서》에서 외도선 •범부선 •소승선 •대승선 •최상승선의 5종선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선 가운데 깨침의 지혜가 없음, 또는 깨침의 지혜를 상중하로 구분하는데, 예컨대 여래선 •조사선이라고 말하면 최고로 치는 깨침의 지혜를 얻은 선을 나타내는 것이다.
(2) 선정 수행의 방법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하나의 언어로 나타낼 때 선 •정이라 표현하지만, 종류는 다양하다. 선정과 관련된 수도법의 경우, 원시경전을 살펴보더라도 여러 종류의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를 정리한 부파불교에는 한층 더 명료하게 나타나 있다. ※ 40업처 팔리 불교에서는 선정을 닦는 관법의 대상을 업처(kammatthana)라 일컬었으며, 40종의 업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것은 원시경전의 여러 곳에서 언급된 것으로, 선정자의 성격에 맞추어 정신 통일하는 데 제일 적합한 대상을 선택했다. 또한 선정이 진전됨에 따라 대상이 변화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쪽도 그것은 업에 따라 4선과 4무색정 등을 얻게 된다. 40업처를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10변처(십일절입) 지 •수 •화 •풍 •청 •황 •적 •백 •광명 •허공을 일컫는다. ※ 10부정상 팽창 •청질 •농난 •단괴 •식잔 •산란 •참작이산 •혈도 •충취 •해골을 가리킨다. ※10수념 불 •법 •승 •계 •사 •천 •사 •신 •안반 •적지를 말한다. ※ 4범주 자 •비 •희 •사를 칭한다.
4무색 : 공무변처 • 식무변처 •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를 이른다. 식염상, 계차별 업처와 성격과의 관계 성격은 탐행 •진행 •치행 •심행 •신행 •각행 (이성적)의 6종으로 구분한다. 탐행자----10부정상(신념) 진행자----4범주, 4색변처(청 •황 •적 •백) 치행자, 심행자----안반념(수식관) 신행자----최초의 6수념(불 •법 •승 •계 •시 •천) 각행자----사념, 적지념, 탐염상, 계차별 일체성격자----6변처, 4무색 업처와 계지와의 관계는 생략하기로 한다.
5정심관과 5문선 일체유부에서는 선정관법의 대상을 정리하여 성격에 응해서 수행하는 모든 것을 5정심관 또는 5문관이라고 일컬었다. 5정심관이란 다음과 같다. <1> 부정관 ---- 탐행자 <2> 자비관 ---- 진행자 <3> 인연관(12연기관)---치행자 <4> 계차별관 ---- 아견자 <5> 수식관 ------ 산란심자 5문선은 앞의 제4계차별관 대신에 염불관을 포함한 것이다. 염불관이란 모든 성격에 맞추어서 마음을 청정히 하는 것이란 뜻이다.
25방편 천태교학에서는 지관에 의한 선정 연습의 예비적 수단으로, 다음의 25방편에 대해 말하고 있다. 25방편이란 구5연(지계청정 •의식구족 •한거정처 •식제연무 •근선지식의 5연을 갖춤), 가5욕(색 •성 •향 •미 •촉의 5욕을 강하게 '꾸짖어' 물리침), 기5개(선정을 방해하는 탐욕 •진에 •혼침수면 •도회 •의의 다섯 개를 버림), 조5사(식 •수면 •신 •식 •심의 5사를 조절함), 행5법(선정을 얻게 하는 욕 •정 •진 •념 •교혜 •일심의 5법을 행함)의 5항5종이다.
(3) 선정수습의 목적 선정 수행의 목적은 통일된 마음의 맑기가 명경지수와 같이 되어 모든 법의 실상을 바르게 관찰하여 바른 지혜를 얻고, 마음에 집착함이 없이 일체사를 판단함에 침속하고 적절하게 행하는 것이다. 결국 정에 의해서 혜를 얻고, 혜를 활용하는 것이다.
팔리 불교에서는 정의 공덕에 대해 다음의 5종을 기록하고 있다. <1>현법에 즐겁게 주함을 얻는다. 이것은 마음과 몸이 즐겁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선이 안락의 법문이므로 건강법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2>관을 얻는다. 이것은 깨침의 지혜를 얻는 것이다. <3>신통을 얻는다. 즉 신변통(신족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천안통의 5신통을 얻는다. <4>승유(아주 좋은 행복인 색 •무색계)에 태어난다. 이것은 외교적 생각이다. <5>멸진정(mirodha-samapatti)을 얻는다. 이것은 성자만이 얻는 청정한 무심정으로, 비상비비상처의 윗단계에 있다.
이 밖에 여러 가지 의 공덕이 있지만 생략하기로 한다. 특수한 것으로는 자비관의 공덕이 있다. 이것은 《아함경》에 설해져 있다. ※ 자비관의 11공덕 <1> 편안하게 잔다 <2>편안하게 깬다 <3>악몽을 꾸지 않는다 <4>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5>비인(귀신 •축생 등) 에게도 사랑을 받는다 <6>신들이 보호한다 <7>불 •독 •칼에도 해를 입지 않는다 <8>정에 들어가는 게 빠르다 <9>얼굴색이 밝다 <10>혼침함이 없이 임종한다 <11>깨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범천계에서 태어난다
(4) 정으로부터 혜에 이르는 수도법 정이 혜가 되기 위한 수도법이 《아함경》에 잘 설해져 있는데, 5온관과 4제관이 그것이다. 또한 3삼매(공 •무상 •무원 ,삼해탈문이라고도 함) •8해탈(팔배사) •8승처(팔제입)등도 마찬가지다.
3) 혜학 (1) 지혜의 단계와 용어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깨침의 지혜를 얻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3학 •10무학법 •6바라밀 등을 이야기할 때 지혜가 맨 마지막에 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지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세속적인 욕계유루의 혜, 초보 깨침의 지혜, 성문 아라한의 지혜, 벽지불(연각)의 지혜, 보살의 여러 가지 단계의 지혜, 불의 최고의 지혜 등이 그것이다. 또한 지혜를 의미하는 용어도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가 있다. prajna, panna 혜, 지혜, 반야, 바야 jnana, nana 지, 지혜, 사야 vidya, vijja 명 buddhi 각 medha 혜 bhuri 광, 광혜 darsana, dassana 견, 날나사낭 drsti, ditthi 견 vipasyana, vipassana 관, 비발사나 anupasyana, anupassana 수관 parijna, parinna 변지 abhijna, abhinna 증지, 신통 ajna, anna 요지, 이지, 아야 samprajana, sampajana 정지 mimamsa, vimamsa 관, 관찰 pariksa, panikkha 관, 관찰 pratyaveksana, paccavekkhana 관찰 dharma-vicaya, dhamma-vicaya 택법 pratisamvid, patisambhida 무아해, 무애변 그 밖에 지를 비유한 것으로 다음의 것이 지혜의 동의어로 되어 있다. caksu, cakkhu 안 aloka 광명
지헤가 구체화된 체험을 다음과 같이 일컫는다. bodhi 보리 , 각, 도 sambodhi 삼보리, 정각, 등각
혜와 지 이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prajina(panna)와 jnana(nana)이다. 두 단어 모두 지혜라 번역할 수 있지만 현장의 신역에서는 prajna(panana)를 혜, jnana(nana)를 지라 기록하고 있다. 말하자면 3학 가운데의 혜와 6바라밀 중의 반야바라밀은 모두 혜에 해당하는 것이다. 혜(prajna, panna) 가장 넓은 의미로 지혜를 뜻한다. 말하자면 아비달마에서는 선 •악 •무기 등의 모든 지적 작용을 더한 결과 범부가 일으키는 유루의 혜로부터 성자가 일으키는 무루의 혜까지 포함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반야는 일반적으로 반야의 지혜라 일컬어 최고의 지혜라 간주한다. 하지만 반야만으로는 보통의 혜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기에 바라밀(paramita)이라고 일컫는, 즉 최고로 치는 완전한 말이 첨가됨으로써 반야바라밀을 ' 최고의 완전한 지혜'라 이르게 된 것이다.
지(jnana, nana) 보통 깨침의 지혜에 사용된다. 진지 •무생지 •정지는 모두 아라한의 지혜를 일컬으며, 지바라밀(10바라밀의 다른 이름)은 10지의 최고 보살의 지혜를 말하며, 4지(성소작지 •소관찰지 •평등성지 •대원경지)에 법계체성지를 더한 5지는 모두 보살의 깨친 지혜를 일컫는다. 일체지 •도종지 •일체종지 이 셋도 제각기 2승(성문 •연각)의 지혜와 보살의 지혜, 불타만의 지혜로 깨침의 지혜에 속한다.
지가 혜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면서 유루의 혜도 지라 부를 때가 있다. 이를 테면 《구사론》에서는 10지 가운데 세속지만을 유루혜라고 일컬었으며, 그 밖의 법지 •유지 •고지 •집지 •멸지 •도지 •타심지 •진지 •무생지는 모두 무루지라고 지칭하였다. 또 이 10지에 여실지를 더한 유식 법상종의 11지에서도 여실지는 유루 범부의 높은 지혜로서 무루혜는 아니다. 유루혜로서의 세속지에는 생득혜 •문혜 •사혜 •수혜의 4혜가 있다. ※ 혜와 같은 말 명(vidya) •각(buddhi) •혜(medha) •광(bhuri)등의 단어는 안, 광명과 함께 지혜와 동의어로 쓰인다. 예컨대 명은 명행족처럼 불타의 지혜를 가리킨다. 견(darsana)은 흔히 '지견', 또는 '지와 견'이라 일컬으며, 흔히 지혜와 병용하여 사용된다. 견(drsti, ditthi)은 일반적으로 악견이나 사견처럼 사악한 견해와 사상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8정도의 정견처럼 수승한 지혜로도 사용된다. 관(vipasyana)이란 지관의 관으로 지혜를 의미하고, 수관(anupasyana)은 4념처관의 관으로 관찰의 혜를 가리킨다. 변지(parijna)란 4제 중 고를 바르게 아는 지혜를 일컫는다. 증지(abhijna)란 깨친 지혜로 6신통을 의미한다. 요지(ajna)란 법안에 대한 초보적 깨침의 지혜를 말한다. 예컨대 아야교진여의 아야가 이에 해당한다. 부처님이 성도하신 후 다섯 비구에게 설법을 하셨는데 그 중 교진여가 최초로 지혜를 요지했으므로, 아야교진여라 일컫는 것이다. 정지(samprajana)란 정념정지로 바른 의식을 일컫는다. 관(mimamsa)이란 4신족 속의 혜로 사용되는 관(pariksa)과 관인연품을 비롯한《중론》의 명품에서 지혜 관찰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택법(dharma-vicaya)이란 7각지 속의 택법각지라 일컬으며, 법이 간택분별하는 지혜로 쓰이고 있다. 무애해는 무애지, 또는 무애변이라고도 일컫는다. 말하자면 불타나 보살의 무애자재한 지혜를 가리키는데, 법 •의 •사 •변의 4무애해가 그것이다. 보리(bodhi 각, 도)나 삼보리(sambodhi)는 지혜 뿐만 아니라 계 •정 •혜 전체가 완성된 깨침의 상태를 가리키는데, 이는 마음과 몸 전체를 말한다. 이런 체험적 지혜를 얻는 것을 촉달(sparsana, phussana)이라 일컫는다. 깨침이란 몸으로 촉달하여 체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지혜의 작용 지혜는 유분별지(savikalpa-jnana)와 무분별지(nirvikalpa-jnana)의 둘로 나눌 수 있다. 유분별지란 지혜가 대상을 의식하며, 대상과 대립하고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반면 무분별지란 지혜가 대상을 의식하지 않고 대상과 일체가 되어 있는 경우로 최고로 치는 깨침의 지혜를 가리킨다. ' 색즉시공'이라 관하는 지혜가 그것이다. 불교의 이상은 제4장 '제법무아'의 무아나 공의 설명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다. 먼저 일체법으로 무아의 성질이나 무자성의 도리를 이론적으로 바르게 아는 것이다. 다음은 무아, 무자성이 없는 실체를 좇아서, 얻음도 없고 집착함도 없는 태도로부터 무애자재한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음이 무애자재해서 억지로 노력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법에 맞춤으로써 충만하게 나오는 지혜가 무분별지인 것이다. 이는 최고로 치는 깨친 지혜를 가리키는데, 대지 또는 반야바라밀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최고의 무분별지를 얻은 불이나 보살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혜로서 중생 구제의 자비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이때에는 지혜가 중생을 의식하는 유분별지가 된다. 그러나 이 지혜는 최고의 무분별지를 얻은 후에 일어난 것이므로, 이전의 유분별지와는 구별해서 유분별후득지라 일컫는다. 6바라밀에 의하면 반야바라밀 이전의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의 5바라밀은 유분별후득지의 작용이 된다. 이를 방편(upaya)이라 일컫는다. 말하자면 6바라밀은 방편과 반야의 둘로 나눌 수 있는데, 방편은 유분별후득지에 의한 자비 활동이 되고, 반야는 무분별지에 의한 지혜 활동이 된다. 전자는 하화중생과 대비되며, 후자는 상구보리의 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지와 대비의 지혜 활동을 구비하는 것이 불교의 이상이며 목적인 것이다.
4. 수도계위 1) 수도계위와 성자 부처님은 수도계위에 대해서 거의 언급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초보의 깨침을 얻은 4쌍8배와 같은 성자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은 《아함경》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또 성자의 자리에 있어서 이론형, 신앙형, 선정형의 제각기 다름도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범부로부터 성자로 나아가는 수행 단계에 대해 설한 경전도 있다.
7청정 《중아함》 9, '칠자경'[ 《중부》 24, '전차경']에서는 수행 계제를 다음과 같이 7청정으로 분류하고 있다. <1> 계청정(sila-visuddhi) <2> 심청정(citta-visuddhi) <3> 견청정(ditthi-visuddhi) <4> 도의청정(kankhavitarana-visuddhi) <5> 도비도지견청정(maggamagga-nanadassana-visuddhi) <6> 행도지견청정(patipada-nanadassana-visuddhi) <7> 지견청정(nanadassana-visuddhi) 팔리 불교의 중요한 수도 철학서인 《청정도론》 (Visuddhi-magga)에서는 7청정에 대해 아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17단계 또 《중부》 39'마읍대경' 에는 수행의 출발부터 아라한의 깨침에 이르기까지의 도정을 다음의 17단계로 기록하고 있다. 1단계 참괴구족, 2단계 신행청정, 3단계 어행청정, 4단계 의행청정, 5단계 활명청정, 6단계 수호근문, 7단계 어식지량, 8단계 경오정진, 9단계 정념정지구족, 10단계 독주원리, 5개사단, 11~14단계 초선 내지 제4선, 15~17단계 숙주수념지 내지 누진지의 3명지
4쌍8배의 성자와 성격형 부파불교가 열리면서 원시경전의 수도론을 정리해서 기록하게 되었는데, 이를 테면 4쌍8배의 성자는 그 속에 논리형 •신앙형 •선정형 등이 있는데 아래와 같이 표시하고 있다. 성자의 성위3분은 (a)견도 (b)수도 (c)무학과로 나누고, (a)견도 : 4쌍8배중 (1)수다원도(예류향)는 형에 의한 성자(7성인)중 수신행(신앙형), 수법행(이론형) (b)수도 : 4쌍8배중 (2)수다원과(예류과) (3)사다함도(일래향) (4)사다함과(일래과) (5) 아나함도(불환향) (6)아나함과(불환과) (7)아라한도(무학도)는 형에 의한 성자(7성인)중 신해탈(신앙형), 견지와 신증(아나함과)은 이론형(c)무학과 : 4쌍8배중 (8)아라한과(무학과)는 형에 의한 성자(7성인)의 혜해탈(이론형), 구분해탈(이론형, 선정형)이 된다. 위 도표에 의하면 성자(7성인) 가운데 신증은 멸진정을 얻은 아나함으로 구분해탈의 아라한에 가깝다. 혜해탈이란 관법의 지혜만으로도 일체의 번뇌를 끊은 아라한을 일컫는다. 구분해탈(ubhatdhhaga-vimutta)이란 구해탈이라고 지칭하여 이론과 선정을 함께 갖춘 최고의 이상적 아라한을 일컫는다. 3명6통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아라한도 이를 가리킨다. 또 수다원이나 사다함에도 신앙과 이론 이외에 신증처럼 선정을 득의한 아라한도 있으나 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2) 설일체유부의 수도계위 설일체유부의 《구사론》에는 다음과 같이 수도계위에 대해 설하고 있다. ※ 설일체유부의 수도계위 범부 :3정인, 7방편 3정인-- 신심원리, 희족소욕, 4성종(의식주 등의 심득) 7방편--3현--5정심(부정관 내지 수식관), 별상념주와 총상념주(4념처관)--자량위, 4선근--난, 정, 인, 세제일법은 모두 (4제16행상의 관찰) 가행위 성자 : 견도, 수도, 무학과 견도 --예류향 ---견도위 수도--예류과(극7반생), 일래향과 일래과(가가), 불환향과 불환과(일간 , 일종), 아라한향--- 수도위 무학과---아라한과---무학위
3) 대승보살의 수도 원시불교나 부파불교에서는 수도의 최고 자리를 아라한이라고 일컫지 불타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불타는 특수한 사람으로서 일반인은 불타가 될 수 없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열리면서 모든 사람은 불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보리심을 발휘해 수행 정진하면 틀림없이 성불한다고 전해진다. ※일성개성과 5성각별 대승이나 천태교학에서는 일체중생실유불성(일체 중생은 모두 불성을 갖추고 있음)이라 칭하여 한층 일성개성의 설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식의 법상종에서는 5성각별이라 일컬어 유정에는 본래 5종의 능력의 차가 있는데 성문종성, 연각종성, 보살종성, 부정종성, 무성종성이 그것이라 했다. 이 가운데 보살종성과 부정종성의 일부는 각각 성문이나 연각의 깨침밖에는 이를 수 없고, 무성종성은 3승의 어느 쪽의 깨침도 이룰 수 없는 범부 근성의 중생이라 기록하고 있다. 일천제는 무성종성의 중생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분류는 일정 기간 내의 능력 차를 구별한 것으로 거시적으로 보아서는 일성개성의 설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대승불교에서는 모든 보살의 수행계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종파에 따라서 계위설을 보는 견해에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유식의 법상종과 천태교학의 계위설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그치려 한다. 천태교종의 수행계위 보살의 52자리에 대해 설하고 있는데, 그 앞에 5품위를 설정한 후 이것을 6즉으로 구분하고 있다. 보살52위 6즉 이즉-----------미발심위 명자즉---------발보리심위 5품위---------관행즉---------외범위 10신----------상사즉---------내범위 10주, 10행, 10회향, 10지, 등각----분진즉 묘각-------------------------------구경즉 분진즉과 구경즉은 성위에 해당한다.
법상학과 천태학의 다른 점은 법상종 등의 대승별교에서는 10지의 초지를 성위의 초보로서 견도위로 규정한 반면 천태와 화엄 등의 대승원교에서는 10주 이상을 성자위로 규정하고, 10신까지를 범부위로, 10신만위의 상사즉에 와서 견도위에 도달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점에 있어서 대승불교도 별교와 원교처럼 깨침의 계위설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4) 여러 가지의 10지설 전술한 법상종이나 천태종의 계위설에서도 10지에 대해 설하고 있는데, 보살로서는 불위에 들어가기 직전의 단계가 10지라고 기록하고 있다. 10지설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 범문대사(Mahavastu)의 10지 소승부파의 대승부에 속하는 설출세부의 설을 일컫는데 다음과 같다. <1> 난등(duraroha) <2> 결만(baddhamana) <3> 화식(puspamandita) <4> 명휘(rucira) <5> 광심(cittavistara) <6> 구색(rupavati) <7> 난승(durjaya) <8> 생연(janmanidesa) <9> 왕자위(yauvarajya) <10> 관정위(abhiseka) ※ 대승초기의 10지--->10주 최초의 대승에서는 4위까지였고, 후대로 내려오면서 10지(10주)로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10지 4위 <1>초발심------------------초발의 <2>치지 <3>응행-------------------구발의 <4>생귀 <5>수성 <6>정심 <7>불퇴전퇴전-전-----------불퇴전 <8>동진 <9>법왕자 <10>관정-----------------일생보처 ※3승 10지 3승과 함깨 10지는 《반야경》에도 설해져 있다 <1>건혜지 <2>종성지---------------범부 <3>팔인지--------------------------예류향 <4>견지----------------------------예류과 <5>박지----------------------------일래 <6>이욕지--------------------------불환 <1>~<7>까지는 성문 <8>벽지불지-----------------------연각 <9>보살지 <10>불지지----------- -불보살 ※화엄 10지 화엄 10지는 대승 일반의 10지설로 되어 있다. 10지 앞에 계위로서 10주 •10행 •10회향이 《화엄경》에 설해져 있다. 10신은 《영락본업경》 등에 기록되어 있다. <1> 환희지(pramudita bhumi 극희지) <2> 이구지(vimala bh.) <3> 발광지(prabhakari bh. 명지) <4> 염혜지(arcismati bh. 염지) <5> 극난승지(sudurjaya bh. 난승지) <6> 현전지(abhimukhi bh.) <7> 원행지(durangama bh.) <8> 부동지(acala bh.) <9> 선혜지(sadhumati bh. 소선지) <10> 법운지(dharmamegha bh.)
5) 초보의 깨침에 대해서 원시불교에서는 초보적 깨침으로 수다원도를 얻는 방법으로 믿음에 의한 '수신행'과 이론적 이해에 의한 '수법행' 두 종류가 있다고 전술했다. 믿음에 의한 깨침을 4불괴정이라 일컫는데, 이는 불 •법 •승 3보의 성계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절대적으로 믿는 신앙심을 가리킨다. 이론적 이해에 의한 깨침은 원진이구의 법안(dhamma-cakkhu)을 얻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요컨대 4제나 연기의 법에 대한 지햬의 눈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이것을 달리 성제현관(sacca-abhisamaya)이라고도 일컫는다. 어쨌든 초보의 깨침을 얻는 것은 나쁜 행을 범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악업을 받는 악취에 떨어지는 일이 없다. 따라서 이를 불타법(avinipata-dhamma ; 악취에 떨어지지 않음)이라 규정해서 불퇴전 또는 정성결정(sammatta-niyata, samyaktva-niyata)이라고도 일컫는다. 이는 성자위로부터 퇴전하거나 이교도의 신앙을 좇지 않으며, 꼭 위를 향해서 최고의 깨침에 도달하는 게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초보의 깨침을 얻은 사람을 정정취(samyaktvaniyata-rasi)라 일컫는 것이다.
사경자 감로화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