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하지 마!
글 / 김동석
그림 /
010-7334-4876
인물 / 영희, 엄마, 아빠, 이웃 주민, 사람들
사건 / 거짓과 진실이 많아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배경 / 영희네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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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야!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엄마는 딸이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을 말렸다.
“엄마!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야!”
영희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무엇이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를 엄마에게 설명해 주었다.
“영희야! 너무 열심히 하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엄마는 거짓과 진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딸이 공격당할까 걱정이었다.
영희도 엄마가 걱정하는 이유를 자주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고는 숨 쉴 수 없었다.
“공존하는 사회!”
영희가 책상 앞에 붙여둔 카드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학교에서도 항상 서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우리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거짓과 진실이 배합되어 새로운 사료가 되는 것처럼 사회를 지배하는 것들은 진실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에 의해 진실은 거짓이 되고 또 공격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
“엄마! 요즘 어떤 생각하세요?”
영희는 가끔 엄마에게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이 생각이나 할까! 그냥 남이 말하거나 뉴스를 통해 들은 것을 또 누군가에 전달하며 살지!”
엄마는 사실 아무 생각없이 살아온 지가 꽤 오래되었다.
“생각도 없이 딸에게는 너무 열심히 하지 마! 라고 하는 거야?”
영희는 가끔 엄마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을 하게 되면 힘들고 귀찮아!”
엄마는 화가로 살아오면서 어쩌면 보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생각보다는 보여주는 게 더 진실에 가까운 것 같아!”
엄마가 한 말이 맞았다.
영희는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산다는 게 절망적이었다.
“왜! 다들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할까!”
영희는 사람들에게 생각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을 때가 있었다.
아빠랑 대화를 하거나 엄마와 대화를 할 때는 그나마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했다.
..
“아빠! 피자 먹고 싶어요.”
영희는 서재에서 책 읽는 아빠에게 말했다.
“피자!”
“네.”
“아빠는 피자보다 국물 있는 것이 먹고 싶은데!”
갑자기 추어진 날씨 탓에 목이 컬컬한 아빠는 피자보다는 따뜻한 우동이나 국수가 먹고 싶었다.
“영희야! 우리 포장마차에 가서 국수 먹고 올까?”
아빠는 집에만 있으니까 몸이 쑤시는 것 같았다.
“좋아요!”
영희도 밖에 나가고 싶었다.
“아파트 앞 포장마차에 손님도 없을 테니 우리가 가서 국수 한 그릇 팔아주자.”
아빠는 가끔 포장마차 아주머니를 생각하며 국수를 먹으러 자주 갔다.
“엄마에게도 물어 볼까요?”
영희가 아빠 대답도 듣지 않고 안방으로 갔다.
“엄마! 포장마차에 국수 먹으러 갈래요?”
딸이 묻자
“우리 둘이?”
엄마는 추운 날씨를 걱정하며 나가기 싫은 눈치였다.
“아빠가 가자고 했어요.”
“그래!”
영희 가족은 따뜻하게 옷을 입고 외출을 했다.
..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포장마차에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은 한가하군요!”
“네!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요.”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손님이 없어서 걱정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하고 아빠가 말하더니
“국수 세 그릇, 그리고 닭다리 요리 하나 또 순대 한 접시 주세요.”
아빠는 생각지도 않은 닭다리랑 순대를 시켜줬다.
“알겠습니다.”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순대를 썰어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닭다리를 볶기 시작했다.
“순대 먼저 드세요.”
“감사합니다!”
엄마와 딸은 순대와 매콤한 닭다리를 좋아했다.
“당신! 소주 한 잔 어때?”
아빠가 엄마에게 물었다.
“좋아요!”
아빠는 소주를 한 병 시키더니 엄마에게 한 잔 따라주었다.
“아빠! 어묵도 시켜주세요.”
영희는 어묵도 먹고 싶었다.
“어묵은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줄게!”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영희를 보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영희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국수! 받으세요.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국수 담은 그릇을 아빠에게 주었다.
“네!”
아빠가 대답하고 국수 그릇을 받아 영희 앞에 놔 주었다.
“감사합니다!”
영희는 아빠랑 엄마랑 오는 포장마차 국수가 제일 맛있었다.
“닭다리가 매콤하니 소주 안주로 딱이군!”
아빠는 국수를 받고 나서도 바로 먹지 않고 닭다리 안주에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엄마! 맛있어요?”
“그럼! 엄마는 매일 와서 먹으라고 하면 좋겠다.”
엄마는 저녁 준비도 않고 포장마차에 와서 편하게 국수를 먹는 게 좋았다.
“당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요.”
엄마는 아빠가 술을 조금만 마셨으면 했다.
“알았어! 그래도 한 병은 마셔야지.”
하고 말하더니 엄마에게 한 잔 더 따라주었다.
“나는 이 잔만 마실게요.”
엄마는 소주 두 잔을 먹으면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영희가 크면 우리 셋이서 소주 한 병 가지고는 부족할 거야.”
아빠가 마지막 소주를 따르며 말하자
“아빠! 난 술 안 마셔요.”
영희가 아빠에게 말했다.
영희 가족은 집 앞 포장마차에서 맛있는 국수와 닭다리 요리, 순대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
“이유도 없이 공격하는 대상이 되었다니!”
엄마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청소년 범죄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집단이 개인을 공격하는 게 큰일이야!”
엄마는 민주주의 원칙의 근간이 흔들리는 사회가 걱정되었다.
“영희야! 너무 열심히 하지 마! 또 잘난 체도 하지 말고!”
엄마는 뉴스를 볼 때마다 청소년 범죄가 심각함을 깨닫고 딸에게 너무 나대지 말라고 말했다.
“알았어! 열심히 하는 데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행동이나 말은 조심할 게.”
영희는 엄마 아빠가 항상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았다.
..
“착하게 살자!”
그런데 착하게 살면 더 큰 상처를 받는 세상이 되었다.
“적당히! 아주 적당히!”
착할 필요도 없고 또 열심히 할 필요도 없는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착하게 살아야지.”
영희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더 좋은 세상이 오지 않아도 좋아! 난 착하게 살 거야.
그리고 나를 위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할 거야.
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든 세상일수록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영희는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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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여러분!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진실과 거짓이 조합되고 배합되는 세상이 되었어요.
무엇이 진실이고 또 무엇이 거짓인 지 구분하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어린이 여러분의 삶이 항상 행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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