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낭만고양이!
글 / 김동석
그림 /
010-7334-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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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대신증권 빌딩 앞에는 큰 황소 조각상이 있었어요.
청동으로 조각된 황소인데 늠름하고 아주 멋지게 서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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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황소 조각상을 찾아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여의도에 사는 많은 고양이와 수십 마리의 생쥐들이였어요.
그 중에 그림 그리는 고양이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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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들은 그림 그리는 고양이를 <낭만고양이>라고 불렀어요.
“낭만고양이! 낭만고양이!”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는 낭만고양이 이름이 멋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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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등에 올라가 신나게 놀던 낭만 고양이는 엉뚱한 생각을 했어요.
청동으로 만든 황소가 밤이 되면 새까맣게 보여서 볼수록 무서웠어요.
그래서 아주 밝은 옷을 입혀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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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있는 고양이들이 모두 모였어요.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예쁜 황소가 될 수 있을까?”
하고 회의를 했어요.
“길거리에 버린 광고 전단지를 붙여 주자!”
“음식물 찌꺼기를 뿌리자!”
“버려진 옷을 입혀 주자!”
고양이들이 많은 의견을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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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고양이는 한 가지 선택을 했어요.
“여러분의 의견은 모두 다 좋아요.
오늘 밤부터 황소에게 그림을 그려주겠어요.”
하고 말한 뒤 물감과 붓을 사러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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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많은 고양이들이 대신증권 앞으로 모였어요.
낭만고양이가 그리는 황소에게 그림을 보기 위해서 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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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황소야.”
“응! 그런데 그건 뭐야?”
“이거! 너에게 멋지게 옷을 입혀주려고.”
“정말!”
“그래!”
낭만고양이는 물감을 섞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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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섞으면서 황소에게 어떤 옷을 입힐까 생각했어요.
“클림트의 <키스>!”
그 작품에서 두 사람이 입고 있는 황금색 옷을 그려주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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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소식을 듣고 여의도 생쥐들도 많이 모였어요.
고양이들이 생쥐들을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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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대신증권 빌딩 앞에는 고양이와 생쥐들이 가득 했어요.
낭만고양이가 드디어 색칠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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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황소 입을 만지고 가서 그 부분은 누렇게 변해있었어요.
낭만 고양이가 입 부분에 황금색을 칠하니 멋진 황소가 된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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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고양이와 생쥐들은 반짝 빛나는 황소를 보고 놀랐어요.
낭만고양이는 황소 입을 다 칠하고 뿔을 칠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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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에게 황금색을 칠하자 주변이 환해졌어요.
황소는 자신의 몸이 궁금했어요.
“어때?”
황소가 낭만고양이에게 물었어요.
“멋져!”
하고 대답한 낭만고양이는 계속 색칠을 했어요.
“정말이지?”
황소는 거울로 자신을 볼 수 없어서 믿을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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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붓이 스칠 때마다 조금씩 간지러웠지만 잘 참았어요.
멋진 황소를 만들어 준다니 꾹 참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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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고양이는 머리 부분을 다 칠하고 멀리서 한 번 쳐다봤어요.
“와! 멋진데.”
고양이와 생쥐들도 황소를 바라보면서 감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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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황소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세상에! 저렇게 멋진 황소도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노란 황소가 될수록 주변이 더 환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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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황소 꼬리를 칠하기 시작했어요.
낭만고양이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어요.
“아! 힘들다.”
낭만 고양이는 힘들었지만 후회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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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색칠을 다했어요.
클림트 화가가 봐도 너무 멋지다고 할 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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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고양이는 붓을 내려놓고 한 마디 했어요.
“여러분! 이 황소 옷은 앞으로 1시간 동안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지울 거예요.”
하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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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워?”
고양이와 생쥐들은 지운다는 소리에 궁금했어요.
“지우는 이유가 뭐예요?”
어린 고양이가 물었어요.
낭만 고양이는 천천히 땀을 닦더니
“색칠한 황소를 보면 사람들은 범인을 잡아서 경찰에 넘길 거예요.”
하고 말한 낭만고양이도 마음이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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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양이들이 황소 곁으로 와서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생쥐! 너희들도 와서 사진 찍어.”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생쥐들에게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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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멋진 옷을 지운다는 이야기에 좀 아쉬웠어요.
하지만 고양이나 쥐들이 밤마다 같이 놀아주는 친구들인데
잡혀가는 것은 싫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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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들이 물을 떠와 황소 등에 올라갔어요.
그리고 물을 뿌리기 시작했어요.
“아! 아깝다.”
고양이와 생쥐들은 멋진 황소가 더러워지는 모습을 보면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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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다시 검정색으로 변했어요.
“미안해! 내일 밤에도 와서 또 멋진 옷을 입혀줄게.”
하고 낭만고양이가 말했어요.
“정말이지?”
하고 묻던 황소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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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마다 대신증권 앞 황소 조각상에서는 낭만고양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멀리서도 멋진 황소를 보기 위해서 많은 동물들이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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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대신증권 한 직원은
낭만고양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우연히 봤어요.
“와! 대단하다.”
멋진 황소를 보고 너무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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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낭만고양이를 쫓아버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 고양이와 생쥐들이 주변에 있는 것을 보고 꾹 참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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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직원은 집에도 가지 않고 그림 그리는 순간을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어요.
그리고 고양이와 쥐들이 모두 사라지자
‘휘이익! 휘이이익!’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갔어요.
“대박! 완전 대박!”
지하철에서 동영상을 본 직원은 너무 멋진 광경에 내리는 역도 지나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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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출근한 직원은 사장실에 갔어요.
그리고 어젯밤에 있었던 동영상을 사장님에게 보여 주었어요.
“와! 고양이가 그림을 그려?”
하고 말한 사장님도 깜짝 놀랐어요.
“네!”
하고 대답한 직원은 지금도 심장이 뛰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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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사내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오늘은 특별 방송이 있을 예정입니다.
모든 직원은 점심을 드시고 일찍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웅성웅성!”
직원들이 웅성거리며 무슨 일일까 궁금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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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방송국에서 어제 직원이 찍은 동영상을 틀었어요.
대신증권 직원들은 모두 놀랐어요.
“세상에! 고양이가 저렇게 그림을 잘 그리다니!”
그냥 지나치던 황소가 그렇게 멋진 줄 몰랐어요.
모두
창문을 열고 밖에 서있는 황소 조각상을 봤어요.
하지만 낮에는 새까만 황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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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밤에 숨어서 구경해야겠다!”
하며 직원들이 소곤소곤 거렸어요.
사람들이 나타나면 고양이가 그림을 그리기 어려울 텐데
걱정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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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사장님은
한 달에 한 번 황소 조각상에 옷 입히는 행사를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방학 때는 그림대회도 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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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들은 황소는 너무 행복했어요.
그리고
첫 번째로 그림대회가 열렸어요.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해서 황소에게 멋진 옷을 그려주었어요.
1등을 뽑아서 낮에 직접 황소에게 그릴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선물도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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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대회는 방학 때마다 열렸어요.
황소는 너무 행복했어요.
밤이면 고양이와 쥐들이 찾아오니 외롭지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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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그림대회가 있는 날은 쉬기로 했어요.
낭만 고양이를 보지 못해서 황소는 서운했지만 참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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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에게 옷을 입히고 그림대회를 한 뒤로
대신증권에는 어른과 어린이 고객이 많이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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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낭만고양이가 황소에게 그림 그리는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밤에 몰래 숨어서 동영상을 찍어서 돈을 버는 나쁜 사람들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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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대신증권 빌딩 앞 황소는 환하게 웃으면서 묵묵히 서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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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알려줄 게 있어요.
낮에는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이 황소에게 그림을 그려주었어요.
곧 멋진 화가가 탄생할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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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고양이! 낭만고양이!
세상에서 제일 그림 잘 그리는
낭만고양이!”
어린이들도 그림을 그리면서 낭만고양이 노래를 불렀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