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달 완역 ❮자치통감(資治通鑑)❯
워낙 분량이 어마어마하기에 전권을 읽기 어려웠으나 중앙대학교 명예 교수 권중달 교수가 무려 14년에 걸쳐 완역하여 출판했다. 출판사가 힘들어져서 관둔 적도 있었으나 ❮자치통감❯을 완역 출간하겠다는 열정이 엄청나, 끝내 자신의 사재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 후 받은 퇴직금을 털어 ❮자치통감❯ 하나만 출판하기 위한 출판사를 스스로 설립하고 2009년에 완간. 총 32권으로 삼화 출판사에서 출판 중이다. 총 32권의 정가가 9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의 압박이 있으나 수십 년 노력과 집념이 깃든 완역본이라 그런지 권중달 교수 찬양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북(eBook)으로도 나왔다. 총 295권. 종이책 한 권을 10권으로 나눈 듯. 가격은 리디북스 세트가 58만 원. 단권을 다사면 82만 원. 전자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전자 도서관에서 대여해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지원되는 도서관의 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한다. 지원된다면 이용해 보자.
다만 통감 원문만을 완역했다는 것이지, 호삼성이나 세종대왕이 달아놓은 주석까지 번역한 것은 아니라서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편. 그래도 원문만으로도 분량이 만만치 않은데 이를 홀로 완역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호삼성 주석은 권중달 교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에만 조금씩 달려있다. 다만 가끔 번역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삼국시대를 예로 들면 촉한의 재상 비의를 불의로 번역한다든가 주석에 습착치의 '한진춘추'를 '진한춘추'로 잘못 기재한다든가 하는 등. 2015년 10월에는 권중달 교수가 2009년 완간본을 보완한 '평설 자치통감'을 새로 출간하고 있다. 원문과 번역을 나란히 실어 바로 원문대조가 가능하도록 하고, 역사 지도와 권 교수의 평설을 함께 실었다고 한다. 현재 8권(진 시대)까지 출간 중. '평설 자치통감'의 경우 한 권이 원본 한 권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 다 출간하려면 최소 294권이 나와야 한다. 개정판에 이어 2018년부터 증보판을 만들고 있다. 원문과 번역이 함께 실려있어 완성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여담으로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 ❮자치통감❯의 저자인 사마광은 둘 다 성이 똑같고, 번역자인 권중달 교수의 이름인 중달은 사마광의 선조인 그분의 자. 친척 같아보이지만 완전한 남남. 사마씨야 조상 하나에서 갈라지기는 하지만 사마천은 사마씨 시조의 첫째 아들 계통이고 사마광은 차남 계통이다.
❮자치통감❯의 요약본인 ❮통감절요❯와 ❮강목❯ 역시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 중이다. ❮통감절요❯는 3가지 완역본이 존재하는데, 2015년 충북대 김정화 교수가 번역한 충북대출판부 판본과 2006년 ~ 2010년 한학자인 성백효 선생이 번역한 전통문화연구회 판본, 1987년 고려대 철학과 김충렬 교수가 다른 다섯 명과 함께 공역한 삼성출판사 판본이 있다. 김정화역본은 총 4권, 성백효역본은 총 9권, 김충렬역본은 총 3권이다.
❮통감강목❯은 2015년부터 전통문화연구회를 통해 ❮사정전훈의 자치통감강목❯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고 있는데, 2020년 4월 30일 시점에 19권까지 출판되었다. 1권, 2권은 성균관대 신승운 교수가 책임 번역자로 참여하였고, 3권 ~ 5권까지는 한학자 성백효 선생이 책임 번역으로 참여하였다. 참고로 사정전은 경복궁의 편전으로 바로 세종대왕을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즉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의 주석이 달린 ❮강목❯의 국역본이라는 뜻.
2019년 4월에 신동준 21세기 정경연구소 소장이 번역한 올재 클래식스 30차 세트(총 30권 계획 중 1차분 10권)가 출간되었다. 올재 사무국의 말로는 3차에 걸쳐서 전 294권을 새로 완역 출간한다고 한다. 그러나 번역자로 나선 신동준 21세기 정경연구소장이 2019년 4월 25일 별세한 터라 향후 계획은 불투명해졌고, 결국 2019년 8월 12일 나머지 2/3 분량은 출간이 불가함을 공지하였다. 따라서 2020년까지 한국어로 완역된 자치통감 번역본은 권중달 교수의 번역본이 유일하다.
사기는 완독한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지만, ❮자치통감❯은 식자층 중에서도 완독한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다. 분량도 사기보다 훨씬 방대하고 사기보다 번역 작업 및 대중화가 덜 된 측면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표준 중국어를 공부해서 현대 중국어로 된 자치통감을 읽는다면 못할것도 없기는 하다. 중국 본토나 타이완,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에서 이렇게 읽는 경우가 대다수니까.
권중달(權仲達)
중앙대학교 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대만 정치대학에 유학하여 ❮자치통감❯이 한국과 중국의 학술에 끼친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6년부터 중앙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지냈고, 2006년에 정년퇴임하여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다. 권중달 교수는 역사지식의 대중화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997년부터 ❮자치통감❯번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2005년 말에 200자 원고지 8만매 분량인 ❮자치통감❯ 전294권을 완역하였다. 그리고 2007년 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권중달 역주 자치통감❯ 31권과 해설서 ❮자치통감전❯ 1권, 전32권을 출간하였다. 일반 독자를 위하여 펴낸 ❮자치통감산책❯은 ❮자치통감❯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2015년 6월에 대만의 중화문화총회는 ‘자치통감을 번역하고, 중국역사학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서 문화공로상을 수여하였다. 저서로 ❮중국근대사상사❯❮자치통감전❯,❮자치통감산책❯,❮자치통감사론강의(전2권)❮위진남북조시대를 위한 변명❯,❮황제뽑기❯❮자치통감 3번 태어나다❯외가 있고, 역서로 ❮역사학연구방법론❯, ❮중국사의 새로운 이해❯, ❮문화대혁명 전후의 중국역사인식❯,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역서 ❮가사❯ 외 공역과 공저가 다수가 있다.
첫댓글 중국의 삼대 역사서로 공자가 쓴 춘추, 사마천의 사기,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꼽습니다. 현재 중국의 역사서를 집필하고 있는데 초반부터 최대한 자세를 납작 업드리고 전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건필하시길 빕니다. 조선에서는 『대학연의(大學衍義)』라고 해서 자치통감을 접목시킨 『대학』의 주석서 혹은 해설서 같은 것이 많이 읽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도 자치통감이 너무 방대해서 이런 방법으로라도 그 책을 붙잡고 싶었나 봅니다.
@조선할배 글을 보다보니 세종대왕이 자치통감을 읽고 주석을 달았다는 이야기나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사신을 보내면 황제를 알현하고 북경에 있는 유리창에서 새로나온 책을 구입해 왔습니다. 책값을 지불하는데는 금이나 은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규장각과 장서각에 전하는 책들이 그러한 것입니다.
최병현 교수가 목민심서 Admonitions on Governing the People를 영어로 번역해서 책을 냈셨다고 해서 1200페이지짜리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두고 곧 단종되겠지 . . . 생각하며 뿌듯해 하고 있는 중에 . . . 누군가 자치통감을 영역본을 낸다면 또 사야한다는 생각에 . . . 아찔해집니다. 미국에서도 희랍고전들을 영어로 번역하는데 일생을 바치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 . 한국에서도 그런 분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조선 역사서인 승정원일기와 일성록을 아직 국역으로 번역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팔만대장경도 국역된 것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정조임금이 보았다고 전하는 중국 청나라(만주족)의 역사서 사고전서(四庫全書)는 4946권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우리나라 선사에 대한 기록이 전무한데 증산도에서 '도전', '환단고기'와 같은 책을 출판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의 어리석은 생각에 이러한 책은 사고전서에서 발췌한 것이 아닌가 의심해 봅니다. 사고전서는 역사서이기는 하지만 여진족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글이 다분합니다.
선사에 대한 기록도 거의 없고 또 그 때는 지금 우리들이 말하는 국가개념도 없었던 때라 "국가" 혹은 "애국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묘족의 시조 "치우"를 월드컵에서 붉은악마의 상징물로 사용했을 때 중국에서는 "치우"를 한국에 빼앗겼다는 분노와 비판의 글이 쏟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고대사를 국가개념으로 접근해서 나타난 분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문화에서 치우는 도깨비 또는 용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용의 기원은 중국 남쪽지방이며 응큼하게 숨어 있다가 사람을 덥치는데 사람들이 두려워 했던 동물이라고 전합니다. 치우는 좀 앞서나간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