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시
새벽바다 안개꽃
바다는 육지가 그리워 출렁이고
나는 바다가 그리워 뒤척인다
물이면서 물이기를 거부하는
모반의 용트림
용수철로 튀는 바다
물결소리 희디희게
안개꽃으로 빛날 때
아스팔트에 둥지 튼 갑충(甲蟲)의 깍지들
나도 그 속에 말미잘로 누워
혁명을 꿈꾼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덧없는 날들을 어족처럼 데불고
시원(始原)의 해구(海溝)로
우리가 어느 바닷가 선술집에서
불혹(不惑)을 마시고 있을 때
더위 먹은 파도는 생선회로 저며지고
섬광 푸른 종소리에 피는
새벽바다 안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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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떴다방 까치집
한동안 안 보이던 까순이 까돌이가 돌아왔다. 아무튼 반갑다.
대모, 구룡, 청계, 우면, 관악산 팔부능선까지 여직 잔설 희끗희끗
늦겨울 기지개 켜는 소소리바람.
게으른 새봄은 다도해 동백 숲 어디쯤 느긋하게 북상중이다.
거어참! 뜬금없네.
양재동 시민의 숲 그 많은 까치집 다 어쩌고 또 새집을 짓다니.
예끼순! 윤봉길 의사님이 뭐라신다.
‘난거지 든부자’ 이번엔 오피스텔인가 부다.
주상복합은 뭐니 뭐니 해도 입지가 좋아야 해.
양재천 ‘시민의숲’ 들머리. 강남대로 왕복 8차선 중앙녹지대.
일렬종대로 늘어선 플라타너스 첨단 까치공법.
서울서 분당, 성남, 안양, 수원, 인천행 뻔질나게 오가는
버스정류장 교통요지.
머지않아 전철 신분당선 매헌(梅軒)역 들어설 알토란 역세권.
용케 알았네? ‘강남불패’엔 ‘청와대불패‘로
집값 꼭 잡겠다던 판교신도시 동티나서, “천당아래 분당이래”
과천, 용인, 수원까지 얼씨구나! 어깨동무로 껑충 뛴 풍선 아파트값.
분분한 싸락눈 *검기우는 새참에 이따금 햇살이 마실을 온다.
아직 새순만 봉긋봉긋 앙상한 겨울 플라타너스 빗장뼈 가운데쯤,
금슬 좋은 까치내외 번갈아 물어 나른 섶가리 잔가지들.
까악! 깍! 깍! 깍! 스타카토 목울대로 갸우뚱~갸우뚱~ 얼기설기
대바구니 엮듯 튼실히도 지었구나.
아서라! 눈치챌라. 내 출근길에 흘깃흘깃 공정체크 감리하는 줄은
아마 몰랐을걸?
강남대로 치솟는 고층빌딩 몇 년 넘게 아직도 공사중인데,
초일류 주상복합 까치둥지 완공까진 고작 보름 남짓.
여우비 오는 나무말미에 준공식도 마쳤겠다.
산자락 등솔기마다 꿈틀꿈틀 눈터지는 초록 봄이 용틀임하면,
저요! 저요! 플라타너스 여린 잎손들.
연신 알은 체를 하는 날. 나는 아침저녁 오가며 까치 근황을 묻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신규가입 번호이동 반값 세일 !
인공지능 동영상 1천만화소!!!
*갓밝이 *미리내 *달안개에 그리움도 찍히는 <떴다 노래방>.
목하 디카디카 성업 중이다.
<각주>
*난거지 든부자 ; 겉으론 가난한 듯해도 실속은 딴판으로 살림이 알찬 사람
*검기울다 :검은 기운이 해를 가려 날이 어두워지다.
*갓밝이 : 새벽 동틀 무렵에 희무끄레한 상태
*달안개 : 달밤에 피어오르는 안개. 달빛이 안개처럼 부옇게 보이는 것
손해일(孫海鎰) 약력
*1948년생, 서울대 졸업, 홍익대대학원 졸업(1991, 문학박사)
*1978년 월간『시문학』 등단, 시집: 『흐르면서 머물면서』 『왕인의 달』
『떴다방 까치집』 『신자산어보』 영시선집 『A Performance for the Light』,
평론집: 『박영희문학연구』 『월탄 박종화시연구』 『심리학으로 푸는 한국현대시』
*<서울대, 대학문학상> <홍익문학상> <시문학상> <서초문학상> <소월문학상>
<서울대, 자랑스러운 상록인대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평론), 매천 황현문학대상
*(전)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한국현대시협 이사장, 한국문협 이사, 시문학회장,
홍익문학회장, 서초문협회장, 농협대교수, 홍익대강사, <농민신문> 편집국장,
세계한글작가대회 네번 개최(총괄대회장)
*(현)국제PEN한국본부 명예이사장, 한국문협 자문위원, 한국현대시협 평의원,
서초문협 고문, 서울대총동창회 이사, 대림대 평생교육원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