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란?
혁신학교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추진한 핵심사업 중 하나다. 학급 인원 25명 이하, 학년당 6학급 이하인 작은 학교를 지정해 운영과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주며 연간 1억~1억 5천만원 정도가 4년 동안 지원된다. 또한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장을 교장공모로 선임할 수 있고 교장은 전체 교사의 30% 범위에서 교사를 초빙할 수 있다. 경기 지역은 2013년까지 혁신학교를 200개로 확대할 방침이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2011학년부터 새로이 지정되는 서울형 혁신학교 또한 교육청 특혜는 경기 혁신학교와 비슷하다. 교사 초빙권과 학교 운영 및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주는 것이 기본 골자이며, 과밀학급을 재편해 학급당 0.l명 정도 학생 수를 줄이고 인성과 적성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공모와 심사를 거쳐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은 대부분 낙후지역에 위치하거나 저소득층 학생 비율이 타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학교장과 구성원의 혁신학교 운영 의지가 강한 학교들로, 초등학교 10개교, 중학교 10개교, 고등학교 3개교가 선정됐다.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에 의해 지원 가능한 학교인가?
혁신학교는 학부모가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혁신학교의 경우, 자율형사립고나 자율형공립고 등과 같이 선지원 후추첨을 통해 입학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근거리 배정원칙에 따라 학교배정이 이뤄진다. 혁신초등학교 중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남한산초등학교나 보평초등학교, 서정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인근 집값이 폭등하는 등 기이한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아직까진 비평준화 지역이 상당수 존재하고 평준화 지역이라 할지라도 2010학년도 입시부터 고교선택제가 대폭 확대되었기 때문에 근거리 배정원칙에 따른 초중학교와는 지원상황이 약간 다를 수 있다.
기존학교 운영체제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법적으로 자율학교 범주에 속하는 혁신학교는 자율형사립고처럼 교육과정의 30% 범위 내에서 학교 자율로 프로그램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많은 학부모가 자율형사립고를 선택하는 이유가 학생에 따른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자율 프로그램 때문인데 한 학기 등록금이 4백만원에 가까워 부담이 따랐던 것이 사실. 하지만 혁신학교는 기존 공립학교의 등록금만으로도 학교 자율 교과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접목시킬 수 있어 경제적 부담 없이 혁신교육을 시킬 수 있는 운영 체제다. 혁신학교의 교육 프로그램과 운영 방식은 학교마다 다르다.
학교 단위로 신청하고 지정되는 혁신학교는 지역적 특색과 학교 상황을 고려해 그에 맞는 ‘혁신’ 교육을 시도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다른 혁신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혁신학교들은 ‘학생 중심의 교육’을 교육의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시흥 장곡중학교의 경우 4인 1조를 한 모둠으로 서로에게 ‘멘토-멘티’가 되어주며 학생 100%가 참여하는 열린 수업 시스템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가 한 명도 없고 모둠 발표 시간에는 한 명도 빠짐없이 토론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수업 형태로 탈바꿈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보평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3월부터 3개의 미니초등학교를 실험하고 있다. 1~2학년은 기초생활교육을 강조한 ‘배움스쿨’을, 3~4학년은 교과서 내용 이해를 강조한 ‘나눔스쿨’을, 5~6학년은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한 ‘보람스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창의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어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흥덕고의 경우 교복 디자인도 학생들이 선택하고 학교 규범 역시 학생들의 토론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등 온전히 ‘학생들이 만드는 학교’로 바뀌었다. 흥덕고의 경우 0교시도, 야간자율학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체벌도 없다. 두발자율화로 학생들의 머리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선택을 믿고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니 학생들 또한 책임과 자율성을 가지고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다”며 혁신학교 프로그램으로인해 생긴 변화를 즐거워했다.
1년의 성과로 혁신학교의 성공을 운운하기엔 시기상조가 아닐까?
경기권 혁신학교의 성공사례는 많은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우리학교도 새로운 공교육의 모델형을 제시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일찍부터 혁신학교 운영 체제에 관심을 가졌던 학부모들은 유명 혁신 초등학교 근처로 위장전입해 전학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혁신학교 근처로 집을 새로이 얻는 등 학교 프로그램에 전적인 신뢰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혁신학교는 실험 단계를 거치는 중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각 학교가 처한 지역적 특색과 학부모의 영향력, 학교에 대한 기대치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혁신학교 프로그램에 따른 만족도 또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선 특목고처럼 상위 학교로의 진학실적이나 대내외적인 그 어떤 실적이라도 나와야 학교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들 말하지만,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 수업에 임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딴짓을 하거나 졸고 있는 현 교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경기권의 성과는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서정초등학교의 이우영 교장은 “학생이 즐거워야 학교가 살고 교사가 보람을 느끼고 학부모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하나가 되어 함께 배우고 만들어나가는 수업이 이뤄져야만 학습 성과를 높일 수 있고 혁신학교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내 아이 혁신학교에 보낼까?
혁신학교 진학을 생각한다면(거주 지역 내 혁신학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우선 교사의 역량을 체크해야 한다. 이 말은 교사의 스펙을 따져보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대하는 열정과 사랑, 교육적 나눔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지를 판단해보라는 얘기다. 혁신학교가 성공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사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수업을 공개해서 함께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계속해서 교수법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한 혁신학교로 지정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학생이 모범학생이 될 수는 없다. 학생들 역시 낯선 자율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학생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교사들이다.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 또한 중요하다. 혁신학교는 여느 일반 학교보다 모임이 상대적으로 많다. 서정초등학교는 학교 자체적으로 학부모들에게 다양한 문화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방과후수업에서 보조교사로 활동할 수 있게 유도하는 등 학부모의 참여를 중요시 여긴다. 아쉬운 부분은 중·고교 간의 혁신학교 연계프로그램이 아직까진 전무하다는 것. 초등학교부터 혁신학교 프로그램을 접한 학생이라면 당연히 중학교, 고등학교 또한 혁신학교와 연계된 학교로 진학을 희망하지만 중·고교 간 혁신학교 숫자 면에서도 형평성을 맞추기엔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