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를 통한 지역 거점병원
박병상
“ 환자수와 시술건수면에서 국내 성형외과부문 1,2위를 다투던 BK성형외과와 동양성형외과가 지난해 7월7일 전격 합병했다. 잘나가던 두 병원의 결합은 의료기관간 첫 합병사례로 기록될 만하다(신문기사)”
BK동양성형외과로 명명한 이 병원은 성형외과 전문의 15명, 피부과전문의 1명, 마취과전문의 2명은 물론 1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성형외과부문 국내 최대 규모가 됐다. 신사점을 비롯, 명동점, 강남역점, 부평점, 피부관리센터 등 국내에서만 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도 2곳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합병에 이르게 하였을까? 이 거대한 두병원의 합병은 구멍가게식이 아니라 규모와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 국내 유일의 성형외과 전문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우수한 실력을 갖춘 의료진들이 체계적인 시스템하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선 병원급 성형외과를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 보강에 나섰다. 15층 규모의 2차병원급 성형외과를 신축하고 있다. 20개 병실과 10개의 수술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잘 나가던 두 성형외과의 합병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홍성범 BK동양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신사역 사거리에 나란히 위치했던 두 곳은 모두 10년 넘는 기간동안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뒀었다"며 "하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비전을 가지고 싶어 두 병원이 합치게 됐다"고 말했다.
M&A는 Mergers And Acquisitions의 약자로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자신의 존속을 위하여 끊임없이 내부 자원들을 이용하여 성장을 모색하다가 그것이 순조롭지 못하거나, 어려움을 느끼게 되면 외부 경영 자원들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외부 경영자원 활용의 한 방법이 M&A라고 할 수 있다.
기술혁신에의 대응이나 기업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최근 이와 같은 M&A는 사회구조·산업구조의 변화와 인간의 의식구조 변화, 그리고 생활양태의 변화와 같은 시대적 조류를 배경으로 하여 아주 중요한 기업전략이 되었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의료 환경 변화와 의료소비자의 변화로 병원도 한창 M&A중이다.
중소병원의 도산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 거점 1위 병원이 망하는 곳은 드물다. 지역의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병원도 기업이다. 일정한 규모의 경제가 있어야 한다. 합병의 방법으로는 흡수합병 (Merger)과, 신설합병 (Consolidation)이 있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인수(Acquisition)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합병이란 기업의 외적성장 (External growth)에 있어서 가장 전형적인 수단으로 서로 독립된 2개 이상의 기업이 완전히 일체화되어 새로운 법인체가 형성되는 것이다.
재계에서 기업 성장사를 얘기할 때 두 가지 대별되는 기업가 유형을 꼽는다. 맨땅에 직접 공장을 세우고 투자하면서 기업을 일으켜 차근차근 그룹의 규모를 키우는 유형과 M&A를 통해 급속도로 덩치를 키운 그룹이 있다. 대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목적은 비슷하다. 기업의 성장이다. 어느 쪽이 바람직한 기업 성장모델인지는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M&A의 장점은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취함으로써 처음부터 사업을 일으키는 것보다 손쉽게 사업을 빠른 속도로 키우거나 다각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업의 M&A가 병원에서도 보편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양한 동기의 M&A는 실제 발생될 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거래가 이루어지게 된다. 최근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네트워크, 프랜차이즈 등과 함께 대형화를 위한 병원 M&A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례1>혼자서 의원을 경영하고 있는 A산부인과와 또 다른 B산부인과 원장은 지역내 각자가 생존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서로 합치기로 결의하고 제3의 장소에 새로운 여성병원 건립을 목표로 부지를 물색중이다.
<사례2>그동안 혼자서 병원을 운영하던 A원장은 후배들을 물색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 봉직의를 두고 병원을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병원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다. 그간 지역내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프리미엄을 활용하여 새로운 젊은 피(?)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그들에게 병원을 매각하는 것이다.
<사례1>은 생존하기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합병이고, <사례2>는 새로운 곳에 병원을 매각하기 위한 전초 단계이다. 두 방법 모두 실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부인과 변신사례이다.
M&A는 지역 거점화를 위하여 필요하다. 적정한 규모의 병원으로 지역사회 의료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지역내 분산되어 있는 의료 공급체계를 일시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구축하거나 새로운 분야에서 강자로 부각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청주모태안(母胎安)여성병원은 모태산부인과와 안산부인과가 결합된 병원이다. 지역내 서로 경쟁하던 병원들이 힘을 합해 여성병원의 대형화를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외부 건축물, 인테리어 등)는 적절한 자금이 있으면 따라 올수 있다. 그러나 잘 구축된 소프트웨어(운영시스템)는 좀체로 따라 오기 힘들다.
특히 여성병원의 합병은 지역내 점유율 50%이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지역내 시장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80:20의 법칙이 적용될 수도 있다. 지역내 여성병원의 수요를 80% 점유한다는 것이다. 노력하고 연구하고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했을때만 가능한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병원이 더욱 가시화 되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지방 35만도시의 산부인과 출생율은 약 6,000여명, 연분만건수가 1,000건을 넘는 여성병의원 4곳,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산부인과 의원에서 점유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 어느 한곳이 3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지역내 개원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원 3곳이 합병을 결의하고 최근 병원 부지를 매입하였다. 목표는 이곳 도시의 시장 점유율 5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의사들간 자본 출자를 통해 공동개원이라는 틀 속에서 뭉치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분배, 공동투자라는 공동개원의 틀속에서 새로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넘어야 될 산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역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 내부의 의견을 모으고, 한곳으로 향하는 것 만이 살길이다. 특히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지역 2,3위권 병원들이 서로 합병하여 1위에 대항하는 것이다. 의료는 자본력도 중요하지만 기술력이다. 소위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다고 하면 합병 또는 인수는 병원 경영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병원뿐만아니라 재활의학병원이나 척추전문병원등도 지역내 적절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형화를 목표로 이합집산을 이룰 가망성이 크다. 이들 병원은 합치는 것과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병원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더 키우기를 원한다. 이런 방법들은 중소병원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등장할 것이다. 이들의 변화는 의료소비자의 욕구에 기인한 것이다.
어떤 산업에서건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과점체제로 경쟁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까닭이다. M&A의 1차 목적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지역내 1위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병원도 무한경쟁을 벌리고 있다. 이미 지역간 경쟁은 파괴되어 우리나라 어디든지 갈수있는 체계로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엔 같은 분야의 업체 간 생존을 위한 M&A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 기업에서는 좋은 투자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되팔아 큰 이익을 얻는 것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사업모델이 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영리병원이 합법화 되면 자본의 조달이 용이해져 병원도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가치를 올려 되파는 사업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변화하는 병원은 Mass Marketing이 아니고 Target marketing을 하며 경쟁우위를 찾는 것보다 새로운 강점을 찾는다.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것보다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협력하고 있다.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박병상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국내 병원 건립분야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의료부동산, 의료금융, 의료네트워크에 관심이 많다. ‘병의원 개원가이드’, ‘의료기관 개원 플러스100’, ‘성공하는 의사들을 위한 개원강좌’ 등의 지은이기도 하다.
이원고는 산부인과 개원의 협의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에 실려있으며, 오픈닥터스에도 같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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