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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6일, 수요일, Meknes, Hotel Maroc
(오늘의 경비 US $28: 숙박료 90, 점심 25, 저녁 7, 커피 7, 식료품 14, 택시 5, 10, 30, 10, 입장료 10, 인터넷 4, 환율 US $1 = 7.6 dirham)
Fes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호텔 방에 햇빛이 안 들어온다. 내 방만 안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다른 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건물 구조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여름엔 시원해서 좋을 것 같은데 겨울엔 춥고 우중충해서 안 좋다. 빨래도 잘 안 마른다. 특히 이번에 새로 산 모직 양말이 잘 안 마른다. 낮에 외출할 때 가방에 걸고 다니면서 말리는데 사람들이 양말인지 모르는 것 같아서 괜찮긴 한데 좀 불편하다.
여행할 때 제일 많이 쓰는 말은 가격을 묻는 “얼마예요?” 하는 말이다. 호텔에서도 음식점에서도 수퍼마켓에서도 쓰고 버스나 택시 탈 때도 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써야하는 말이다. 이 말은 아무리 어려워도 꼭 배워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말을 배우는 것보다 저쪽에서 얼마라고 대답하는 것을 알아듣는 것이 힘든 것이다. 이번에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
전에는 종이와 펜을 내밀면서 가격을 쓰게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많다. 쓰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쓴 것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때도 있고 펜이나 종이를 빨리 못 찾을 때도 있고 쓴 다음에 펜을 돌려받는데 신경이 쓰이는 등 별일이 다 많다. 간단할 것 같은데 복잡하기 한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고안해 낸 방법이 얼마냐고 물으면서 (이곳에서는 주로 프랑스어로 묻는다) 포켓용 계산기를 내미는 것이다. 상대방이 계산기에 가격을 처넣으면 자연스럽게 계산기를 되돌려 받게 마련이다. 그래야 내가 가격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써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이 아주 잘 된다. 왜 전에는 이 방법을 생각 못 했는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날씨가 춥고 호텔 방도 추워서 커피포트를 정말 잘 쓴다. 언제나 물을 끓일 수 있어서 좋다. 아침에는 커피를 만들어 마신다. 면도나 세수 할 때도 물을 끓여서 더운 물을 쓴다. 밤에는 물을 끓여서 물병에 넣고 배낭커버나 베개커버로 덮어서 침낭 안 발밑에 넣고 잔다. 잠자리가 따듯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식수로도 쓴다. 커피포트가 없다면 이번 여행은 참 힘들었을 것이다. 다운재킷도 거의 매일 입는다. 나갈 때 입거나 아침에 서늘할 때 방안에서도 입는다.
이번에는 짐을 아주 잘 싸 가지고 온 것 같다. 공항에서 저울에 달아보니 배낭과 어깨에 메는 가방을 합쳐서 14kg 약간 넘었다. 모로코, 알제리아, 튜니시아, 리비아 여행이 끝나면 Lonely Planet 책 4권이 없어지니 (서울로 보낸다) 짐이 1kg 이상 줄 것이다. 필요한 것은 다 가지고 온 것 같고 집사람의 도움으로 중간에 (요르단 정도에서) 새로 책과 떨어지는 물건 약간을 소포로 받을 것이다. 집사람이 쉽게 부칠 수 있도록 싸놓고 왔으니 이메일로 내가 받을 우체국 주소만 보내면 된다. 호텔로 보내는 것이 아니고 어느 도시의 중앙우체국으로 부치는 것이다. "Central Post Office, Meknes, Morocco" 하는 식이다.
오늘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받은 로마제국 유적지인 Volubilis 구경을 다녀왔다. Lonely Planet에 나온 대로 grand taxi라 불리는 합승택시로 Moulay Idriss까지 가서 (30분) 다시 택시로 Volubilis 갔다 (10분). Volubilis는 40 CE부터 280 CE까지 로마제국의 변방도시였는데 인구가 최고로 2만 명까지 이르렀다. 모로코 최초의 이슬람 왕국을 세운 Moulay Idriss가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의 증손자란다) 이곳을 첫 수도로 삼았으나 (나중에 Fes로 천도) 쇠퇴의 길을 밟다가 1722년에 생긴 Lisbon 지진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된 후로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았다 한다. 포르투갈 수도 Lisbon까지는 지중해 너머 꽤 먼 거리인데 어떻게 이 도시까지 파괴되었는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최고 볼거리는 타일 모자이크 조각이란다. 2천 년이나 된 모자이크인데 100년도 안 된 것 같아 보인다.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있는데도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내다니. 이곳의 기후가 지중해성 기후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일까? 한국 같은 기후였더라면 견디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보호 장치를 해야 될 것 같은데 (매연 등등) 그대로 방치해 놓았다. 그리고 누가 밤중에 뜯어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그냥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Volubilis 구경을 끝내고 (2시간 걸려서) 4km 거리인 Moulay Idriss까지 걸어왔다. 사진을 찍으면서 걸었다. 4km 정도를 걷기에는 청명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아주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걷다가 누구에게 물어서 내가 궁금해 하던 올리브 나무의 정체를 확인했다. 알고 나니 모로코는 올리브 나무 천지이다. 2년 전 그리스, 터키, 이란 여행을 했을 때도 봤을 것 같은데 생각이 안 난다.
조금 걷는데 차 한대가 내 옆에 다가와서 서더니 인상이 좋아 보이는 중년 남자가 내가 원하면 Moulay Idriss까지 차를 태워줄 수 있단다. 물론 공짜로다. (인도나 러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이렇게 해서 태우고도 돈을 받는다.) 고맙지만 걸어서 가겠다고 말하고 계속 걸어갔다. 거절은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역시 이 나라는 사람들이 좋은 나라다. 이런 나라에 여행하는 나는 행운아인 셈이다. 좀 예상 밖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이슬람교 나라치고 사람들이 좋지 않은 나라를 못 봤다. 터키, 이란, 파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중앙아시아스 나라들, 사람들이 다 좋았다. 그래서 이슬람교에 대한 존경심 비슷한 감정까지 생긴다. 어디서 읽었더라, 어느 유럽의 여행 작가가 이슬람교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이슬람교로 개종을 했다고. 이슬람교 사람들은 확실히 좋은 것 같다. 더 두고 볼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
멀리 Volubilis의 유적이 보인다
Decumanus Maxmus란 이름의 Volubilis 중심가다
이 돌기둥은 무슨 건물을 바치고 있었을까?
중심가 서남쪽 끝으로 개선문이 보인다
로마제국은 왜 이런 곳에 도시를 세웠을까?
동북쪽으로 보이는 Volubilis 경치
동남쪽으로 보이는 Volubilis 경치
서북쪽으로 보이는 Volubilis 경치
설명이 아랍어, 프랑스어, 영어로 되어있다
이 돌절구도 2천 년 된 것이라는데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
수백 년 정도밖에는 안 되어 보인다
2천여 년 된 타일 바닥의 상태가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매우 정교해 보인다
개를 목줄로 끌고 가는 광경 같은데 혹시 개가 아닌가?
활로 새 사냥을 하는 광경이다, 새 한 마리는 화살에 맞아서 떨어져있다
투우를 하는 광경 같은데 뒤에 있는 짐승은 무엇인가?
일광욕을 위한 solarium
공동 빨래터 같다
목욕을 하는 곳인가?
수영장이나 인조 연못 같다
서남쪽에 있는 개선문
시민들이 모여서 토의를 하던 포럼
서남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농경지
Volubilis 구경이 끝나고 4km 떨어진 Moulay Idriss까지 걸어서 갔다
날씨가 좋아서 걷기가 좋았다, 멀리 산 가운데로 Moulay Idriss 소도시가 보인다
모로코의 대표적인 음식인 tajine을 끓이는 그릇이다
나귀에 풀을 싣고 가서 사진을 찍었더니 나귀 주인이 돈을 달란다
생전 처음 보는 올리브 나무들, 오늘 이 나무가 올리브 나무인 것을 확인했다
올리브 나무가 여기 저기 참 많이 보인다
모로코는 올리브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인 모양이다
밭 한 가운데 있는 공동묘지가 친근감을 준다
한 노인이 나귀를 타고 Moulay Idriss 길거리를 가고 있다
Moulay Idriss는 산 위에 자리 잡은 소도시다
모로코에서 최고로 숭상을 받는 Moulay Idriss 왕의 묘가 이곳에 있는데 가보진 않았다
Meknes에 돌아오니 신도시 거리에 야자수와 이름 모를 꽃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곳에까지 맥도널드가 들어와 있다니...
숙소 근처에 있는 노점에서 즉석 생선튀김을 점심으로 사먹었는데 싸고 맛이 좋았다
이번 여행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커피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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