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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맨들이 알아둬야 할 그린에서의 마음가짐
접대골프는 금기시됐다. 하지만 골프장은 여전히 최고의 비즈니스 무대다. 친목골프는 비즈니스의 전초전과도 같다.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골프는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효과적 비즈니스 골프를 위한 지침을 각계 인사들과 1,100번의 라운딩 경험을 가진 ‘골프 달인’을 통해 정리했다.
얼마 전 방송인이면서 골프 칼럼니스트인 Y박사와 라운드를 했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지면을 통해 서로 알고 있었고, 또 골프를 매개로 만났으니 오랜 친구처럼 쉽게 이야기가 통하고 친밀감을 느꼈다. “혈연·학연·지연 외에 ‘골연’이 있습니다. 골프로 맺은 인연이 폭도 넓고 돈독해 참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라는 Y박사의 말에 공감이 갔다.
골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국경을 초월해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여서 교제에 매우 유용하며 인간관계의 네트워킹에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골프는 비즈니스에서도 매우 중요한 교제와 친목의 수단으로, 특히 우리나라처럼 경제계의 임원이나 간부급 대부분이 골프를 취미로 하는 경우에는 그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접대골프라고 불린 적도 있으나, 골프는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대체로 사업상 교제의 목적으로 하는 만큼 비즈니스 골프라고 칭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골프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은 없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이제 비즈니스 골프에 필요한 덕목을 살펴보기로 한다.
강(强) 1. 골프는 잘 쳐야 한다
10여 년 전 주미 한국상공회의소 의장이며 H그룹 미국 사장이었던 K박사는 싱글 핸디캐퍼로, 그분과 골프 약속을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했다. 일도 바쁜데 한국에서 건너가는 많은 고위층 인사와 교제 라운드를 해야 하니 웬만한 사람과는 라운드를 할 시간적 여유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렵사리 약속을 만들어 낸 필자는 동행한 H그룹 전무였던 L선배에게 “어떻게 칠까요” 하고 조언을 구했는데, L선배는 “죽기살기로 잘 치게, 잘 쳐서 이겨야만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일세”라고 말했다.
사실 필자는 그때 70대 스코어를 겨우 몇 번 맛본 물싱글 핸디캐퍼였기에 실력으로 K박사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라운드 전날 폭우가 내려 젖은 페어웨이 덕분에 시니어인 K박사의 티샷은 구르지 않아 더욱 짧아졌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필자가 근소한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 라운드를 마치고 K박사에게 내리막 라이에서의 퍼팅 요령 등 쇼트게임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K박사의 다친 자존심을 세워 주기 위한 뜻도 있었는데, 말을 마친 K박사는 헤어질 때 이렇게 당부했다.
“다음에 몰래 왔다 가면 안 돼요. 꼭 연락해요. 그때는 거리가 짧고 그린이 어려운 곳에서 다시 붙어야 돼요. 그래야 내가 자존심을 회복하지. 하하하….”
영국계 보험업체 J이사가 골프에 입문할 때 사장 내외와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사장은 J 이사의 부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회사 돈으로 비즈니스 골프를 할 때는 무조건 잘 쳐야 합니다. 그래야 접대 효과가 커지거든요.
그러니 주말에 남편이 혹시 집에서 이리 저리 뒹군다면 등을 떼밀어서라도 연습장에 나가게 하십시오. 그 대신 입문 1년 이내에 정확하게 100타 안쪽으로 들어오면 회사에서 회원권을 구입해 드리지요.”모든 골퍼는 잘 치는 사람과 함께 치는 것을 좋아한다. 비즈니스 골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일단 골프 실력이 강한 것이 좋다. 그래야 기회와 효과가 함께 커진다.
용(勇) 2. 시원하고 용감하게 친다
호스트의 스타일이 라운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실력이야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지만, 그래도 동반자를 위해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시원하게 볼을 치는 것이 좋다.
코스 공략을 너무 보수적으로 안전만을 택할 것이 아니라, 크게 사고 칠 가능성이 없는 곳에서는 과감히 공략하는 쇼맨십이 필요하다. 존 댈리가 순위에서는 처지지만 팬이 많은 것이나, 야구에서 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다소 타율이 떨어지더라도 장타를 잘 치는 타자가 더 인기 있는 것처럼 비즈니스 골프에서는 호스트가 시원한 플레이를 하는 것이 동반자들로 하여금 게임에 더욱 재미를 느끼며 집중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골프 친구 I사의 K부사장은 그린 주변 쇼트게임을 제외하고는 거의 연습 스윙이 없다. 티잉 그라운드나 페어웨이에서 세트업하여 왜글링만 한 후 거침없이 샷을 한다. 그래서 보기에도 시원하고 또 팀 전체를 위해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호스트가 매번 여러 차례 연습 스윙을 하고 또 항상 소심하게 플레이한다거나, 퍼팅할 때 염불이나 톱질을 하듯 오랫동안 퍼터를 붙들고 있으면 동반자 모두 맥이 빠지게 마련이다. 시원하게 보이는 플레이를 위해 잘 뜨고 마음에 편한 클럽을 위주로 거침없이 풀스윙으로 샷을 할 것을 권한다.
특히 내기골프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공격적인 골프를 하는 것이 좋다. 만일 실패한다면 상대방이 기쁠 것이고, 또 성공하면 아주 강인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스트가 주눅이 든 것같이 답답한 플레이를 하면 고객으로부터 비즈니스마저 그렇게 할 것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받게 되기 쉽다.
예(禮) 3.예절 핸디캡도 낮춰라
비즈니스 골프에서 가장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것이 호스트가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골프장에 미리 도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 중소기업 K사장은 오래전에 큰 실수를 한 번 한 이후 언제나 1시간 이전에 골프장에 도착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어렵게 고객을 초청했지요. 부하 직원을 동반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골프장 가는 길에 제가 늑장부리다 교통체증에 걸려 티타임에 겨우 도착했어요. 하필이면 S골프장은 그린피를 미리 지불하는 곳이어서 프런트에서 그린피를 지급하겠느냐고 묻자 부하 직원 앞에서 어색함을 느꼈던지 고객이 두 사람의 그린피를 지불했어요. 저는 18홀 내내 마음 불편한 골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광에서 인심 나고 여유에서 성적이 난다’고 믿고 미리 가서 대기하고 또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어느 길이 덜 막힌다는 정보도 주고는 합니다.”
요즈음 프로 시합이든 아마추어 친목 골프든 휴대전화 공해에 많이 시달린다. 가능하면 휴대전화를 라커에 두거나 진동 모드로 바꿔 놓는 것이 좋다. 대통령과의 면담보다 중요한 고객과의 라운드이니 예의를 갖추는 것이 현명하다. 수년 전 당시 주한 캐나다 P대사와 라운드를 한 적이 있었다.
P대사는 예의 바르고 사교적인 인물인데 그가 퍼팅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 동반했던 미군 S골프장 프로의 휴대전화가 크게 울렸다. 어드레스를 푼 P대사는 “그렇게 중요하면 사무실에서 업무를 봐야지 왜 골프를 치러 왔느냐”는 식의 꾸지람을 하였고, 그 미국인 프로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다 엉망진창의 스코어를 낸 적이 있다.
그날 그 사건을 본 후 필자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휴대전화는 라커에 두고 필드에 나간다.예의 바른 후배 L교수는 선배들에게 라운드 후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꼭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보내는데, 이는 매우 좋은 골프 매너라고 생각한다. 또한 캐디 팁을 봉투에 넣어 전달하는 것도 초청한 고객들의 품위를 높여주는 예의 바른 행동이다.
예절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비즈니스 골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신(信) 4. 바르게 쳐야 신뢰감을 얻는다
필자는 수년간 이들과 국내외에서 10여 차례 라운드를 했다. 그들은 대개 전반 5파운드, 후반 5파운드, 총 10파운드(약 2만 원)를 걸고 내기골프를 했는데, 언제나 볼이 놓여 있는 대로 철저히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플레이했어도 그들 사이에는 단 한 번의 다툼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골프 규칙에 클럽은 14개만 허용하는데, 가끔 16개의 클럽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풋 웨지(Foot wedge, 발로 툭 차는 것)·핸드 웨지(Hand wedge, 손으로 톡 건드리는 것)인데 우리는 그 웨지를 절대로 쓰지 않는다. 또 우리는 서로 신사적 스포츠맨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H보험사 C회장은 야구협회장을 역임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한번은 라운드할 때 짧지는 않았지만 오르막 평탄한 라이여서 예우상 퍼팅 기브를 드렸더니 “이 거리는 놓칠 수 있는 거리이니 기브를 받으면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하고는 제대로 퍼팅을 해 성공시켰다. C회장이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던 모습은 어느 원로 정치인의 엉터리 싱글 핸디캡과 크게 대조돼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례 하나. 최경주 선수는 2002년 브리티시오픈 대회에서 전날 연습 라운드 때 잃어버렸던 똑같은 볼을 발견했다. 아무도 밝힐 수 없었음에도 자기 볼이 아니라고 양심적으로 선언하고 그 시합에서 예선 탈락했다. 그러나 그 다음 해 이웃 나라 독일로 건너가 독일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했다. 아마도 최 프로의 정직한 플레이에 대한 보상이었던 것 같다.
후배의 아버지인 K교장이 써 주신 글 ‘신위만사본(信爲萬事本, 매사의 근본은 바른 믿음과 신뢰감이다)’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비즈니스 골프에서도 투명하고 정직한 플레이가 신뢰를 얻고 결국 길게 승리하는 길
지(智) 5. 지혜롭게 운영하라
손해보험협회장을 역임한 P회장과 여러 차례 라운드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P회장은 필자를 감동시켰다. 예를 들면 “김 사장, 지난번에 이 홀에서 롱 퍼팅 멋있게 들어가 버디를 했을 때 그 터치가 환상적이었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P회장은 동반자의 스코어를 일일이 다 기록함은 물론이고, 코스에서 있었던 특별한 순간의 에피소드까지 메모해 동반자들에게 좋은 기억을 되살려 준다. 그러니 P회장과의 라운드는 언제나 즐겁고 좋은 인상을 남긴다.
비즈니스 골프 호스트는 모름지기 매끄러운 라운드 진행을 위해 규칙과 기본 에티켓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게임 방법과 동반자들 간의 적절한 핸디캡 적용을 위한 상식도 있어야 한다. 물론 플레이하는 코스에 대한 기초 지식도 파악하고 있어야 좋다. 코스 소개 책자(Stroke saver)나 인터넷 등에 오른 코스 공략 자료를 미리 준비해 동반자들에게 제공한다면 그 정성에 감동하고 무척 좋아할 것이다.
가끔 동반자로부터 받게 되는 규칙 적용에 대한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간단한 규칙은 확실히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좋다. 예를 들어 OB가 났을 때 그 자리에서 다시 치면 제 3타, 전진해서 특설 티에서 치면 제 4타, 워터 해저드에 빠졌을 때는 물가로 전진해서 제 3타, 나쁜 의도가 있었으면 2벌타, 단순한 실수였다면 1벌타를 적용한다는 것과, 아스팔트나 인공 장애물에 떨어졌을 때 구제 방법 같은 것들을 잘 알고 있으면 처신하기가 무척 편하다.
필자는 초보 시절 워터 해저드에 빠졌을 때 아무런 생각 없이 물을 건너가 드롭했다가 고객인 업계 선배로부터 “골프는 규칙부터 잘 배우라”는 충고를 듣고 부끄러워 혼난 적이 있다. 그 이후 규칙을 열심히 공부했고, 언제나 캐디백 속에 룰북 한 권을 넣고 다닌다.
이 밖에 최근 열린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대회의 결과라든가 화제가 된 프로 골퍼 이야기 같은 것들을 각종 매체를 통해 파악해 두면 라운드 중에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고 지혜롭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덕(德) 6. 나에게 인색하고 남에게 관대하라
M사의 S사장은 아버지로부터 상당한 재산과 사업체를 물려받은 왕자병 환자다. 기본 성품은 좋은 사람이지만, 성장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떠받침을 받다 보니 언제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골프장에서도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 본인은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기에게 관대하고 동반자에게 인색한 편이 되었다. 그래서 라운드에 동행하는 회사의 임원들이 고객 앞에서 민망해 하고, 또 처신하기 불편한 상황도 가끔 발생한다. 고객과 골프를 쳐 봐야 별로 접대 효과도 생기지 않지만 임원들은 차마 그 사정을 S사장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고교 동창생인 K차관은 친구들 사이에서 좋은 인품으로 호평받지만, 골퍼들 사이에서는 더욱 인기가 좋다. 얼마 전 싱글 핸디캐퍼인 3명과 스킨스 게임을 할 때 그는 핸디캡 15 수준이어서 친구들이 어려운 네 홀에서 핸디캡 한 점씩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사양했다.
핸디캡 1번 홀에 이르러 친구들이 다시 한번 그에게 1점 어드밴티지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끝내 사양했다. 그 홀에서 그는 파를 하고 나머지 싱글 핸디캐퍼들은 모두 보기를 해 핸디 적용 없이 이겼다.
그는 여세를 몰아 그날의 스킨스 1등을 차지했다. 웬만한 골퍼들은 핸디캡을 더 달라고 아우성인데 K차관은 ‘나에게 짜고 남에게 관대한’ 골프 철학을 가지고 있어 덕이 있다. 그날 “국민의 뜻으로 핸디캡을 받으라”는 친구들에게 “지도자의 길은 때로는 외롭고 국민의 뜻과 다를 수 있다”는 명언을 함으로써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대학 동창생인 D투신운용 R사장은 필자에게 최고의 라이벌이면서 필자의 골프를 성숙하도록 만들어 준 고마운 친구다. 일본 주재원 시절 골프에 입문해 영국 주재원 시절 싱글 핸디캡 문턱에 이른 그는 필자가 입문했을 때 초보자인 필자를 잘 지도해 주었고, 틈틈이 롱게임 쇼트게임은 물론 코스 매니지먼트나 마인드컨트롤까지 자상하게 설명해 줘 필자는 그를 벤치마킹 모델로 정하고 그의 좋은 모습을 보면서 실력과 예절을 키워 갔다.
그에게 잘 배운 덕분에 필자는 절제를 알게 되었고, 그 방편으로 멀리건은 기꺼이 주되 받지는 않는 습관이 길러졌다. 고객이 이미 멀리건을 받은 경우에는 그가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저곳에서 그대로 쳐 보는 것이 아주 좋은 연습이 되겠군요” 하면서 완곡히 사양한다.
친구 넷이 출발해 원수 넷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 골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내가 조금 손해보는 듯, 나에게 인색하고 남에게 관대한 덕을 베풀면 골프에서도 언제나 좋은 우정을 가꿀 수 있다.
애(愛) 7. 사랑의 색안경을 쓰라
10년 전 일이다. Y사 P이사와 라운드를 했다. P이사는 외국에서 골프에 입문한 명랑 골퍼였는데, 당시 평균타 70대 진입을 목표로 세웠던 필자가 무척 진지하게 볼을 친 것 같았다. 동행했던 회사의 후배 임원이 필자에게 “골프를 뭐 그렇게 심각하게 치느냐는 P이사의 이야기도 있었으니 다음번에는 대충 좀 치시죠” 하고 권해 왔다.
그래서 다음번 라운드 때는 티샷부터 퍼팅에 이르기까지 프리샷 루틴도, 연습 스윙도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서 그냥 쳤다. 그런데도 볼이 잘 맞아 76타를 쳤다. 그리고 들은 이야기가 “왜 그렇게 성의없이 볼을 치느냐”는 불평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와 다시는 볼을 안 친다고 마음먹었다.
P이사와 골프를 한 이후 우연한 기회에 한 선배로부터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게 지내라는 성경 말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라운드하더라도 더불어 화평하게 볼을 치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많이 바꾸었다. 지금 이 순간이 이 사람과의 마지막 라운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고객이라도 이왕지사 마지막 라운드이니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사랑으로 잘 대해 주는 것이 좋겠고, 또 좋아하는 분과의 라운드라면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랑의 색안경을 쓰고 동반자들을 바라보니 고약한 고객도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정보기술(IT) 중견업체 E사의 L부사장은 C골프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회원이다. 필자는 그와 라운드하면서 그의 좋은 습관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예의 바른 그는 캐디를 인격적으로 대한다. 시작하기 전에 캐디에게 누가 오늘의 주빈인가를 잘 알려주고 캐디를 잘 도와줌으로써 캐디가 주빈인 고객에게 정성 어린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니 그와 라운드하는 고객은 최상의 캐디 서비스를 받게 되는 셈이고, 라운드 내내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는 “제가 캐디에게 사랑을 베풀면 그 보답이 저의 고객에게 돌아감을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그는 동반자 누구에게도 절대로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초보자인 고객들도 그와 라운드하면 평소보다 좋은 기록을 낸다고 좋아한다. 그는 “사랑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초보자 타수도 줄여준다”고 말한다. 그렇다. 사랑은 허다한 죄와 허물을 덮는다고 한다. 그래서 덕목 중 제1은 사랑이다.
글 : 김덕상_골프 칼럼니스트전 올림픽CC 대표 / 월간중앙
첫댓글 아직 이해는 안가지만 좋은 글 감사하며 자주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합니다.
이런 좋은 글을 올리시다니......감사합니다... 덕동이 보다는 이재인이 좋을듯 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