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시 동·서양철학의 뿌리 찾기의 내용은 두 가지 결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철학이나 사상의 뿌리는 시대의 환경 속에서 탄생한다. 둘째,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은 결론적으로 문제에 대한 치유책이 다르다.
서양철학의 시작은 해양 문명에 해당하는 그리스 문명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유목민이 많았고,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는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간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추상적인 사고 위주의 상상이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사유는 구체적인 현실 문제보다 추상적인 관념의 세계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다.”라는 화이트 헤드의 말처럼 서양철학의 가장 대표적인 사고는 플라톤의 이분법적 사고이다. 서양의 이분법적 사고는 불완전한 존재가 신, 이데아 등과 같은 항상 완전한 존재를 사모, 모방의 대상으로 삼도록 만들었고, 고정된 실체가 구체적인 존재를 지배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다.
이와 달리 동양철학은 황하강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고대 문명(하·은·주)에 출발점을 둔다. 강 주변에 생활할 경우 물과 먹을 것이 풍부하기에 사람들의 관심사는 농사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끼치는 기후와 같은 자연환경에 쏠리게 된다. 이러한 관심은 인간이 어떻게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 속에서 잘 적응하며 살 수 있을 것인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요소 중심의 분할적 세계관인 서양철학과 관계적 사유를 중시하는 유기적인 세계관인 동양철학은 각기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다. 서양철학은 고정된, 끊어서 떼어내는 명사적 사고를 중시하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반면에 동양철학은 움직이는, 연결되는 동사적 사고를 하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 이면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묻지마 범죄, 데이트 폭력, 학교폭력 등 현대사회는 매일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 간의 소통과 교류는 갈수록 줄어들고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라는 식의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당연하다는 것처럼 여겨지는 추세이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의 공동체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교실 내에서, 학교 밖에서 학생들끼리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역지사지의 태도로 상대방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며 문제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서면사과를 선택한다. 하지만, 개인의 권리나 이익을 제일로 여기는 사회의 분위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에 거리낌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며 역지사지의 사고방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사과보다는 정해진 절차대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많아지는 추세이다. 물론 모든 문제를 하나의 방법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문제에서는 서양철학의 사고방식이나 문제해결의 방식이 적합할 수도 있고 다른 문제에서는 동양철학의 사고방식이나 문제해결의 방식이 안성맞춤일 수도 있다.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중 하나의 사고만을 고집하지 않고 둘의 장점만을 결합하여 문제해결을 위해 적절하게 적용한다면 좀 더 나은 사회, 학교라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