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4일, 일요일, Rio Kukenan 야영장 (오늘의 경비, 없음) 오늘 9시 반에 숙소 주인의 1983년형 토요다 지프차로 Roraima 산 트레킹이 시작되는 Paraitepui라는 마을을 향해서 떠났다. 오늘 날씨는 우리의 트레킹 첫날을 축복하는 듯 맑은 날씨였다. 우리 트레킹 그룹은 일본 식물채집가 Miyamoto Makoto, 가이드 Roy, 그리고 좀 미친 녀석 같은 짐꾼 Lopez 그리고 나의 단출한 네 명이다. 영국 부부 Steve와 Julie가 끼었더라면 좀 더 재미있는 그룹이 되었을 텐데 Steve가 좀 저속하게 노는 친구라 빠진 것이 오히려 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Roy는 지난 이틀 동안 내 신임을 좀 잃었지만 착한 친구 같다. 아침에 자기 배낭과 내 배낭을 바꿔서 메고 가잔다. 내 것은 중형이고 자기 것은 소형인데 나보고 작은 것을 메고 가라는 얘기다. 배낭을 바꾸니 내가 사용할 트레킹 하는 동안 사용할 침낭과 매트리스를 소형 배낭에 넣을 수가 없어서 결국 Roy가 지고가게 되었다. 그래서 내 짐은 아주 간단하고 가벼워졌다. Roy는 29세, Lopez는 22세, Makoto는 38세이고 나는 63세다. Roy가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좀 봐주는 것 같다. 트레킹 중에 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파지는 사람은 자기니까 나에게 특히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런 것이 싫어서 나는 그룹에 끼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번 트레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토요다 지프차로 한 시간 달려서 트레킹이 시작되는 Paraitepui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까지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고 유지보수가 너무 안 되어 있어서 지프차가 아니면 갈 수도 없는 도로다. 마을에서 잠깐 쉰 후에 11시 반경에 짐을 지고 5시간 정도 걸리는 캠프장으로 떠났다. 길은 거의 평지나 다름없었다. 날씨도 선선해서 힘이 별로 안 드는 아주 쾌적한 트레킹이었다. 주위 경치는 Gran Sabana라는 (영어로 Great Savanna) 이름에 걸맞게 넓은 초원지대다. 그러나 초원의 풀이 나빠서 목축도 안 되고 토질도 나빠서 농사도 안 되는 쓸모없는 땅이란다. 혹시 핑계가 아닌지 모르겠다. 팔레스타인의 사막 같은 땅을 옥토로 바꾼 이스라엘 사람들 같으면 아마 좋은 목장이나 농장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남미 사람들은 힘들게 사는 것은 싫어하는 것 같다. Paraitepui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Roy에게 물어보니 농사를 조금 짓고 나머지는 관광수입에 의지한단다. 주로 짐꾼 일을 한다고 한다. 오늘 걷는 동안에 냇물을 두 군데 건넜는데 첫 번째는 쉬웠고 두 번째는 힘들었다. 힘든 냇물을 건널 때는 나보다 젊은 Makoto가 더 힘들어했다. 냇물이 제법 깊고 물결이 빨라서 몸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에 빠졌다하면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Roy가 먼저 건너가서 짐을 내려놓고 돌아와서 우리가 건너는 것을 도와주었다. 대부분 나, Makoto, Roy 셋이 함께 걸어가고 Lopez는 한 30분 거리 뒤에 처져서 혼자 걸어왔다. 어제 밤에 자기 짐이 없어졌다고 난리를 피울 때 손전등을 빌려주었더니 돌려줄 생각을 안 한다. 어제 숙소의 3살 짜리에게 마지막 남은 월드컵 볼펜을 선물하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선물이 받고 싶다, 자기를 한국에 데려가 달라, 한국 여자 친구를 소개해 달라, 자기에게 차를 하나 사달라는 등 하루 종일 실없는 소리만 지껄였다. 실없는 소리 하는 것을 중지시키고 싶었지만 마땅한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두 번째 냇물 Rio Kukenan을 건너니 오늘밤을 묵을 야영장이 나왔다. 젓은 옷을 햇볕에 말리는 동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냇물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려고 하는데 수천 마리의 모래파리들이 (sand fly) 결사적으로 덤벼들었다. 보통 모기의 10분의 1도 안될 만한 조그만 놈들인데도 무엇으로 무는지 무는 것이 제법 따끔하다. 이놈들을 피해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목만 내놓고 달려드는 놈들을 손으로 쫓았다. 목욕을 끝내고 나와서 빨리 모기약을 온몸에 바르고 나니 좀 덜 덤벼들었다. Makoto는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텐트를 치고 들어가서 앉아서는 텐트 안에는 모래파리가 없다고 자랑한다. Roy가 우리가 잘 텐트를 쳐놓고 들어가 쉬란다. 텐트 안으로 피했으나 모래파리들은 안에까지 따라 들어와서 괴롭혔다. 오늘 오는 동안 보이는 경치는 절경이었다. 하루 종일 초원을 걸었지만 멀리 보이는 우리가 오를 Roraima 산이 장관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더 멋있게 보였다. 처음에는 위 부분이 구름으로 가려서 안보였는데 나중에는 구름이 걷히고 모두 선명하게 보였다. 야영장까지 가는 동안 Roraima 산 쪽에서 내려오는 여행객들을 대여섯 명 만났다. 저녁식사는 형편없었다. Roy가 한참 동안 준비하기에 좋은 음식이 나오나 은근히 기대했는데 밥 위에 참치 볶은 것을 조금 덮은 것, 빵 한 조각, 오렌지 주스 한 잔이 전부였다. 나 혼자 아르헨티나의 Patagonia 지역 트레킹을 하면서 해먹은 음식보다도 훨씬 못했다. 뜨거운 물을 좀 얻어서 내가 가지고 다니는 인스턴트커피로 블랙커피를 한 잔 만들어 마신 다음에 텐트에 들어와서 Lonely Planet 책을 조금 읽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는 그런 대로 편했다. 물 정수하는 약을 안 가지고 온 것이 후회된다. Roy는 물이 깨끗하니 괜찮을 것이라 하지만 좀 걱정이 된다. 여행지도 Roraima 트레킹이 시작되는 Paraitepui 마을 우리가 걸어 갈 길이 멀리 보인다, 처음에는 언덕길이었다 멀리 우리가 오를 Roraima 산이 보인다, 오늘은 대부분 초원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