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6일, 금요일, Cayenne, 프랑스령 기아나, La Bodega Hotel (오늘의 경비 US $138: 수리남: 버스 20,000, 페리선 20,000, 환율 US $1 = 2,700 수리남 guilder; 프랑스령 기아나: 숙박료 40, 콜라 1, 점심 8, 택시 3, 5, 버스 40, 입장료 5, 환율 US $1 = 0.83 euro) 오늘은 수리남 수도 Paramaribo를 떠나서 프랑스령 기아나와의 국경인 Moroni 강을 건너 St. Laurent에 도착해서 옛 형무소를 구경한 다음에 밤늦게 프랑스령 기아나의 수도인 Cayenne에 도착했다. 나에게 프랑스령 기아나의 볼거리는 딱 하나, 영화 Papillon에 나오는 St. Laurent과 Devil's Island 섬에 있는 형무소들이다. Papillon은 책도 두 번 읽었고 영화도 두 번 이상을 보았다. 프랑스 죄수의 처절한 탈출 얘기인데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어둑어둑한 방에서 커피를 끓여서 내가 좋아하는 베란다에 나가서 마시며 신선한 아침 공기를 즐기다가 오랜만에 아침 7시 반쯤 뛰러 나갔다. 어제 갔던 한국 새우어선 회사 Sails Company 쪽으로 뛰었다. 마침 출근시간이라 오가는 차들이 제법 많았다. 40분 정도 뛰니 더워지기 시작해서 20분쯤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대통령 관저 뒤에 있는 공원길을 두 바퀴 돌았는데 공원 안에는 중국 사람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쿵푸 체조를 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갔더라면 사진을 찍었을 텐데 아쉬웠다. 꼭 중국이나 대만의 아침 공원에서 봤던 그 대로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세 블록 정도 떨어진 버스 터미널로 걸어갔다. 어제 미리 보아두었기 때문에 정확히 프랑스령 기아나 국경도시 Albina로 가는 버스가 주차해 있는 곳으로 갔다. 흑인들 대여섯 명이 갑자기 나를 포위하더니 거의 한 목소리로 Albina를 외친다. Albina로 가느냐고 묻는 것이다. 전부 덩치들이 큰 무섭게 생긴 친구들이었다. "Yes" 하는 순간 나에게 덮칠 자세였다. 제일 먼저 떠나는 Albina 행 버스에 타겠다고 했더니 전부 자기네 버스가 제일 먼저 떠난단다. 그리고 나를 잡아끌고 밀치고 야단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Albina 가는 버스는 여러 대가 있고 출발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 때나 좌석이 다 차면 떠나는 것이었다. 계속 자기네 버스가 제일 먼저 떠날 것이라고 외치니 정신이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겠다. 그중 인도인 한 사람이 자기네 버스에 딱 한자리 남아 있는데 버스는 막 버스 터미널을 떠났다고 한다. 그 친구를 따라갔더니 버스는 버스 터미널에서 반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 남은 자리를 채우려고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다. 버스로 달려가서 올라서 보니 정말 딱 한자리만 남아있었다. 버스 터미널이 이렇게 무질서한 것을 보면 수리남도 가이아나처럼 망가진 나라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오늘 아침 뛰면서 보니 가이아나처럼 쓰레기도 여기저기 보였다. 국경으로 가는 길은 형편없었다. 아스팔트에 파진 곳이 많고 울퉁불퉁해서 버스가 몹시 흔들렸다. 옆 나라 가이아나도 마찬가지였지만 하나밖에 없는 간선도로가 이렇게 형편없다니 참 한심한 나라들이다. 내 옆자리에 앉은 흑인 친구는 담배를 계속 피어대었다. 차안에 금연 사인이 있나 찾아보니 없다. 이 나라는 차안에서 담배를 피어도 되는 모양이다. 반대쪽에는 중국 청년이 앉아있었는데 차안에서는 조용히 앉아있더니 Albina에 도착해서는 버스 기사와 모터보트 기사와 꼭 싸우는 것처럼 언성을 높여서 얘기를 한다. 수리남 역시 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인 모양이다. 강을 건너는 큰 배는 없는지 모두 조그만 모터보트로 프랑스 기아나와의 국경인 Moroni 강을 건너간다. 70여 년 전 Papillon이 첫 번째로 탈출을 할 때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 배로 지나간 강이다. 강을 건너서 프랑스령 기아나의 첫 도시 St. Laurent에 도착하니 갑자기 남미를 떠나서 프랑스에 온 것 같았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프랑스령 기아나는 옛날에는 프랑스의 식민지였지만 지금은 프랑스의 한 행정구역이다. 한국으로 말하면 제주도나 마찬가지다. 아마 이곳에 있는 European Union의 Space Center 때문일 것이다. 이 Space Center는 European Union 여러 나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유럽 단 하나 뿐의 우주 로켓 발사장이다. 미국 Florida 주의 Cape Canaveral 같은 곳이다. 당장 이곳 화폐인 유로가 필요하다. 우선 쓰다 남은 수리남 돈과 $20로 바꿨다. 환율을 적당히 쳐준다. 택시를 타고 이곳에 있는 형무소로 갔다. 택시요금이 3 유로인데 4 유로를 냈더니 잔돈이 없다며 거스름돈을 안 준다. 가이아나에서 이런 식으로 많이 당했는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이아나에서 했던 식으로 근처 상점에 들어가서 잔돈을 얻어서 3 유로 요금을 냈다. 이곳 형무소는 영화 “Papillon”에 나오는 바로 그 형무소다. Papillon이 프랑스에서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서 이곳에 도착해서 수감되었다가 첫 번째 탈출을 시도한 곳이다. 오후 3시에 가이드와 함께 하는 관광이 있단다. 배낭을 형무소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맡기고 근처 우체국 있는 ATM에서 120 유로를 찾았다. 이곳에서 유로 돈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는 수도 Cayenne에 갈 때까지 길거리 환전상을 이용 안 해도 된다. 우체국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영어가 안 통한다. 옆 나라 가이아나와 수리남에서는 영어가 잘 통했는데 이곳은 안 통한다. 왜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그렇게 못 하는지 때로는 정말 화가 난다.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가 국제어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일부러 안 배우는 것 같다. 프랑스는 쓸데없는 자존심이 너무 강한 나라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만 생각하면서 현제와 장래는 외면하면서 사는 나라다. 거기에 비해서 유럽의 다른 나라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북유럽 사람들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리고 아주 유창하게 잘한다. 그런 면에서 프랑스는 유럽에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못지않게 뒤떨어진 나라이고 계속 더 뒤떨어질 것이다. Lonely Planet에 있는 프랑스어 회화 부록에 나온 단어들을 이용해서 간신히 Tomato-Lettuce-Ham 샌드위치와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샌드위치 길이가 60cm나 된다. 충분히 2인분이 될 길이다. 자르지 않은 채로 나와서 내가 잘라 먹어야했다. 그게 프랑스 식인가보다. 샌드위치 빵은 소위 French bread인데 아주 맛이 있다. 야채와 햄도 싱싱해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너무 비싸다. 샌드위치가 4 유로, 맥주가 2.8 유로, 커피가 1.3 유로로 미국보다 훨씬 비싸다. 손님이 제법 많았는데 들리는 소리는 프랑스어뿐이다. 손님도 종업원도 모두 백인들뿐인데 아마 근처에 있는 Space Center 때문인 것 같다. 오후 2시경에 비가 한 차례 오고 나니 갑자기 가을 날씨처럼 선선해졌다. 오후 3시에 형무소 관광이 시작되기 전에 형무소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영화에서 본 그대로다. 이곳에서 “Papillon“ 영화를 찍은 것인가? 죄수들이 배에서 내려서 지나가던 벽돌로 된 정문이며 문 위쪽에 새겨진 "Camp de la Transportacion", 사무실 건물, 죄수 막사 등이 영화에서 본 그대로다. 죄수들이 배에서 내려서 형무소로 가기 위해서 주민들의 구경거리가 되면서 걸어서 지나간 곳이 지금의 관광안내소가 있는 광장이다. 70여 년 전 정말 Papillon이 이 길을 걸어갔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곳에서 죄수 생활을 한 사람들 중에 Papillon 외에 Dreyfus라는 또 유명한 죄수가 있었다. 유대계 프랑스 장교였는데 그는 살인범 Papillon 과는 달리 정치범으로 반역죄로 이곳에 여러 해 갇혀 있었다가 무죄로 밝혀져서 석방된 사람이다. 그는 프랑스의 유대인 박해의 상징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람이었다. Papillon은 세 번째 탈출 시도에 성공해서 베네수엘라에서 자유인으로 새 인생을 시작해서 나중에 캐나다로 이주해서 살았다. 오후 3시에 시작된 형무소 관광은 프랑스어로 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조금 따라 다니다가 일찍 나왔다. 그래도 Papillon이 있었다는 독방, 말썽꾼 죄수들의 막사 등을 보았다. Papillon이 있었다는 독방은 1.8m x 2.4m 크기의 작은 방인데 철 침대가 있고 족쇄를 채우는 장치가 있었다. 방바닥에는 "PAPILLON" 이라고 대문자로 똑똑하게 파여 있었는데 그가 판 것은 아니고 관광용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말썽꾼 죄수들을 가두었다는 큰방에는 한 쪽에 화장실이 있고 잘 때는 발에 족쇄를 채우게 되어 있었다. 목을 내려치는 단두대가 있었다는 장소도 보았는데 섬직하게 느껴졌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서 택시를 불러서 탔는데 5 유로를 달란다. 아침에 왔을 때는 3 유로를 냈다고 했더니 자기 택시는 정식택시고 아침에 내가 탄 택시는 정식택시가 아니란다. 차가 아침 것은 좀 낡았고 오후 것은 새 차일 뿐 둘 다 택시라는 사인이 없으니 알 수 없는 얘기다. 오후 택시기사는 택시 명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토요다 미니밴을 탔는데 좌석이 차야 떠난단다. 언제 떠날지 기약이 없다. Cayenne까지 요금이 자그마치 35 유로이고 호텔 앞까지 가기를 원하면 40 유로란다. 불과 3시간 달리는 거리인데 엄청난 가격이다. 프랑스령 기아나는 지금까지 여행한 남미 나라와는 물가 수준이 전혀 다른 곳이다. 물가가 아마 프랑스 본국 수준인 모양이다. 빨리 빠져나가야할 나라다. 옆자리에 앉은 흑인 친구가 영어를 해서 얘기를 나눴다. 수리남에서 왔는데 이곳에서 하루에 12시간을 일하고 40 유로를 받는단다. 가족은 수리남에 살고 있고 자기 혼자 프랑스령 기아나에 와서 일하는데 한 달이면 1,000 유로 이상 버는데 수리남 수준으로는 큰돈이란다. 한국 수준으로도 적지 않은 돈이다. 지겹게 기다렸다. 벌써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미니버스는 떠날 기미가 안 보인다. 이러다가 아예 안 떠날지도 모르겠다. 현재 승객이 나까지 여섯 명이다. 결국 오후 7시가 되어서야 떠났다. 일단 떠나더니 총알같이 달렸다. 140km 속도는 되는 것 같았는데 도로가 좋아서 그렇게 달릴 수 있는 모양이다. 도로가 별로인 가이아나나 수리남 길에서는 어림도 없는 얘기다. 밖이 껌껌해서 잘 안 보이지만 도로 사인도 미국수준으로 잘 되어있는 것 같았다. 3시간 만에 이 나라 수도 Cayenne에 도착해서 승객들을 일일이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제일 나중에 내려주었다. Lonely Planet에 Cayenne에서 숙박료가 제일 저렴하다고 소개된 La Bodega라는 곳이다. 아래층은 휘황찬란한 술집이고 이층은 호텔이다. 호텔 매니저가 영어를 좀 해서 내일이나 모래 가보려는 Devil's Islands 관광 정보를 얻었다. 단체관광 그룹에 끼어서 가는 게 제일 쉽다면서 여행사를 한 군데 소개해 주었다. Lonely Planet에 소개된 여행사에 대해서 물어보았더니 그곳은 너무 비싸단다. 이 친구 말을 다 믿을 수 없어서 내일 두 군데 다 가봐야겠다. 숙박료는 40 유로인데 내일 30 유로 짜리 방이 나오니 내일 그 방으로 옮기란다. Lonely Planet에 이곳 숙박료가 $24라고 나와 있다고 했더니 2년 전 가격이란다. 남미의 다른 나라들은 2년 전 가격이나 지금 가격이나 마찬가지거나 환율 때문에 오히려 더 저렴한데 이곳은 다르다. 내일 Devil's Islands 관광 가기는 힘들 것 같고 모래나 갈 수 있을 것 같다. 숙박료가 비싸니 먹는 것이나 아껴야겠다. 관광요금도 비쌀 것이고 월요일 떠나는 차비도 비쌀 것이다. 이곳을 빨리 떠나서 브라질로 돌아가야겠다. 여행지도 수리남-프랑스령 기아나 국경 Moroni 강, 강변에 보이는 도시는 70년 전 Papillon이 배로 도착했던 St. Laurent이다 Papillon이 앞에 보이는 형무소로 걸어갔던 길이다 Papillon이 걸어 들어갔던 형무소 정문 Papillon도 이 문을 걸어 들어가면서 문 위에 새겨진 "Camp de la Transportacion" 이란 글자를 보았을 것이다 일반 죄수들의 막사 문제 죄수들 막사 Papillon이 첫 번 탈출에 실패한 후 2년을 갇혔었다는 독방 Papillon이 묵었었다는 감방 바닥에 Papillon이 새겼다는 자기 이름인데 진품 같지 않다 형무소 쪽에서 바라 본 Moroni 강, 70년 전 Papillon이 형무소를 탈출해서 이 강을 지나서 바다로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