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2일, 수요일, Villa Santa Lucia, Hospedaje El Mate (오늘의 경비 US $22: 숙박료 15,000, 저녁 2,500, 환율 US $1 = 800 peso) 오늘도 힘든 날이었다. 오늘은 Villa Santa Lucia라는 소도시까지 24km를 달리는 날이라 숙소 아침 식사를 하고 좀 늦게 9시 반경에 떠났다. 24km면 아무리 늦어도 오후 1시경에는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오후 4시에 도착했다. 달리다가 지도를 찬찬히 보니 24km 중 16km는 오르막이고 8km는 내리막이다. 그리고 오르막 경사가 아주 심하다. 16km 오르막 중에 6km 정도는 자전거를 끌면서 걸어서 올라갔다. 그 구간이 비포장도로였다면 정말 올라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리막 8km도 경사가 너무 심해서 일부는 걸어서 내려왔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 중에 제일 힘든 고개를 넘은 것 같다. OSM 지도에는 가는 코스에 언덕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긴지, 정보가 나와서 그날 코스가 얼마나 어려운지 대강 알 수 있는데 오늘 코스는 거리가 짧은 것만 생각하고 지형을 살펴보지 않고 떠났다. 앞으로는 떠나기 전에 지형을 잘 살펴봐야겠다. 오늘 아침 떠나기 전에 짐 정리를 해서 배낭 무게가 거의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줄였다. 오늘 날씨는 어제보다 더 더웠다. 오늘도 그늘을 찾기가 힘들어서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갔다. 물을 어제보다 적게 가지고 떠났는데 더워서 물을 자주 마셨더니 도착할 때쯤은 물이 다 없어졌다. 앞으로 물에 신경을 더 써야겠다. 이 지역은 냇물이 많은데 냇물 물을 마셔도 괜찮은지 알아봐야겠다. 오늘은 맞바람이 아니다. 이제 바람 신경은 쓸 필요가 없다. 다행이다. 오늘도 왕벌과 왕파리 공격을 많이 받았다. 어떨 땐 위험하기까지 했다. 주로 팔을 쏘는데 달릴 때 쏘이면 무의식적으로 팔을 쳐내게 된다. 그럴 때 자전거 균형 잃을 수 있다. 급경사를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내려갈 때 쏘이면 정말 난감하다. 브레이크를 잡은 손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쳐낼 수가 없다. 계속 쏘이거나 급정거를 할 수밖에 없다. 여행 끝낼 때까지 계속 이럴 것인가? 걱정이 된다. 내 자전거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Brompton 자전거를 들어본 적은 있는데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사람, 접이식 자전거라는 것 정도만 아는 사람, 그냥 작은 자전거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등이다. Brompton 자전거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Brompton 자전거는 영국에서 만드는데 팔리는 숫자는 영국 다음에 독일, 일본, 미국, 네덜란드 같은 나라가 아니고 한국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Brompton 자전거는 대리점에 가야나 볼 수 있고 한강변 자전거도로 같은 데서도 보기 힘들다. 그러나 팬클럽도 있고 Brompton 자전거 회사 중역들이 영국으로부터 와서 참석하는 이벤트들도 있단다. Brompton 자전거는 한국 같이 산이 많은 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자전거다. 유럽에서는 도시에서 출퇴근용으로 많이 쓰이는 자전거인데 한국에서는 출퇴근용으로는 안 쓰이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라니, 이해가 안 된다. 오늘도 엉덩이가 아파서 안장 위치를 앞으로 1cm 정도 옮겼더니 덜 아픈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위치를 조정하다 보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그래도 Utah 주에 돌아가면 Brooks 안장과 Brompton 안장을 바꿔서 타보면서 어느 안장이 엉덩이가 덜 아픈지 비교해볼 생각이다. 나에게는 Brompton 안장이 덜 아플 것 같다. 2014년-2016년에 탔던 Brompton 자전거는 Brompton 안장을 사용했는데 엉덩이 아픈 문제는 없었다. 도로는 만족스럽다. 차는 계속 별로 없다. 그러나 앞으로 비포장도로가 나오면 얼마나 힘들어질지 좀 걱정이다. 여차하면 버스를 타거나 히치하이크를 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요새 음식을 바꿔서 그런지 설사가 나오고 변비도 있는 것 같다. 근래에 집에서 샐러드를 매일 많이 먹었는데 여행 중에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틀림없이 평지나 내리막길 같이 보이는 길을 여러 번 달렸는데 이상하게 자전거가 잘 나가지 않았다. 결국 지도를 보고 오르막길을 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도로를 따라서 흐르는 냇물도 내가 가는 방향과는 반대로 흐르고 있었다. 참 희한한 일이다. 아무리 봐도 내리막길인데 물은 내 뒤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오늘 Villa Santa Lucia에서 든 숙소는 내가 원하는 저렴한 곳이다. 그래도 독방에 욕실까지 있다. 내일 아침도 준단다. 단 한 가지 불편한 점은 WiFi가 방에서는 안 되고 응접실로 나가야 된다. 그러나 큰 문제는 아니다. 내일은 22km 지점에 있는 Hospedaje Fundo Violeta나 7km 더 가서 나오는 Villa Vanguardia라는 소도시까지 갈 생각이다. OSM 지도에 Villa Vanguardia에는 wild camp site와 조그만 수퍼마켓이 있다고 나와 있다. Wild camp site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만 있을 뿐 아무런 부대시설이 없다. OSM 지도에 내일 가는 코스에는 큰 고개는 없고 대부분 내리막길인 것으로 나와 있다. 여행지도 호텔 직원들이 나와서 내 자전거를 구경하고 환송해 주었다 호텔 입구 도로 한동안 평지 길이었는데 왕벌과 왕파리의 공격을 받으면서 달렸다 빙하 경치가 있는 곳에서 쉬었다 갔다 빙하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여행자들 영국여자 자전거여행객이 사진을 찍어 주었다 언덕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하고 경사가 심했다 언덕 정상 근처에서 자전거를 끌면서 걸어서 올라가는 자전거여행자 16km를 가서 언덕 정상에 도달했다 그리고 8km를 내려갔다 오늘의 목적지 Villa Santa Lucia에 거의 다 가서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2017년에 일어난 산사태로 Villa Santa Lucia 마을이 거의 다 파괴되고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사태를 모면한 건물들인 것 같다 산사태 복구 작업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 숙소 건물은 산사태를 피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