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의 교명
강 희근 (경상대 교수, 전 교수 회장)
"경상대가 국립대학인가요?" 라는 물음은 개교 55주년을 맞아 경상대 신문사가 벌인 교명 문제 캠페인 관련의 광고 머릿기사이다. 캠페인 관련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참가자 5백 30명 중, 88%가 현재의 교명 '경상대학교'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 찬동하고 있다. 그리고 변경 대안에 대해서는 '국립 경남 대학교'(48%), '경남' 지역명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교명(21%), '경남 제일 대학교'(16%)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설문의 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원인이 어디에 있었든지 첫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두고 두고 일들이 헝클어지기가 쉽고 그것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니까 교명에 문제가 있는 경상대학교의 구성원들은 교명에 발목이 잡혀 걸음걸이가 불편해지기 십상인 것이다. 걸음걸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근거는 대체로 세 가지다. 사립대학으로 인식된다는 점, 상경계열 단과대학으로 오인된다는 점, 전문대 이름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경상대학교 기획 과장은 경상대 신문 캠페인에서 "30년 인고, 이제는 바꾸자"고 말하면서 대안으로 '경남 국립 대학교'를 제시했다. 이렇게 이름붙일 수 있는근거로 국내의 예로는 서울대학교와 서울 시립 대학교, 인천대학교와 인천 시립 대학교의 교명을 들었다. 미국의 예로는 '유니버시티 오브 워싱턴'과 '워싱턴 스테이트 유니버스티', '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베니아'와 '펜실베니아 스테이트 유니버시티'를 들었다. 필자도 10여년 전에 교명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국경남대학교'를 제시해 보긴 했지만 한 개의 속앓이에 불과했다. 지금의 캠페인 기간에 나온 대안으로 '경상남대학교'가 있는데 다들 일리는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헤아려 보면 그 나름의 불편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상대학교가 교명 문제로 내부가 끓고 있는 한 편으로 제3의 대학이 근자에 교명 변경 문제로 유사한 속앓이에 들어가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나름의 사정이 있고 생각이 있을 것이나 새로운 교명은 보편타당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 지을 때 걸맞는 전통과 보람을 축적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조건은 세 가지인데, 역사, 규모, 성격이 그것이다. 대학이 언제 생겼는가? 그 역사에 맞는 이름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성격에 맞는 이름인가? 국립인가 사립인가 아니면 민립인가? 같은 국립이라도 선발인가, 후발인가, 거점인가 아닌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규모인데 그 규모에 맞는 이름인가? 규모가 큰데 이름이 작은지 이름이 큰데 규모는 작은지 세세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각설하고 원죄는 교육인적자원부로 돌아감을 지적하고자 한다. 교명을 상식과 보편적 조건에 따라 합당히 허가해주지 못한 데가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인적자원부는 앞으로 교명에 대해서 대학이 알아서 하도록 자율권을 주기 바란다. 지금 종합대와 복합대학, 복합대학과 단과대학, 4년제 단과대와 전문대학 간의 명칭으로 인한 구별을 해제해 놓은 상태이고 총장 학장의 명칭을 자의로 부르게 해놓고 국립거점대학의 교명만은 그린벨트처럼 붙들고 있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까 경상대학교가 교명을 '국립경남대학교'라 하겠다 하면 그대로 하게 하라는 이야기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할 일은 변경 교명이 역사, 성격, 규모라는 면에서 맞는가 맞지 않는가만 구별해 주는 일이다. 시대가 구석구석 자율로 넘치고 있는데 교명 문제만은 군사 문화의 잔재로 그 시절 칼로 그어 놓은 대로 고집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두는 것이 옳을 성싶다. 신문사 이름도 경남일보, 경남신문, 경남매일로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한 뒤 전혀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고 있다. 대학의 교명은 예외 조항이고 '국립'은 붙일 수가 없다는 단서는 시대의 성격과 맞지 않아 보인다. 차제에 필자는 경상대학교에도 교명 변경건을 두고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 내 여론 조사나 주변 대학 동향으로 보아 변경 추진은 불가피하다고 여겨지므로 대학 차원에서 변경을 시급히 결정할 것, 둘째 변경 교명을 여론 대로 '국립경남대학교'로 확정, 당국에 통보할 것, 셋째 교명이 변경될 때까지 현재 교명 '경상대학교' 아래 글자 로고로 '국립경남거점대학'을 무제한 병기할 것 등 세 가지다. 경상대학교는 경상대학교 구성원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 사회의 희망과 긍지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시기와 선택과 판단이 소중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