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상
오랜만에 한국에 출장차 다녀왔습니다.
늘 그렇지만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것보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이 더 많은가 봅니다.
잘나던 못나던 어머니는 오랜만에 온 아들을 위해 이것저것 내 놓기가 바쁘십니다.
식사는 안중에도 없고 심지어 밥을 다 먹어가는데도 계속 나옵니다.
야야!(얘야!) 이거 묵어봐라.이거 너거 아부지가 침 봉사가서 …누굴 고쳐줬다고
김해에서 보내온 기다. 이기 다 유기농 이란다….
야야!이거는 강남의 누구가 다리 아픈게 나았다며, 전라도 나주에서 보내온 무농약……..
이건 순천에 봉사 갔을 때 어떤 할머니가 주신 김치다.맛이 어떻노?….이건 이번에 담근 된장인데
짜서 우짤꼬 하다가 시골에서 유기농 콩을 보내오는 바람에 섞어 넣었더니 간이 딱 맞다……
모든 반찬에는 어머니만 아는 암호가 있는 모양이다. 그저 반찬이고 음식이 아닌,나름의 이력과
개성과 삶의 스토리가 들어있다. 21세기 인재가 갖추어야 할 주요 능력 가운데 하나인 스토리 텔링
능력을 어머니를 통해 배운 모양이다. 이래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한가보다.^^ 이전에는 이런 얘기가
진부하고 재미없었는데, 이제는 이런 얘기에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된다.또 그걸 다외우시고 계시는것을
보면 아직 총기가 있으신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하고…….
어머니의 밥상은 이렇듯 고급식당의 잘 차려진 요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투박함과,정과, 그간의 삶과 사람들간의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이 담긴 정다운 이야기가 있나 보다.
장모님의 밥상도 다르지 않다. 가까운데 계시니 꼭 들려서 뵙고 오는데 팔순이 넘으셨어도 여전히,
이건 경동시장의 단골집에서 사온 배추로 담은 김치….이건 집에서 구운 김이고….또 한차례 또
다른 삶을 이야기와 함께 듣는다. 20년 전 밥상앞에서 밥한공기 뚝딱 헤치우고 한 공기 더 달라는
사위를 기억하시는 장모님을 위해, 배가 불러도 한 숟가락 더 달라고 하면, 어린아이 처럼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기쁘게 해드리는 걸 왜 못해 드리나하는 마음이 앞서는걸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 연로하신 장인,장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위에게
반갑게 말을 섞으시는 장인어른의 모습에서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언제까지 나눌 수 있는 어머니의 밥상인지는 모르지만, 부모님께 얼른 전화 한 통드림이 어떠할 까요.
이미 떠나 보내신 분들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자식들과 나누어도 보시고, 가까운 이들과 정겨운
밥상을 나눠 보시는 한 주가 되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 주님도 이 밥상나눔을 중여한 사역의 도구로 많이 사용 하셨지요. 첫 사역도 가나 혼인잔치에서 .....
그리고 마지막 제자들과의 밥상(우리 식으로)을 통해 당부의 말씀을 하고 가신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나님의 아들되시지만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사람의 몸으로 이땅에 오셨습니다.우리의 죄를 대속하셔서
구원하시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알려 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구원 받았으니 이 땅에서 부터
하나님 나라 백성답게 살기 위해 우리가 힘을 낼 때입니다.
아직도 천국밥상에 초대된 줄도 모르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성탄절을 통해 이 비밀들을 알아가기 소망합니다.
꿈쟁이 드림
2009/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