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친구 어머니
장례식장에 간
내 친구 경자
눈물 짓는다
엄마 관 곁에서
흐느껴 우는
친구 보면서
나중에
내가 떠나는 날
내 관 옆에서
어깨 축 늘어뜨리고
슬피 울 아들 생각하니까
생각만 해도 눈물 난다
생각남 해도 눈물 난다고
눈물 짓는다
늙어서
해넘이가 정말 예쁘다고 소문난
송정에 잇는
바다횟집에 갔다
화장실에 앉았는데
여자용인 줄 알았는데
남자용이다
문 앞 남자용 입식 변기에서
소변 보는 소리가 들린다
늙어서 제대로 못보고 들어왔구나
한참을 기다려
소리가 끝나자 나오는데
입구에서 만난 S선생님
모르고 남자용에 들아갔지요
갇혀서 한참을 기다렸겠네요
빨리 누려고 했는데
빨리 나오지 않았어요
늙어서
떨어지는 해를 받은 바다는
소문처럼
정겹게 아름답다
잠 못 드는 밤
큐바 하바나에서 4시간
시엔포에고스 바닷가 호텔
밤내
카리브의 물결이
옹알거리는 애기처럼
밀려들며
보챈다
잠들 지 말라며
함께 놀자고
티칼 신전의 계단
중앙 아메리카 과테말라 북부
페텐주의 정글에 묻혀 있는
티칼 신전
정글의 마천루같은 신전
그 신전을 오르려고
계단을 밟는다
수직이다
계단의 입구에 서 있는
'스스로 책임질 것'이란 경고문이
오르는 사람의 다리를 후들거리게 한다
서서 올라가선
위험하다
거의 기어가야 한다
허리 굽혀 오르라고
기듯이 오르라고
고개 숙여 오르라고
그래야 신에게 갈 수 있다고
카페 게시글
2010년 제4집
정신자 -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외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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