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 산문 장원>
동 그 라 미
이 명 옥 <만승초등학교 5학년>
재작년인 3학년 때, 선생님께서 시를 한 편 들려주신 적이 있었다. 그 시는‘각진 모서리처럼, 뾰족한 꼭지처럼 날카로운 사람이 되지 말자’란 내용이었다. 나는 그 시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정말 아름다운 시여서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 3학년 선생님은 그 시가 매우 좋은 시라고 하셨다. 그 뒤로 그 시를 듣지는 못했지만, 그 시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내 마음 속에 살아 있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곡선’이란 시를 듣게 되었다.‘너무 급한 길, 즉 직선 길로 가는 것보단 천천히 빙 돌아서 가는 것, 그게 훨씬 안전하고 좋다는 것’이것이 그 시의 간추린 내용이었다. 시의 내용을 보니 항상 서두르고, 급하게 하려는 내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서두르면 실수하고, 항상 둥그렇게 돌아가야 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서두르곤 한다.
어른들은 항상 말씀하신다. 둥글게,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언젠가 어머니로부터
“좀 둥글게 마음을 가져라”
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또 어머니께서는 사회에선 둥글고 부드러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는다고 하셨다. 그 때, 나는 둥근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심지어 노래도 나왔다.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이 세상,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도 달도, 해도 둥글다. 그런데 항상 뾰족한 모서리처럼, 각진 네모처럼 살아온 우리들, 잘못된 게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뾰족한 모서리를 갈고 닦아 둥그렇게 동그라미 같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둥글게 행동해야겠다.
<초등부 산문 차상>
카 네 이 션
김 미 경 <진천상산초등학교 6학년>
어버이날 아이들에게서 행복을 느끼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여느 때와 다름없는 여기저기서 새빠알간 카네이션이 눈길을 끈다. 나 또한 역시 용돈을 모아 카네이션을 샀는데 이 꽃을 부모님께 전해 드리지 못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직장에서 돌아오신 엄마는 나에게 조잘조잘 학교생활이 어떠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오늘의 반찬은 무엇이라는 등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고 침대에 누워 쓸쓸한 등만을 보이셨다.
“엄마, 나 할 말이 있는데…”
“이따 얘기하자.”
무뚝뚝한 엄마의 말에 약간 섭섭함이 밀려왔다.
항상 어버이날이면 아빠가 없는 우리 집에 빈자리를 티내지 않으려고 유난히 웃음을 많이 보이셨는데 다른 날과 너무나 다른 엄마의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엄마, 나랑 말 좀 하자. 나 엄마한테 줄 것도 있단 말이야”
“엄마 피곤해 내일 얘기하자.”
“그래! 엄마 마음대로 해!”
나도 모르게 순간 내 마음도 몰라주는 엄마가 야속하고 미워서 큰 소리를 내고 방문을 쾅! 하고 닫으며 나와 버렸다. 잠시 후 엄마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미경아, 엄마랑 얘기할까?”
“싫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그대로 집을 나와 버렸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아빠의 쓸쓸한 빈자리가 느껴져 울음을 터뜨렸고 손에 들려있던 카네이션 한 송이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무참히 밟아버렸고 벤치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렇게 아빠의 빈자리가 이리도 서럽고 그리운데 엄마는 얼마나 외로울지를 생각하니 괜스레 엄마에게 미안했다. 그저 미안해서 나는 마음을 다잡고 집 문고리를 당겼다. 그러나 집은 휑하고 온기는커녕 싸늘한 분위기만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깨고 전화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여보세요?”
“미경이니? 지금 빨리 병원으로와”
“네? 누가 아픈데요?”
“너희 엄마가 아파”
이웃집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전화를 끊고 냅다 달렸다. 병원에 들어서자 아주머니는 내 양팔을 붙잡고 흐느끼며 말하셨다.
“엄마께서 뇌종양 초기래”
나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이웃집 아주머니의 힘에 의지해 조그마한 숨소리만이 병실 안에서 들려오고 나는 뜨거운 눈물만 두 뺨 위로 흘러내렸고 아주머니의 설득에 결국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 앞에 떨어진 찢겨진 카네이션을 살며시 들어 아빠가 살아계실 때 같이 찍은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앞에 카네이션을 놓고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초등부 산문 차상>
산
김 진 현 <구정초등학교 4학년>
매일 같이 엄마와 삼촌은 가게 일을 하십니다. 그것처럼 엄마와 삼촌은 매일같이 산에 가십니다. 산은 넓고 푸른 세상입니다. 산을 보면 삼각형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산에 직접 가보시면 끝없이 펼쳐지는 녹색 세상이 있습니다. 녹색의 세상은 자연이 만듭니다. 그것처럼 하늘의 색도 푸릅니다. 나무의 종류도 여러가지 입니다. 참나무, 떡갈나무, 밤나무, 소나무 등 가지각색의 나무들이 수 없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엄마는 가게를 차리셨습니다. 생선 가게입니다. 저희 엄마가 가게를 차리기 전입니다. 신문을 보시고, 산에 가시고 운전을 하십니다. 그 일을 겪은 뒤 드디어 가게를 차리게 된 것입니다.
엄마가 가게를 차리셨을 때 손님들은 마치 개미떼 같이 많았습니다. 드디어 가게 일을 마친 뒤 눈앞이 캄캄하신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이 날부터 엄마는 산에 오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날은 왠지 엄마의 생각을 들여다보는지 시원시원 하였습니다. 등산가기에 아주 딱 맞는 날이었고, 새들이 반겨주었고,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 피곤을 날려 주었습니다.
엄마는 제 손을 꽉 잡았습니다.
“너는 엄마의 산이야. 든든한 산”
저는 그 때 콧날이 시큰해졌습니다. 늦은 밤까지 일하시고 새벽이면 시장으로 가셔서 먹거리 장만에 바쁘신 엄마. 힘들여 가게 일을 하시면서도 항상 찡그린 얼굴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동생과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아까워하지도 않으십니다.
훌륭한 우리 엄마께,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의 기둥이 되어 보답하겠습니다.
산을 내려오며 저는 엄마의 거친 손을 힘주어 꽉 잡았습니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님이 빙긋 웃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