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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월화드라마 맨발의 청춘 제3회
방송일 1998년 2월9일 월요일
씬 1 어학원 외경 (밤)
늦은 시각인지 거의 오가는 사람이 없다.찬바람이 휴지를 쓸고 지나가고...
어쩌다 지나는 사람도 코트깃을 바짝 올린 채 빠르게 지나간다.
근처 가로수에 설치한 오색 꼬마 전구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다...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느낌.
씬 2 어학원 경비실(밤)
경비실은 비어 있다.켜 놓은 라디오에선 캐롤송을 BG로 깔고 디제이의 멘트가 흘러 나오고 있다.
디제이 (E)이제는 한해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봄과 여름과 가을은 참으로 위대 했습니다. 풍요와 사랑으로 우리를 따스하게 해 주었고, 다가 올 희망으로 가슴을 부풀게 하여 주기도 했습니다.
어두운 복도...순찰을 마친 수위가 저 끝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디제이 (E)하지만 우리 곁 어디엔가는 아직도 거리를 헤매이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차가운 바람 속에 홀로 서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두운 유리문 밖에 누군가가 와서 무겁게 기대 선다.
디제이 (E)릴케의 싯구절처럼, 지금 홀로인 사람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 홀로인 채 불안스레 낙엽진 거리를 헤매일 것입니다.
BG 되던 캐롤 위에 중세 성가같은 느낌의 남성 합창의 다른 장엄한 캐롤송이 약간 엇물리면서 바뀌어 UP되다가...
디제이 (E)어두운 거리에 홀로 헤매이는 그 누군가를 위해 드리는 노랩니다.
이어서 곡명소개 그 합창곡 깔리는데---순찰 마친 수위, 하품을 하며 가스총 등을 꺼내 놓다가...
문득 어두운 유리문 밖에 누군가가 기대 서 있는 걸 발견한다.
놀라서 갸웃하고 보다가.. 이내 누구인지 알아보고 화들짝 놀라서 문을 열어 준다.
수위 이기누고? 요석이 아이가?! 니 술 묵었나? (동그랗게 보면)
요석 (씩 웃으며, 꾸벅하며)죄송합니다.
하고, 비칠거리며 지하실 쪽으로 간다.
수위 저눔아가... (걱정스레 보며) (중얼) 와 안하던 짓을 하고 저라노, 으이?
씬 3 지하실 (밤)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남성 합창의 캐롤이 여기서부터는 그냥 BG가 되어 웅장하게 깔린다.
쉭, 쉭, 김을 뿜어내는 스팀 파이프 너머...카메라 다가가면, 백열등으로 밝혀져 있는 자기 자리에 묵묵히 앉아 있는 요석의 모습이 보인다.
그 얼굴로 다가가면
씬 4 인터컷
(제2부의 마지막 장면)
기성재 (놀라 입술 가늘게 떨리며)...어머니?
요석 그 사진 속의 남자분을 만나면...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기성재 ...!
요석 ...!
기성재 ...!
요석 제...아버지신가요?
기성재 ...!
요석 ...!
기성재 ...!
요석 ...!
한참만에 평정을 찾은 기성재.
기성재 ...(쓸쓸한 미소로) 실망을 시켜서 미안하네.
요석 (충격에)!!
기성재 사진은 그냥 사진일 뿐이야.(냉담하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네. (어두워지는)
씬 5 다시 지하실 (밤)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다가.. 천천히 지갑을 펼쳐 그 사진을 바라보는 요석...그 사진 위에서
기성재 (E)왜 그 사진이 여태 남아 있었는지는 알 수 없네만, 한가지는 분명히 대답해 줄수 있네...
그 사진을 내려다 보고 있는 요석의 위에서,
기성재 (E)(약간 에코) 자네 어머닌 내게 유일한 여자였지만, 애석하게도 자네 어머니에게 나는,그렇지가 못했던 것 같네...
노기띤 얼굴로, 얼어 붙은 듯 그대로 앉아 있던 요석, 느닷없이 지갑을 저만치 팽개쳐버린다. 저만치 펼쳐진 채인 지갑속, 한순임이 웃고 있다.
씬 6 기성재의 사무실 (밤)
불 꺼진 방...
창문 너머에서 흘러드는 네온 사인 불빛만이 어른거리는데, 그 어둠 속에 묵묵히 앉아 있던 기성재...손에는 명함 한장이 쥐여있다.
망설이는 느낌의 손동작.문득 일어나서 코트 집어들고 밖으로 나간다.
중세 성가 같은 느낌의 남성 합창, 여기까지 깔리고.
씬 7 룸카페 (밤)
바텐더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는 기성재.
벽에는 옛날 영화 포스터 하나가 패널이 되어 걸려 있는데,거기 여주인공 두명의 얼굴이 등을 진 채 나란히 클로즈업 되어 있다.
바로 한순임과 이 카페의 여주인인 주혜란이다.그 포스터를 감회 깊은 듯 묵묵히 바라보는 기성재.
어느 룸에서 많이 취한 채 나와 기성재 쪽을 보는 주혜란.
주혜란 (취해서) 어머, 정말이네!(다가오며)...높으신 우리 영감님께서 이 주혜란일 다 찾아주시구...(바싹 붙어 앉으며)세상에, 별 일두 다 있다!
기성재 많이 취했군.
주혜란 (취한 중에도 정색하며) 안취했어요, 나? (바텐더에게) 물 줘.
바텐더가 따라주는 물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켠다.잔 탁 내려놓고는.
주혜란 말씀해 보세요, 무슨 바람이 분거예요? 나같은 여자, 안다는 사실 자체를 챙피해 하시는 분이잖아요.(씁쓸히 피식)...내가 그때 얼마나 민망했는지 아세요? 사람 전활 어쩜 그렇게 끊어버리세요? (흘기는)
기성재 부서 회의 중이었소
주혜란 너무 그러지 마세요. 누가 알아요? 이 보잘 것 없는 전직 여배우가 언제 부장님 목숨이라도 구하게 될지?
기성재 ...
주혜란 나, 이래뵈도 발 넓은 여자예요?!
기성재 (불쑥) ...순임이한테 아들이 하나 있었지?
주혜란 그 소리에 고개 돌려 보고)...! (술이 확 깬다)
주혜란 (시치미) 누가 그래요?
기성재 잘 컸더군.
주혜란 (놀라서 보다가) 난 모르는 일이예요. (외면한다)
기성재 그 아이--, 누구 핏줄이요?
주혜란 (애써 웃고)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기성재 (버럭)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아나!
주혜란 (날카롭게) 이거 왜 이러세요?
기성재 (자제하고) 그무렵 제일 가까이 있었던 게 당신이잖소?
주혜란 붙어다닌다고 그속까지 다 알 수 있는건 아녜요!걔가 얼마나 곰인지는 나보다 더 잘 아실거 아녜요?
기성재 당신이 무슨 영화사 후원횐가 하는 파티에 데려갔던 날 그 사람을 누군가에게 소개해 줬다는 거 알고 있어.바로 그 무렵에 그 사람이 나한테서 떠났고.(사이) 당신이 그 여잘 변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아. 알량한 상류사회 헛바람을 잔뜩 집어넣었겠지...(앙다문다) 믿고 싶진 않지만 달리 설명이 안돼...
주혜란 (고스란히 듣고만 있다)...
기성재 물론, 소개비조로 적지 않은 뒷돈도 챙겼을테고? 아닌가? (주혜란을 노려본다)
주혜란 (쨍하니 노려본다) !
기성재 (아랑곳 않고) 그때 순임이한테 소개했던 남자가 누구요? 그 사람이 그 아이 아버질게 아니오? (다그치면)
주혜란 (날카롭게) 모른다구요, 몰라요!(버럭) 그 사람 앤지, 다른 누구앤지 알게 뭐예요!
기성재 (버럭) 그런 말이 어딨소? 한순임이 그런 여자가 아니란건 당신도, 나도, 우리 둘 다 알고 있어!
주혜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성재 ...누구요? (간절한)
주혜란 (고뇌)...꼭 아셔야겠어요?
기성재 (간절히)...?
떨리는 손으로 담배 꺼내무는 주혜란.
주혜란 (넋두리처럼) 이런 날이 오기 전에 왜 걜 꼭 좀 붙잡아두지 못하셨어요...(깊게 담배연기 뿜고)
씬 8 동 카페 밖 (밤)
찬바람이 몰아치는데---, 굳은 표정으로 카페에서 나오는 기성재.
찬바람에 코트자락이 휘날리는 데도 여밀 생각 조차 하지 않고 망연히 서 있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듯--, 꽉 다문 입술이 가늘게 바르르 떨리고 있다.--- 모욕적이고 고통스런 표정이다.
그대로 어둠 속으로 걸어간다.그 왠지 허탈해 보이는 뒷모습---.
씬 9 어학원 외경 (아침)
씬 10 어학원 강의실 (아침)
불어 회화 수업이 막 끝나고 학생들 나가고 있다.혜준도 책을 챙기다가-- 문득 강아지를 본다.(짧은느낌)
씬 11 어학원 지하실
어둑한 지하실--.저 구석편에서 샌드백을 거칠게 두드리고 있는 소리 들려온다.
웃통 벗은 채 비지땀을 흘리며 샌드백을 갈겨대고 있는 요석.
가슴 속에 서린 절망감을 부숴 버리기라도 할 듯 그렇게 있는 힘껏 때려대고 있는데---.어디선가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멈칫하고 갸웃하다가...돌아보면, 혜준의 강아지가 요석의 발밑을 핥아대고 있다.
강아지가 입고 있는 겨울옷 포켓에 핸드폰이 꽂혀 있다.키를 낮춰 보다가--,강아지를 쓰다듬으며 핸드폰을 꺼내 그대로 듣고만 있다.
요석(달갑지 않다)...
씬 12 어학원 현관 공중전화 부스 (아침)
혜준, 얌전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요석, 지하실쪽에서 나온다. 강아지 안아들고 있다.혜준, 내심 쾌재를 부르는데
요석 (강아지 내밀며 뚝뚝하게)나, 이런 장난 별로 안좋아해요.
혜준 (의외의 반응에) !...
혜준, 자존심 상해 굳어지는데
요석 어떻게 갚아주면 돼요? (감정없이)
(※요석이는 이미 혜준부 기성재와 자신의 엄마가 한때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아무것도 모르는 혜준과는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서 같을 수가 없습니다.
요석에게는 혜준과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클겁니다. 잊지마세요. 요석은 혜준처럼 단순하게 반응하면 안됩니다!)
씬 13 라면집
라면을 먹고 있는 요석.다 먹고 국물을 쭈욱 마시는데, 혜준은 거의 손도 안 대고 빤히 바라보고 있다.
요석 (그릇 내려 놓으며) 기껏 바쁜 사람 불러내서 목숨값 하랄땐 언제고. (못마땅하게 혜준의 라면그릇 본다) 먹지도 않을 거 뭣하러 라면집은 오자고 해요?
혜준 (활짝웃고) 더 먹을래요?(그릇 밀어주는데)
요석 없는 놈이 제일 곤란한 게 뭔 줄 알아요? 쓸데없이 위장만 큰 거. 다행히 난 평균치예요.
새침해지는 혜준.
요석 (일어서며) 인제 가도 되죠?(나서는데)
혜준 (붙잡듯) 디저트는요?
요석, 지갑 꺼내다가 돌아본다. 한심하고 기막히게 본다.
혜준 악, (생글 웃으며) 커피 한잔이면 되는데...
요석 (별종이다)...
씬 14 지하실
커피 두 잔을 타서 내미는데, 커피잔이 제각각이다.
혜준 (커핏잔 받으며 요석의 얼굴을 관찰하듯 빤히 본다) ---!
요석 (시선 외면하며) 남자를 볼 때-- 늘 그런 식으로 쳐다 봐요?
혜준 (뜬금없이) 생각해 봤거든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결론은요, 엄청난 악당이거나 핍박받는 영웅일꺼다!
그렇게 말해 놓고 자신도 우스운지 크게 웃는다.
혜준 (요석의 책상께 살피며)무슨 공부해요?
요석, 혜준이 펼쳐 보려는 책들 치워버린다.머쓱해지는 혜준, 실은 이미 봤다.
혜준 (딴청) 근데 여기 계속 있어두 괜찮아요? 그 사람들 또 오면요?
요석 (강조하듯) 덕분에, 당분간은 얼씬도 안할 겁니다.
혜준 어째서요?
요석 깡패들이 무서워 하는게 두 가지가 있어요.---군대하고 검찰. 어지간한 깡패라도 그 두가지 앞에선 꼼짝을 못하죠. 모르긴 해도 그 날 꽤 놀랬을 거예요. (혼자만의 미소)
혜준 그쪽은요?
요석 (문득 눈만 들어본다) ?
혜준 혹시 그 쪽도-- 그 두 가지가 무서운 사람 가운데 하나 아녜요?
요석 ---.
혜준 (장난스럽게 물었다가 진지한 눈빛에 조금 긴장)---!
요석 (다시 차가워지며) 다 마셨으면 그만 가봐요. (혜준의 채마시지 않은 커피잔 가져가 버린다)
혜준 (멍) ...!
씬 14-1 지하실 계단
혜준, 무안해져서 나오고 있다. (가방,강아지)그러다 지하실을 다시한번 돌아본다.지하실 출입문.알 수 없는 남자다.
혜준 ...
씬 14-2 어학원 경비실
수위, 안에 앉아 돋보기 안경 내려쓰고 털실 뜨개질 하고 있다.혜준, 작은 창을 똑똑 두드린다.
수위, 안경 치켜들고 내다본다. 그리고 창문 열어주면,
혜준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수위 ?
혜준 핸드폰이요. (미소)
수위 (!) 아아...
혜준 저기 하나 여쭤볼께요.
수위 응, 뭐? 얼마든지 물어봐라.
혜준 (낮게) 제 핸드폰 찾아준 그 사람이요...
수위 으응...요석이?
혜준 (!) 이름이 요석이예요?
수위 요석이가 와?
혜준 요번에 어디 시험 봤어요?
수위 (곱게 흘기고) 와? 관심있나?
혜준 (씩 웃기만)
수위 (아래위 훑어본다) ...
혜준 (의아해서 스스로를 살핀다) ?
수위 (고개젓고) 니는 얍시리 해가지고, 몸 보이 안되겠다.
혜준 (?) 뭐가요?
수위 만날 야근이다 잠복이다 할낀데, 집안에서도 좀도둑쯤 뚝딱 때려잡을 정도는 돼야 안되겄나?(장난스레 보는)
혜준 ...!
씬 15 서울지검 외경
이 위에 전화벨...
씬 16 기성재의 방
기성재 (전화 받고 있다) 네에.
홍박사 (E) 저예요, 선배님.저한테 잠깐 들르실래요? 보여 드릴게 있는데...
씬 17 국립 과학수사연구소
전경
홍박사 (E)물속에서 1년 가까이나 된 사체라서요...
씬 18 동, 법의학과장실
법의학과장, 기성재와 유검사에게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홍박사 ...별로 기대는 안했었어요.근데요...여기 이거요...(하며 비닐봉투 속에 든 버클을 보여주며)
유검사 이건 홍박사님, 허리띠 버클 아닙니까?
홍박사 맞아요, 차가 부서지면서 그 충격 때문에 오일이 실내로 유입이 됐는데, 그게 수중에서 젤리 형태로 굳어지면서 이 버클을 감쌌던 모양이예요.그래서 혹시나 하구 오염 물질을 한번 제거해 봤어요.레이저를 이용하면 지문 채취가 가능할 것두 같구 해서요.
유검사 레이져요?
홍박사 지문에는 피보플라빈 같은 형광물질이 들어 있거든요.거기에 아르곤 레이져광을 분사하면 빛이 나게 돼.(그러면서 거의 형체가 짓뭉개진 지문 그림 한개를 보여준다) 거기서 떠낸 그림이예요.(기성재에게 보여준다)
유검사 격투중에 허리 버클을 움켜쥐면서 생긴 거군요?
홍박사 그랬겠지.
기성재 신원...확인해볼 수 있겠어?
홍박사 그렇잖아두, 지금 뭉개진 부분을 컴퓨터루 복원하고 있는 중이예요...(하는데)아, 저기 오네요...
젊은 남자 연구원 하나,완전한 형태의 지문 그림 하나를 가져와 건네준다.
남연구원 동일 인물로 판정됐습니다.
홍박사 수고했어. (기성재에게 보여주며) 어떠세요? 육안으로도 거의 유사하죠?
기성재 (유심히 대조해 보는) 음... 유검사 (홍박사에게) 누굽니까?
씬 19 장명석의 집 정원
유검사 (E)조재식이라면... 장명석이 휘하의 칼잡이 아닙니까?
드넓은 정원.안락의자에 깊숙히 앉아 있는 장명석.
투박하게 썰은 고기를 담은 은제 그릇을 무릎에 올려놓고 장갑 낀 손으로 그걸 하나씩 집어 덩치 큰 개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그 뒤에 차디찬 표정으로 서 있는 재식.
씬 20 다시 법의학과장실
기성재, 지문 그림을 다시 홍박사에게 돌려주며
기성재 (그 지문을 받아서 보고... 고개 저으며) ...안돼.
유검사 예?
기성재 증거로 제출하기엔 너무 불충분해. ...
유검사 그럼 이 만큼 잡아 놓고 또 포기해야 되는 겁니까?
홍박사 이건 어때요? (상완골의 사진을 보여준다)
홍박사 이건 상완골인데, 여기 자세히 보세요. 칼 맞은 흔적 보이시죠?필요하시면 여기 사용된 칼을 확인해 드릴수도 있는데요. 아무리 정밀한 칼이라도 표면의 흔적은 다 차이가 있거든요.
그 소리에 기성재를 돌아보는 유검사.
씬 21 달리는 자동차 안
뒷자리에 타고 있는 기성재와 유검사.
유검사 그렇담 그 칼만 입수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기성재 그렇다고...무조건 쳐들어가서 압수를 해 올 순 없잖나?
유검사 어쨌든 그 칼이 조재식이 꺼라고만 판명이 되면 일단 기소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성재 (대꾸없이)...
유검사 게다가 조재식이가 혼자서 했을 리는 없으니까 장명석이의 지시가 있었다는 걸 포괄적으로 입증만 하면...(의욕적이다)
창밖을 바라보는 기성재의 굳은 얼굴 위에.
유검사 (E)...그것만으로도 장명석이가 두번 다시 햇볕을 못 보게 만들어 놓을 수도 있을거 같은데요?
기성재 입술 굳게 다문 채 창밖만 보고 있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
기성재 (유검사에게) 자네 집에다 전화해줘. (의미있는 미소)
유검사 네? (하다가 알아듣고 주먹 꽉 움켜쥔다)
씬 22 물품보관 창고
천장이 까마득하게 높은 대형 창고다. 가득 쌓인 각종 물품들. 재식이와 방개를 비롯한 휘하를 거느리고 내부를 살펴보고 있는 장명석.
안내하는 창고 사장이 연신 조아려 가면서 설명을하다가 박스 하나를 뜯어서 그 안에 있던 양주 한 병을 꺼내 보여주며 뭔가 설명을 한다.
만족스런 기색으로 끄덕이는 장명석...위세가 넘치는 모습이다.
씬 23 기성재의 방(밤)
늦은 밤.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부치고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는 기성재와 유검사 등 수사관들.
검찰 수사관들은 와이셔츠 위로 권총 가죽띠를 차고 있다.여직원이 날라 온 햄버거를 먹어가며 산더미같은 자료들을 찾고 있다.
살해된 창식의 엑스레이 필름과 조재식의 지문 등의 그림들도 다시 살펴보고,장명석 일파의 사진들도 대조해 보고...
씬 24 장명석의 침실(밤)
스텐드 하나만 켜 있어서 어둑한데, 거기 침대에 웃통 벗은 채 엎드려 있는 장명석.
육감적인 몸매가 다 드러나는 젊은 여자가 안마를 해주고 있다.그때 전화벨 울린다.
안마여자 제가 받을까요?
여자가 받으려고 하자 그 손을 치워내며
장명석 됐어. (하고 엎드린 채 직접 받는다)네에...(하다가 굳으며) 뭐야?(여자를 떠밀치고 일어나앉으며)그게 사실야?...알았어. 고마워. (하고 수화기 천천히 내려놓는다)
장명석 (곰곰 생각하다가 혼잣말처럼)...니가 날 기어이 죽이겠다고?
명암이 강한 조명 속에 분노로 입술이 바르르 떨리는 장명석의 얼굴이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그 분노로 굳어진 얼굴에서...
장명석 (뱉듯이) 오냐... 오오냐...
F.O
씬 25 창천 시내(저녁무렵)
왠지 스산해 보이는 정경이다.저쯤에 당구장 하나가 보이는데, 그 길 건너편쯤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수아.
그러다가 결심한 듯 그 당구장으로 다가간다.
씬 26 창천 당구장(저녁무렵)
메주, 개코 등의 건달패들이 담배 꼬나물고 당구를 치고 있다.
메주 (친 게 살짝 빗나가자) 아이, 돌아불겄네이!난 으째 벳기는 데는 소질이 없으야! 개코 (히히덕대며) 당연허제! 고것도 경험이 있어야 허는 것이여! 헹임 하는 걸 자~알 봐둬라잉!
하고 치려는데,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서는 수아.
메주 어? 개코 으메?
수아의 갑작스런 출현 앞에 놀라는데...!심호흡 한 번 하며 결심한 듯 그들 앞으로 다가오는 수아.
메주 앞에 멈춰서자,자기 뒤에 다른 누가 있나 싶어서 얼른 돌아다 보고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에야 “나?”하고 자기를 가리켜 보이는 메주.
그런 메주에게 정중하게 인사까지 하는 수아.메주와 개코, 서로 마주 보며 “허어!!” 하며 기가 막혀한다.
수아 (인사는 90도였지만 눈길은 당돌하게) 얘기 좀 해요
메주 허어! 누가 보믄 결투 신청허는 줄 알겄다!
개코 (수아를 아래위로 느끼하게 훑는다)
수아 (참고)..
씬 27 창천 호프집(밤)
메주 (어이없어) 뭣이여? 긍께 시방 나헌티 묻자는 것이 뭣이라고?
수아 (오랜 결심 끝이라는 듯 당돌하게) 만나고 왔잖아요?
개코 야가 아주 우릴 갖고 노능구만! 맥주 한 고뿌 사주고, 뭐여? 그 섀끼 있는 디를 갈챠 달라고?
메주 (얼굴에 반창고를 떼 보이며) 너 내 호박통에 왜 금이 갔다고 생각허냐? 근디 시방 나헌티 그 섀끼 소식을 물어야?
하고는 수아의 멱살을 잡아 그냥 내던져 버릴 듯 와락 잡아 당긴다.
메주 어휴, 이걸 그냥! 캭! 너 시방 죽고 싶냐?
개코 (지지않고 쏘아보는 수아의 이마를 때리며) 야,야, 이 정신 나가 삔 지지배야! 그 섀끼 이미 날라 부렀어! 알긋냐?
메주 딴 지지배가 있다고! 잉? 지 아부지가 검사랜다!
수아 (놀라서 굳고)...!
메주 집에꺼정 폭싹 감싸갖구 데꾸 가는 거 봉께 보통 사이가 아니던디! 꿈 깨라이!개코 생긴 것도 야리야리한 것이 촌기지배들허곤 확실히 다르더라고! (안됐다는듯) 에이고!흥!
그때 큼직한 안주를 입이 미어지게 집어넣던 메주가 문쪽을 보곤 갑자기 안주를 뱉으며 후닥닥 일어난다.
개코도 깜짝 놀라 보면 강수가 몇 놈 거느리고 들어서고 있다.
메주 형님!
90도 각도로 꺾는다.얼어붙은 듯 앉아 있던 수아, 벌떡 일어나서 강수 옆을 스쳐 그대로 밖으로 나가 버린다.
나가는 수아를 유심히 돌아보는 강수.
강수 쟈가 누구냐?
메주 모르십니까, 형님? 수아라고요..
개코 (O.L) 긍께 저그.., 그 요석이란 놈허고 거시기...
강수 (수아가 나간 쪽을 유심히 돌아본다)...그리여?이뻐졌네? 볼링장에 있다고 했제이?
씬 28 창천 볼링장
스코아 테이블에 앉아 있는 수아.초점 없는 시선으로 앉아 눈에 가득 눈물 담고 있다.
여자손님1 이봐요, 아가씨, 스코아 기록 안 해?
수아, 그 소리에 손등으로 눈물 훔쳐내고 제 일한다.
씬 29 경찰대학 앞 도로
버스가 지나가고...,트럭이 또 하나 지나가고..,거의 인적 없는 썰렁한 겨울의 도로가 고즈녁이 길게 뻗어 있다.
거기 저 끄트머리 쯤에서 나타나는 작은 점 하나.다가오면...요석임을 알 수가 있다.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아주 먼 길을 가듯 그렇게 걸어온다.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 바짝 다가와 있는 요석.아무런 표정 없이 스쳐 지나간다.
씬 30 경찰대학 앞
합격자 명단이 게시되어 있다.요석의 이름 C.U
마치 낙방한 사람 마냥 굳은 표정으로, 요석 오래도록 게시판을 본다.충분히 오래 그 현실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터질듯한 벅찬 감정으로 돌아서는데,순간, 그의 눈에 들어오는 정경들. (이상 Silent로 가면 어떨까요?)
터져 나오는 탄성, 친구들과 얼싸안고 헹가래 쳐 주거나 기뻐하는 모습, 가족들의 모습들.희비의 엇갈림.
낙방하면 낙방한대로 부둥켜 안고 울어 주는 엄마나 누이들.어떻게든 그들은 모두 함께이다.
요석, 비로소 혼자인 자신을 절절히 깨닫는 순간이다.그 위로 레스토랑의 음악 선행되는
씬 31 고급 레스토랑
기성재 (E) 축하한다!
혜준,인서 (E) (동시에) 축하해...
하며 허공에서 부딪치는 샴페인 잔들.마시는데, -- 요석의 축하연이 아니라 승준(일행)의 축하연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기성재와 혜준, 승준 그리고 인서가 둘러 앉아 있다.
승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아직 3차 남았는데요,뭐.
혜준 3차에서 떨어지는 사람두 있어?
인서 괜히 그러는거야. 모르겠냐? (승준을 곱게 흘기면)
승준 마, 너 축하해주러 온거 맞냐?
인서 부러워서 그래. 형은 폼나게 사법연수원 다니는데, 난 펑크난 학점 떼울 생각 하니까, 형 진짜 너무 빠른거 아냐?
승준 (문득) 아버진 몇번만에 사시 통과하셨댔죠?
기성재 인석 봐라? 너 지금 은근히 애비 물멕이는 거냐?(승준, 웃는데)
혜준 아빠 4수 하셨댔죠?
기성재 5수 안한것만두 다행이다, 난...
승준 설마요?
기성재 아냐, 정말야. 4수때 마침 정원이 대폭 늘지 않았으면 여태 고시원에 있었을지도 모르지, 핫하...
인서 형, 잘하면 아버님하고 같이 연수원 다닐뻔했네?
치고 받고, 모두 왁자하게 웃는다.
기성재 그래, 넌 정말 판사나 변호사쪽은 생각 없는 거냐? (승준 보면)
승준 아시잖아요? 저 아버지 곁에서 일하고 싶어요.
기성재, 가만히 끄덕이는데
혜준 (슬그머니 핸드백 챙겨 일어난다)
인서 (?) 어디가?
혜준 왜? 따라올려구? 화장실가는데...
승준 (인서를 쿡 쥐어 박는다)으이그...
머쓱해지는 인서.놀리는 승준을 흘겨본다.혜준, 홀을 가로질러가고
기성재 ..그래, 인서는 계획이 뭐냐?
인서 저요, 아버님?
승준 얜 아마..(인서에게) 언론사, 맞지?
인서 (뿌해서) 아냐, 생각바꿨어. 우리도 로우스쿨 생기면 거기나 갈까봐. 변호사돼서 법정에서 형하고 한번 붙어보게...
'뭐야', '이런'...등 애드립.기성재와 승준, 웃음 터뜨린다.왁자하니 즐거운 그들
씬 32 동. 레스토랑 일각
저만치에 식사를 하고 있는 기성재와 승준, 인서 등의 모습이 보이는데,구석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는 혜준.
혜준 경찰대학이죠? 오늘 합격자 발표 했나요? (사이)수험번호는 모르구요...
저만치 인서, 슬그머니 혜준쪽을 살핀다.
씬 33 경찰대학 부근 공중전화
전화를 하고 있는 요석.
씬 34 창천 영화관 영사실
격렬한 액션영화가 상영 중인지 터질 듯한 총격과 폭발음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그 속에서 졸고 있는 만보.
구석에 놓인 전화벨이 울려대지만 그 폭발음 때문에 들리지도 않는다.
씬 35 경찰대학 부근 공중전화
전화를 끊고, -- 다시 번호 누른다.
삐삐멘트 (E)호출은 1번, 녹음은 2번--흘러 나오는데, -- 망설이다가-- 결국 그대로 수화기를 놓고 만다.
씬 36 대학가 거리(악기상 앞)(저녁무렵)
요석, 주머니에 손 찌르고 걷는다.악기상 쇼윈도우 앞 요석 멈춰선다.그의 눈에 전자키타가 들어온다.
오래도록 그것을 들여다 본다.두고 온 자신의 기타를 생각하는 것이다.(E) 키타 튜닝하는 소리, 간헐적으로
씬 37 신촌 라이브 까페(저녁 무렵)
아직 영업 시작 전인 까페 안.
어수선한 무대위에서 장발의 키타리스트, 전자키타 튜닝중이다가 잠시 내려놓고 주방쪽으로 들어간다.
엠프께에 기대선 전자기타 앞에 와서 서는 발.천천히 그것을 가져가는손.
요석, 무대에 걸터앉더니 이내 즉흥연주 시작한다.
처음엔 그저 앞소절 정도 연주해보다가 차츰 본격적인 연주가 된다.
요석의 현재 심정과 같은 외롭고 애잔한 곡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Moon river가 어떨까요?오드리 헵번이 연주하는...)
느닷없는 연주소리에 주방에서 내다보는 키타리스트.
키타리스트...!
계속되는 연주위로,
요석 (E)...엄마, 저...약속지켰어요. 보고 계시죠...
(고개 들어 천장쪽 본다)제법 오래 연주 계속되다가 문득 멈추는 요석.인기척 느낀 것이다.
고개들어 보면 장발의 사람좋게 생긴 키타리스트가 진지하게 자신의 연주를 듣고 있다가 순간 당황한다. (양손에 맥주를 들고 있다)
요석, 겸연쩍게 키타 원래대로 내려놓는데 키타리스트, 요석에게 들고 있던 맥주병 하나 불쑥 내민다.
요석, 받으면 자신의 맥주를 요석의 병목에 가 부딪는다.
쨍하고 기분좋은 소리를 내는 맥주병 둘.두사람, 서로를 알아보는 (서로의 재능을)미소짓는다. 마시는
씬 38 장명석의 별장 욕실(밤)
거품 욕조 속에 들어 앉아 있는 장상엽.남성 합창의 터질 듯한 클래식 넘버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음악에 푹 잠긴 채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고 있다.
씬 39 동. 별장 내실
문이 살그머니 열리며 들어서는 어느 사내의 구둣발.웅장한 합창곡이 울려 퍼지는 실내로 소리없이 들어선다.
침대엔 벗은 여자가 등을 다 보인채 엎드려 잠 들어 있다.
씬 40 동. 별장 욕실
욕조 속에 들어 앉은 채 머리에 온통 비누칠을 하며 흥얼거리고 있는 장상엽.그때 터질 듯 하던 음악이 돌연 꺼진다.
장상엽 (비누 때문에 눈을 못 뜬 채, 성질 있어 보이는 목소리) 응? 왜 꺼? 지니, 다시 켜! 야, 지니! 너 안 켤래? 너 죽고 싶어?
하는데, -- 조용하다.
장상엽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지니?-- 지니?
그때 소리없이 열리는 욕실문--.그리고 들어서는 구둣발.
장상엽, 비누 때문에 눈은 못 뜬 채 비로소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얼른 일어서려는데,
가죽 장갑 낀 손이 불쑥 들어 와 그대로 상엽의 머리를 눌러서 거품이 부글대는 물 속으로 찍어 눌러 버린다.
그 속에서 버둥거리는 상엽.한참을 꾸룩꾸룩 거리다가- 머리카락 움켜쥐고 밖으로 끄집어 내주는 그 가죽장갑.
상엽 (숨 몰아쉬며) 허억! 허어--!!
장명석 (E) 넌 이미 죽은 목숨야!
바로 장명석인 것이다.
장상엽 (허덕대며) -- 아버지!
장명석, 장갑 낀 손으로 볼을 탁 치며
장명석 (매섭게) 적외선 감지기는 왜 꺼놨어? 다나까가즈오도 가나까와의 별장에서 애인하고 같이 있다가 리볼버 아홉 발을 맞었어!...정신빠진 놈!
장상엽 ...!!
장명석 옷 줏어입구 나와!
씬 41 동. 별장거실 (밤)
장명석을 중심으로 상엽과 재식 등 간부급이 모여 앉아있다.뒷편엔 사도와 방개 등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장명석 그 놈들이 시동을 걸었어.
재식 아직은 수가 단계가 아니고 첩보 수집만 하는 내사 단계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장명석 기성재가 칼을 뽑았는데 내사만 하고 그만 둘 거라고 생각해?
상엽 (벌떡 일어나며) 빌어먹을! 할아버지가 당하고 아버지가 당하고 근데 한동안 조용하다 했더니 또닙까? 왜 우리만 당해야 됩니까?
장명석 (버럭) 당하긴 누가 당해!! 결국 이긴건 우리야!
상엽 (어이없어) 우리라구요?
장명석 그 놈 애비 대부터 몇십년을 두고 우리를 박살낼려고 했지만 봐라, 우리가 박살이 났나? 그놈은 결국 어느 한귀퉁이도 건들이질 못했어!(힘차게) 우린 더 커졌어! 더 막강해지고 더 넓은 구역을 장악했어! (노려보며) ..이래도 우리가 당했냐?
상엽 ...
가쁜 호흡 진정하며 천천히 시가를 뽑아서 문다.
장명석 (스스로에게 다짐주듯) 이긴건 나야!! 내가 이겼어!!
사도, 시가에 불을 붙여준다.장명석, 연기 깊숙히 내쉬고 술잔을 들어 천천히 바닥까지 마신다.
장명석 (그런후에 천천히 돌아보고)...하지만 어쨌든 태풍이 불 땐 집밖에 나가지 않는게 상책이다. 몸조심들 해. (재식을 보며) 특히 너!
재식 ...죄송합니다.
씬 42 어학원 앞 (밤)
버스 다가와서 선다.거기서 내려서 어학원으로 걸어오는 요석.소방차 한대가 막 그 앞을 지나간다.
요석, 어떤 느낌에 어학원으로 총총히 들어가면 막 화재가 진화된 듯 경비실 주변에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요석 무슨 일이예요, 아저씨?
수위 아이구, 아! 이 일을 우짜노?
수위, 얼굴에 검정을 묻힌 채 낭패감으로 요석의 손을 덥썩 붙잡고 매달린다.
요석 어떻게 된 거예요?
수위 아이고 모르겄다. 술이 사단이지 별거 있겄나..
요석 또 근무중에 약주하셨어요? (걱정으로 보면)
수위 분명히 불꺼진거 보고 들어갔는데. 잠깐 눈 좀 붙인새 고마...나는 인자 바로 모가지다...하이구...하이구...
요석 ...(낭패감으로)
그때 저멀리 학원 정문 앞으로 자가용 한대 급히 달려와서 서며 거기서 뛰어내리는 원장.
수위 (보고 기겁하며) 원장님 아이가?
요석 (본다) !
요석, 어떤 생각에 갑자기 수위의 근무용 점퍼를 벗긴다.
요석 (다급하게) 벗으세요. 벗어 절 주세요.
수위 (?) 오, 옷은 와?
요석 (다짜고짜 벗겨가서 자기 외투와 바꿔 입는다)
수위 (영문 몰라 하는대로 내버려 두고)...?
요석 아저씬 오늘 비번이었어요. 저하고 바꾼거예요, 아셨죠?
수위 (그제야 알아듣고 울컥한다)...요석아.
화재 상황 두리번거리며 학원장이 경비실 가까이 오면 요석, 재빨리 그 앞으로 달려가 꾸벅 머리 조아린다.
요석 죄송합니다..
원장, 기막혀 선뜻 말도 못하고 요석을 노려본다.노기를 어쩔줄 모르는 원장.
저만치 요석쪽 돌아보며 현장에서 피하는 수위, 원장 앞에 언제까지라도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요석을 미안하게 본다.
수위 (중얼) 하이고마...내, 처자식만 아이믄...우얄꼬...
요석아...
씬 43 지하실 (이튿날 낮)
요석, 늘 공부하던 책상 앞에서 소지품 챙기고 있다.이미 대충 꾸려져서 퀭한 공간.
마지막으로 벽에(침대 머리맡에) 붙여둔 한순임의 스틸을 떼어내려다가 잠시 그 손을 멈추고 본다.
문득 웃음이 난다.씁쓸한 웃음이다.스틸 떼어낸다.그 순간.
혜준 (E) 축하해요!
돌아다 보면 혜준이 꽃다발 들고 서 있다.
혜준 (짐짓) 짤렸다면서요?
요석 (뜻밖이다)...!
요석, 보다가 그대로 하던 일 마저한다.여전히 무뚝뚝하게.
요석 (가방 마지막으로 잠그며) 또 뭘 잃어버렸어요...
혜준 (저만치서 꽃다발 들고 서 있고) 이번엔 아녜요..근데...(짖궂게) 번번히...별로 보이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만 만나게 되네요?
단촐한 소지품 가방 하나만 챙겨들고 일어서며
요석 (짐짓 무심하게) 술 한잔 할건데 생각있으면 따라와요. (나가려는데)
혜준 ...이거요. (꽃다발 내밀면)
요석, 돌아보고 쓰게 웃는다.
요석 취미 한번 괴상하네요.무슨 뜻이예요?
혜준 (시치미) 그냥요.. 축하하고 싶어서요.
요석 (기막히다)...
혜준 안 받아요? (눈치 살피면)
요석 (퉁명) 꽃같은거 어울리는 녀석한테나 갖다줘요.(휭하니 나간다)
혜준 ?...!
혜준, 미련없이 꽃다발 등뒤로 휙 던져 버린다.총총히 요석을 따라잡는 혜준.
씬 44 신촌 라이브카페
어느 한쪽자리.요석, 혼자 맥주 마시고 있다.
무대 위에는 예의 키타리스트 등이 연주중이고 요석, 무대위 연주자들을 보고 있다가 문득 의아하다.
요석 ...?
혜준이 키타리스트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는 혜준, 시치미 뚝 떼고 요석의 옆으로 와 앉는다.
요석 (의외라는 듯) 여긴 어떻게 알았어요?
혜준 (소리) 뭐라구요?
요석 (큰소리) 어떻게 알았냐구요!
혜준 그러는 요석씬요? 어떻게 알았어요?
요석 (!) 내 이름 어떻게 알아요?
혜준 (큰소리) 뭐라구요?
요석 (큰소리) 내 이름 어떻게 알았냐구요!
혜준 그런걸 관심이라고 하는거예요!
요석 (!)
혜준 실은 고등학교때부터 가끔 왔었어요... (사이)오해 말아요! 그렇다고 나...
하고 악을 써서 말을 하는데 밴드 연주가 갑자기 딱 끊어져 버린다.
그 바람에 악을 써서 말하던 혜준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고 깜짝 놀라 입을 콱 다무는 혜준.
키타리스트 (웃으면서) 미안해요! 고백하는데 방해해서!
사람들 일제히 와아! 웃는다.혜준, 요석의 등뒤로 얼굴 숨기면 요석도 웃고 만다.
. 키타리스트 (요석을 가리키며) 잠깐 올라오세요.
요석 (손 사래치며) ...
키타리스트 (청중에게) 박수 좀 주셔야겠는데요.
청중들 와! 박수쳐주면 요석, 더는 사양 못하고 무대로 올라간다.
키타리스트 (요석의 옆에 다정히 서며) 여기 이 친구가 4년후엔 경찰이 된답니다! (요석, 어떻게 알았는지 놀란다)이렇게 공범을 만들어 놔야 나중에 무허가라고 단속 나오지 않겠지! 안그래요? (요석에게) 합격 축하해... (윙크) '맞아맞아' 등 왁자한 박수소리와 함께 터지고.키타리스트, 요석에게 기타 하나 넘겨준다.
요석, 하는 수 없이 받고는 이켠에 앉은 혜준을 바라본다.혜준, 살짝 손들어 답한다.
요석, 잠시 생각하고는 이내 연주 시작한다.전보다는 좀 더 밝고 아름다운 곡이다.그런 그를 바라보는 혜준.연주에 몰입해 가는 요석.
씬 45 창천 볼링장 (밤)
영업이 다 끝나고 수아도 뒷정리를 마치고 일어서는데,강수가 들어선다.
강수 조용항께 좋고만. 한 게임 할 수 있겄능가?
수아 (머뭇하다가) --영업이 끝났는데요.
강수 아,아-- 고건 걱정 말고. 사장헌티 말 해놨응께.
메주가 얼른 볼링화와 공을 가지고 온다.
강수 몇번만 굴려보고 갈텡께, 미안허지만 수고 좀 해줘야 겄고만.
부드러운 미소로 웃어주며 볼링화를 갈아 신는다.수아, 망설이다가--어쩔 수 없이 스코어 테이블에 앉는다.
강수 (공 들고 올라서며) 미인이 체크를 허고 있응께 괜히 좀 떨리는디.
보스의 우스개 소리라서 의무적으로 웃어주는 분위기인 메주 등.그러나 강수는 그런 그들을 돌아보며
강수 느그들은 자리들 가 있어라잉.
메주, 개코 등의 휘하들 얼른 허리를 꺾고 안 보이는 구석으로 사라진다.강수, 여유 있는 폼으로 공을 힘껏 굴린다.
씬 45-1 기성재의 집 앞 골목길 (저녁)
요석과 혜준.두사람,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몇미터 쯤 떨어져서 그렇게 묵묵히 오다가-- 대문 앞에 이르러 멈춰선다.
요석, 두번째 와 보는 집이다.그 집을 올려다 본다.
요석 ... (기성재와 관련된 느낌)
혜준 들어가께요. (요석이 보면) 합격... 정말 축하해요.(웃으면)
요석 (미소만 보이다가) 들어가요.
혜준 (초인종 누르려다 말고) 갈 데는 있어요?
요석 (뒷걸음으로가며) 우리 같은 사람들, 살아 남는 재주 하나 빼면 아무 것도 없어요! 싸고 양 많은 밥집이라든가, 따뜻한 숙소같은 건 거의 본능으로 찾아내거든요!
돌아서서 가는데 저만치까지 가는걸 보고 있다가..갑자기 생각난 듯 달려가는 혜준.
요석의 앞으로 가 막아서고 자기 노란 삐삐를 요석의 손에 쥐어주며
혜준 (숨차게) 최소한 연락은 돼야 되잖아요! 뒤에 333, 이렇게 3이 3번 들어가는 번호에만 응답해요! 딴건 다 무시하구요! 알았죠? (가 버린다)
삐삐를 보는 요석.
요석 (이게 아닌데 하는 기분으로)...!
씬 46 혜준의 방(저녁)
캄캄한 방 안으로 들어서는 혜준.불도 켤 생각도 잊고 문에 기댄다.기분이 묘하다.
요석의 생각에 잠시 빠져든다.그러다 책상으로 간다.가방 올려놓고 스탠드 켜다가 화들짝 놀란다.
혜준 (비명) 엄마얏! (뒤로 주춤 물러나는데)
갑자기 불빛에 드러나는 인서.의자에 오두커니 앉아 있던 중이다.
인서 (재빨리) 나야, 인서. (혜준을 부축한다)
혜준 (버럭 화내며) 너 뭐야? 언제부터 여깃었던거야?
인서 (턱짓으로 커텐쪽 가리키며) 누구야? 같이 온 사람...
혜준 (책상 앞 좀 젖혀진 커텐 보고는) 봤니?...그냥..친구야...
인서 처음보는 얼굴이던데?
혜준 (회피하듯 가서 불켠다) 넌 몰라. 어학원... 친구거든... (둘러대고)
인서 (어두워지며) 혹시...
혜준 (O.L기분으로) 혹시 뭐? (괜히 찔린다)
인서 핸드폰 줏어준 사람? 그 사람 아냐? (떠보듯 보면)
혜준 (철렁하고) 너 이상하다?
인서 ?
혜준 뭘 그렇게 캐묻구 그래? 얼굴은 새파래가지구?(도리어 화낸다)
인서 어떤 사람인지두 모르잖아. 질이 나쁜(하는데)
혜준 (O.L) 너 왜 왔어? 용건이나 말해.
인서 (일어나며) 승준이형 오늘 못들어온대. 친구들이 축하파티 해 준다구...
혜준 ...그거 전해주려구 일부러 온거야? 그냥 전화하지 왜?
인서 (나가는데)
혜준 ...가는거야? (좀 미안하다) 저녁 먹구 가?
인서 나가고 없다.침대에 털썩 주저 앉는 혜준
혜준 푸... (언짢다가 다시 기분 좋아진다. 벌렁 드러눕고)...
씬 47 창천, 볼링장 앞(밤)
수아, 퇴근한다.안에다 인사하는 모습.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와 서는 강수의 그랜져.수아, 내려서는데 그 앞에 바싹 붙이는 그랜져.
수아 ...? (그러다가 차 뒷자리의 강수를 확인하고 놀란다)!
씬 48 강수의 차 안(밤)
강수 (아직 켜져 있는 정육점의 불빛을 보며)으응,여그가 집이고만. (운전하는 메주에게)어이,야 고기나 몇근 사와라. 수아 (단호히)아아녜요.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빨리 내리는데)
강수 (붙잡듯) 나가 어치게 허믄 친해질까...? 나는 사실 그런 뜻인디...
수아 (보다가...문 닫으려는데)...!
강수, 재빨리 가슴 주머니에서 명함 한장 꺼내,
강수 거시기.. (얼른)어려운 것이 있으면 뭐시라도 좋응께 연락허드...(하는데)
수아 무시하고 어느새 뛰어 가고 있다.강수, 명함을 와지끈 구겨쥔다.
강수 (입술을 잘근 무는)..
씬 49 원룸텔(밤)
키타, 키보드 등 악기와 그리다만 악보들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키타리스트, 깊이 잠들어 있다.
같은 침대의 한켠에 팔베개로 누워 있는 요석.아직 잠들지 않고 있다.
요석의 머리맡 어디쯤의 사이드 테이블 위.혜준이 건네준 샛노란 삐삐가 보이고
씬 50 나이트클럽
영업 개시 전이라서 손님은 전혀 없다.여기 방개 등을 거느리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서는 재식.
내실 쪽으로 다가온다.내실 앞에 서 있는 사도.
재식 비켜!
사도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재식 (갑자기 사도의 목을 틀어쥔다)
사도 (숨막힌 채 파랗게 질린다)!
씬 51 나이트클럽 내실
정장을 한 사내들이 미모의 딜러가 나눠주는 카드를 받고 있다.블랙잭에 몰두해 있는 것이다.
옆에는 역시 호사한 정장의 상엽이 시가를 입에 물고 지켜보고 있다.여기로 문 탕 열고 들어서는 재식.
상엽 뭐야?
재식 (정중하게) 판 접으시지요.
상엽 재식이 형?
재식, 여자 딜러를 데리고 나가라고 눈짓하면 데리고 온 부하들이 얼른 딜러를 데리고 나가 버린다.
상엽 (버럭) 뭐하는 거야, 이거!!
재식 (상엽에게 나직하게)때가 안 좋습니다. 조용히 지내라는 회장님 지시 잊으셨습니까?
상엽 재식을 노려본다) 형도... 이제 늙었구만? 엉? (써늘하게 미소)
전혀 굽힘이 없는 재식의 얼굴에서 (인터컷으로)
씬 52 인터컷
창에서 강한 빛이 스며 들어와 하레이션이 되는 화면.수묵화를 보는 듯 명암이 강하고 환상적인 화면이다.
햇살 속에 먼지들이 부유하는 드넓은 창고다.
일본 사무라이 복장에 일본도를 비껴든 야꾸자와 정면으로 맞서 있는 재식.
에코가 된 함성과 함께 일본도가 허공을 가르는데, 그 칼날을 피하며 주먹으로 턱을 갈기고,
뒤로 날아 떨어지는 야꾸자의 턱을 다시 돌려차기로 갈겨 완전히 뻗게 만들어 버린다.그런 그림이 슬로우로 보여진다.
씬 53 다시 나이트클럽
상엽 탁자에 두다리 길게 뻗어 걸치고 있는 자세로.
상엽 교꾸또 세끼구찌의 최고 칼잡이 야마모또 겐이찌를 딱 두 주먹에 보내 버렸었지... 그게 내가 열 두 살 때다. 사도. 직접 봤지, 정말 정말 대단했어...
그 말에 사도, 재식을 다시한번 본다.
재식 (표정 없고)...
상엽 근데 이제 늙었어. 검찰의 고양이 하나를 저렇게 무서워 하니!
재식 ...회장님께선 사장님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애들도 한번에 열명이상 동원하지 말고 자중하라는 분부십니다.
상엽 (버럭) 이거야 원! (비꼬듯) 어디 이태리라도 가서 콱 쑤셔박혀 있어야겠구만! 어때,재식이형? (빙글빙글 웃으며) 이태리 계집애들이 제법 쓸만 하다면서?
재식 ...
상엽 (벌떡 일어서며, 외치듯) 이것도 하지 마라!저것도 하지 마라! 마라, 마라, 마라!! 젠장!!
씬 54 장명석의 거실
웃통 걷어 올리고 주치의의 진단을 받고 있다.
주치의 지난 번에 폐색전증이 오고 난 다음에 부정맥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시고,담배하고 술도...
장명석 됐어, 나한텐 하지 말란 소리는 하지 마!나, 죽을 날 멀지 않은 건 아니지?
주치의 허허, 그거야...연세에 비하면 건강하신 편입니다.
장명석 그럼 됐어. 죽을 날이 오면 그때나 알려줘.(밖을 향해 크게) 들어 와!!
재식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주치의는 가방 챙겨갖고 나간다.
장명석, 서너 개나 되는 약병에서 약들을 꺼내 한 입에 털어 넣는다.
장명석 (삼키고 나서) 너 보기엔 어때?
재식 건강하십니다.
장명석 아니! 그 놈 말야! 상엽이!
재식 ...아직 총을 맞아보지 못한 맹숩니다.
장명석 (옷 입으며 천천히 끄덕인다)...
재식 (조심스럽게) 호주에 젯트파라고 있습니다. 몇 놈 끌어다가 족치면 우리 단으로 흡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한 몇년 거길 한번 맡겨 보시지요...?
씬 55 숲길
별장 부근의 아름다운 숲길을 천천히 산책하고 있는 장명석.그 뒤를 따르고 있는 재식.
장명석 그 놈은 내 유일한 핏줄야. 둘만 되도 내 이렇게 겁이 나지 않을꺼야. 어차피 한 놈 버릴 각오하면 되니까...하지만 한 놈야.
재식 ...
장명석 니가 도와줘야 돼.
재식 ...예에, 회장님.
장명석 호주 얘긴 꺼내지 마...그렇게 멀리 보내놓으면 내가 불안해서 안돼.
최대 폭력단의 두목답지 않게 왠지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산책을 하고 있는 장명석.
재식이 서너 걸음 뒤쳐져서 묵묵히 따르고 있다.
씬 56 기성재의 서재(다른날 아침)
법률서적들.책장에서 책을 찾고 있다.
법전 하나를 꺼내서 살피다가... 다른 걸 또 꺼내서 살피는데 그 갈피에서 문득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사진 한장.
그걸 가만히 주워서 보면, 한순임의 사진이다.
승준 굳어서 그걸 묵묵히 보고 있는데, 방문 열리고 넥타이매며 출근준비차 들어서는 기성재.
승준 깜짝 놀라 돌아보는데, 그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되는 기성재.
기성재 ...! 승준 ...!
승준 그 사진을 아버지 책상 위에 말없이 내려놓고.
승준 81년 판례집 좀 빌려 가겠습니다.(하고 나가려는데)
기성재 누구냐고 묻지 않니?
승준 아버진 저희들한테 충실하셨어요. 물론 돌아가신 엄마한테두요. 나머지 사생활은 아버지꺼예요.
기성재 그렇게 말해주니...고맙구나.
승준 실은...언젠가 주간지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저...여배우하고 검찰청의 모 검사하고의 해묵은 스캔들 기사가 나와 있데요...이니셜을 보고 아버지란 걸 직감했어요.
기성재 ...
승준 신경쓰지마세요. 그 정도 미인한테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애써 미소)
하고 나간다.기성재 사진 외면하고 필요한 서류들 챙기다가 문득 멈춘다.
기성재 책상 위에 놓인 그 사진을 가만히 내려다 본다. 그 무겁고 착잡한 시선...
씬 57 장명석의 꿈
1. 아이를 낳고 있는 한순임.비오듯 땀을 흘리며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다.
2. 출산 후에 초췌한 모습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한순임.
땀방울 맺힌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누군가를 향해 저주하듯 가쁜 호흡으로 절규하는 한순임.
한순임 (에코)흥, 착각하지 말아요! 이 아인 당신 아이가 아냐! 당신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였다면, 내가 이앨 낳았을거 같애!
3.요람 안에서 울어대는 갓난아기
씬 57-1 장명석의 침실(아침)
꿈속의 아기 울음 소리가 계속 에코되어 덮히면서 가위 눌리며 뒤척이는 장명석.그러다가-- 기어이 잠에서 깨어난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쓸어 올리며 호흡 깊게 들이쉬며 힘겹게 침상에서 일어나 앉는다.
꿈을 다시 되새기듯 눈 감고 고개 떨군다.그런 모습에서 진행되는
(효) 강하게 후려 갈기는 소리!
씬 58 창고
방개의 주먹에 나가 떨어지는 양복 입은 중년의 사내.넘어졌다가 후다닥 다시 일어나서 무릎을 꿇는다.
지프 세 대가 밀고 들어와서 무릎 꿇은 사내들 대여섯을 둘러싸고 있는 상태다.
사내들은 제법 행세 깨나 하는 사람들인듯 싶다.상당한 덩치의 건달들이 차 옆에 서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방개 손을 댈 게 따로 있지! 니들이 감히 단에 납입할 자금에 손을대?
사내 (공포로 떨며)용서해 주십쇼! 죽을 죄를 졌습니다!
방개 그러니까 죽어야지!
사내들, 일제히 엎드리며 아이구!하고 통곡을 한다.창고 문 앞에 대기해 있는 고급 자동차 한 대가 보인다.
씬 59 동 자동차 안
뒷자리에 귀찮다는듯 눈 감고 앉아 있는 장명석.
장명석 (눈 감은 채 만사 귀찮은듯)...됐어, 그만해.
재식 먼저 가시죠. 제가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장명석 자네가 할 일이 있어.
재식 ....?
이내 출발하는 장명석의 자동차.
씬 60 달리는 자동차 안
논밭을 끼고 있는 자유로를 달리고 있다.장명석, 묵묵히 창밖만 보고 있다가--
장명석 (불쑥) 한순임이라고 기억나나?
재식 (!)한순임이라고 하셨습니까?...물론 기억합니다...
장명석 본가가 충청도 창천 어디라고 했어. 거길 좀 다녀와야 겠어.
재식 ...(본다)
씬 61 자유로
달려가는 장명석의 자동차.그 차가 지나가고.
씬 62 창천, 요석의 고등학교 정문 앞
그 앞에 와서 서는 승용차 한대.재식, 내려서서 둘러본다.정문위 현수막.
"축 합격. 서울대학교 ○○○ 경찰대학교 한요석" 재식, 그 현수막을 심각하게 올려다 본다.
재식 (중얼) 경찰 대학이라...
씬 63 이발소 안
요석, 손님의자에 앉아있다.주인, 준비한 가운을 요석에게 걸쳐준다.거울 속의 요석, 자신을 바라본다.
주인, 거울 뒤에서 이발도구들 (가위, 면도기 등)챙기는 모습 보이고.
드디어 경찰대학에 입학하게 된 요석의 심지 굳은 표정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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