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도 그렇지만 상당 수의 젊은 연구자들은
변증법을 정반합으로 이해했을 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네.
첫째로는 정반합과 동일시된 변증법은 완성된
그래서 고착된 체계의 방법론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점이네.
정반합은 정립(명제), 반정립(반명제), 종합을 줄여서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아닌가.
어떤 사태를 우리가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해 긍정적 주장을 명제화해야 하는데,
피히테는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그 명제를 부정하는 반명제를
그에 대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네.
그런 다음 그 둘을 종합해야 비로소 그 사태에 대한 올바른 개념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지.
피히테에게는 그것으로 끝이야.
정반합은 원래 이런 것이기 때문에
사태의 지속적 발전이나 사고의 끊임없는 자기전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네.
헤겔에 따르면 변증법이란 원래 부정적 사유를 말하는 거라네.
앞에서 모순율에 대해 말했지만
형식논리가 부정 혹은 모순을 배제하는 논리라면
변증논리는 부정 혹은 모순을 포함하는 사고방식을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실재세계도 그렇고 우리의 사고에서도 그렇고
부정이 긍정과 함께 있고 모순이 실재한다는 것이지.
그러나 모순이라는 것은 원래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모순하는 두 측면 사이에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를 동력삼아 세계와 사고가 발전전개된다는 것이 변증법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지.
정반합에서 종합이라는 말의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다네.
물론 둘의 차이를 모를 리 없는 일본의 헤겔 주석가들이나
마르크스주의자, 그 중에서도 스탈린주의자들은 한 마디 덧붙이기는 하지.
정반합에서 종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또다시 반명제가 대립함으로써
변증법은 끝없이 자기전개가 이루어진다고.
그렇다면 정반합을 끌어들여 변증법의 모순과 그를 통한 자기발전을 설명할 까닭이 있겠는가.
불필요한 설명장치지.
괜히 오해만 불러일으키는 표현 아니겠나.
그러니 그런 설명장치를 끌어들이지 말고 그냥 헤겔의 설명만으로 이해하자는 것이
나나 젊은 연구자들의 주장이라네.
물론 헤겔 자신이 변증법을 자신의 철학체계에 올바로 적용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네.
이에 관해서는 나도 다소 부정적이네. 이건 다른 기회에 논하기로 할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