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주의 바랍니다. 엄청 길어요.)
안녕하세요.
2009년 3월부로 고려대학교 전자및정보공학부에 07학번으로 편입하는 성준모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연계편입 합격수기에 대해서 서술하겠습니다.
저는 다른 일반편입생들과는 달리,
연계편입이란 특수한 제도로 편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계편입제도란 전문대와 4년제 대학교 간의 학생 연계협약을 통해서
전문대 학생을 해당 4년제 대학교로 편입시키는 제도입니다.
현재 고려대에서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동양공업전문대학(이하 동양공전)과 연계협약이 되어 있습니다.
연계편입의 경우, 전형이 총 두 단계로 나뉘어집니다.
첫 단계는 동양공전 내부에서 진행하는 전형인데요.
동양공전 교학처 학생선발팀에서
연계편입 지원자의 학과 성적과 공인어학능력(토플, 토익, 텝스) 성적으로 석차를 가립니다.
학과 성적이 80%, 공인어학능력 성적이 20% 반영되는데요.
학과 성적 총 평점이 3.0 이상인 사람만 지원이 가능했으며,
지원서, 성적증명서, 공인어학능력 성적표(선택제출)를 제출해야 지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전공연계학과" 로만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에,
타 학과 교차지원은 절대 불가능했죠.
참고로 공인어학능력 성적표는 제출하지 않아도 지원은 수렴되었습니다만,
이게 의외로 컸습니다.
거의 대다수 전문대 학생들이 토익, 토플, 텝스 응시경험이 없어서,
어학능력 성적표를 제출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형점수의 20%를 그대로 포기하는 꼴이 되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발사이즈의 성적이라도 어학능력 성적표를 제출하면 그만큼 어드벤티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죠.
심지어 공인어학능력 성적표를 제출함으로 인해서,
자신보다 학과 성적이 높은 지원자(경쟁자)의 석차를 추월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출서류를 받은 학생선발팀에서는
각 학과의 정원에서 전형 석차 순으로 약 50%의 인원을 "우선추천"으로 분류하며,
나머지는 "일반추천" 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원의 2배수를 초과했을 시에는 2배수 인원만 석차 순으로 남기고,
나머지 인원은 모두 불합격 처분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지원하는 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에서 초과 지원으로 인한 불합격자가 일부 나왔습니다.
제가 지원한 학과가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전자및정보공학부" 인데요.
이 학과는 동양공전 정보전자과, 무선정보통신과, 네트워크정보통신과 학생들에 한해서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총 11명 정원이었는데요. 2명 초과 13명이 지원했습니다.
정보전자과 9명, 무선정보통신과 3명(본인포함), 네트워크정보통신과 1명, 이렇게 13명이었죠.
저는 지원서류를 제출하면서 토익 성적표 505점짜리를 함께 제출하였는데요.
제가 있었던 학과의 지원자들 중에서 유일한 "우선추천" 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학과 성적은 지원자들 중에서 제가 맨 꼴찌였지만,
실제 1차전형 결과는 완전 정 반대가 되버린 것이지요.
이제 1차전형 결과를 확인하고, 2차전형을 준비하였습니다.
2차전형은 바로,
고려대 학과교수님 앞에서 면접을 보는 "면접전형" 이었습니다.
정식 지원을 위하여 고려대에서 지정한 양식에 따라 자기소개서와 정식원서를 작성하여 교학처에 제출하였고,
면접전형날 이전까지 시간나는대로 도서관에서 전공공부에 매진했습니다.
회로이론, 디지털공학, 전자기학, 통신이론 등등......
전 학년, 전 학기때 배웠던 거의 대부분의 핵심 전공과목들을 복습하였습니다.
이제 운명의 면접날!!
친절하게도 동양공전 교학처 측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하였고,
연계편입 지원자들 모두 무료로 편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나와서 국도를 따라 갈 때부터 조금씩 긴장이 커졌습니다.
홍익대 정문을 지나고, 서창역을 지나, 고려대 정문을 통과할 때는 마치 성전을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도착하자마자 기숙사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숙사 밥, 정말 맛있었습니다.
김치나 나물을 제외한 모든 음식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고, 후식 또한 정말 괜찮았습니다.
밥을 더 많이 먹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맛있었지만,
더 많이 먹었다가는 소화불량이 우려될 정도로 긴장이 쌓이는 바람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판을 정리하였습니다.
남은 대기시간동안 기숙사 식당에서 전공책을 펴고 하나하나 내용을 훑어보았습니다.
내용을 훑어보면서 가끔씩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는데요.
ROTC 제복 입은 학생들, 그리고 고려대 마크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다니는 학생들......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이미 다른 사회환경에 왔다는 것을 넌지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다 지나고,
저를 포함한 연계편입 지원학생들은 지원학과별로 분류되어 각 학과 건물로 이동하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과학기술대학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고, 건물 내 어떤 빈 강의실로 인도받게 되었습니다.
강의실 안에는 조교 혹은 교직원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교단을 지키고 있었죠.
자리를 배정받고 기념품을 받았는데, 그 기분이 정말 묘하더군요.
한편으로는 좋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긴장이 커질대로 커지고 있었습니다.
교직원분들의 설명을 듣고 OT안내도 받았습니다. OT 꼭 참석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더군요.
설명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하도 긴장이 심해져서 화장실만 두 번 갔다오고
기념품 받으면서 같이 받은 생수병을 순식간에 비워버렸습니다.
이제 결전의 시간이 왔습니다.
교직원분의 지시에 따라 전자및정보공학부 지원학생들만 따로 이동하여
빈 컴퓨터 실습실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보안 문제로 인하여 핸드폰을 교직원분께 제출하고, 순서에 따라 교수님과 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여섯번째 응시자였습니다.
첫번째 응시자가 면접을 보고 나왔는데, 대답을 거의 못했다고 속상해 하더군요.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응시자도 대답이 제대로 안나왔다고 하였습니다.
다섯번째 응시자가 나오고, 이제 제 차례였습니다. 김태곤 교수님께 응시표를 제출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옆에는 강현국 교수님도 계셨습니다.
교수님 두 분의 얼굴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다리에 경련이 오더군요. 참을려고 손으로 무릎을 꽉 잡았습니다.
제 생애 최초의 면접이었으니, 그 정도의 긴장은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본격적으로 면접이 진행되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처음에는 편입지원동기, 전적대학인 동양공전에 대한 과거 지원동기,
3년제 학과(당시 제가 있었던 동양공전 학과가 3년제였습니다.)에서 편입하면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안환경 등등의 인적 특성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습니다.
저는 대략 "제 자신을 변화하는 기회를 찾고자 편입을 지원하였고
전적대학 지원시에 부모님의 입장(서울 안에서 해결해라.) 때문에 전적대학을 지원하였으며,
현재 부모님의 입장이 전에 비해 많이 바뀌어서 손해를 무릅쓰고 지원할 수 있었다." 란 내용으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긴장이 하도 심해서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답이 끝나고 교수님 두분이 서로 성적증명서를 잠깐씩 교대로 보실 때는 눈 앞이 깜깜해질 정도였습니다.
질문이 또 들어왔습니다. "2학년때 성적이 안좋은데, 왜 그런가? 데이터통신이란 과목은 어떤 과목인가?"
저는 대략 "그 당시에 복학 직후라 적응하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렸으며, 근로장학생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느라 힘든 시기였다.
데이터통신이란 과목은 전반적인 통신시스템과 관련된 내용 위주로 구성되 있으며, 정보통신개론에서 좀 더 확장된 개념의 과목이었다."
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였습니다. 바로 전공 관련 질문이 나온거죠.
교수님께서 미적분의 정의를 설명하라고 하셨습니다.
'아차!!! 큰일났다!!! 수학쪽은 공부 하나도 안했는데, 어쩌면 좋지?'
하지만 대답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마구 쏟아냈습니다.
공식에 대한 설명, 그리고 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등......
그런데 교수님들, 예상대로 불만족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전문대에서 그렇게밖에 못배웠어?' 라고 핀잔까지 주셨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긴장을 한 탓일까요? 그 핀잔에 대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답변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이게 전부입니다. 비록 많이 부족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대답은 제가 의도한 대답이 아닌, 마치 누군가에 홀려서 무의식중에 대답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큰 고개는 다 넘은 분위기였습니다.
교수님이 '만일 편입 합격하면 몇년 내로 졸업할 것이라 예상하는가?' 라고 질문하셨습니다.
저는 '2년 내로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함부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 란 내용으로 대답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면접받느라 수고했고, 앞으로 고려대 오게 된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란 말씀을 끝으로 면접은 종료되었습니다.
이 때 저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란 인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면접실을 빠져나오자 마자 배가 너무 아팠습니다. 심한 긴장으로 인한 후유증이었죠.
교직원분한테 핸드폰을 돌려받고, 실습실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와.....그 기분은 정말 꿀맛같았습니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지요.
과기대 건물을 빠져나와서 전세버스 주차장소로 가는데, 공기 맛이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합격/불합격을 떠나서, 면접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경험이었기에
면접 이후의 바깥 공기는 더더욱 상쾌하게 느껴졌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약 2~3주 후에 세종캠퍼스 홈페이지를 통하여 합격자발표가 나왔습니다.
저도 노심초사하고 결과를 봤는데, 위풍당당한 제 이름이 쓰여있는 합격통지서가 저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확인한 순간, 두 번째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느꼈습니다.
주위에 지인들이 축하메세지를 많이 보내주었습니다.
심지어 동양공전 교수님들, 교직원분들도 축하메세지를 보내주었죠.
참고로 아쉽게 불합격한 2명은 모두 정보전자과 출신 학생들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 그 친구들에게 뭐라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도 나름 속이 많이 상해서 화를 참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두 친구 모두 제가 알고 있는 친구들이었는데, 그런 결과가 나와서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저의 합격수기였습니다.
내용이 길어서 읽는데 고생하셨죠? 읽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제가 첫째로 글을 올렸으니, 사실상 스타트가 끊어졌다고 봐야겠죠?
그럼 07학번 편입생분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교직원분들 모두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p.s 부디 이 글을 미래에 들어오게 될 동양공전 출신 편입후배들이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KUstart 카페 작성자 : 무악홍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