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염색체(Y chromosome)의 염기 서열과 유전자를 동정한 연구 결과가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Nature)”, 6월 19일자(423권, 825-837)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 화이트헤드 연구원(Whitehead Institute)과 워싱턴대학(Washington Univ.),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대학의료센터(Academic Medical Centre)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의 요지는 Y 염색체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들로 꽉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학설에 배치되는 내용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남성 불임(infertility)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유전자 돌연변이(mutation)에 대한 실마리까지 마련됐다는 점이다. Y 염색체는 여성에는 없고 남성에만 있다. 이런 이유로 남성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자 일부가 존재하고, 그 외에 다른 기능을 갖는 유전자는 드물 것으로 평가받아 온 것이 바로 Y 염색체이다. 학자들 가운데는 약 천만 년 후면 쓸모없는 Y 염색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해 그 중요성이 크지 않음을 주장한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Y 염색체 염기 서열 가운데 약 95%는 반복 서열(repetitive sequences)에 속한다. 이런 반복적인 특성 때문에 Y 염색체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연구가 어려웠다고 한다. 연구진이 집중 분석한 염색체 영역은 남성-특이 영역(male-specific region Y chromosome ; MSY)이라 불리는데, MSY 영역에서 염기 서열의 반복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MSY 영역에는 여덟 개의 앞뒤상동 염기 서열(palindrome)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뒤상동 염기 서열은 어느 방향에서 읽든지 동일한 염기 서열을 나타내는 영역을 지칭한다. 이전에는 앞뒤상동 염기 서열이 불필요한 잡동사니 유전자로 인식됐지만 이번 연구 결과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통 난세포와 정자세포가 만날 때 유전 정보가 교환되는 과정이 일어나는데, 이를 교차(cross-over)라 부른다. Y 염색체는 X 염색체보다 교차 과정이 훨씬 적게 일어나며 이런 특성 때문에 약간의 돌연변이 발생에도 취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로 앞뒤상동 염기 서열 영역에 Y 염색체 유전자 대부분이 존재하며, DNA 사이의 유전 정보 교환까지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기존의 가설과 달리 Y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도 이를 복구하는 기작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남자 아이가 태어나는 동안 Y 염색체의 염기쌍에서 약 600번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 결과 아들의 Y 염색체가 아버지의 염색체와 다른 구성을 획득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Y 염색체의 복구 기작도 유전자 결실(deletion)에는 취약하며, 결실이 일어날 경우 불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로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학자들 가운데 네덜란드 학자들을 제외한 미국의 학자들은 같은 학술지 “네이처”에 사람과 유인원의 Y 염색체의 앞뒤상동 염기 서열에서 관찰되는 유전자 변환 과정에 대한 또 다른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네이쳐, 423권, 873-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