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赤壁賦 전적벽부
동파 소식(東坡 蘇軾, 1037-1101)
壬戌之秋 七月旣望 蘇子與客 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임술지추 칠월기망에 소자여객으로 범주유어적벽지하하니 청풍은 서래하고 수파는 불흥 이라.
임술 가을 7월 16일에 소동파가 손님과 배를 띄워 적벽아래에서 노닐새, 맑은 바람은 천천천히 불어 오고 물결은 일지 않더라.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거주촉객하야 송명월지시하고 가요조지장이러니 소언에 월출어동산지상하야 배회어두우지간하니
술을 들어 손님에게 권하며 명월의 시를 외우며 요조의 장을 노래하니, 이윽고 달이 동쪽 산 위에 솟아올라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서성이더라.
白露橫江 水光接天
백로는 횡강하고 수광은 접천이라 흰 이슬은 강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이었더라.
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浩浩乎 如憑虛御風 而不知其所止
종일위지소여하야 능만경지망연하니 호호호라 여빙허어풍하야 이부지기소지며
한 잎의 갈대 같은 배가 가는 대로 맡겨,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넓고도 넓구나, 허공에 의지하여 바람을 탄듯하여 그칠 데를 알 수 없고,
飄飄乎 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 於是 飮酒樂甚 扣舷而歌之
표표호라 여유세독립하야 우화이등선이라 어시에 음주낙심하야 구현이가지하니
가붓가붓 나부껴 인간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가 돋치어 신선으로 돼 오르는 것 같더라. 이에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歌曰 桂棹兮蘭漿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予懷 望美人兮天一方
가왈 계도혜난장으로 격공명혜소류광이로다. 묘묘혜여회여 망미인혜천일방이로다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삿대로 물에 비친 달을 쳐서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네. 아득한 내 생각이여, 아름다운 사람을 하늘가에 바라보도다.."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其聲嗚嗚然 如怨如慕 如泣如訴
객유취통소자하야 의가이화지하니 기성이 오오연하야 여원여모 여읍여소라
손님 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를 따라 화답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연 하는 듯,
餘音嫋嫋 不絶如縷 舞幽壑之潛蚊 泣孤舟之嫠婦. 蘇者 愀然正襟 危坐而問客曰 何爲其然也?
여음요요하여 부절여루하니 무유학지잠문하고 읍고주지리부라 소자추연정금하고 위좌이문객왈 하위기연야오?
여음이 가늘게 실같이 이어져 그윽한 골짜기의 물에 잠긴 교룡을 춤추게하고 외로운 배를 의지해 살아가는 과부를 울릴레라. 소동파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루고 곧추앉아 손에게 묻기를 "어찌 그러한가?" 하니,
客曰 月明星稀 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객왈 월명성희 오작남비라하니 차비조맹덕지시호아?
손님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조맹덕의 시가 아닌가?
西望夏口 東望武昌 山川上繆 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서망하구요 동망무창이라 산천상무하야 울호창창하니 차비맹덕지곤어주랑자호아?
서쪽으로 하구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을 바라보니 산천이 서로 얽혀 빽빽하고 푸른데, 여기는 맹덕이 주랑에게 곤욕을 치른 데가 아니던가?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於東也 軸艫千里 旌旗蔽空
방기파형주 하강릉하야 순류어동야에 축로천리요 정기폐공이라
바야흐로 형주를 격파하고 강릉으로 내려감에,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가니, 배는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어라.
釃酒臨江 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시주임강하고 횡삭부시하니 고일세지웅야러니 이금안재재오?
술을 걸러서 강가에 가서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의 영웅일 진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況吾與子 漁樵於江渚之上 侶魚蝦而友糜鹿
황오여자는 어초어강저지상하야 여어하이우미록하고
하물며 나는 그대와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를 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함에랴.
駕一葉之輕舟 擧匏樽而相屬 寄蜉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가일엽지경주하야 거포준이상촉하며 기부유어천지하니 묘창해지일속이라
한 잎의 좁은 배를 타고서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하고, 하루살이 삶을 천지에 의지하니 아득히 넓은 바다의 한 알의 좁쌀알이구나.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애오생지수유하야 선장강지무궁하니 협비선이오유하고 포명월이장종을 지부가호취득할새 탁유향어비풍이라
우리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장강의 끝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날으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안고서 길이 마치는 것은 갑자기 얻지 못할 줄 알새, 끼치는 소리를 슬픈 바람에 부치노라.”
蘇者曰 客亦知夫水與月乎?
소자왈 객역지부수여월호아?
소자 말하되 "손님께서도 대저 물과 달을 아는가 ?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서자여사로되 이미상왕야며 영허자여피로대 이졸막소장야니
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고 늚이 없으니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개장자기변자이관지면 즉천지증불능이일순이요
무릇 변하는 것에서 보면 천지도 한 순간일 수 밖에 없으며,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
자기불변자이관지면 즉물여아개무진야니 이우하선호리오?
변하지 않는 것에서 보면 사물과 내가 모두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차부천지지간에 물각유주하니
또, 대저 천지 사이의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구비오지소유인댄 수일호이막취어니와 유강상지청풍과 여산간지명월은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한 터럭일지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而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이득지이위성하고 목우지이성색하여 취지무금하고 용지불갈하니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者之所共樂
시조물자지무진장야오 이오여자지소공락이니라
이는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보물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客喜而笑 洗盞更酌 肴核旣盡 杯盤狼藉 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객희이소하고 세잔갱작하니 효핵기진이요 배반낭자라 상여침자호주중하야 부지동방지기백이라
손이 기뻐하며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드니 안주가 다하고 잔과 쟁반이 어지럽더라. 배 안에서 서로 팔을 베고 누워 동녘 하늘이 밝아 오는 줄도 몰랐어라.
중국 북송(北宋)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
1082년(元豊 5) 소동파가 유배지인 호북성(湖北省) 황주(黃州)의 장강(長江, 양쯔 강)에 배를 띄워 적벽에서 선유(船遊)하면서 지은 것으로, 음력 7월에 지은 『전적벽부(前赤壁賦)』와 음력 10월에 읊은 『후적벽부(後赤壁賦)』가 있다.
전편은 적벽에서 벌어졌던 삼국시대의 고사를 생각하고 덧없는 인생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합일을 노래한 것이고, 후편은 적벽야유(赤壁夜遊)의 즐거움을 구가한 것이다. 소동파 문학의 대표적인 걸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된 중국의 명문장 가운데 하나이다.
소동파(蘇東坡)
이름은 소식(蘇軾)으로 자는 자첨(子瞻), 미주(眉州) 미산(眉山) 출신이다. 순(洵)의 아들로 철(轍)의 형이다. 호는 철관도인(鐵冠道人)·정상재(靜常齋)·설랑재(雪浪齋)이고,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당송 8대가의 한사람으로 신종 희녕(1068~1077) 중에 왕안석(王安石)의 신법에 반대하여 항주통판(杭州通判)·지호주(知湖州)에 좌천되었다. 후에 황주단련부사(黃州團練副使)가 되어 설당(雪堂)을 서호의 동파(東坡)에 쌓고 스스로를 동파거사(東坡居士)로 호하였다. 당시의 대유 정이(程頤)와 다툴 정도였고, 불로(佛老)를 좋아하였으며, 문장은 한유(韓愈)·구양수(歐陽脩)와 더불어 복고를 주창하였다. 『송사』 권338, 소식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