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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익에 탑재된 로켓탄을 발사하는 F-89D 스콜피온 전천후 요격기)
(모형이지만 일단 이 괴상하게 짤룩한 몸통과 넓디 넓은 주익의 디자인의 F-89의
전체 모양을 한눈에 익힐 수 있는 사진이라서 우선 올려 봅니다.)
사막에 치명적인 독충 전갈("스콜피온")로 명명된 미공군 초기 전천후 제트 요격기를 오늘 소개해볼까 합니다. 앞서 소개했던 세이버 전투기에 비하면 그 지명도가 훨씬 떨어지고 "열혈" 프라모델러들조차 F-89는 생소하게 느낄 기종입니다. 또한 앞에서 누차 얘기했듯이 V자형 주익(후퇴익)을 적용한 F-86 세이버 전투기에 비해서 1자형 주익을 적용한 모습만 봐도 이 기종이 성능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겠다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공군에서 최초로 유도 미사일을 장착한 기종들 중에 하나로 기록되기도 하고 동시에 핵탄두 로켓의 초기 버전을 장착했던 말하자면 냉전 시대 핵 전략 요격기의 시조라 부를만한 기종입니다.
개발이 처음 시작된 시기는 2차대전이 막을 내린 1945년 당시에 아직 미공군이 조직되지 않고 미육군 전투 비행부대(USAAF)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차대전 중에 연합군이나 추축군 모두 주간 전투기와 야간 전투기를 구분하여 기종을 다르게 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 특히 미군의 경우 대표적인 야간 임무 전용 전투기는 P-61 블랙 위도우 ("검은 과부")였습니다.
(미군의 야간임무 전용 전투기 블랙 위도우 P-61)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고 드디어 2차대전이 끝을 맺게 된 1945년 8월말에 미군은 그동안 운용해온 프로펠러 쌍발 전투기 P-61을 교체하게 될 야간 임무 전용 전투기의 개발을 시작하게 됩니다. 군이 요구한 스펙은 총 6정의 기관총으로 무장되었으며 두개의 엔진(굳이 제트 엔진이라고 정하지는 않았지만 요구 속도가 시속 850km 였으므로 사실상 제트 엔진을 요구하는 사양이었습니다.)으로 추진되어야 했습니다. 지속적인 요구 사양이 변경되면서 6정의 기관총은 전방 4정, 후방 2정이 배치되고 추가로 최소 8개의 로켓탄도 장착되게 됩니다. 이렇게 설계가 시작된 신형 전투기는 6정의 기관총들이 레이다에 의해서 조종되는 획기적인 기능을 갖게 되었고 450kg 폭탄을 운반이 요구되었습니다. (이런 미군의 최초 요구 사양들 중에 상당 부분은 수용되지 못하게 됩니다만...)
미국의 많은 항공기 제조회사들 (벨, 곤솔리데이티드 벌티, 더글러스, 굿이어, 노스롭, 커티스 라이트)이 제안서를 제출하였는데 미육군 (아직 미공군이 발족하지 않았던 시점임.)은 커티스 라이트 社가 제안한 XP-87과 노스롭 社의 N-24를 고려 대상으로 선택되었습니다. 그해 9월말에 1차 시작품이 미군에 의해서 시험을 받게 되었는데 두 기종 모두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XF-89의 경우는 매우 큰 변경이 요구되었는데 예를 들어서 레이더 조종 장치가 전면으로 이동하였고, 연료 저장 탱크가 엔진 바로 윗쪽에 설치되었으며, 마그네시움 재질의 주익은 알루미늄 재질로 변경되었습니다. 대폭 수정된 2차 시작품이 드디어 풍속 시험실 (wind tunnel)에서 테스트가 진행되었는데 최종적으로 V자형 후퇴익보다 1자형 주익이 저고도 비행시에 안정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좀 더 얇고 넓은 1자형 주익을 적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워낙 얇은 주익 설계로 인해서 다른 전투기들의 경우 주익에 설치되는 착륙용 바퀴(랜딩 기어)가 동체로 들어가게 되었고 전방 랜딩기어는 기수 아래 쪽에 설치되었습니다.
(XF-89 시제기)
(XF-89의 최종 경쟁자였던 커티스 라이트 社에 XP-87(미공군 창설 후에 XF-87로 개명))
XF-89의 최초의 실제 비행용 시제기는 1947년 11월에 완성되어 처녀 비행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수평 안정 장치의 개선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었고 워낙 슬림한 동체 전방에 무려 4대의 20mm 기관포로 무장하다보니 지속적인 동체의 설계 변경이 거듭되었습니다. 사실 이 기종의 동체 설계의 문제점은 훗날까지 끈질기게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개발 중에 XF-89을 "전갈"이라고 부르던 연구원들이 있었는데 공군에서 최초 배치 후에 이 애칭(스콜피온)은 따라오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무시 무시한 명칭에 부합하는 운명은 아니었습니다.
얼마 후에 미군은 당시 개발 진행 중이던 몇개의 모델들의 성능을 비교하는 일종의 경연대회 성격의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단순한 시험 비행이 아니라 향후 실전에 배치되었을 때 전투 능력은 물론 조종사의 조종 환경과 정비 보수의 용이성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평가였습니다.) 여기에는 XF-89와 XF-87과 함께 미해군의 함재기용 제트 전투기로 개발 중이던 XF3D 스카이나이트까지 총 3개의 기종이 평가 되었는데 시험 비행에 참가한 조종사들의 의견은 3개 기종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차라리 거의 같은 시기에 개발 중이던 또하나의 전투기인 록히드 社의 F-94 스타파이어가 더 안정적이고 우수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XF-89를 포함한 3개 기종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였습니다.
(XF3D는 비록 XF-89와의 비교 평가에서 열등한 성적을 거두지만
F-3D로써 미해군에 배치된 후에 한국 전쟁에서 활약을 한 반면 F-89
는 실망스러운 행보를 걷게 됩니다. 사진은 미해군 함재기 F-3D)
하지만 이런 견해 중에도 XF-89가 나머지 2개 기종들에 비해서 더 빠른 속도를 낸다는 점은 입증되었습니다. 문제는 시험 비행 중에 XF-89는 나머지 기종들에 비해서 조종석 구조가 조종에 불편하고, 정비 측면에서 유지 보수도 쉽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오랜 경험을 갖고있던 고참 시험비행 조종사 한명이 "XF-89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두 기종에 비하면 비교적 제대로 전투 능력을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런 탓에 당시 발족했던 미공군의 해당 위원회는 XF-87을 드롭하고 XF-89를 선택하게 됩니다.
1949년 11월까지 XF-89의 두번째 시제기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비록 XF-87을 취소하고 최종 선택한 XF-89였지만 미공군에게 그리 튼튼한 신뢰감을 주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특히 안정적인 비행을 가능케해주는 전투기의 출력 문제의 해결이 시급했습니다. J-33-A-21 신형 제트 엔진의 적용은 그동안 위태 위태했던 XF-89의 비행 성능의 안정을 증대시켜주는 해결책이 되었고 휴즈 社가 새롭게 디자인한 6개의 총구가 배열된 4정은 기수에 2정은 후미 부분이 적용되어 충분한 화력이 확보되는 발전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속속 개선된 성능의 신형 레이더 장치가 적용되고 그외 다수의 신형 장치들이 XF-89의 성능에 대해 신뢰감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무난하게 그동안의 공군의 걱정을 불식시키는 듯 했던 XF-89는 양산 일정을 1959년 2월 시험 비행 중에 추락 사고로 조종사는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들까지 추락하는 비행기의 폭발로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나게 됩니다. 동체 설계의 결함으로 비행 중에 후미가 파괴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어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설개 수정이 가해지고 드디어 1950년 하반기에 양산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1952년 디트로이트 상공에서 발생한 F-89 폭발 사고. 엔진 결함과
동체 구조적 불안에서 오는 기체 파괴 현상은 저주와 같이 이 불운의
기종을 쫓아다녔습니다.)
1950년 9월에 최초 생산 기종인 F-89A가 공군에 배치되게 됩니다. 신형 AN/APG-33 레이더와 6정의 20mm 기관포를 기수에 장착하였는데 기관포 1정당 200발의 탄환으로 무장되었습니다. 주익 하부에는 127mm 로켓탄이나 1,455kg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 생산 물량은 고작 18대였는데 이유는 아무리 최초의 불안한 성능에 비해서 개선을 거듭했다고 하지만 공군은 첫 생산 버전을 소량 실전에 운용하면서 추가로 문제점을 찾아내자는 조심스러운 접근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1951년 6월에 두번째 생산 버전인 F-89B의 생산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공군에서 운용을 시작하게 됩니다. B형이 최초로 배치된 부대는 제84 전투 요격 편대였는데 조심스러운 접근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서 F-89B의 엔진 결함이 발견되면서 재차 개선이 이루어지고 F-89C형의 생산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지속적인 엔진 결함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 "저주 받은 전투기"는 끊임없이 문제가 속출하였는데 이제는 엔진 결함 뿐만 아니라 동체 구조 설계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발견되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출시한 F-89 키트 박스 아트. 이런 존재감 없는 기종을
키트로 발매하는 아카데미의 아이디어가 정말 독특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나마 가장 많은 숫자가 생산된 F-89D는 1951년 10월에 생산이 시작되었고 1954년이 되어서야 실전 배치가 되었는데 거듭되는 설계 수정의 과정 중에 애초에 늠름하게 장착되었던 6정의 기관포들이 제거되었고 대신 70mm "마이티 마우스" FFAR 로켓탄들이 주요 화력으로 장착되었습니다. 이후 1959년 퇴역할 때까지 F-89는 신형 무기 체계(심지어 코르세어 전투기에 적용된 공대공 미사일까지) 열심히 적용되었지만 불안한 성능에 아무리 우수한 무기와 조종 장치를 억지로 적용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기종의 열등함만 더 두드러질 뿐이었습니다.
(동체 안정감을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겉으로 보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무려 4정의 기관포를 장착한 기수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이 기관포들은
후속 생산 버전으로 가면서 제거됩니다.)
(개발된지 불과 10년도 안되어서 안정되고 우월한 성능의 후배들에게 밀려서
역사의 그늘 속으로 밀려버린 기종이지만 분명히 미국 제트 전투기의 개발을
위한 귀중한 시행착오의 경험을 남겨주었다는 점만은 인정해야 합니다.)
결국 1959년 F-89J형을 끝으로 변변하게 전쟁에 참전하여 뚜렷한 전공을 세워 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군비만 낭비한 실패작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하여 한국 전쟁에서 소련의 최신예 미그 전투기와 제트 전투기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벌였던 F-86 세이버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등장과 최후였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실패작들로 인해서 훗날 냉전 시대와 현대전에 전설적인 전투기들로써 활약하게 될 미공군과 해군의 명작들의 탄생이 가능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첫댓글 선대의 희생이 있기에 빛나는 후대가 있다...어디서 들은 말인지 기억은 안나지만..아무튼 솔직히 외형은 정말 아닌 비행기이지만(세이버까지도 정말 보기 안습입니다.)이러한 실패끝에 팬텀과 톰캣 이글 랩터까지 이어지는 훌륭한 계보가 나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기념비적인 기체이지만 그러한 업적?에 비해 안습인 외모때문에 잊혀지는 조상격인 기체입니다. 오늘도 정말 흥미진진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제가 글을 올리면서 가장 원하는 댓글이 바로 레이님과 같이 함께 공감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무엇 하나든 꺼집어내는 분들의 댓글입니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이런 공감의 마당이 제가 원하는 이곳의 목표입니다. 검사합니다.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인 예군요. 오늘도 김준만님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여행 후 피로회복은 되셨나요?
저 이름 김준만이라구요TT 플리이즈........^^ 아직 골골하고 있네요....캄사! 하지만 이름은 틀려도 함께 호흡하시는 댓글 보면서 기뻤습니다.
@따블오남편(김준만)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겨울섬 (김영준) 캄사!!
제가 예전에 만들다만 아카데미제 F-89 스콜피온이 집안 어디엔가 있는데,
개발과 양산 그리고 운용배경을 보니 전투기 개발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 짧게 살다간 전투기 군요.
형님 재미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
캄사합니닷! 짧게 살다 간 기종도 모두 소개하겠다는!!!!^^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시험비행이라는 것이 위험한일인데 목숨걸고 개발하고 그 실패를 밑거름으로 현재가 있는걸 볼때 그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집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김작가님 께서 이제 돌아오셨네요 ^^
제가 아직도 좀 골골하고 있어요.... 이것때문은 아니고 앞으로 예전처럼 자주 글을 올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 워낙 그동안 바짝 진도 나갔기 땜에 이제부터는 좀 천천히 글 올려도 괜찮을 듯 싶네요. 어쨌든 틈나는대로 3개의 게시판에 글 차근 차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열씨미 읽어주시는 분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구요.
예전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응력들의 분석 같은 기법이 없어서 실제로 제작을 해서 문제점이 생기면 수정하고... 이 수정을 반복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재미있는글 항상 감사하는 맘으로 읽고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들이 제가 이게시판들 채워나가는데 얼마나 큰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다음 번은 스타파이어 요격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후대에 '저주받은 전투기'라고 불릴정도의 실패한 기종이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비로소 오늘 김 선생님의 글을 통해 전후좌우를 알았습니다.
많은 수고와 고생하신 덕분으로 오늘도 제 지식의 창고가 풍요해 집니다. 고맙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니 큰 보람입니다.
남편님 덕에 저의 배경지식도 쌓고 좋네요. 이번에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개의 게시판을 끌고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런 격려의 댓글이 있으면 큰힘이 됩니다.
제 눈에는 여엉 이상한 기체로 보이진않네요. 나름 독특한 디자인인듯 합니다.
준만님 덕분에 한 기종의 역사도 알게되었습니다. 재미있네요. ^^
잘 읽고 갑니다.
캄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모노그람판 1/48 킷이 있어 언젠간 만들어보려고 준비중이였는데 때마침 이렇게 알찬 내용을 올려주시네요 ^^ 아주 잘 봤습니다!
도움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