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토요일 오늘은 석대다리에서부터 출발하여 오륜대본동 마을 까지 걸어갔다 오기로 해서 아이들과 석대천으로 향했다. 시계를 보니 정확히 오후 1시 왕복 3시간~4시간 정도 예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햇볕은 좋았지만 바람은 아직 쌀쌀함을 품고 있고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걸어 다니기 편하도록 마련된 길을 10여분 걸어가니 회색 왜가리 한 마리 외롭게 앉았다가 카메라를 갔다 대자 내 마음처럼 푸드덕 날아올라 날아간다.
회색 왜가리/이승민
유독 추운 올 겨울
더 이상 강이길 거부한
얼어버린 도시의 하천
메워지고 메워지며
덮어버린 가느다란 물줄기에
네 어미 젖 냄새나 묻혀날까?
먹을거릴 찾을 수 없어
생활하수구 앞에만 모여
기웃거리는 왜가리 서너 마리
이게 아닌데 저어 대는
고갯짓엔 변해버린 현실이
서글픈 물음표로 떠오르고
떼로 몰려다니는 까치들
앙칼진 고함소리에
시린 어깨 움찔 푸덕거리는 날갯짓
떠나지 못해 하염없이
감장만 도는 상념 한 자락.
조금 더 걸어가니 운동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운동 기구들이 놓여있고 근처에서 강태공들이 한가로이 낚시를 하고 있다. 운동기구로 몇 가지 아이들과 운동을 하고 낚시 하는 것을 구경하며 한 마리 잡히는 걸 보고 가려고 했는데 결국 잡히는 것은 보지 못하고 가야만 했다. 30여분이 지나 포장된 길은 끝이 나고 시내버스 99번 종점이 나왔다. 이 길은 우리가 간혹 철마로 추어탕을 먹으러 갈 때 지나가던 길이다. 그곳에서 위로 올라와 공장들이 있는 샛길 따라 회동회집 옆길로 걸어 올라가니 수원지 둘레 길을 걷기 위해 온 사람들이 차가 즐비하게 놓여있고 둘레길 안내도 표지판이 서있는데 양지 바른쪽에 매화가 팝콘처럼 막 꽃망울 터트리려고 준비 중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매화가 만개할 3월이 벌써 코앞에 다가온 것 같다.
명장 정수사업소 옆길로 회동 수원지 둘레길, 산길, 흙길이 시작 되었는데 얼었던 땅이 풀리며 진흙길이 미끄러워 조심해야 했지만 탁 트인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숲길은 걷는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게 했다. 특히 잘생긴 소나무라도 만날라치면 눈길을 때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걷기를 한 시간여 버들강아지가 봄 마중을 나왔다. 아이들에게 저것이 버들강아지라고 했더니 만져보며 복실복실한 강아지 꼬리 같다고 한다.
봄 오는 길/이승민
차가운 꽃샘바람
얼굴을 스쳐가도
햇살이 따뜻하게 비춰 주니
우리는 알 수 있어요
버들강아지 오요오요
따라오지 않아도
시냇물 졸졸 알려 주니
우리는 알 수 있어요
벌거벗은 나무들
힘없다고 끙끙대도
새싹들 쏙쏙 눈 터오니
우리는 알 수 있어요
샛노란 산수유꽃
아직 피지도 않았지만
쑥들이 쑥덕쑥덕 알려 주니
우리는 알 수 있어요
그 앞으로 잘 마른 갈대들이 운치를 더한다. 갈대 넘어 보이는 회동 수원지의 반짝거림이 눈부시다. 아내가 선동 상현 마을길로 오륜대로 가는 것 보다 석대 쪽으로 가는 길이 더 아름답다고 했던 말이 실감이 났다.
갈대/이승민
내 안에 자라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바라본다
밀려나간 썰물 자리
부르튼 뿌리 들어내도
서로 부여잡고 견뎌내면 될 것을
작은 세파에도 끊임없이
흔들거리는 내 마음은
시월 갈대밭에 부는 바람 같다
풀섶 가르며 날아오르는
참새의 날갯짓에
잘 말라가는 가을 산하
헤어지자 흔드는 손,
가까이 다가서야 알 수 있는
흐느낌도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숲길을 걷다가 전망 좋은 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배를 깎아먹었다. 땀 흘리고 먹는 배의 시원함과 물 내음 가득 품은 바람의 맛은 한 마리 백조가 되어 호수 위를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앞쪽 덤불에 작은 움직임 직바구리가 노란 꽃을 먹으려고 하는지 계속 분주하게 콕콕거린다. 직바구리 소리로 뭐하냐고 물어도 대답도 관심도 없이 자기 일에 열중이다.
물오리들은 여러 곳에 떼를 지어 특이한 소리로 자신들이 존재를 알리며 자맥질중이고 오륜대 본동마을 어귀에 백로 한 마리 한가로이 먹이 사냥중이다. 마을 입구에 어묵과 막걸리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어묵 두개씩을 먹었다. 역시 땀 흘리고 난 뒤에는 무엇이던지 맛있는 것 같다. 마을로 들어서는 옆길에 왕대나무 밭이 있었다. 대나무 들이 정말 굵고 컸다. 아이들은 저 대나무에 밥을 해먹어도 되겠다고 한다. 어릴 적 집 뒤가 온통 대나무 밭이었는데 옛집이 그리워진다.
대나무 밭은/이승민
나무칼 옆에 차고 칼싸움하고
송악총 만들어 총싸움하며
먹구슬나무와 복숭아나무에
매달려 그네타고 매미 잡으며
타잔 놀이 정신없는 우리들 놀이터
우리들의 종착역인 오륜대 본동 마을에 도착하여 평상에 앉아 물을 마시는데 고양이 한 마리 동백나무 아래서 동박새를 노리는지 모습이 심상치 않다.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던 고양이 드디어 나무속으로 사라졌다. 휴대폰 진동소리에 열어보니 오늘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해야 하는 날이라는 매세지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해도 제 시간에는 반납할 길이 막연해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되돌아왔다 이렇게 우리는 4시간 반의 회동수원지 둘레길 탐험을 마치고 책을 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첫댓글 참 아름다운 여정같아요.. 저렇게 좋은 둘레길을 가족과 함께 다녀오셨네요,,,
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이들고 성내천을 천천히 걸으며 우리도 봄을 알리는 전사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