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회의소는 기업 규제를 체감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402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이 느끼는 기업규제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광역지자체 중 경상북도가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발표(조선일보11월28일자)했다. 비교평가를 했다니 당연히 1위 다음에 2위와 3위 등의 순서가 드러났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 순위가 아니라 기업이 느끼는 규제 체감도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일기예보를 들을 때 ‘체감온도’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는 한데 그게 아마 실제 온도와는 차이가 있다는 표현 정도로 넘겼었다.
바로 그 체감온도와 동일한 의미든 아니든, 실체 또는 실상은 염두에 두지 않는 개개인의 느낌정도를 계량해냈다는 점에서 상공회의소의 노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몇 가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기야 ‘느낌’이 유행하는 세태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철저한 생산관리와 과학적인 경영기법, 냉철한 상황판단, 적절한 지원시책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기업환경을 ‘느낌’으로 평가하려 했다니 그 발상부터가 놀랍기만 하다.
요즘의 기업은, 특히 중소기업은 장기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에게 어떻게 활로를 열어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우선일 터인데 천연덕스럽게 규제 체감도를 들먹이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규제 체감도’라는 게 그렇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퉈 기업유치에 나서면서 공업용지의 파격분양, 법인세 소득세 등의 면제 할인 유보 등의 지원시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또는 차별화된 혜택을 강조해도 기업입지를 장기판 말 옮기듯 이리저리 옮길 수 없다.
기업입지 선정에는 원부자재 확보, 유통수송로, 인력확보, 계절변화 등의 요인과 함께 향토기업으로서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흙이 주원료이자 품질의 결정요인인 도자기제조 업체가 단순히 세제혜택, 환경규제완화, 인력공급, 지원시책, 공무원의 친절도 등을 비교해 생산기지를 옮길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느낌, 소위 체감도라는 것은 그 기준이 모호하다. 영남지역 사람들의 특성상, 좀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해결해 나가는 식이라면 규제에 대한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호남이나 충청권처럼 먼저 관리기관의 제시조건을 다 맞춘 다음 사업을 벌이는 심성이라면 당연히 규제 체감도가 높을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지 않고 전국의 기업입지조건을 체감도(사실은 일시적 감정)로 따져서 그 순위를 정하고, 이를 지자체의 평점기준으로 관련기관에 제공했다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는 생각이다.
불황을 겪어내는 기업의 몸부림은 한마디로 눈물겹다. 새벽마다 교회에 나가 울부짖으며 기도하기도 한다. 그들의 어려움을 동감하고 조금이나마 도와주려면 표피적인 느낌이나 따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활로를 열어줄 수 있고 그에 대한 소망을 가질 수 있는 데이터와 비전 제시가 더 필요할 것이다.
자칫 상공회의소가 각종 회의나 일삼는 허울기관으로 전락하고 있지 않나 되짚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