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전 북부 도서관에 가다가 '새터성당'이라는 큰 글자로 쓰여진 안내판을 보고는
이렇게 지척에 신설본당이 있구나 싶어 반가웠다. '곧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는 스쳐 지나갔고,
바로 그 다음 주 그 곳을 찾았다. 큰 길가의 안내판은 잘 보고 차를 꺽어 들어갔으나, 바로
성당임에도 가건물이어서인지 그대로 지나쳐 다시 묻고는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했다.
헤매다 찾아들어간 어려운 걸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조립식 건물을 열고 들어가니
신부님 부재중이셔서 미사가 없단다. 잠시 묵상하고 난 후 성당 문을 나섰다.
지난 주 미사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새터성당을 찾았다.
'이번에는 바람맞지 않게 해주세요! ' 라고 청하며.......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원하게 냉방이 잘 된 실내에 어르신들이 앉아 계셨다.
미사 시작 4분전이었는데, 숨소리마저도 들릴만큼 미동도 없이 앉아 계시는 모습들에서
하느님 향한 경건함을 보았기에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다가앉았다.
고개도 제대로 못 돌리며 이곳 저곳에 조심스러운 눈길을 주고, 정갈하게 마련된 제대를 보며
기다렸다.
정시가 되자 앞문이 열리고 어르신 복사 두 분과 신부님이 등장하셨다. 시작 성가를 부르며
오늘 처음으로 뵙는 분들을 바라 보았다. 저 분들 나이의 복사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며
은퇴 후 '매일 하느님의 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삶은 참으로 복되다' 싶어 부러움과 감사함의
눈길로 응원을 드렸다.
이 날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반석으로 세우시고 열쇠를 주시겠다 다짐 하신 후에,
이내 베드로가 하느님의 일은 생각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고 꾸중을 듣는 부분이다.
신부님의 말씀은 조용하고도 단호하게 들려왔다.
예수님께서 복을 빌어주셨을 때는 베드로라는 그의 이름을 불러 주셨으나,
그가 잘못했을 때는 '사탄아' 로 호칭함으로써, 이미 내리신 복을 거두지 않으셨단다.
그에게 베푸신 크나 큰 은총을, 순간의 잘못으로 거두지 않으셨단다.
만약 그 자리에 우리가 있었다면, 우리는 과연 베드로를 뛰어 넘어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질문을 할 수 있었을까? 물으셨다.
또한, 우리가 그순간 베드로와 같았다면,
그러면 예수님께 '하느님의 일은 정말 무엇입니까?' 라고 여쭐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주님의 뜻을 , 하느님의 뜻을 여쭐 수 있는 우리일 수 있어야 한다고 ......
그냥 맡겨진 일만, 시키는 일만 하는 데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하느님의 일을 하려는 우리여야 함을......
예수님은 여전히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심을 기억하라고......
이 물음을 마음에 담은 채, 미사의 나머지 부분을 함께 하였다.
미사후 바깥으로 나오니 세상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
호흡을 고르게 하려고 심호흡을 해야 할 만큼 숨이 턱턱 막히는 땡볕이었지만,
찬찬한 걸음으로 되돌아 가시는 어르신들의 뒷 모습을 뵈면서 조용히 물러나왔다.
그 어느 날씨에도, 이 시간이면 하느님을 만나러 오실 분들이리라는 것을
말하지 않으셔도 이제 나는 다 안다.
첫댓글 은총의 본당 순례길이 되시길~~
고맙습니다. 그 염원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도 차타고 지나면서 큰 글자로 쓰여진 '새터성당'이라는 표시판을 보았어요.
직접 미사까지 참례하시고 쓰신 글 잘 보았습니다. 가건물에서 새로 성당이 건립되기를 기도합니다.
그 표지판 덕분에 찾아가 보게 되었어요.
삶에도 이렇게 안내판이 있다면, 그리고 그걸 알아볼 수 있다면....
저 역시 새터 성당의 건립을 위해 기도합니다.
언뜻 지나쳐 버리면 그냥 일반 가건물처럼 보여 지내요..
새터라는 지명이 낯설어요...
새터 본당에 주님의 은총이 충만 하기를 빕니다.
새터는 그 동네 옛이름이에요.
순우리말이죠~
예쁘지 않으신가요?
순수우리말 이쁘죠^^
청주에 살았어도 모르고 있었네요~지금에 무슨동 인가요?
사천동이에요~
사천동성당이 이미 있으니
새터성당이라 지은것 같아요~
서울에서 오신 뚜아님 대신해
청주토박이인 제가 답 드려요~^^
모니카님에 친절한 답변에 감사 드립니다.
모르는 저를 위한 모니카의 친절한 배려 잘 받으셨죠?
로사님 덕분에 저도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이런 작은 배려에 절로 미소가 지어 집니다.
레몬트리님에 성당순례 길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순례길에 항상 은총 많이 받으시기를,,,,
고맙습니다. 전 이런 복된 기원의 인사 다 받습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인 꽃마을 성당도 소개 부탁드립니다.(정중하게)
접수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길가 쪽 성당 외벽에 새터성당이라고 크게 써놓아서 이젠 많이 헤매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제가 좀 둔해서 더 잘 못찾았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