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얼마 전까지 이른바 7080이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8090 문화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뭐, 설명 따로 안 드려도 되겠지만, 1980년대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문화의 귀환입니다.
네, 8090을 누렸던 세대가 성장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때만의 감성과 특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견이 대센데요.
노태영 기자, 노 기자도 그 세대 아니세요?
<기자 멘트>
저도 그렇지만 두 분 앵커도 역시 8090세대이실 텐데요.
혹시 어떤 가수를 특별히 좋아하셨나요?
네, 저는 소방차가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이처럼 현재 30-40대의 10대 시절 우상이었던 8090 가수들이 잇따라 복귀하는가 하면 당시 스크린을 주름잡았던 명작 영화들도 속속 재개봉하고 있습니다.
돌아온 8090 문화 열풍의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대중문화스타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습니다.
8090 시절 10대였던 팬들이 소비의 중심으로,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되면서 추억 속에 있던 스타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심신(가수) : “오빠가 돌아왔다.”
<인터뷰> 박남정(가수) : “안녕하십니까. 박남정입니다.”
지금도 눈에 선한 박남정 씨의 춤솜씨.
25년이 지나도 전혀 녹슬지 않았는데요.
<인터뷰> 박남정(가수) : “예전에 그렇게 어리고 순수했던 팬들이 이제 누나, 형들 같으니까 (놀랍죠.)”
김완선, 소방차, 강수지 등 당대 인기 가수들이 합동 공연을 준비하는 등 8090세대를 위한 공연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신 씨 역시 20여 년 만의 복귀를 선언했는데요.
<인터뷰> 심신(가수) : “저를 잊지 않고 음악을 계속 들어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노래로서 보답하고 싶고요.”
<인터뷰> 박남정(가수) : “계속 성원을 보내주시니까 항상 그 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는 노래는 물론 외모와 춤 실력을 겸비한 비디오형 가수가 급증한 시기인데요.
8090의 열풍과 함께 당시의 춤을 배우려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본근(54세) : “제가 20대, 한창 공부할 때 소방차가 활동했어요. 젊을 때 못해봐서, 나이 더 들기 전에 해보려고요.”
당시의 안무를 열심히 따라해 보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8090노래 따라하기 열풍은 당시 직접 문화를 즐겼던 세대에 멈추지 않습니다.
젊은 층들도 그 시절 노래와 춤을 즐기는데요.
최근 가요계에 불고 있는 90년대 가요 다시 부르기는 그 발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박자가 제일 안 맞던데요?) 늦게 수강했어요. 정원관 할게요."
<인터뷰> 신소영(40세) : “옛날에 저 노래 좋았는데, 싶어서 흥얼거리게 되고 가사도 다시 곱씹어보게 되죠.”
<인터뷰> 김상희(51세) : “옛날 생각도 나고 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라요. 여기 오면 젊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인터뷰> 김다소(17세) : “듣기만 해서 (노래를) 잘 몰랐어요. 저도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춤추면 좋겠어요.”
<인터뷰> 최지현(O댄스교실 실장) : “요즘 춤보다는 옛날 춤을 따라 하는 것이 아무래도 몸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즐겁게 운동하듯이 땀도 나고 재미도 있고 그래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8090의 음악은 뮤지컬로도 재탄생했습니다.
벌써 두 번째로 무대에 올려진 광화문연가!
<인터뷰> 박형우(45세) : “이문세 노래를 이렇게 뮤지컬화 한 것이잖아요.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인터뷰> 박민정(43세) : “워낙 좋아하던 노래여서 뮤지컬로 다시 들을 수 있으니까 기대가 많이 됐어요.”
광화문연가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곡가 고 이영훈 씨의 노래들로 꾸며졌습니다.
8090을 대표하는 발라드와 배우들의 연기에 중년 관객들은 눈물짓기도 하고, 신나는 곡이 나올 때면 모두가 일어서서 배우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공연을 즐깁니다.
그 시절 대중음악이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녹취> “정말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녹취> “마지막에 정말 신나서 ‘붉은 노을처럼’ 그것 불렀어요.”
<녹취> “남편과 데이트했던 생각도 나고 그렇죠.”
<녹취> 관객 : “대중적으로 어울려서 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관객들하고 같이 호흡하면 좋을 것 같아요. ”
8090의 열풍은 영화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1994년 개봉해 큰 인기를 얻었던 레옹은 얼마 전 디지털 고화질로 재개봉했는데요.
첫 개봉 당시 심의로 삭제된 장면도 함께 살아났습니다.
30~40대에게는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기회를, 당시 어려서 영화를 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당시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국(26세) : “(1994년) 그때는 어려서 못 봤지만 지금 다시 개봉해서 극장에서 보니까 그 재미가 또 다르죠.”
<인터뷰> 김은희(24세) : “좋은 영화를 물려줄 수 있는 것이잖아요. 정말 좋아요.”
<녹취> “뿌리내리고 싶어. 사랑해, 마틸다.”
<녹취> “아이 러브 유, 레옹.”
1995년 유럽 횡단열차에서 만나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남긴 주인공 남녀.
당시 해외 배낭여행 붐이 불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는 속편에 이어 올해 또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인공의 변화는 그 시절의 추억을 되짚어 이 영화를 택한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처럼 20여 년 전의 풋풋함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인터뷰> 박소현(25세) : “(비포 미드나잇) 영화를 통해서 저의 과거도 이야기할 수 있고 미래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영화일 것 같아서 보려고 해요.”
<인터뷰> 장은지(25세) : “(1995년) 그때와는 촬영 기법이나 배우들도 많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또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고전 영화 같은 것을 새롭게 접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장석용(대중문화 평론가) : “8090세대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쉬웠기 때문에 모든 문화 분야에 있어서 자기와 친숙해지는 세대입니다. 8090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소비할 수 있는 세대가 된 겁니다. 그런 계기로 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7080세대에 이어 문화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8090세대.
다양한 연령대의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우리 문화계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