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 농악
“우리 민족에게 농악은 놀이이자 민간신앙의식”
<임실 필봉농악>
오곡이 익어가며 산과 들에는 노랗고 발갛고 울긋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 수확의 계절이자 천고마비의 계절, 곡식이며 나무며 결실을 맺기 위해 온갖 힘을 쏟는 가을. 우리네 농촌마을의 가을은 꽹과리 소리가 째쟁하고 울려퍼지면 장구소리, 북소리가 박자를 맞추며 흥을 돋군다. 마을 전체에 신명나는 악기 소리가 울려퍼지면 사람들은 같이 춤추고 즐겼다.
농악(農樂)은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사람들 전체와 함께하는 음악으로 과거 농경사회에서 힘든 농삿일에 지쳐갈 때 함께 즐기며 같이 춤추고 서로 덕담을 나누던 축제였다. 꼭 가을 추수 때에만 즐기는 놀이가 아닌 모내기 하고 같이 일하며 힘든 농삿일에 마을 사람들 전체가 웃으며 즐기는 놀이였다. 넓은 의미로는 꽹과리, 징, 장구, 북과 같은 악기를 치며 행진, 의식, 노동, 판놀음 등을 벌이는 음악을 두루 가리키는 말로 풍물굿, 두레굿, 매구, 금고, 취군 등으로도 부르며 단순히 ‘굿’이라고도 한다. 상고시대 제천의식에서 남녀가 노래하고 춤추었다는 기록이 있어 농악의 기원을 흔히 여기에 두기도 한다. 농악은 과거 우리 민족에게는 놀이이자 감사제라는 민간신앙의식이었던 것이다.
농악은 1966년 6월 29일 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 ‘농악’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농악은 크게 경기‧충청지역의 웃다리농악, 전라좌도농악, 전라우도농악, 영남농악, 영동농악 등으로 나눠지는데 너른 평야지대인 전라도 지역의 농악이 가장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삼천포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가호), 평택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나호), 이리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다호), 강릉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라호), 임실필봉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마호), 구례잔수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바호)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농악이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다.
진주삼천포농악은 오방진 등 12차로 짜여있고 가락이 매우 빠르게 몰아치는 것이 특징으로 다른 지방의 농악에 비해 군악적인 요소가 많아 남성적이다. 평택농악은 걸립패 혹은 사당패 등 전문연희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인사굿 등 13차로 짜여진 판굿으로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빠른 가락에 힘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리농악은 인사굿 등 14차로 짜여 있으며, 꽹과리 가락은 느리나 가락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변주돼 가락의 종류가 많고 화려하며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임실필봉농악은 가락이 힘차고 전라우도농악과 영남농악의 중간적 성격을 띤다. 길굿 등 6차로 짜여지며 뒷굿에 영산을 넣고 가락이 느리지만 잡색이 다채롭고 채굿에서 6종의 꽹과리가락을 명확히 구사한다. 강릉농악은 어느 지역보다 향토성이 깊은 농악으로 인사굿 외에 6차로 구성되며 가락이 빠르고 힘차며 잔가락이 적고 단순한 외가락이다. 구례잔수농악은 전라좌도농악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공연 중심이 아닌 마을 굿으로서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농악패는 악기를 연주하는 치배(잽이)와 여러 종류의 분장을 하고 춤을 추며 흥을 돋우는 잡색(뒷치배), 각종 깃발을 드는 기수로 구성된다. 치배는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의 순서로 편성되며, 지역에 따라 법고, 태평소, 나발, 영각 등을 편성하는 곳도 많다. 주된 악기는 꽹과리며 농악장단을 흔히 꽹과리가락으로 나타낸다. 상쇠는 농악패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며, 리더 역할 외에도 집안의 가신을 위한 고사소리나 덕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농악패의 깃발은 농기와 영기가 기본이고, 용을 그려 넣은 용기를 드는 지역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