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석 장성군수] 1700만 원의 기적
2017. 10.25. 00:00:00
축제 시작 전부터 조짐이 심상찮았다. 개막하기도 전인 추석 연휴 10일 동안 20여만 명이 축제장을 찾았다.
개막 이틀째엔 7만8000여 명, 사흘째엔 10만1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축제를 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또 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졌다. “그 축제, 장난 아니더라.” 장관에 입이 떡 벌어진 관람객들이 며칠 만에 다시 축제장을 찾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인파는 밀물처럼 걷잡을 수 없었다. 일요일인 지난 22일엔 13만1975명을 찍었다. 군 인구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지난 13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장성 황룡강 일원에서 열리는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이하 노란꽃잔치) 얘기다. ‘황룡강변에 펼쳐진 10억 송이 꽃들의 대향연’인 ‘노란꽃잔치’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혹자는 ‘기적’이라고 하고, 혹자는 ‘장성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라고 했다. “장성군이 생긴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건 처음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언론도 연일 ‘노란꽃잔치’를 보도하느라 바쁘다. 왜 안 그러겠나.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해도 ‘작품’이 나오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모 언론이 ‘평생에 볼 꽃을 여기서 한꺼번에 다 보면 어떨까요?’라고 보도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노란꽃잔치’의 대성공은 축제를 주최한 장성군으로서도 여러모로 감동스러운 경사다. 지난해 이미 히트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여러 부분을 보강하고 개선해 고작 3회째인 축제를 명실상부한 전국 축제로 발돋움시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황룡강에 그렇게 많은 꽃을 심었다니 꽃씨 가격만 수억원은 들었겠네요?” 내가 말했다. “2000만 원도 안 되는데요?” 묻는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긴 내 친구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정말이야, 유 군수?” 정확히 말하면 꽃씨를 구입하는 데 딱 1700만 원이 들었다.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꽃씨가 20만㎡의 황룡강변을 노란 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와 군민들이 황룡강에 심은 건 꽃씨가 아니라 ‘기적’인 셈이다.
개인적으론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회가 느껴진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황룡강에서 꽃축제를 열자고 내가 제안했을 때 반대한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 넓은 황룡강에서 어떻게 꽃 축제를 여느냐’라는 반발이 잇따랐다. 제주 올레길을 개발한 서명숙 전 시사저널 편집장의 고독한 고뇌를 실감했다. 올레길을 만들 때도 ‘누가 걸으려고 제주도까지 비싼 비행기 티켓까지 끊고 오겠나’라며 반대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나라 최고의 꽃 전문가를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해 황룡강에 꽃을 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월급이 적은데 열심히 일하면 얼마나 하겠습니까?’
하지만 ‘거버넌스’의 힘은 위대했다. 장성군과 장성군민들은 황폐한 황룡강을 형형색색 꽃들이 만발한 명품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군민들이 나서 3ha에 이르는 황미르랜드에 해바라기를 직접 심으며 ‘노란꽃잔치’ 준비에 힘을 보탰던 걸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올해 축제가 대박을 터뜨린 것 역시 우리 장성군민에게 오롯이 공을 돌려야 마땅하다. ‘우리가 준비한 축제가 전국 축제가 됐다’라는 뭉클한 자부심이 ‘노란꽃잔치’가 대성공을 거둔 이유라고 믿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에서 정년 퇴임해 유유자적한 생활을 누리다 “기름 값이라도 좀 벌어보지 않겠나?”라는 나의 꾐에 빠져 ‘노란꽃잔치’ 실무자로 합류한 꽃 전문가도 말한다. “군민들이 없었으면 ‘노란꽃잔치’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암, 어림도 없죠.” 손발이 부르트도록 축제장의 꽃을 돌본 그도 군민들의 열정에 감동했다고 했다.
장성군민의 열정과 자부심이 만들어낸 명품 축제 ‘노란꽃잔치’가 오는 29일까지 황룡강에서 열린다. 장성군민이 만든 ‘기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유두석 장성군수님 노란꽃 잔치를 성공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