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교목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하리.
이 시의 제목인 <교목>은 교목(喬木)으로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미터를 넘는 나무. 수간(樹幹)과 가지의 구별이 뚜렷하고, 수간은 1개이며, 가지 밑 부분까지의 수간 길이가’ 긴 나무이다.
그래서 ‘교목’은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우뚝 남아서’ 있다. 이렇게 클 때까지 ‘세월에 불타고’ 자란 것이다. ‘세월에 불타고’는 정열적으로 살았음을 말한다. 그래서 ‘교목’은 그 존재만으로 훌륭한 것이다. 다른 작은 나무와는 달리 ‘꽃’이 없어도 좋은 존재이다. 이를 화자는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라고 명령형을 사용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봄도’는 ‘봄에도’를 말한다. 화자가 보는 교목은 ‘차라리 봄’에‘도 꽃피’지 않고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우뚝 남아서’ 있는 것이 ‘꽃피’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목’의 겉모습은 비록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있지만 ‘푸른 하늘’을 향한 ‘끝없는 꿈길’을 지니고 곧 ‘푸른 하늘에 닿을 듯’한 ‘혼자 설레이는/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꽃피진’ 않는 것을 ‘아예 뉘우’지 않는 자신을 긍정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있지만 외부의 시련인 ‘바람’에 흔들려 ‘푸른 하늘’을 향한 ‘끝없는 꿈길’인 ‘푸른 하늘에 닿을 듯’한 ‘혼자 설레이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검은 그림자’를 보고 ‘쓸쓸’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사는 것보다는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죽어 자신의 꿈을 지키는 길을 택하려고 한다. 현실에서 꿈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꿈을 가지고 죽음을 택하면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하리’란 생각으로 죽겠다는 결심을 나타내고 있다.
화자는 ‘교목’을 통하여 자신이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화려하지 않고 가난한 삶을 살더라도 항상 ‘설레이는/ 마음’으로 이상을 이루려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 것이며 현실의 어려움에서 ‘꿈’을 잃어버릴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나타내고 있다. 시인의 강인한 정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이다.200814월후1204맑고추움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