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수기의 네 종류
[수기의 네 종류]
그때 부처님은 뭇 모인 이의 의심을 끊으시려고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수기는 무릇 네 가지 있나니, 무엇을 넷이라 하느냐?”
발심(發心)못하였는데도 수기를 주는 것이 있으며,
막 발심해서 수기를 주는 것도 있으며,
비밀히 수기함도 있으며,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으매 현전(現前)에서 수기함도 있나니,
이를 넷이 된다고 하느니라.
오직 여래만이 능히 이 일을 알고, 일체 성문과 벽지불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발심 못하였는데도 수기를 주는 것]
견의여, 어찌하여 발심 못하였는데도 수기를 주는 것이라 하느냐?
혹 어떤 중생은 오도(五道)에 왕래하거나, 만일 지옥(地獄)에 있거나,
만일 축생(畜生)에 있거나,
만일 아귀(餓鬼)에 있거나,
만일 천상(天上)에 있거나,
만일 인간에 있을지라도,
모든 근(根)이 맹리(猛利)하고 큰 법을 좋아하면,
부처님은 알기를 이 사람은 이 약간 백천 만억 아승기(阿僧祗) 겁(劫)을 지나서 응당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할 것이라 하노라.
또는 약간 백천 만억 아승기 겁에 보살도를 행하며,
약간 백천 만억 나유타(那由他) 부처님께 공양(供養)하며,
약간 백천 만억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그로 하여금 보리에 머무르게 하며,
또한 약간 백천 만억 아승기 겁을 지나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호(號)와 자(字)는 이와 같고, 국토는 이와 같고, 성문 대중 수와 수명은 이와 같고, 멸도한 후에 법이 머무는 햇수[歲數]는 이와 같다고 하노라.”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모두 능히 이러한 일이 또한 이 보다 지나는 것도 알았나니,
이를 발심 못하였는데도 수기를 주는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보살의 근기]
그때 장로(長老) 마하가섭(摩訶迦葉)은 앞으로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 후로는 저희들은 일체 중생에게 세존인 생각을 하여야겠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저희들은 이와 같은 지혜가 없나이다.
어떤 중생은 보살의 근기가 있으며, 어떤 중생은 보살의 근기가 없나이까?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와 같은 일을 알지 못하므로 혹은 중생에게 경만(輕慢)하는 마음을 내었사오니, 곧 스스로 손상함이 된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착하다. 가섭이여, 시원스리 이러한 말을 하는 구려. 이런 일로써 나는 경(經)가운데에서 말하되,
‘사람이면 곧 응당 중생을 망령되이 칭량(稱量)하지 말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만일 망령되이 다른[他] 중생을 칭량하면, 곧 스스로 손상함이 될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중생과 및 동등한 자를 응당 칭량할 것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성문과 및 그 외 보살은 모든 중생에게 부처님인 생각을 할 것이라 하였노라.
[막 발심해서 수기를 이미 얻은 것]
막 발심해서 수기를 이미 얻은 것이란,
혹 어떤 사람이 오래 전부터 덕의 근본을 심었고, 착한 행을 수습(修習)하며,
부지런한 마음으로 정진하여 모든 근(根)이 맹리(猛利)하고, 큰 법을 좋아하며,
대비(大悲)한 마음이 있어서 널리 중생을 위하여 해탈도(解脫道)를 구하는 이 사람은,
발심하자 곧 아유월치(阿惟越致:不退轉을 말함)에 머물러서 보살 지위에 들어가고 다 정해진[畢定] 수(數)에 끼어 8난(難)을 벗어나리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막 발심할 때에,
여러 부처님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로 주시되,
명호는 이와 같고 국토는 이와 같고 수명은 이와 같다고 하시나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여래께서 마음을 아시고, 수기를 주시나니,
이를 발심하자 곧 수기를 주는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비밀히 수기를 준다는 것]
비밀히 수기를 준다는 것은 혹 어떤 보살은 수기를 얻지 못하고,
항상 정근(精勤)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며,
가지가지 보시함을 좋아하고, 일체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법을 받아 지니는 것이 견고하고, 계(戒)를 지키는 것을 버리지 아니하여,
깊이 장엄(莊嚴)을 발하고, 큰 참는 힘[大忍力]이 있으며,
중생에겐 평등한 마음이요, 부지런히 행하고 정진하여 모든 착한 법을 구하되,
몸과 마음이 게으르지 아니하고, 머리에 불타는 것을 끌려고 함과 같이 하며,
행(行)과 생각[念]이 안온(安穩)하여 능히 4선(禪)을 얻고 지혜 구하기를 좋아하고, 불보리(佛菩提)를 수행하며,
오랫동안 6도(度)를 수행하여 성불할 모양이 있는듯 하거든,
때에 만 보살과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들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되,
‘이와 같은 보살은 부지런한 마음으로 정진하니, 참으로 희유(希有)하도다. 어느 때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며 그 명호는 무엇이며 국토는 어떤 이름이며 성문 대중 수는 얼마나 될 것이냐’고 하면,
부처님은 이 중생의 의심을 끊어주시려고 수기를 주시어, 널리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듣고 알게 하여,
일체 대중으로 하여금 이 보살의 성불함과 호와 자와 국토는 이와 같고, 성문 대중 수의 많고 적음은 이와 같음을 알게 하셨으므로, 대중들의 의심한 것은 이에 모두 해결되어 이 보살에게 세존인 생각을 내거니와,
오직 이 보살만은 홀로 부처님의 신력(神力) 즉 수기를 주시는 신력을 얻어듣지 못했으므로, 이 보살은 능히 스스로 자기가 수기를 얻은 것인지 수기를 얻지 못한 것인지를 알지 못했나니, 이를 보살의 비밀히 수기를 얻은 것이라 이름하느리라.
[현전(現前)에서 수기함]
현전(現前)에서 수기함이란, 보살이 있어 오랫동안 선근(善根)을 모아서 보고 얻지 못함이 없고, 항상 범행(梵行)을 닦으며,
무아공(無我空)을 관찰하여 일체 법에서 무생인(無生忍)을 얻으면 부처님은 이 사람의 공덕과 지혜가 모두 이미 구족(具足)했음을 아시고,
곧 일체 하늘과 사람과 마(魔)와 범(梵)과 사문과 바라문인 대중 가운데에서 현전에 수기하시어 이러한 말씀을 하시되,
‘선남자여, 그대는 약간 백천 만억 겁을 지나서 마땅히 성불함을 얻으리니,
호와 자는 이와 같고 국토는 이와 같고 성문 대중 수와 수명은 이와 같으며,
그 때의 무수한 사람이 이 사람을 따르고 본받아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리라 하거든 이 사람은 부처님 앞에서 수기를 얻고서, 몸이 허공에 오르리니, 높이는 7다라수(多羅樹)일 것이다.’
견의여, 이를 제4 현전에서 수기함이다고 한다.”
그때 견의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모임 가운데에서도 혹시 보살이 이 네 가지 일로서 수기를 얻는 이가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였다.
“있느니라.”
견의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누구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자후왕(師子吼王)보살과 낙욕(樂欲) 거사자(居士子)가 이 발심 못하고서 수기를 얻은 이며, 이와 같은 등인 딴 세계의 무수한 보살도 또한 발심 못하고서 수기를 얻은 이들이니라.
또한 있나니, 적멸(寂滅)보살과 대덕법왕자(大德法王子)보살과 문수사리법왕자(滿殊尸利法王子)보살인 이와 같은 한량없는 여러 보살들은 막 발심할 때에 곧 수기를 주었나니, 모두 아유월치에 머무르느니라.
이 가운데에도 또 있나니, 지용(智勇)보살과 익의(益意)보살인 이와 같은 한량없는 여러 보살들에겐 비밀히 수기를 주었나니라.
견의여, 나와 및 미륵(彌勒)과 현겁(賢劫)의 천 보살은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현전에 수기하였느니라.”
견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希有)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의 수행하는 바는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사오며, 수기함도 또한 가히 사의할 수 없나이다. 일체 성문과 벽지불도 오히려 능히 알지 못하거든, 하물며 그 외 중생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보살의 수행하는 바와 발심한 바와 정진함과 위신의 세력은 가히 사의할 수 없느니라.”
[하늘 여인이 현전에 수기하심를 서원하다]
그때 마계행불오 보살의 교화한 바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게 되었는데,
하늘 여인은 각각 하늘 꽃을 부처님 위에 흩어 뿌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비밀히 수기 얻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오며,
저희들은 무생법인을 얻어 현전에 수기하심을 원하옵나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저희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주시옵소서.”
부처님은 그때에 미소(微笑)하시며, 입으로 가지가지 묘한 빛의 광명을 내시어 모든 세계를 비추시고, 도로 정수리[頂]로부터 들어가게 하셨다.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웃으시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2백 하늘 여인이 합장하고 여래께 경례(敬禮)함을 보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이미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아난아, 이 여러 하늘 여인은 일찍이 옛적 5백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善根)을 깊이 심었나니, 이로부터 앞으로 가면서 마땅히 무수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고 7백 아승기 겁을 지나서는 모두 성불함을 얻으리니, 호(號)는 정왕(淨王)이라 할 것이다.
아난아, 이 여러 하늘 여인은 목숨 마친 후에는 여자 몸을 벗고, 모두 마땅히 도솔[兜率] 천상에 태어나서 미륵보살께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리라.”
그때 악마는 하늘 여인이 수기 얻음을 듣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지금 스스로 소유(所有)한 권속임에도 자재(自在)함을 얻지 못한 것은 이 수능엄삼매 설함을 들은 까닭이거든 하물며 그 외 듣는 자이오리까?
만약 사람이 수능엄삼매를 들으면 곧 다 정해짐[畢定]을 얻어서 불법 가운데에 머무르리이다.”
[일체 모든 법은 결정함이 있지 않다]
그때 하늘 여인은 겁(劫)이 없는 마음에서 악마에게 말하였다.
“너는 크게 근심하지 말라. 우리들은 지금에 너의 세계를 벗어 나오질 않으리니,
무슨 까닭인가?
마계(魔界)의 여(如)함이 곧 불계(佛界)의 여(如)함이다.
마계의 여함과 불계의 여함이 둘이 아니요, 다르지 않나니,
우리들은 이 여(如:眞如, 즉 평등한 진리)를 떠나지 아니했기에 마계의 상(相)이 곧 불계의 상(相)이어서 마계의 법과 불계의 법이 둘이 아니며 다르지 않나니,
우리들은 이 법상(法相)에서 나가지도 지나지도 않는다.
마계에는 고정한 법으로서 가히 보일 수 없으며, 불계에도 또한 고정된 법으로 가히 보일 수 없어서, 마계와 불계가 둘이 아니며 다르지 않다.
우리들은 이 법상에서 나가지도 지나지도 않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 모든 법은 결정함이 있지 않다.
결정(決定)함이 없으므로 권속임도 없고 권속 아님도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