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달마발지론 제2권
1.5. 무참(無慚)납식
흑(黑)과 백(白)과 두 가지 근(根)과 마음[心]과
도회(掉悔)와 혼(惛)과 수(睡)와 꿈[夢]과
개(蓋)와 무명(無明)과 불공(不共)을
원한다면 이 장에서 모두 설명하겠다.
[문] 무엇이 무참인가?
[답] 모든 부끄러워함이 없으며, 부끄러워할 만한 것[所慙]이 없으며, 달리 부끄러워함[異慙]이 없으며, 수치스러움도 없고, 수치스러워할 만한 것[所羞]도 없으며, 달리 수치스러워함[異羞]도 없다.
또한 공경도 없으며, 공경하는 성질도 없으며, 자재(自在)를 희구함도 없으며, 자재를 희구하는 성질도 없으며, 자재자에 대한 두려움의 상속[轉]도 없는 것, 이것을 무참이라고 한다.
[문] 무엇이 무괴인가?
[답] 모든 부끄러워함이 없으며, 부끄러워할 만한 것[所愧]이 없으며, 달리 부끄러워함[異愧]이 없으며, 수치스러움도 없고, 수치스러워할 만한 것[所恥]도 없으며, 달리 수치스러워함[異恥]도 없다.
또한 모든 죄에 대해 두려움[畏怖]도 없으며,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이것을 무괴라고 한다.
[문] 무참과 무괴에 어떠한 차별이 있는가?
[답] 자재자에 대한 두려움의 상속이 없는 이것을 무참이라 하고,
모든 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것을 무괴라고 한다.
양자 사이에는 이와 같은 차별이 있다.
[문] 무엇이 참(慙)인가?
[답] 모든 부끄러워함이 있으며, 부끄러워할 만한 것[所慙]이 있으며, 달리 부끄러워함[異慙]이 있다.
수치스러움이 있고, 수치스러워할 만한 것[所羞]이 있으며, 달리 수치스러워함[異羞]도 있다.
또한 공경이 있으며, 공경하는 성질이 있으며, 자재(自在)를 희구함도 있고, 자재를 희구하는 성질도 있으며, 자재자에 대한 두려움의 상속[轉]이 있다.
이것을 참이라고 한다.
[문] 무엇이 괴(愧)인가?
[답] 모든 부끄러워함이 있으며, 부끄러워할 만한 것[所愧]이 있으며, 달리 부끄러워함[異愧]이 있다.
수치스러워함이 있고, 수치스러워할 만한 것[所恥]이 있으며, 달리 수치스러워함[異恥]도 있다.
또한 모든 죄에 대해 두려움[畏怖]도 있으며, 깊이 두려워하는 것을 본다.
이것을 괴라고 한다.
[문] 참과 괴에 어떠한 차별이 있는가?
[답] 자재자에 대한 두려움의 상속이 있는 이것을 참이라 하고,
모든 죄에 대해 깊이 두려워하는 것 이것을 괴라고 한다.
양자 사이에는 이와 같은 차별이 있다.
[문] 무엇을 증상(增上)의 불선근이라고 하는가?
[답] 모든 불선근이 선근을 끊을 때, 그리고 욕염(欲染)을 떠날 때,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이다.
[문] 무엇을 미구행(微俱行)의 불선근이라고 하는가?
[답] 모든 불선근이 욕염을 떠날 때 최후로 버려지는 것으로서, 그것을 버림에 따라 이욕염(離欲染)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문] 무엇을 욕계의 증상 선근이라고 하는가?
[답] 보살이 정성이생에 들 때 획득하는 욕계 현관변(現觀邊)의 세속지와,
여래가 진지를 얻을 때 획득하는 욕계의 무탐ㆍ무진ㆍ무치의 선근이다.
[문] 무엇을 욕계의 미구행 선근이라고 하는가?
[답] 선근이 끊어질 때 최후로 버려지는 것으로서, 그것을 버림에 따라 단선근(斷善根)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 모든 마음이 과거의 것이면 그 마음은 변괴한 것인가?
[답] 모든 마음이 과거의 것이면 그 마음은 모두 변괴한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변괴한 것으로서, 그러한 마음 중에 과거 아닌 것이 있다.
말하자면 미래ㆍ현재의 탐진(貪瞋)과 상응하는 마음이다.
즉 세존께서 “너희 비구들이여, 만약 흉악한 도적이 톱으로 너희들 몸이나 팔 다리를 자르려 해도 너희들은 그것에 대해 마음을 변괴하지 말라.
또한 입을 지켜 악언(惡言)을 내뱉지 말라.
만약 마음이 변괴하고 악언을 내뱉으면 스스로 구하는 바에 깊은 장애가 되리라”고 설명하신 것과 같다.
또한 세존께서 “너희 비구들이여, 뛰어난 욕탐의 대상[妙欲境:색성향미촉의 다섯 가지 대상]에 대해 변괴의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문] 모든 마음이 염착(染著)한 것이면 그 마음은 변괴한 것인가?
[답] 모든 마음이 염착한 것이면 그 마음은 모두 변괴한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변괴한 것으로서, 그러한 마음 중에 염착하지 않은 것이 있다.
말하자면 과거의 탐과 상응하지 않는 마음 및 미래ㆍ현재의 진(瞋)과 상응하는 마음이다.
즉 세존께서 “너희 비구들이여, 만약 원수나 도적이 …(이하 생략)… 스스로 구하는 바에 깊은 장애가 되리라”라고 설명하신 것과 같다.
[문] 무엇이 도거(掉擧)인가?
[답] 모든 마음의 적정되지 않고, 지식(止息)되지 않으며, 가벼이 움직이는 것이 도거이다.
마음이 조급하고 망령스럽게 움직이는 성질[躁動性]을 도거라고 한다.
[문] 무엇이 악작(惡作)인가?
[답] 모든 마음의 횃불로 지질 듯한 원망[懊變]이 악작이다.
마음이 지난 일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는 성질[追悔性]을 악작이라고 한다.
[문] 모든 마음에 도거가 있으면 그 마음은 악작과 상응하는가?
[답] 네 구(句)로 분별할 수 있다.
마음에 도거가 있으면서 악작과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악작이 없는 마음에 조급하고 망령스럽게 움직이는 성질, 즉 조동성이 있는 것이다.
마음에 악작이 있으면서 도거와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염오심이 없으면서 지난 일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는 성질, 즉 추회성이 있는 것이다.
마음에 도거가 있으면서 역시 악작과 상응하는 경우가 있다.
염오심에 추회성이 있는 것이다.
마음에 도거도 없으면서 역시 악작과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앞에서의 상(相)을 제외한 것이다.
[문] 무엇이 혼침(沈)인가?
[답] 모든 몸의 무거운 성질[重性], 마음의 무거운 성질, 몸이 부드럽지 못하고 마음이 부드럽지 못한 것,
몸이 어릿하고 몽롱한 것, 마음이 어릿하고 몽롱한 것,
몸이 어지럽고 답답한 것, 마음이 어지럽고 답답한 것, 마음의 혼미하고 무거운 성질[重性], 이것을 혼침이라고 한다.
[문] 무엇이 수면(睡眠)인가?
[답] 모든 마음이 넋이 나가 혼미한 채 전전하는 것이다.
마음이 어둡고 오식과의 상응이 간략한 성질[昧性]을 수면이라고 한다.
[문] 모든 마음에 혼침이 있으면 그 마음은 수면과 상응하는가?
[답] 네 구(句)로 분별할 수 있다.
마음에 혼침이 있으면서 수면과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수면이 없는 마음에 혼침성이 있는 것이다.
마음에 수면이 있으면서 혼침과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염오심이 없으면서 수면성이 있는 것이다.
마음에 혼침이 있으면서 역시 수면과 상응하는 경우가 있다.
염오심으로서 수면성이 있는 것이다.
마음에 혼침이 없으면서 역시 수면과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앞에서의 상을 제외한 것이다.
[문] 수면을 선이라고 해야 하는가, 불선이라고 해야 하는가, 무기라고 해야 하는가?
[답] 수면은 혹은 선이고, 혹은 불선이며, 혹은 무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선인가?
말하자면 선심의 수면으로, 혼미한 채 전전하는 마음의 어둡고 간략한 성질, 즉 매략성(昧性)이다.
무엇이 불선인가?
말하자면 불선심의 수면으로, 혼미한 채 전전하는 마음의 매략성이다.
무엇이 무기인가?
말하자면 무기심의 수면으로, 혼미한 채 전전하는 마음의 매략성이다.
[문] 꿈속에서는 복(福)이 증장한다고 해야 한는가, 비복(非福)이 증장한다고 해야 하는가, 비복비비복(非福非非福)이 증장한다고 해야 하는가?
[답] 꿈속에서는 혹은 복이 증장하고, 혹은 비복이 증장하며, 혹은 비복비비복이 증장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복이 증장한다고 함이란 꿈속에서 보시하고 복업을 짓고, 여덟 가지 재계(齋戒)를 수지하고, 혹은 그 밖의 뛰어난 복의 상속 전전함이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비복이 증장한다고 함은 꿈속에서 생명을 해치고, 주지않는 것을 취하며, 욕사행(欲邪行)하며, 고의로 거짓말하고, 여러 가지 술을 마시며, 혹은 그 밖의 두드러진 비복의 상속 전전함이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비복비비복이 증장한다고 함이란 꿈속에 비복비비복의 상속 전전함이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문] 그렇다면 꿈이란 어떠한 법을 말하는가?
[답] 잠잘 때에 심ㆍ심소법이 소연상에 전전함이다.
그가 깨어난 이후 기억한 것에 따라 남을 위해, ‘나는 이미 꿈에서 이러이러한 것을 보았다.’고 설명하는 이것을 꿈이라고 한다.
[문] 계경에서 설명하기를, “5개(蓋)가 있다.”고 하였다.
5개가 모든 개[諸蓋]를 포섭한다고 해야 하는가, 모든 개가 5개를 포섭한다고 해야 하는가?
[답] 모든 개는 5개를 포섭하여도 5개는 모든 개를 포섭하지 못한다.
어째서 포섭하지 못하는가?
무명개(無明蓋) 때문이다.
세존께서도 설명하였다.
무명개에 가리우고[覆]
애결(愛結)에 계박되고
우지(愚智)가 함께 하여
이와 같은 유식신(有識身)을 초래하여 획득하는 것이다.
[문] 그렇다면 모든 개(蓋), 그것은 부(覆)인가?
[답] 네 구로 분별할 수 있다. 개이면서 부 아닌 경우가 있는데, 과거ㆍ미래의 5개이다.
부이면서 개 아닌 경우가 있는데, 5개를 제외한 여타의 모든 번뇌가 현재 나타나는 것이다.
개이면서 역시 부인 경우가 있는데, 5개가 유일하게 현재 나타나는 것이다.
개도 아니면서 부도 아닌 경우가 있는데, 말하자면 앞의 것을 제외한 것이다.
[문] 모든 욕계계(欲界繫)의 무명수면(無明隨眠), 그것은 모두 불선인가?
[답] 모든 불선의 무명수면은 욕계계이지만, 욕계계의 무명수면에는 불선 아닌 것도 있다.
욕계계의 유신견과 변집견에 상응하는 무명이다.
[문] 모든 색ㆍ무색계 계(繫)의 무명수면, 그것은 모두 무기인가?
[답] 모든 색ㆍ무색계 계의 무명수면은 모두 무기이지만, 무기의 무명수면에는 색ㆍ무색계의 계 아닌 것이 있다.
욕계계의 유신견과 변집견에 상응하는 무명이다.
[문] 모든 견고ㆍ집소단(見苦集所斷)의 무명수면, 그것은 모두 변행(遍行)인가?
[답] 모든 변행의 무명수면은 모두 견고소단ㆍ견집소단이지만, 견고소단ㆍ견집집소단의 무명수면에는 변행 아닌 것이 있다.
견고소단ㆍ견집소단인 비변행수면과 상응하는 무명이다.
[문] 모든 견멸ㆍ도소단(見滅道所斷)의 무명수면, 그것은 모두 비변행인가?
[답] 모든 견멸ㆍ도소단의 무명수면은 모두 비변행이지만, 비변행의 무명수면에는 견멸ㆍ도소단 아닌 것이 있다.
이를테면 견고ㆍ집소단인 비변행수면과 상응하는 무명이다.
[문] 무엇이 불공무명(不共無明)의 수면인가?
[답] 모든 무명으로, 고(苦)에 대해 알지 못하고[不了], 집ㆍ멸ㆍ도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문] 무엇이 불공도거전(不共掉擧纏)인가?
[답] 불공도거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