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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율비바사 제3권[2]
[아누라 부인의 출가]
이때 아누라(阿㝹羅)는 출가하려 하여 곧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듣고는 마음속으로 슬퍼하면서 대덕에게 아뢰었다.
“아누라 부인이 이제 출가하려 하니, 대덕께서는 제도하십시오.”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우리들 사문들은 여인을 제도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승가밀다(僧伽蜜多)라고 하는 누이동생이 있습니다. 파타리불국에 있으므로 가서 맞이하여 와야 하겠습니다.
옛날 세 분 부처님의 보리수는 다 와서 이 나라에 심었으니, 이제 저희들 스승의 보리수도 이곳에 심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사자를 보내어 아육왕에게 이르러 비구니 승가밀다를 청하시고, 보리수를 구하여 와서 이곳에 심어야 할 것입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분부를 받고는 곧 신하들을 불러서 같이 의논하였다.
왕은 사위를 불렀다.
“네가 염부리의 땅 파타리불국에 가서 승가밀다를 청하고, 부리수를 취하여 올 수 있겠느냐?”
곧 대답하였다.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사위는 왕에게 먼저 요구하였다.
“만약 왕께서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면 제가 지금 가겠으나 그렇지 않으시면 가지 않겠습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좋도다. 만약 승가밀다 비구니와 보리수를 얻어 오면 너의 출가를 허락하리다.”
이에 사위는 먼저 마신타의 가르침을 받고 왕명을 받았다.
마신타는 신통력으로 왕의 사위 아표차(阿摽叉)를 하루에 염부구라(閻浮俱羅) 해변에 닿게 하였다. 닿자마자 곧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파타리불국에 이르렀다.
이때 아누라 부인은 동녀 5백인과 궁녀 5백인과 함께 다 10계를 받고 가사를 입고, 나와서 성 밖에 있으면서 따로 성 변두리에 집을 짓고 머물렀다.
[승가밀다 비구니와 보리수]
아표차는 도착하자마자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아드님이신 마신타가 저에게 여기에 와서 이런 말을 하게 명하셨습니다.
‘대왕께서 알고 계신 천애제수의 부인인 아누라는 출가하려 하나 제도할 사람이 없으니,
왕께서는 승가밀다 비구니를 보내 주시고 보리수를 보내 주시옵소서.’”
이에 사자(使者)는 마신타의 명을 말한 뒤에 가서 비구니에게 이르러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대덕의 오빠이신 마신타께서 저를 여기로 보내어 이런 말을 하게 하셨습니다.
‘사자국의 왕 천애제수의 부인 아누라는 동녀 5백인과 궁녀 5백인의 권속들과 함께 출가하려 하므로 이제 대덕을 청하여 스승을 삼으리니, 대덕은 이에 오시기를 원합니다.’”
비구니는 오빠의 소식을 듣고는 곧 급하게 일어나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저의 오빠 소식이 이르렀습니다. 천애제수 왕의 부인과 여러 여인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 하므로 저를 청하여 스승을 삼겠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저를 기다린다 하니, 저는 지금 가려고 왕께 아뢰오며 알리옵니다.”
왕이 곧 대답하였다.
“내 아들 마신타와 손자 수마나가 떠나간 뒤로 나는 항상 손발이 끊어져버린 사람과 다름이 없었다.
나는 오래도록 두 사람을 못 보아서 밤낮으로 근심과 괴로움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지마는 나는 너의 얼굴을 보고 내 마음에 즐거움을 얻었다.
너마저 이제 떠나간다면 나는 반드시 죽으리라. 너는 그만두고 떠나가지 말라.”
승가밀다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저의 오빠의 소식도 지극히 소중하여 어길 수 없습니다. 찰리 부인 아누라가 출가하려하여 지금 바로 저를 기다릴 것이므로 저는 지금 거기에 가야 하겠습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만약 너의 오빠 소식이 그와 같다면 떠나가라. 아울러 보리수도 가지고 가라.”
승가밀다가 왕에게 아뢰었다.
“보리수는 어느 곳에 있습니까?”
대왕이 대답하였다.
“아란야에 있다.”
왕은 먼저 이런 생각이 있었다.
‘보리수를 가지려고 하면 칼과 도끼로서는 할 수 없을 터인데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왕은 망연(罔然)하여 계책이 없으므로 대신 제바(提婆)에게 물었다.
제바가 대답하였다.
“대덕 비구들은 아마 아실 것입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좋도다.”
중식을 베풀어 대중 스님들이 먹기를 마치자 왕은 비구들에게 아뢰었다.
“여래의 보리수가 사자국에 갈 수 있습니까?”
대중 스님들은 목건련의 아들 제수를 추천하여 이 일을 맡게 하였다.
이에 목건련의 아들 제수는 대답하였다.
“보리수는 사자국에 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에 여래가 세상에 계시면서 이미 다섯 번의 칙명이 있으셨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다섯 번의 칙명인가?
부처님이 이미 평상에 누시어 열반하려 하실 적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장차 아육왕이 보리수를 가져다 사자국에 주려면 보리수 남쪽 가의 가지를 떼게 하라. 칼과 도끼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끊어질 것이다. 끊어지고는 금 동이[金盆]에 집어넣어라’라고 하신 이것이 첫 번째 칙명입니다.
‘나의 보리수는 그때에 나무가 동이 가운데서 허공에 올라 구름에 들어가 머무르리라’고 하신 이것이 두 번째 칙명입니다.
‘구름에 들어가 머무른 지 이레가 끝나면 저절로 금 동이에 들어와서 곧 무성해지고 잎이 퍼지며 열매를 맺으리라. 그 잎사귀 빛깔은 검붉고 누르며 갖가지로 나타나 보이리니, 자세히 다 말할 수 없느니라’고 하신 이것이 세 번째 칙명입니다.
‘사자국에 가서 심으라. 처음 심으려 할 때에는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지으리라’고 하신 이것이 네 번째 칙명입니다.
‘나의 사리 한 말[斗]이 사자국에 이르러 곧 나타나면 내가 세상에 있을 적의 모습과 형상처럼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좋은 모습으로 빛이 나고 환함이 해와 달보다 갑절이나 되리라’고 하신 이것이 다섯 번째 칙명입니다.”
대왕은 다섯 번의 칙명이 계셨음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파타리불국에서 걸어서 보리수 있는 곳으로 많은 자마(紫磨) 금을 가지고 갔다.
이때 하늘 제석의 솜씨 좋은 장인(匠人) 비사(毘舍)란 이가 왕의 마음을 알고 대장장이가 되어 왕의 곁에 서 있었다.
왕은 곧 불러서 말하였다.
“대장장이여, 이 금을 가져다 달구어서 동이를 만들라.”
대장장이가 왕에게 아뢰었다.
“넓이와 크기는 어떻게 할까요?”
왕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너의 직업이니,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하라.”
대장장이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제가 이제 만들겠습니다.”
곧 금을 가져다 신통으로 두 손에서 왔다 갔다 하더니 곧 금 동이가 이루어졌다. 둘레가 9주(肘)요, 높이가 5주요, 두께는 8촌(寸)쯤이었고, 동이 아가리는 둥글둥글하여 코끼리의 코와 같았다.
이에 아육왕은 열을 지은 대중들과 1천 수레와 1만 마리 말이며 여러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가지가지의 값진 보배와 꽃ㆍ향ㆍ영락ㆍ풍악으로 장엄하였다. 넓이가 3유순이요, 길이가 7유순이었으니, 나라를 나와 둘러싸며 떠나갔다.
또 비구승들을 받들고 함께 보리수 있는 곳에 닿아서 둘러싸고 머물렀다.
아육 대왕은 여러 작은 나라 왕 1천 사람과 함께 보리수를 맞이하되, 아육왕은 중앙에 머무르고 여러 작은 왕들은 밖에서 둘러쌌다.
이에 아육왕 등은 큰 나무와 남쪽 가지를 우러러 보았다.
이때 나무는 신통력을 이용하여 나무가 숨어 없어져서 나타나지 않고 오직 한 가지의 형상으로 길이 4주만이 남아 있게 하였다.
대왕은 나무가 신통력으로 나타나지 않음을 보고 기쁜 마음을 내어 지금의 염부리의 온갖 토지와 왕의 공복ㆍ영락ㆍ향ㆍ꽃을 가져다 여러 가지로 공양하고 주위 팔방에서 나무를 향하여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염부리 땅의 왕위로써 나무를 제수하여 왕으로 삼았다.
제수한 뒤에 대중 스님들에게 아뢰며 맹세하였다.
“제가 나무를 가져다 사자국에 주기를 허락하신다면 나무가 다 나타나되 남쪽 한 가지에만 미치게 하소서.”
왕은 곧 칠보로써 사자좌(師子座)를 만들어 금 동이를 올려서 높은 자리 위에 안치시키고, 아육왕도 곧 높은 자리에 올라가 스스로 화필(畵筆)을 잡고 웅황석(雄黃石)을 갈면서 왕은 다시 맹세하였다.
“만약 보리수가 반드시 사자국에 가도록 허락하신다면, 또 제가 신심이 있다고 여긴다면, 마하보리(摩訶菩提)여, 저절로 금 동이 가운데로 떨어지소서.”
이때 왕의 맹세가 끝나자 나무는 곧 다시 본래대로 되었다.
이때에 바르는 향을 개어서 금동이 안에 가득 채우고, 붓으로 나무 가지의 굽은 곳에 칠하여 열 개의 획(畫)을 만들자 아홉 개의 획에서는 뿌리가나고 한 개의 획에서는 끊어졌다. 뿌리 길이는 4촌인데 또 가는 뿌리가 나서 얼키설키하여 마치 그물과 같았다.
큰 가지의 길이는 10주요, 다시 다섯 가지가 있었는데 가지의 각각 길이는 4주였다. 다섯 가지는 각각 하나씩의 가지를 내고 다시 천개의 작은 가지가 있었다.
대왕은 보리수의 신통 변화가 이와 같음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합장하고 나무를 향하여 큰 소리로 외치니, 대중 스님들도 소리쳐 부르고 이에 작은 왕들과 시종하는 이며 일체의 대중들도 다 크게 외쳤다.
이때 지신(地神)이 놀라고 괴히 여기며 다시 크게 외치니, 소리가 허공에 사무쳤다. 이렇게 차츰차츰 소리는 범천까지 이르렀다.
이때 나무 가지는 저절로 줄기에서 끊어져서 금 동이에 떨어졌다.
곧 백 개의 뿌리가 바로 내리어 동이 밑에 닿고, 뒤에 열 개의 뿌리가 동이 아래로 뚫고 뻗었으며, 아흔 개의 가는 뿌리가 둘러싸서 나왔다. 이와 같이 하여 차례로 밤낮 더욱 자랐다.
이때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공중에서는 여러 하늘들이 여러 가지 풍악을 잡히고, 모든 산의 나무들도 다 크게 움직이니, 마치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과 같았다.
하늘 사람은 손뼉을 치고, 야차와 귀신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며 웃고, 아수라왕은 노래로 찬미하며 읊조리고, 범왕은 즐거워하였다.
공중에서는 우레와 번개며 벼락을 치고, 네 발 돋이 중생들은 내달으며 울부짖고, 새들은 날면서 갖가지의 소리를 내었다.
아육왕과 여러 작은 왕들도 함께 풍악을 잡히니, 이 같은 여러 가지 소리들은 위로 범천까지 사무쳤다.
이때 보리수의 열매는 여섯 색의 빛을 냈으니, 광명이 두루 비쳐서 사바세계(娑婆世界)에 가득 차고, 위로 범천까지 이르렀다.
이때에 보리수는 허공 위로 올라가서 이레를 머물렀다.
이레가 끝나도록 대중들은 오직 광명만을 보았을 뿐 금 동이도 보지 못하고 나무도 보지 못했다.
왕은 곧 칠보의 사자좌에서 내려와 이레를 보리수에 공양하였다.
이레가 끝나자 나무는 다시 광명을 놓아 사바세계를 비추고 위로 범천까지 이르고는 광명을 거두어 도로 돌아왔다.
이에 공중의 구름은 모두 맑고 깨끗하였으며, 보리수는 잎이 퍼지고 열매를 맺어 나무줄기를 둘렀는데, 허공에서 내려와 금 동이에 들어왔다.
대왕은 나무가 금 동이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다시 염부리의 땅으로 작은 보리수에 공양하니, 염부리의 땅으로 이레를 공양하였다.
8월 15일 자자일(自恣日)의 포시(曙時)에 보리수는 금 동이 가운데로 들었다가 이레에 금 동이에서 나와 허공 위로 올라가 이레를 머물고, 허공에서 내려와 금 동이 가운데에 들어오자 왕은 염부리의 땅으로써 보리수를 제수하여 이레 동안 왕으로 삼았다.
9월 15일 대중 스님들의 포살일(布薩日)에 보리수는 그 살고 있는 곳에서 하루를 떠나와서 파타리불국의 성 동쪽에 닿았고, 사라수(娑羅樹) 아래에 안치하였는데 보리수는 곧 살아서 무성하였다.
왕은 보고 크게 기쁨을 내어 또 염부리의 땅으로써 다시 제수하여 왕으로 삼았다.
공양하기를 마치고 승가밀다에게 말하였다.
“떠나갈 때로다.”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대왕이시여.”
즉시 8부의 귀신에게 주어서 보리수를 보호시켰다.
8종의 대신과 8종의 바라문과 8종의 거사와 8종의 구파가인(具波伽人)과 8종의 녹라차인(鹿羅車人)과 8종의 가릉가인(迦陵伽人)도 있었다.
왕은 여덟 개의 금 항아리와 여덟 개 은 항아리의 손수레를 주면서 보리수에 물을 대게 하였다. 왕의 교령을 받고는 그대로 일을 수행하였다.
왕은 대중들과 함께 보리수를 둘러싸고 차례대로 길 위에서 전송하였다. 하늘 사람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는 밤낮으로 공양하며 다마표(多摩摽) 해안에 닿았다.
왕은 스스로 보리수를 메고 물에 들어가서 목까지 차자 곧 배 위에 올려 승가밀다에게 주었다.
왕이 아표차를 불렀다.
“아표차여, 보리수가 우리나라에 있을 적에 나는 염부리의 땅으로써 세 번 제수하여 왕으로 삼았고, 내가 스스로 보리수를 이고 물에 들어가 목까지 차자 배 위에 보내어서 안치하였다.
아표차에게 칙명하노라. 만약 보리수가 그 나라에 가서 닿거든 그대는 그대의 왕에게 몸소 내려가서 물이 목에 차도록 들어가 보리수를 영접하고 정수리에 이고서 메어 올릴 것이며, 내가 여기에서 갖가지로 공양한 것과 다름없이 하라고 하라.”
이렇게 칙명을 마치자 배가 곧 떠나갔다.
이때 바다 안은 배 있는 곳에서 세로와 넓이 1유순에 파랑이란 없었다.
왕은 생각하였다.
‘부처님 보리수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떠나갔구나.’
이런 생각을 할 때 눈물이 나오며 슬퍼서 목이 메었다.
배가 떠나간 뒤에 왕은 멀리서 바라보니 갖가지의 여러 가지 꽃이 바닷물에서 나와 배 뒤를 따르면서 공양하고, 또 공중에서는 여러 가지 꽃을 뿌리며 풍악으로 공양하고, 수신(水神)은 또 갖가지의 꽃과 향으로 보리수에게 공양하였다.
이와 같이 차츰차츰 공양하여 이에 용왕 궁중에도 사무쳤다.
용왕은 곧 나가서 보리수를 빼앗으려 하였다.
이에 승가밀다 비구니가 금시조(金翅鳥)로 변화하자 용왕은 비구니의 신통력이 이와 같음을 보고 곧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아뢰었다.
“이제 저는 보리수와 대덕을 청하여 저의 궁중에 돌아가서 이레를 공양하고자 합니다.”
이에 보리수와 대중들은 다 용왕의 궁중에 들어갔다.
용왕은 왕위로써 보리수에게 제수하여 왕을 삼고 이레를 공양하였다.
이레가 지나자 용왕은 10월 1일에 보리수를 전송하고서 하루 만에 염부구나위(閻浮俱那衛) 해안에 닿았다.
아육왕은 멀리서 바라보니 다시는 보리수가 보이지 않으므로 큰 소리로 울면서 돌아갔다.
이때 천애제수 왕은 수마나 사미가 앞서 분부한 대로 도로를 평평하게 다스리고, 쓸고 뿌리어 깨끗이 하여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갖가지로 공양하니, 북쪽 성 문에서 구나위 해안에 이르는 땅이 손바닥처럼 평평하였다.
보리수가 닿기를 기다리자 승가밀다가 신통력으로 왕이 성 안에서 멀리 보리수가 오는 것을 보게 하였다.
왕은 곧 성에서 나와 오색의 꽃을 가지고 곳곳에 흩뿌리면서 이에 염부구나위 해안에 이르렀다.
하루 만에 도착하여 갖가지의 풍악을 잡히고 물에 들어가 목까지 잠기면서 왕은 생각하였다.
‘부처님의 보리수가 이제야 우리나라에 이르는구나.’
생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에 보리수는 여섯 가지 빛을 놓았다.
왕은 보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곧 정수리에 이어 올렸다.
나라의 장로로서 열여섯의 큰 성바지가 있었는데 왕과 함께 보리수를 영접하였다.
해안에 닿은 지 사흘에 사자주로써 보리수에게 공양하고, 열여섯의 큰 성바지는 왕의 나라 일을 아뢰었다.
사흘이 끝나고 나흘이 되어서야 보리수를 메고 차례로 아누라타국(阿㝹羅陀國)에 닿았다. 닿자마자 온 나라 사람들은 기뻐하며 예배하고 공양하였다.
10월 14일 한낮을 지나서 보리수는 북쪽 성문으로부터 들어가 성 중앙에 닿았다가 다시 성 남쪽 문으로부터 나왔다.
성 남쪽 문에서 5백 궁(弓)이 되는 이곳은 여래가 일찍이 삼매에 드셨었다.
이는 석가모니 한 부처님만이 아니요,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도 다 이 가운데서 삼매에 드셨다.
구나위불(俱那衛佛)의 보리수는 마하사리바(摩訶沙利婆)라 하고, 구나함불(俱那含佛)의 보리수는 우담발(憂曇鉢)이라 하고, 가섭불(迦葉佛)의 보리수는 니구타(陀俱陀)라고 하였다.
미가원(彌伽園)에서 사미 수마나는 조심스럽게 터전을 만들어 모두 둘러싸며 재고, 문간과 보리수 있는 곳을 배치하며 다 정리하게 하여 왕의 문간 있는 곳에 두었다.
이때 열여섯의 큰 성바지 사람들은 다 왕의 공복(公服)을 입고 보리수를 둘러싸고 곧 왕의 문간 있는 땅에 심으며, 비로소 나무를 놓아주었다.
나무는 곧 허공으로 올라갔으니, 높이는 80주(肘)였다. 곧 여섯 색의 빛을 놓아 사자국을 비추어 모두 다 두루했고 위로 범천에 이르렀다.
그때 뭇 사람들은 나무의 갖가지 변화를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대중 가운데 1만인이 동시에 발심하여 부처님을 생각하며 차례로 아라한을 얻어서 함께 출가하였다.
해가 지지 않아서는 나무는 여전히 허공에 있었고, 해가 진 뒤에는 허공에서 누혜(婁彗) 별자리처럼 내려와서 땅에 닿자 땅이 모두 크게 진동하였다.
이때 마신타는 승가밀다와 왕과 나라 사람과 함께 보리수에 모였다.
그때에 뭇 사람들은 북쪽 가지에 있는 열매 하나가 익어 가지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마신타에게 바쳤다.
마신타는 씨를 왕에게 주어 심게 하였다. 왕은 받아서 금 동이 안에 기름진 흙으로 북돋우고 또 바르는 향으로써 위를 덮자 잠깐 사이에 여덟 주(株)가 나왔는데 각 길이는 4주였다.
왕은 이와 같음을 보고 놀라 감탄하며 흰 일산으로써 위를 덮고,
작은 나무를 제수하여 왕으로 삼았다. 왕은 한 그루를 가져다 염부구라위 해안에 심고,
한 그루를 가져다 박구라 바라문(薄拘羅婆門) 마을에 심고,
한 그루를 가져다 수초문(收椒門)에 심고, 한 그루는 탑 동산에 심고,
한 그루는 마혜수라(摩醯首羅) 절에 심고, 한 그루는 지제야 산 중앙에 심고,
한 그루는 누혜나(樓醯那) 마을에 심고, 한 그루는 왕라(往羅) 마을에 심었다.
나머지 네 개의 열매는 나무 위에 있었는데 차례로 익어서 떨어졌으므로 합하여 32주가 나왔다.
다 가져다 유순(由旬)의 동산에 심었으며, 이렇게 하여 차츰차츰 불어나서 사자국에 가득 찼다. 보리수 때문에 국토는 안온하고 재해가 없어졌다.
이에 아누라 부인은 1천이나 되는 여인들과 함께 승가밀다에게 갔다.
승가밀다는 곧 제도하여 비구니를 만들었고, 제도된 뒤에는 차례로 아라한을 얻었다.
왕의 사위 아표차는 5백인과 함께 출가하고, 출가한 뒤에 차례로 아라한을 얻었다.
또 어느 날 왕과 마신타는 보리수에 가서 예배하고 철전처(鐵殿處)에 닿았는데, 사람들이 꽃을 왕에게 바치므로 왕은 꽃을 마신타 법사에게 바쳤다. 법사는 받아서 철전처에 공양하니, 꽃이 땅에 떨어져서 땅이 곧 진동하였다.
왕은 땅이 진동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대덕이시여, 이 땅이 어째서 갑자기 진동합니까?”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장차 이 집[殿]에서 대중 스님들이 설계(說戒)할 것이므로 땅이 이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차례로 가다가 암라(菴羅)가 있는 곳에 닿았다.
어떤 사람이 암라 열매가 향기와 맛을 두루 갖추었으므로 왕에게 바쳤다.
왕은 마신타에게 바쳤다.
마신타는 먹고 씨를 가지고 왕에게 말하였다.
“이 씨를 심으십시오.”
왕은 곧 심고 물을 땅에 뿌리니 땅이 모두 진동하였다.
왕이 물었다.
“어째서 땅이 진동합니까?”
대덕이 말하였다.
“장차 오는 세상에 대중 스님들이 모일 곳이므로 상서로운 상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왕은 곧 꽃을 흩으며 여덟 번을 지나면서 예배하며 떠나가다가 지제야처(支帝耶處)에 닿았다.
어떤 사람이 첨복화(★蔔華)를 왕에게 바쳤으므로 마신타에게 바치며 예배하였더니, 예배가 끝나자 땅이 진동하였다.
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땅이 진동합니까?”
대덕이 대답하였다.
“장차 이곳에서 여래의 큰 탑이 일어날 것이므로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제가 이제 탑을 세우겠습니다.”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왕이 세우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왕은 여러 가지를 많이 하셨습니다. 장차 오는 세상에 목차가마니아바야(木杈伽摩尼阿婆耶)라고 하는 왕의 손자 되신 왕이 큰 탑을 세우실 것입니다.”
왕이 대덕에게 물었다.
“바로 저의 손자가 탑을 일으키는 공덕으로 저는 그 복을 얻습니까?”
대덕이 대답하였다.
“얻지 못합니다.”
왕은 또 방편을 써서 공덕에 들게 하려고 곧 하나의 석주(石柱) 높이 12 장(丈)되는 것을 가져다 석주에 기록을 새겼다.
‘나의 손자 목차가마니아바야가 장차 오는 세상에 이 가운데에 큰 탑을 일으키리라.’
왕이 다시 대덕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불법은 지금 뿌리[根株]가 사자국에 붙었습니까?”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아직 붙지 않았습니다.”
왕이 물었다.
“어느 때에 붙겠습니까?”
대덕이 말하였다.
“혹은 사자국의 사람들 중에서 출가하되 그의 부모가 다 사자국의 사람으로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섞이지 않았으며, 또 출가하고 법장과 비니장을 지니면 그로부터 뒤에 불법의 뿌리는 사자국에 붙을 것입니다.”
왕이 다시 대덕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그렇게 할 비구가 있습니까?”
대덕이 대답하였다.
“왕의 사위 아표차가 그 비구이니 불법에 아주 크게 용맹할 것입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저는 지금 마침내 할 일이 무엇입니까?”
대덕이 대답하였다.
“대중 스님들이 모일 집을 만드십시오.”
왕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그때에 대왕에게 미가반다(彌伽槃茶)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다. 미가반다가 사는 곳인 그 가운데에 모일 집을 일으켜 지었으니, 마치 아사세(阿闍世)왕의 집과 다름이 없었다.
왕의 위덕을 짓자 온갖 갖가지 풍악이 각각 저절로 자리를 잡았다.
왕이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불법의 뿌리가 내려오는 것을 가서 보리라.’
수백 천 사람들이 대왕을 둘러싸고 탑 동산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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