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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대장엄경 제2권
6. 태 안에 계시는 품[處胎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겨울철이 지나가고 춘분(春分)의 비사가월(毘舍佉月)에는 더부룩한 숲과 꽃과 잎사귀들이 산뜻하고 윤기가 나서 사랑스러웠고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으며, 저수(氐宿)가 합할 때 삼계에서 뛰어난 천하를 자세히 살피니, 백월(白月)이 차고 깨끗하며 불사성(弗沙星)이 똑바로 달과 합하였다.
보살은 이때 도솔 천궁으로부터 없어지면서 어머니의 태 안에 들되,
흰 코끼리 형상이 되어 여섯 어금니가 완전히 갖추어졌나니, 그 어금니야말로 금빛이요, 머리는 붉은빛이며 형상과 모든 감관은 죄다 뚜렷하였으며, 바른 생각으로 분명히 알면서 어머니의 오른편 겨드랑이로 들어갔다.
성후(聖后)는 이때 편안히 잠을 자다가 곧 꿈속에서 이와 같은 일을 보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훌륭한 사람이 의탁하여 나려고 흰 코끼리 되매
산뜻하여 눈과 같고 여섯 어금니 갖추었나니
코와 발은 곱고 묘하며 머리는 붉고
뼈마디며 몸매가 모두 뚜렷하였네.
오른편 겨드랑이로 들어감이 유희 같아서
불모(佛母)는 그 때문에 아주 기뻐졌으며
일찍이 본 일 없고 들은 일 없어
몸과 마음 편안함이 선정 같았네.
“그때 성후께서는 몸과 마음이 두루 기쁜지라 곧 자리 위에서 여러 묘한 보배로써 그 몸을 장엄하고 수없는 채녀에게 공경 받으며 둘러싸여 훌륭한 전각을 내려와서 무우원(無優園:룸비니)에 나아갔다.
그 동산에 가 닿자 글을 보내 수단왕에게 아뢰기를,
‘만나려고 하오니 왕께서는 잠깐 오시면 좋겠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은 이 전갈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며 보배 자리로부터 일어나 여러 신하와 권속들과 함께 앞뒤로 둘러싸여 무우원에 나아갔는데,
동산 문에 닿자마자 온몸이 모두 무거워져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가 없게 되자 곧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옛날에 강한 적에게 나아갈 때도
몸은 오히려 무겁지 않았거늘
이제 갑자기 이와 같으니
이런 변을 누구에게 물어볼거나.
이때 정거천의 천자가 허공 가운데서 그 반몸만을 나타내고 수단왕을 위하여 게송을 읊었느니라.
보살의 크고도 거룩한 덕으로
도솔 천궁에서 내려오셔서
성후의 태 안에 의탁했나니
왕의 태자가 되시리이다.
여러 가지 행이 모두 뚜렷하여
인간과 하늘에서 공경한 바며
자비와 복과 지혜 갖추었나니
정수리에 물 부어 직책 주셔야 하리.
이때 수단왕은 이 게송을 듣고 합장하여 머리 조아리고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이런 희유한 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들어가서 성후를 보되, 스스로 교만함을 없애고 나아가 성후에게 물었다.
‘무엇 하려고 그러십니까? 말씀을 하십시오.’
그때에 성후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느니라.
저는 잠을 자다 꿈속에서
코끼리를 보았는데 백은과 같고
빛이 나는 빛깔은 해와 달보다 뛰어나며
몸매 심히 엄숙하고 깨끗하더이다.
여섯의 어금니에 위세가 있어
파괴하기 어려움은 금광과 같고
몸은 아주 단단하고 고왔는데
와서 저의 배에 들었나이다.
그 뒤에 상서로운 조짐 많나니
원컨대 왕은 이제 잘 들으소서.
저는 삼천세계를 보았사온데
크고 높고 넓디넓게 꾸몄더이다.
매양 잠을 자고 있을 때에는
하늘들이 와서 나를 찬탄하는데
탐내고 성내는 등 여러 가지의
번뇌들이 모두 없어집니다.
저의 마음은 고요함의 낙[寂靜樂]으로
선정 가운데 있는 것 같사오니
해몽하는 사람을 부르시어서
위타(圍陀:베다)에 말한 것을 밝혀 푸소서.
8요법(耀法)을 잘 읽어서
길흉(吉凶)을 능히 판단할 이로
빨리 그 사람 불러오셔서
저를 위해 이 꿈을 풀어 주소서.
때에 왕께서는 이 말을 듣고
바로 해몽하는 사람 불러와서는
그 사람에게 말을 하기를
성후 꿈을 점을 쳐 보라 하였네.
성후는 그때에 자기가
꿈꾼 일을 그에게 말하려 하면서
그대는 이미 점 잘 친다 하오니
나는 이제 그대에게 말하리라.
나는 코끼리 꿈을 꾸었는데 눈과 같아서
해와 달의 광명보다 뛰어났으며
위엄 있는 기세에 여섯 어금니 있고
몸은 매우 엄숙하고 좋았습니다.
묘한 빛깔 지극히 빛나고 깨끗하며
단단하고 곱기가 금광 같은데
와서 나의 뱃속에 들어갔나니
나는 이러한 일 꿈꿨습니다.
그 사람은 성후께서
꿈꾼 일을 말함을 듣고,
다 말할 것 없나니
이 꿈이야말로 심히 좋나이다.
종족은 마땅히 흥성할 것이요,
반드시 훌륭한 상 지닌 아들 낳으리니
집에 있게 되면 전륜왕이 되어
위력으로 사람들을 통솔하리라.
집을 떠나면 부처님의 도를 이루어
모든 세간을 가엾이 여기며
단 이슬의 법을 뿌리어
천상과 인간의 공경을 받으리라.
이때 수단왕은 바라문에게서 꿈 해석하는 일을 듣고, 마음에 매우 기뻐하여 곧 훌륭한 의복과 갖가지 맛난 음식을 내리며 본래의 처소(處所)로 돌아가게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수단왕은 네 성문의 네거리 가운데서 보살을 위하여 크게 보시하는 모임을 베풀어 밥을 구하면 밥을 주고 옷을 구하면 옷을 주며, 향과 꽃과 침구ㆍ밭ㆍ집이며 탈것에 이르기까지 온갖 구하는 것을 죄다 주었다.
그리고서 왕은 때에 생각하였느니라.
‘어느 궁전에 성후를 편안히 두어 근심이 없고 기쁨에서 살 수 있게 할까?’
바로 그때 사천왕이 왕에게 와서 말하였다.
‘오직 원컨대, 대왕은 자신이나 잘 편안하실 것이요, 이 일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보살을 위하여 미묘한 궁전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때 천제석은 곧 왕에게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세상의 궁전은 좋지 않아서
성후가 계시기엔 적당하지 않습니다.
도리천에 훌륭한 궁전이 있으니
가져와서 보살께 받드오리다.
그때 야마천의 천자는 다시 왕에게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에게 훌륭하며 묘한 궁전이 있는데
도리 천궁보다 뛰어납니다.
저 야마천에 있으니
지금 가져다 보살께 받드오리다.
도솔천의 천자는 또 왕에게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도솔의 미묘한 하늘 궁전은
보살이 본래 계셨습니다.
이는 가장 특수하고 훌륭했기 때문이니
도로 가져다 보살께 받드오리다.
화락천(化樂天)의 천자는 또 왕에게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에게 보배 궁전이 있는데
마음이 있는 곳에 따라 생겨나고
장엄이 매우 기묘하니
원컨대 보살께 받드오리다.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천자는 또 왕에게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에게 미묘한 궁전이 있는데
욕계천들 것보다 뛰어납니다.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한지라
깨끗하여 마음과 뜻이 기뻐집니다.
광명이 매우 기묘하며 반짝거리고
둘레에는 향과 꽃이 흩어졌나니
원컨대 성후께서 편히 계시게
가져와서 보살께 받드오리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욕계의 여러 천자들은 공양을 하기 위하여 저마다 거기에 있는 궁전을 가지고 수단왕의 궁전에 와 닿았으며, 그 왕도 보살을 위하여 묘한 궁전을 이룩하였는데, 곱게 꾸며서 정세하고 화려하기가 인간에서는 없는 것이었느니라.
그때 보살은 대엄(大嚴)삼매의 거룩한 힘으로써 그 모든 궁전 가운데에 다 마야 성후의 몸을 나타내며 모든 보살이 오른편 겨드랑이에서 가부좌(加趺坐)를 틀고 있게 하였느니라.
여러 천자들은 저마다 스스로,
‘보살의 어머니는 나의 궁전에서만 계시는구나’ 하고 생각하였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대엄삼매의
신통 변화는 생각하기 어렵나니
여러 하늘들은 기뻐하고
부왕도 기뻐하누나.
이 경전을 말씀할 때 모임 안의 여러 천자들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사천왕의 하늘에서도 이 인간을 맡으면 더럽고 부정하거늘 하물며 이 위의 삼십삼천과 내지 도솔천 등의 여러 하늘들이겠는가?
어찌하여 보살이야말로 세간의 보배로서 가장 훌륭하고 청정하며 자못 묘하여 향기롭거늘, 이에 도솔천을 버리고 인간에 계시면서 어머니의 태 안에서 열 달을 지내셔야 할까?’
그때 아난은 부처님의 위엄과 신력을 입고 길게 무릎 꿇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인의 몸은 여러 정욕과 나쁜 것이 많사온데,
어찌하여 여래는 보살일 때에 도솔 천궁을 버리고 어머니의 태 안에 들며 오른편 겨드랑이에서 머무셨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옛날 어머니의 태 안에 있었을 적에도 부정한 것에 물들지 않았으며, 한결같이 보배 궁전에 있어서 엄숙하고 깨끗하기 제일이었느니라.
이러한 보배 궁전을 보고 싶지는 않느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나타내 보이시어 보는 이들이 모두 기쁨을 내게 하시옵소서.”
그때 여래께서는 곧 신통력으로써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과 60백천억 범천들을 염부제에 내려와 부처님께 와서 공경하며 머리 조아리고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게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일부러 범천왕에게 물으셨다.
“내가 옛날 보살일 적에 태 안에 열 달 동안을 있으면서 살던 보배 궁전은 지금 어디 있느냐? 네가 가지고 올 수 있느냐?”
범천왕은 말하였느니라.
“지금 범천에 있나이다.”
때에 사바세계의 주인은 머리 조아리고 예배하더니, 갑자기 없어지며 찰나 동안에 범천 궁전에 올라가서 묘범(妙梵)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차례로 내려가면서 삼십삼천에 이르기까지 높은 소리로 외치되,
‘오늘 범왕이 여래께서 태 안에 계실 때에 살던 보배 궁전을 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돌아가려고 하니, 만약 보고 싶은 이는 빨리 와야 하리라’고 하라.”
그때 범왕은 바로 보살의 궁전을 가져다 범왕 궁전 가운데 놓으니, 그 범왕 궁전은 세로와 너비가 다 같이 3백 유순이었는데 8만 4천 구지 범천들에게 공경히 둘러싸여 범천으로부터 염부제에 내려왔다.
이때 욕계의 한량없는 하늘들은 죄다 여래의 처소에 구름같이 모여서 하늘의 아름다운 의복과 여러 가지 풍악이며 꽃다발과 묘한 향과 하늘의 꾸미개로써 공양하고 있었다.
때에 천제석과 타화자재천에 이르기까지 영영 보살의 전각을 볼 수 없었으며, 비록 자세히 살폈다 하더라도 역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때에 사천왕은 제석에게 물었다.
“우리들은 무슨 수를 써야 이 궁전을 볼 수 있겠습니까?”
제석이 대답하였다.
“여래께 청하여야 비로소 보게 되겠다.”
때에 천제석과 사천왕이 머리 조아리며 부처님께 청하였다.
이때 대범천왕이 먼저 여러 범천들과 함께 보살 궁전을 받들어 부처님 앞에 놓았다.
그 전각은 세 겹으로 두루 화려하게 꾸며졌으며, 모두 우두전단(牛頭栴檀)의 하늘 향으로 만들었는데, 그 향의 1푼(分)의 값어치는 삼천대천세계와 맞먹으며 광명이 반짝거리고 하늘 보배로 꾸몄다.
평상과 자리며 그릇은 모두 보살에 알맞아 미묘하고 화려하여 인간에서나 천상에도 없는 것인데 오직 보살의 선라(旋螺)의 형상만은 없었다.
대범천왕이 입고 있는 하늘 옷이 보살의 자리에 가 닿으니, 마치 물에 젖은 흠바라(欽婆羅) 옷과 같았으며,
그 세 전각 안의 둘레는 모두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이 있었으며, 그 궁전은 견고하여 부수어질 수가 없고, 무릇 가까이 대기만 하여도 모두 묘한 즐거움이 생겼나니, 마치 가린다(迦隣陀) 옷과 같았으며, 욕계의 모든 하늘 궁전들이 죄다 보살의 보배 궁전 가운데에 나타났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태 안에 들어가던 밤에 아래 물의 끝[水際]으로부터 연꽃이 솟아 나와 지륜(地輪)을 뚫고 위로 범천까지 닿으매 세로와 너비는 다 같이 68 낙차(洛叉) 유순이었는데,
이와 같은 연꽃을 볼 수 있는 이가 없었지마는 모든 여래와 보살들과 대범천왕만은 보았느니라.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있는 깨끗하며 자못 훌륭하여 맛이 있어서 마치 단 이슬과 같은 것들이 이 꽃 가운데 나타났는데, 대범천왕이 비유리(毘瑠璃) 그릇으로 이 깨끗하고 묘한 단 이슬 맛을 담아서 보살께 받들어 올리면 보살은 이것을 받아서 먹었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하리라.
세간의 중생으로서는 이와 같은 단 이슬 맛을 먹을 수 없다. 오직 10지(地)의 마지막 최후 몸인 보살만이 먹을 수 있느니라.
비구들아, 보살은 어떤 선근(善根) 때문에 이런 맛을 받을 수 있는가?
옛적 오랜 동안 보살의 도를 행할 때에 의약으로 병인의 고통을 구제하였고,
원하고 바라는 것은 다 만족시켜 주었고,
온갖 두려움에는 두려움이 없도록 해 주었으며,
또 훌륭한 꽃과 과일로써 여래와 부처님의 탑묘(塔廟)와 모든 성인들과 부모며 높은 어른들을 공양하였나니,
이렇게 보시한 연후에 저절로 받게 된 것이요, 이 복의 과보로 말미암아 받는 것이니라.
대범천왕은 매양 단 이슬의 맛을 가져다 보배 궁전 안에 받들어 올렸으며, 훌륭한 의복과 모든 꾸미개와 갖가지 그릇들은 보살의 본래 원력(願力) 때문에 마음대로 나타나는 것이니라.
아난아, 일체 보살이 태 안에 들어가려 할 때에 어머니의 오른편 겨드랑이에 먼저 이와 같은 보배로 장엄한 궁전이 있게 되고, 그런 뒤에라야 도솔 천궁으로부터 인간으로 내려가 태에 들어가며, 이 궁전 안에서 가부하고 앉게 되느니라.
아난아, 시방세계의 일체 마야 성후는 모두 꿈속에서 흰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며,
석제환인과 사천왕과 28야차 대장들이 모두 따라와서 호위하며,
또 첫째 이름이 오가리(鄔佉梨)며, 둘째 이름이 모가리(侔佉梨)며, 셋째 이름이 당지(幢至)며, 넷째의 이름이 유광(有光)인 네 천녀가 역시 그 권속들과 함께 언제나 와서 호위하느니라.
그때 보살이 어머니의 태 안에 있으면서 몸매의 광명은 마치 캄캄한 밤에 산꼭대기 위에서 큰 횃불을 피우는 것과 같고, 또한 순금이 유리(琉璃) 가운데 있는 것과 같아서 광명이 환히 비쳐서 세계를 두루 하느니라.
사대천왕과 28야차 대장들과 그 권속들이 매일 아침에 공경하며 공양하는데, 모두가 보살을 뵙고 문안드리면 천천히 오른손을 들며 자리를 지정하여 앉게 하고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되,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여 전에 없던 일을 얻게 한다.
만약 떠나려 할 때에는 보살이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서 떠나가게 하면 예배하고 둘러싸면서 작별하고 물러가느니라.
석제환인과 삼십삼천들은 매일 정오에 공경하며 공양하는데, 법을 듣기 위하여 모두가 보살을 뵙고 문안드리면 천천히 오른손을 들며 자리를 지정하여 앉히고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되,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여 전에 없던 일을 얻게 한다.
만약 떠나려 할 때에는 보살이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서 떠나가게 하면 예배하고 둘러싸면서 작별하고 물러가느니라.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매일 신시(申時)에 한량없는 백천의 범천 천자들과 함께 공경하며 공양하는데, 법을 듣기 위하여 모두가 보살을 뵙고 문안드리면 천천히 오른손을 들며 자리를 지정하여 앉히고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되,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여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전에 없던 일을 얻게 한다.
만약 떠나려 할 때에는 보살이 천천히 오른 손을 들어서 떠나가게 하면 예배하고 둘러싸면서 작별하고 물러가느니라.
아난아, 동쪽ㆍ서쪽ㆍ남쪽ㆍ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의 시방에 두루 한 한량없는 백천 보살들은 해가 질 때에 공경하며 공양하는데 법을 듣기 위하여 여기에 온다.
그때 보살은 변화와 장엄한 사자좌를 만들어 그 보살들을 각각 그 위에 앉게 하고 서로가 문답을 하며 상승법(上乘法)을 분석하는데,
여기에 온 이 큰 보살들은 오직 이는 행이 같고 법이 같기에 볼 수가 있는 것이요, 마야 성후도 볼 수가 없느니라.
아난아, 보살이 태 안에 있을 때에는,
성후의 몸이 무지근하거나 모든 괴로움이거나 간에 느끼게 되지 아니하고, 부드러우며 가뿐하여 기쁘고 화창하게 하며,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뜨거운 번뇌의 근심도 없고,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뜨거운 번뇌의 근심도 없고, 탐내는 생각[欲覺]ㆍ성내는 생각[恚覺]ㆍ해치려는 생각[害覺]도 없으며,
춥거나 덥거나 배고프거나 목마르거나 흐리고 미혹되거나 허물과 더러움이거나 산란하거나 함도 없고,
빛깔과 소리ㆍ냄새ㆍ맛이며 감촉의 온갖 나쁜 경계도 의심할 수 없으며,
또한 나쁜 꿈이 없고,
또한 여인으로서의 탐을 내어 속이는 것과 아첨과 시새움과 모든 번뇌의 허물이 없어서 깨끗한 계율을 완전히 갖추고 받아 지니어 열 가지 선한 도를 행하며,
다른 사람에 대해 욕심냄도 없거니와 다른 이도 감히 성후에 대하여 욕심을 낼 수도 없느니라.
가비라성과 여러 마을이며 다른 나라에 있는 남자ㆍ여자거나 사내아이거나 계집아이거나 간에 귀신에 들린 이로서 보살의 어머니를 보기만 하여도 모두 저절로 나아 버리며,
혹은 여러 가지의 병든 중생으로서 중풍과 황달ㆍ담쟁이[痰]ㆍ장님ㆍ귀머거리ㆍ벙어리ㆍ몸의 마비ㆍ이 앓는 이ㆍ연주창ㆍ문둥병ㆍ소갈증ㆍ미치광이ㆍ흑ㆍ부스럼이며 흉 등 갖가지의 모든 병은 보살의 어머니가 손을 펴서 이마를 만져 주면 저절로 사라져 없어져 버리며,
설령 이런 병이 있는 중생이 몸소 가서 보살의 어머니를 뵙지 못한다 하더라도 성후가 그때에 풀을 꺾어서 산가지를 만들어 내려주시면, 약간 산가지를 붙잡는 그때에 모든 병의 고통은 다 싹 가시어서 평상대로 회복되어 본래와 같이 되느니라.
성후께서 혹시 보살을 살펴볼 때에는 뱃속의 오른편 겨드랑이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는데, 마치 밝은 거울 안에서 여러 가지의 형상을 봄과 같나니, 기쁘고 화평하여져서 몸과 마음이 태연하여지느니라.
아난아, 보살이 태 안에 있을 적에는 여러 하늘들이 언제나 하늘 풍악을 잡히며, 여러 하늘 꽃을 내리어 보살에게 공양하느니라.
이때 나라 지경은 편안하여 고요하고, 기후는 고르며, 백성들은 안락하여 은혜 베풀기를 좋아했느니라.
여러 석가 성바지들은 모두 악을 버리고 선한 일을 닦아 익히며, 여러 철의 모임에서는 동산과 숲에서 재미있게 놀며 훌륭하고 묘한 낙을 받고 기뻐하며 좋아했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법과 행을 따르며 세상의 영화를 즐기지 않고 나라의 정사를 버리고 이와 같이 고행하였느니라.
아난아, 보살이 어머니의 태 안에 있을 적에 신통력과 나투고 교화하며 이룩하는 것이 이와 같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부처가 태 안에 있을 때 살았던 보배로 장엄한 궁전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리라.”
아난은 말하였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저희들을 위하여 나타내 보이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아난과 석제환인과 사천왕이며 그 밖의 하늘들을 위하여 여래께서 태 안에 계실 때의 보배로 장엄한 궁전을 나타내 보이매 모두가 크게 기뻐하며 전에 없던 일을 얻고 깨끗한 마음을 내었다.
이렇게 나타내기를 마치자, 대범천왕은 도로 보배 궁전을 가지고 범천으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태 안에 있을 때, 이미 36 나유타 천인들을 교화하고 인도하여 3승(乘)에 머무르게 하였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가장 훌륭한 이가 처음 태 안에 들매
대지와 산과 숲이 모두 진동하였고
금빛과 맑은 광명이 나쁜 길을 녹였으며
일체 천상 인간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이 큰 법왕을 이룩하려고
태 안에 보배 궁전을 나타냈나니
길잡이가 사셨던 보배 궁전은
전단의 묘한 향으로 극진히 꾸몄었다.
이 향의 1푼의 값이야말로
삼천세계 보배와 맞먹었으며
아래서 큰 연꽃 솟아 나와서
그 꽃은 높아지며 범천까지 닿았다.
꽃 속에 나타나는 단 이슬 맛을
범왕은 가져다 보살께 바쳤으며
세간의 일체 중생으로선
한 방울의 맛도 속일 수가 없느니라.
오직 최후의 한 몸인 보살이라야
이런 단 이슬 맛을 먹게 되나니
오랜 겁에 쌓은 복과 위력 때문에
먹으면 몸과 마음 깨끗해지느니라.
제석천과 범왕과 사대천왕은
머리 조아리고 길잡이께 공양을 하며
받들며 예배하고 묘한 법 듣고
기뻐하며 오른편을 돌면서 떠나가느니라.
이와 같이 시방세계 여러 보살도
이러한 즐거움의 법 때문에 와서는
빛나는 뭇 보배의 평상에 앉아
대승법을 들으면서 기쁨을 내며
저마다 말을 하며 서로 돌아보면서
한량없이 찬양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사방의 남자와 여인으로서
도깨비의 홀림을 당하였거나
민머리에 발가벗은 미치광이가
만약 불모(佛母) 뵈오면 싹 나아 버린다.
황달과 담쟁이며 지랄병과 문둥병
장님과 귀머거리 벙어리 등 갖가지 질병에
불모께서 손을 펴고 머리 어루만지면
뭇 병들 그때 바로 나가 없어지느니라.
혹시 어려움 있어 먼 곳에 있더라도
풀 꺾어 산가지 만들어 주시면
산가지가 병인에게 닿자마자 낫나니
세간에서 뭇 복[衆裕]을 안 입는 이 없느니라.
법의 의왕(醫王)께서 뱃속에 계시므로
괴로움 받는 중생들 모두 안락해지며
성후께서 스스로 보살 몸 볼 젠
공중의 밝은 달 보심과 같다.
형상이 미묘하고 매우 단정하므로
기쁘고 좋아지며 마음 안정되나니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의 어지러움 없어지고
애욕과 시새움과 침해할 마음 또한 없다.
배고프고 목마르고 춥고 더운 침범 없어
몸과 마음 고요하여 괴로움들 떠났으며
인간 천상 위아래서 서로가 보고
풍악 안 울려도 저절로 난다.
국토가 근심 없어 대단히 편안하고
권속들도 기뻐하고 재난 없으며
용과 하늘 이 때문에 비 알맞게 맞춰서
풀과 나무 꽃과 열매 다 피게 한다.
온갖 구하는 것 베풀어 주고
왕궁에서 이레 동안 보배를 비처럼 내리매
이때 가난한 사람은 없어서
제석천의 환희원(歡喜園)과 흡사하니라.
왕은 법과 행을 닦고 깨끗한 계율 지녀
궁전에 있었지만 숲과 들 같았나니
이 때문에 성후는 보살을 배고서도
매양 후궁에 가서 친히 위문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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