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본행경 제1권
7. 입예품(入譽品)
이때 정반왕은 덕이 밤낮으로 더해가고
보배 창고는 나라 안에 넘치고 지혜롭다 일컬으며
금 보배와 온갖 영락이 쌓이고
좋은 일이 모여들기 가을 바다 같았네.
코끼리ㆍ말의 수레는 하늘의 그것처럼
잘 조련된 것이 저절로 마구에 이르고
감자ㆍ석밀(石蜜)ㆍ타락ㆍ우유 등과
쌀ㆍ멥쌀ㆍ양곡들의 맛의 힘도 더욱 늘었네.
재앙과 근심이 없어지고 원적(怨敵)이 굴복하며
옛 친한 이들은 더욱 공경하며 질병과 기근도 없으며
서늘한 바람 고르고 비 때 맞춰 내리며
공중은 밝게 빛나 매우 좋게 장엄되었네.
왕의 영토 안에는 길이 더욱 풍년 들고
온갖 좋은 일 모이고 불길함은 그림자도 없었네.
태자의 덕으로써 만나면 화합하고
화합함으로써 이름이 널리 퍼졌으며
모든 감관이 성취되어 상호가 볼 만하니
마치 초생달이 보름에 둥글듯 하였네.
모든 왕과 장자들은 조공을 받치되
전단향과 양의 수레와 금으로 장엄한 금사슴의 수레며
상아와 금ㆍ은 온갖 보배로 이루어진 것과
잔 구슬로 사이사이 꾸민 코끼리 새끼며 망아지,
동자들이 끌고 놀며 오락하는 것
은빛 기러기며 산호의 피리 등
그 나이 먹음에 따라 조공을 바쳤고
금 보배의 장기와 바둑 등을 태자에게 공급하여
어린 태자를 높은 어른으로 섬겼네.
무겁기는 수미산, 참음은 땅보다 더하고
생각이 넓어 허공을 싸고 못과 바다같이 깊으며
어린 시절 지나 처음으로 건장해지자
세상 사람이 익히는 온갖 기술을
태자가 배워도 날로 수고로움이 없고
나이 열여섯 되자 몸이 정건(精健)하여
문무(文武)를 겸비하여 기예가 모든 석가족보다 뛰어났네.
왕은 태자를 보자 덕이 날로 다르고
형제들 가운데 용맹하여 사자와 같은지라
왕은 문득 아이(阿夷)의 말 기억나
‘어찌해서 이 큰 덕을 버리고
산에 들어 고행하며 정근해 도(道) 배운단 말인가.’
마음에 의심 품고 모든 신하 불러 의논하되
“태자가 산에 들어가 도를 배우지 못하게 계책을 생각하라.”
겸손하게 높은 가르침을 집행함이
제석천왕의 신하들이 칙명을 받들 듯
계책을 생각하고 이치 세우며 잠시 숙고한 후
공경히 아뢰되
“명 받들어 생각했으나 태자는 마침내 만류하기 어렵나이다.
바다를 건너고 해를 밝지 못하게 하고
달에서 서늘함을 빼앗을지언정, 태자의 서원은 어기기 어렵나이다.
그러나 대왕이여, 마땅히 방편을 베푸소서.
만약 방편을 쓰면 반드시 성공하고
가령 성공하지 못해도 유감이 없나이다.
일은 방편을 떠나면 베풀기 어렵습니다.
옛 선인(仙人)의 말 들으면 물기[水氣] 먹는 사람은
오래 피로하고 형상이 곤하여 피골(皮骨)이 서로 붙는다고 하였습니다.
무게가 태산 같아도 욕망을 만나고 바람에 불리며
애욕과 진에[恚]로 흔들림은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듯
묘하게 장엄한 집에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
천상의 옥녀처럼 화려하고 향기롭게 장엄한
여자들 희락(戱樂)에 빠지고 취함이 제일가는 낙(樂)이니
5욕락은 선인(仙人) 도사(道士)를 미혹케 하나이다.
색ㆍ성ㆍ향ㆍ미ㆍ촉의 부드럽고 미끈함으로
온갖 마음을 기쁘게 하면 5정(情)을 탐하리니
견고하고 힘이 굳센 5욕의 그물로써
태자의 마음을 얽으면 걱정이 없으오리다.”
왕은 이치가 그럴듯하다며 곧 미녀들을 부르되
15세 이상의 용모가 절묘한 여자로서
64종의 교태를 구비한 자
여러 여자를 찾아 태자궁에 가득 채웠네.
고요하게 조절함 오래 배웠기 참괴(慚愧)의 창을 잡고
채녀(婇女)들 가운데서는 별들 가운데 달과 같이
빛나는 빛을 조섭해 5욕락을 달게 생각지 않고
입으로 공손하지 않은 말을 내지도 않았네.
눈은 색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배고픈 사람에게 음악을 들림 같고
모든 채녀들은 부끄러움을 품어서
어둠이 빛을 보고 도망가듯 하네.
부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침상에 누워도 편안치 않아
곧 나라 안에 다시 영(令)을 내렸네.
“서로 좋아하고 즐거워할 사람이 있느냐?
그 누구에게나 묘한 딸이 있거든
반드시 다 와서 모이도록 하라.
만약 어기는 자 있다면
무거운 벌을 주고 꾸짖으리라.”
이런 엄한 명령을 내리고
더욱 온갖 영락(瓔珞)을 내어
마음대로 영락을 잡은 뒤에
궁에 들여 채녀를 삼으려 했네.
갖가지로 장엄하여 꾸미고
모든 동산 못에 놀고 구경하자
온갖 처녀들이 모여들어
모두 주는 영락을 받았으나
태자의 위덕은 해와 같은지라
눈을 떠 바로 보지 못하고
스스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
마침내 물들고 더럽힐 수 없었네.
집장(執杖) 석가족의 딸이
용모도 아름다워 천녀 같고
마음의 참을성은 땅과 같고
얼굴이 빛나기 보름달 같은데
옛 전륜성왕의 자손으로서
옥녀(玉女)의 보배와 비슷하여라.
덕이 넓어 천하를 덮으며
근심을 덜어 천상의 음악일래.
무겁고 깊은 지혜가 있고
상호와 용모가 원만하며
이름이 가장 으뜸인 까닭에
제칭(除稱)이라 부르네.
손에 붉은 연꽃을 들었는데
눈은 검푸른 연잎 같네.
두 손에 고운 꽃을 받들고
환희하며 모친을 뵈옵네.
모친이 딸의 꾸밈 보니
궁에 들어가 노래하고
석가 태자를 보고 싶어서
그 마음이 자연히 연모하고 있음이라
모친은 곧 딸에게 당부하였네.
“차라리 지금 큰 죄를 받을지라도
네가 가는 길은 허락할 수 없노라.”
“원컨대 어머님 꼭 허락해 주세요.”
거듭 부모에게 아뢰므로
그 원대로 허락하였네.
사랑하고 공경하고 겸손하게도
사랑하는 부모에게 사례하고서
장차 집에서 떠나 나오니
물이 항상 바다로 흐르듯
왕궁 가운데 이르러
멀리서 태자를 우러러보았네.
지난 옛적 5백 세 동안에
일찍이 태자의 아내가 되었으므로
그가 나는 곳마다
여자 중에선 가장 제일이었네.
전세(前世)의 인연에 이끌린 까닭에
이윽고 태자를 자세히 보자
얼굴 모습도 활짝 피어나
햇빛에 핀 연꽃과 같더라.
그 걸음걸이도 사뿐사뿐
소리 없이 조용히
마치 모든 강물이 흘러
고요히 바다로 들어감과 같았네.
대중 가운데 한 여자가 나와
두 수의 노래를 지어 부르니
목소리와 곡조도 정말 좋아라.
그때 그 일에 꼭 맞았네.
“어떤 처녀가 오는데 그 모습 절묘하며
손에는 검푸른 연꽃을 쥐었구나.
지난 세상의 선행(善行)을 되새겨
서로 보면 알리라.
과거 전생에도 예쁜 꽃을 들어
정광불(定光佛)에게 공양했거니
손에 쥔 꽃도 매우 기이해
마치 도리천의 꽃 같네.”
태자는 문득 정광불이란
부처의 이름을 듣자
마음에 곧 놀라움이 생겨
가만히 눈을 들어 두루 보며
문득 소리를 내어 말하되
“손에 든 꽃을 가지고 오라.”
말소리는 대중에게 두루 퍼져
모두 감로약을 먹는 듯하네.
소리에 맞추어 꽃을 들어
태자에게 받들어 올리고 나서
태자의 왼편에 모시고 서자
뭇 별 가운데 달이 뜸과 같네.
태자는 자기 영락을 보자
그것을 거는 것이 맞지 않아서
곧 밝은 구슬의 영락을 벗어
그녀의 목에 걸어 주었네.
그러자 밝은 구슬의 영락은
여자의 몸을 더욱 장엄하니
그 모습 다시 비길 데도 없고
밝은 구슬 빛은 더욱 빛나네.
마치 제석천의 천왕이
자감전(紫紺殿)에 있음과 같고
또한 보름 둥근 달이
뭇 별 가운데 있음과 같네.
온 군중이 다 크게 기뻐
모두 꼭 같은 소리를 내어
“참말로 태자비를 얻었다” 하고
그것을 기뻐 않는 이 없었네.
이렇게 칭찬해 부르는 소리는
잠깐 사이에 흘러 왕이 듣고
왕도 그것이 크게 기쁜지라
진기한 보배를 무겁게 하사했네.
왕은 곧 영을 내려 그녀의 부모를 찾아
한량없이 진기한 보배를 베풀고
바라문을 불러 날을 가린 뒤에
향을 땅에 발라 온갖 꽃으로 장식하고
신주(神呪)의 타락으로써 화신(火神)에게 제사하고
태자의 손을 씻고 부모는 딸을 맡기어
태자의 비를 삼으니 채녀들 중에서 제일이라
태자 옆에 있으니 해와 달과 별과 같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