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2권
7. 발심즉전법륜품(發心卽轉法輪品)
[무상음불과 발심즉전법륜보살]
그때에 동쪽으로 이 세계를 떠나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기의 나라를 지나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상덕취(相德聚)요,
부처님의 이름은 무상음(無相音)이시다.
현재 법을 설하시어 발심즉전법륜보살(發心卽轉法輪菩薩)을 위하여 위없는 도의 수기[記]를 주시며 말씀하셨다.
“지금 이 보살은 나 다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반드시 얻으리라.”
이 보살이 큰 광명을 보고 큰 소리를 듣고 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이것이 어떠한 부처님께서 하시는 광명이며 음성입니까?”
저 부처님께서 답하여 말씀하셨다.
“여기를 떠나 서쪽으로 한량없는 아승기의 나라를 지나면 세계가 있는데 이름을 사바(娑婆)라 하고,
부처님의 이름은 석가모니이신데 현재 계시니,
이것은 저 부처님께서 내신 광명과 음성이니라.
지금 저 부처님께서 보살을 위하여 중생의 의심을 끊고 중생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는 보살장경(菩薩藏經)을 설하시고 계신데, 저 여러 보살은 한량없는 구족 장엄을 성취하였느니라.”
발심즉전법륜보살은 저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저 사바세계에 나아가서 석가모니부처님과 여러 보살마하살 대중에게 공양하고 예경하고자 하나이다. 왜냐하면 이 여러 대사(大士: 보살)들은 뵙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친히 가까이함이겠습니까?”
저 부처님께서 답하여 말씀하셨다.
“그대가 스스로 때를 알아 하여라.”
저 보살은 허락하심을 받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나서 떠나려 하였다.
때에 무상음불이 한 송이 연꽃을 주시며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꽃을 가지고 가서 석가모니부처님께 드려라.
이 연꽃 가운데서 무상음불의 본래 보살이 되어 닦던 공덕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이와 같은 꽃들은 저 세계에 두루 퍼져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수용할 수 있음을 얻으리라.”
[발심즉전법륜보살의 신통력]
저 보살은 부처님께 꽃을 받아 가지고 이 국토에 나아왔다.
그때 이 세계에 있는 온갖 풀ㆍ나무ㆍ꽃ㆍ잎ㆍ열매 나아가 털끝[毫末]에 이르기까지 발심즉전법륜보살 손 가운데 모두 나타났다.
여러 중생의 온갖 음성은 모두가 법의 소리인, 덧없음[無常]ㆍ괴로움[苦]ㆍ공함[空]ㆍ무아의 소리[無我之音]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ㆍ8정도[道]ㆍ4선8정[禪定]ㆍ8해탈(解脫)의 여러 삼매 소리를 내었다.
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지금 부처님의 큰 신통력을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부터 동쪽으로 한량없는 아승기 나라를 지나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상덕취요,
부처님 이름은 무상음이신데 현재 법을 설하고 계시며,
보살이 있는데 이름은 발심즉전법륜이다.
거기에서 떠나와 이 세계에 이르렀으니, 이는 저 보살 본래의 원력과 과보의 신통력이니라.”
[발심즉전법륜보살이 지난 세상에 심은 선근]
사리불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발심즉전법륜보살은 지나간 세상에 무슨 선근을 심었기에 이와 같은 과보의 신통력을 능히 가졌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좋고 좋다. 그대는 부처님의 힘으로 여래에게 능히 묻는구나. 발심즉전법륜보살은 지나가신 부처님을 좇아 여러 가지 선근을 심었으니, 그대는 지금 한마음으로 들어라.
이 보살이 지나간 세상에 심은 공덕의 근본은,
시방 부처님께서 도량에 앉으시어 처음으로 부처를 이루었다 하면,
그때에 이 보살은 범왕이나 전륜성왕이나 5통선인이 되어 도량에 나아가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고 법바퀴를 굴리시기를 간청한 횟수가 많으니라.
사리불아, 마치 내가 처음에 위없는 도를 얻었을 적에 범천왕이 와서 나에게 청해 말하기를,
‘오직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법바퀴를 굴려 주십시오. 모든 중생은 지나간 세상에 선한 법을 깊이 닦아 행한 이근과 지혜가 부처님의 지혜를 능히 알게 되었는데, 만일 법을 듣지 못하면 영영 잃어버리게 되나이다’라고 하듯이,
사리불아, 이 발심즉전법륜보살이 여러 부처님에게 권청하여 법바퀴를 굴리시게 하였느니라. 이 여러 가지 공덕은 딴 것이 없고, 다만 부처님에게 청하여 법바퀴를 굴리시게 한 것이니라.
[선근의 비유]
사리불아, 내가 지금 비유를 말하여 이 뜻을 밝히리라. 지혜 있는 이는 비유로써 알아듣느니라.
삼천대천세계 백억의 해와 달, 4백억의 큰 바다, 백억의 사천하, 4백억 나유타의 권속, 사천하의 여러 작은 나라, 백억 수미산왕, 백억 철위산(鐵圍山)을 모두 한 그릇으로 만들되 모양을 바다 구덩이[海坑]같이 하고,
그 속에 겨자나 삼씨나 쌀을 채웠는데,
크게 힘센 장사가 전부 집어내어 사방에 뿌려 흩었을 때에 큰 바람이 넓게 불어,
겨자 한 알씩 한 세계에 떨어뜨렸다 하자.
네 뜻에 어떠하냐? 이 여러 겨자가 떨어진 세계가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사리불이 답하여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매우 많아 한량이 없고 일컬어 셀 수 없습니다.”
“사리불아, 내가 지금 너를 위해 이 일을 밝혀 주리라.
그러한 겨자가 떨어진 세계를 합해서 한 그릇을 만들되, 세로나 가로를 똑같이 하고 높이도 또한 같게 하고 그 벽도 단단하게 하여 큰 그릇에 가득 채운 가는 모래는 되[升]나 휘[斛]로써 쌀이나 밀가루를 되어 알 수 있듯이,
그 모래의 수는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매우 많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 모래의 수는 오히려 능히 세어 알 수 있지만, 이 보살의 도량이 여러 부처님에게 권청하여 법바퀴를 굴리어 중생을 제도하시게 한 것이야말로 셀 수 없느니라.
여러 선근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지 않고,
또 7보 구슬바퀴[珠輪]를 부처님께 올려 법바퀴 굴리시기를 청하였으니 그 수효가 갑절이나 많고,
또 향바퀴[香輪]를 부처님께 올리어 법바퀴 굴리시기를 청하였으니 수가 또한 점점 많으니라.
하물며 금ㆍ은ㆍ채화(彩畵)ㆍ나무바퀴로써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여 법바퀴 굴리심을 청하였고, 선근을 또한 부처 보리의 도에 회향하지 않고 다만 법바퀴 굴리는 것을 위함에 있어서랴?
또 사리불아, 이 뒤에 부처님께서 있어 이름이 과지력(過智力)이고, 때에 전륜왕의 이름은 명문력(名聞力)이리라.
대천세계에 위력이 자재하여 후궁 동산 누각에서 오욕락을 스스로 즐기고 있는데, 여러 채녀(婇女)들의 노래와 칭찬하는 소리는 오욕락을 따라 자연히 덧없고 괴롭고 공(空)하고 깨끗하지 않다는 소리로 울려 나왔다.
왕은 곧 두려워하여 싫어 떠날 마음[厭離心]이 났었다.
때에 과지력불 계신 곳으로 문득 나아갔다.
과지력불은 그로 하여금 본래 심은 선근을 스스로 생각하게 해서 왕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듣게 하여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하였다.
‘여러 부처님께서는 전에 없던 이로서 지혜가 걸림이 없으시다. 나로 하여금 부처님께 심은 약간의 선근을 알아 얻게 하신다.
오욕락으로 마음이 덮였었고, 나라 일을 통리(統理)하고 여러 가지 국무에 얽매여 한 부처님 계신 데서 심은 여러 선근도 도리어 스스로 알지 못하였구나.
내가 옛적에 비록 저 처소의 여러 부처님을 좇아 많은 선근을 심었지만 부처님의 위없는 도에 회향하지 않고 이 선근을 정하지 않은[不定] 가운데 있게 하였다.
나는 이제 모은 선근으로써 위없는 도를 이루어 중생을 이롭게 하고 태어나는 여러 나라에 노닐 때에,
그 가운데 중생의 말소리는 모두가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나[我]가 없다는 소리요,
또 여러 세계의 풀ㆍ나무ㆍ숲의 꽃ㆍ잎사귀ㆍ열매는 모두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나가 없다는 소리를 낸다.
나는 이 선근을 중생과 더불어 함께하여 지금의 과지력불께서 얻으신 지혜와 같은 것을 마땅히 얻게 하리라.
이 생각을 하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서서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부처님이시여,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온갖 국토(國土)를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바치오니 받아 쓰시기 바라나이다.’
받들어 보시하고 나서 출가(出家)하여 도를 닦았다. 네 가지 군대[四兵]도 듣고 또한 따라 출가하였다. 40나유타의 여러 채녀(婇女)들도 모두 따라 출가하였고, 80억 나유타의 백성들도 또한 따라 출가하였다. 가지력불의 여러 사부대중은 여기에서 부쩍 늘었다.
이 여러 출가한 이들은 모두 다섯 가지 신통을 얻어 각각 신통의 힘으로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부처님 나라에 이르러, 도량에 앉으신 부처님에게 권청하여 법바퀴를 굴리어 중생을 제도하시게 하고,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네 간방과 위아래의 한량없는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여러 부처님에게 권청하여 법바퀴를 굴리시어 중생을 제도하시기를 모두 또한 이와 같이 하였다.
명문력은 이후로 다시는 태생(胎生)을 받지 않았고, 또한 깨끗하지 못한 나라에는 태어나지 않았다. 노니는 세계 가운데의 중생ㆍ풀ㆍ나무ㆍ숲은 모두 덧없고 괴롭고 공하며 나가 없다는 소리를 내었다.
사리불아, 그대는 말하기를
‘그때의 명문력왕은 과지력불에게서 먼저 세상에서 심은 선근을 스스로 듣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 다섯 가지 신통을 얻어가지고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노닐면서 여러 부처님에게 권청하여 법바퀴를 굴려 중생을 제도하시게 한 이다’라고 하리라.
그가 어찌 다른 사람이랴? 지금의 이 발심즉전법륜보살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