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왕보살경 하권
6. 이 경의 공덕과 이름
[이 경의 공덕]
이때 자재왕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지금 모든 보살에게 큰 지혜의 법을 주시어 한량없는 법의 광명을 밝히십니다.
제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뜻을 이해한 대로라면, 어떤 보살이 이 경을 듣는다면 다른 경을 즐기지 않을 것이며,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수지(受持)하여 독송한다면 이미 모든 부처님 법을 수지한 것이며,
어떤 사람이 이 경을 수지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한다면 부처님의 바른 법으로 중생을 성취시킨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올바로 이 경을 익힌다면 모든 부처님 법을 바르게 익힌 것이며,
어떤 사람이 이 경 속에서 확실한 인식을 얻는다면 순인(順忍)을 얻었다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경에서 설한대로 실천한다면 일체 법을 수순하여 행하는 것이 됩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이 경을 떠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이미 모든 지혜와 신통을 얻어 그곳을 도량 삼아 앉은 줄 알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자재왕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대로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떠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이미 모든 지혜와 신통을 얻어 그곳을 도량삼아 앉은 줄 알아야 한다.
자재왕아, 과거 연등부처님 전에는 위덕불(威德佛)ㆍ제사불(提沙佛)ㆍ불사불(佛沙佛)이 계셨고, 광명불(光明佛) 이전에는 천왕(天王) 여래(如來)ㆍ응(應)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다.
그 부처님의 세계는 장엄하고 깨끗하며 풍성하고 안락하여 하늘과 인간들로 가득찼으며, 그 토지는 평탄하고 반듯하여 땅이 유리로 되어 있었으며,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된 연꽃이 그 땅을 온통 덮어 부드럽고 연하며, 하늘 나라의 옷만큼이나 섬세하고 매끄러웠다.
이 시대에는 세상사람들의 외모나 수명이나 살림살이, 그들이 소유한 동산, 수풀, 연못, 집이 다 도솔천상과 같았다. 필요한 음식은 생각만 하면 바로 이르는 것이 하늘나라나 다름이 없고 오직 이름만 다를 뿐이었다. 그 삼천세계에 부처님이 법왕(法王)이 되었다.
그러므로 그 부처님의 명호를 천왕(天王)이라 하였는데, 마치 전륜왕이 옥좌에 앉아 법으로 백성을 교화하면 모두가 받들어 순종하듯이 천왕여래도 설법하는 사자좌에 앉아서 모든 천상 인간을 위해 법을 연설하셨다.
대중이 앉은 처소는 동쪽 서쪽이 8만 4천 유순(由旬)이고, 남쪽 북쪽도 8만 4천 유순이었다.
천왕여래께서 법을 설하실 때 음성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였으며, 그 모든 하늘과 인간은 지극한 존경과 찬탄을 바치며 더없는 법을 실천하여 그것으로 법공양을 하였다.
그 국토의 중생들 중에는 하열한 법을 즐기는 자가 없고 오직 부처님 법만 즐겼다.
성문이나 벽지불이라는 이름도 없었는데 더구나 처음 마음을 발하여 행하는 자가 있었겠는가. 권속이라고는 오직 보살뿐이었다.
여인도 없었고 또한 음욕이라는 이름조차 듣지 못했으며, 모두 연화대에서 가부좌를 맺은 채 자연히 화생하여 오직 세 가지 법만을 즐겼다.
어떤 것이 세 가지 법인가?
첫째는 부처님 뵙기를 즐거워하는 것이고,
둘째는 법 듣기를 즐거워하는 것이며,
셋째는 법 관찰하기를 즐거워하여, 떠나는 행을 기뻐하고 좋아하는 것이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경전의 법을 닦고 익혀 태만하지 않아서 복과 지혜가 구족하여 수명이 한량없는 아승기겁이나 되며, 생명이 다하면 하늘나라에 태어나는데, 즉 다른 부처님께서 계신 국토에 가는 것이다.
어떤 보살이 생명이 끝나려할 때 허공으로 다라수(多羅樹) 일곱 그루만큼 올라가 큰 소리로 외친다.
‘내가 지금 이 국토에서 물러나 없어지리라.’
그러면 그때 앉아 있는 보살들이 이 소리를 듣고는 다 함께 모여 그가 법을 확실히 알았는지를 시험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 법이 물러나는 것이며, 무엇이 법이 생겨나는 것인가?’
그때 이 보살이 대중들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가운데는 물러나거나 생겨나는 법이란 없다.
여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일체 법은 물러남도 생겨남도 없음을 아셨다. 왜냐 하면 색은 물러나지도 않고 생겨나지도 않으며 수ㆍ상ㆍ행ㆍ식은 물러나지도 않고 생겨나지도 않으며, 필연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가정할만한 별다른 법도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물러나거나 생겨나거나 하는 나 중생 수명 등의 법이 없다는 것이다.
여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모든 법이 다 공하여 자기만의 특성이 없고 공하여 특성이 없는 법은 물러나지도 생겨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아셨다.
모든 법은 경계[際]를 떠났으며 경계를 짓지 않으며 경계를 일으키지 않으며 경계를 내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으로써 증득하신다.
이런 모든 경계 역시 물러나지도 않으며 생겨나지도 않는다. 물러남이란 모든 인연이 떠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고, 생겨남이란 모든 인연이 화합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인연 또한 물러나지도 않으며 생겨나지도 않는다.’
이 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이 법을 다 설하고서는 바로 물러나니 그 몸이 멸하여 재도 없고 연기도 없이 바로 타방의 현재 부처님 앞에 태어났다.
이 천왕불과 모든 보살들은 가사를 입지 않고 모두 저절로 생겨난 깨끗하고 미묘한 하늘옷을 입었으며, 번뇌나 미혹함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도 순조롭게 따라서 다 생겨남이 없는 법을 확실하게 알았다.
중생을 위해 모든 법을 자세히 설하지 않아도 모든 중생들은 근(根)이 밝고 영리하여 조금만 틔워주어도 바로 깨달았다.
천왕불이 모든 보살을 위해 법을 설할 때면 그 모든 하늘들은 널리 다 알아들었다.
그들 중 혹은 법에 대한 확실한 깨달음을 얻거나, 다라니를 얻거나, 즐겨 법을 설하는 데 장애없음을 얻거나, 혹은 모든 삼매를 얻었다.
자재왕아, 이 천왕불이 그 큰 명성을 시방세계에 널리 퍼뜨리며 모든 천상과 인간에게 이 네 가지 자재왕경을 널리 설하시자 7만 2천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받았다.
그때 정광(淨光)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수기를 얻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수기를 얻은 모든 보살은 계율ㆍ의식ㆍ도를 행함ㆍ지혜ㆍ방편ㆍ신통력ㆍ다라니ㆍ삼매 등에서 나보다 못한데 어째서 수기를 얻었으며, 나는 얻지를 못했을까?’
그때 천왕불이 그의 속마음을 아시고 정광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미래 세상에 연등이라는 부처님께서 출현하실텐데, 그 부처님이 너에게 수기를 주실 것이다.’
정광보살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하며 허공에 올라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연등불이 갠지스강 모래만큼이나 많은 겁을 지난 후에 출연하시더라도 나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받았다는 것을 알겠다. 왜냐 하면 모든 부처님의 말씀은 다 거짓이 없고,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 진실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자재왕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의 정광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바로 내 자신이다.
내가 이로부터 광명불을 만나 뵙고 그 부처님께 이 법을 들었으며, 듣고는 받아 지녀 광인삼매(光人三昧)를 얻었다.
그 후로 다시 비사불(弗沙佛)을 만나 뵙고 그 부처님께 이 법을 들었으며, 듣고는 수지하여 중명삼매(衆明三昧)를 얻었다.
그 후로 다시 제사불(提沙佛)을 만나 뵙고 이 법을 들었으며, 듣고 나서는 수지하여 조명삼매(照明三昧)를 얻었다.
그 후로 다시 위덕불(威德佛)을 만나 뵙고 그 부처님께 이 법을 들었으며, 듣고 나서 수지하여 순법인(順法忍)을 얻었다.
그 후로 다시 연등불을 만나 뵙고 그 부처님에게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 계에 자재함(戒自在)ㆍ신통이 자재함(神通自在)ㆍ지가 자재함(智自在)ㆍ혜가 자재함(慧自在) 이 네 가지 자재를 증득했다.
자재왕아, 이 인연 때문에 만일 현재 세상이나 내가 멸도한 이후에 보살승을 구하는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경을 듣고 나서 수지한다면, 이들은 모두 깨달음에서 나오는 참다운 지혜를 속히 얻을 것이며, 이 네 가지 자재함을 얻어 법바퀴를 굴려 부처님의 위없는 바른 법 가운데서 지혜의 광명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경을 설하실 때 만 6천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만 2천 사람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냈다.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하였으며, 백천만의 모든 하늘이 기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 경이 설해지는 곳곳마다
거기에 부처가 계신 줄 알겠네.
이 경을 듣는 중생 있다면
그 사람 심은 선근 깊은 줄 알겠네.
[이 경의 이름]
이때 지혜의 명[慧命]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을 무엇이라 이름하며, 어떻게 받아 지녀야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을 네 가지 자재한 신력(四自在神力)이라 이름하고 받들어 지녀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말씀하시자, 자재왕보살과 아난과 모든 하늘과 인간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