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 제2권
[선정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는 것]
“선남자여, 보살이 선정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
보살은 선정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아 네 가지 법을 성취하느니라.
이른바 그 네 가지 법이란,
마음을 안에서부터 안정시켜 그 안의 마음으로 하여금 소견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이 첫째이고,
마음을 바깥에서부터 억제시켜 그 바깥의 마음으로 하여금 얻을 것이 없게 하는 것이 둘째이며,
자신의 마음이 평등함으로 말미암아 일체 유정들의 마음도 본래 평등한 것임을 아는 것이 셋째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다 평등함을 앎으로 말미암아 그 마음의 자체가 허깨비와 같음을 증득하는 것이 넷째이니라.
이것이 바로 보살이 선정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아 네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다시 선남자여, 보살은 선정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아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느니라.
이른바 그 여덟 가지 법이란,
5온(蘊)에 의지하지 않고 선정을 닦는 것이 첫째이고,
12처(處)에 의지하지 않고 선정을 닦는 것이 둘째이며,
18계(界)에 의지하지 않고 선정을 닦는 것이 셋째이고,
현재 세간에 의지하지 않고 선정을 닦는 것이 넷째이며,
다른 세간에 의지하지 않고 선정을 닦는 것이 다섯째이고,
욕계(欲界)에 의지하지 않고 선정을 닦는 것이 여섯째이며,
색계(色界)에 의지하지 않고 선정을 닦는 것이 일곱째이고,
무색계(無色界)에 의지하지 않고 선정을 닦는 것이 여덟째이니라.
이것이 바로 보살이 선정바라밀다를 허공처럼 닦아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은 또 그 마음을 선정에 집중함으로써 청정함을 성취하느니라.
이른바 그 선정에 집중함이란,
일체 법의 명자(名字)를 더하거나 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변동과 차별과 손익(損益)이 없고 취함도 버림도 어둠도 밝음도 없으며,
분별이 없는가 하면 분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가 하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며,
하나ㆍ둘이 없는가 하면 하나ㆍ둘이 없는 것도 아니고,
행동도 사색도 희론(戱論)도 없으며, 적취(積聚)도 없고 적취가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일체의 상(相)을 벗어나 그 마음에 머묾이 없는 것을,
선정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다시 말하면, 선정에 집중하는 그 마음이 흩어지지 않음으로써 눈에 대한 물질과 물질에 대한 안식(眼識)을 멀리 여의어서 본래의 모습이 청정하니라.
또 선정에 집중하는 그 마음이 흩어지지 않게 관찰함으로써 귀에 대한 소리와 귀에 대한 이식(耳識)을 멀리 여의어서 본래의 모습이 청정하니라.
또 선정에 집중하는 그 마음이 흩어지지 않음으로써 코에 대한 냄새와 코에 대한 비식(鼻識)을 멀리 여의어서 본래의 모습이 청정하니라.
또 선정에 집중하는 그 마음이 흩어지지 않음으로써 혀에 대한 맛과 혀에 대한 설식(舌識)을 멀리 여의어서 본래의 모습이 청정하니라.
또 선정에 집중하는 그 마음이 흩어지지 않음으로써 몸에 대한 감촉과 몸에 대한 신식(身識)을 멀리 여의어서 본래의 모습이 청정하니라.
또 선정에 집중하는 그 마음이 흩어지지 않음으로써 뜻에 대한 법과 뜻에 대한 법의 인식을 멀리 여의어서 본래의 모습이 청정하니라.
선남자여, 마치 허공에 겁화(劫火)가 일어나더라도 그 겁화에 타버리지 않고, 수재(水災)가 일어나더라도 그 수재에 휩쓸리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닦는 선정도 그와 같으니라.
일체의 번뇌의 불길에 타버리지 않고 일체 외도의 물길에 빠지지 않음은 물론, 해탈의 평등함에 이르러 언제나 유정들을 안정시켜서 동요하지 않게 하느니라.
또 보살이 스스로 선정에 편히 머묾으로써 선정에 들더라도 애착의 맛을 내지 않고, 선정에서 나오더라도 다시 장애가 없이 그 모든 성인들에게 항상 고요함을 나타내니, 성인들이 힘써 성취하는 것과는 다르니라.
뿐만 아니라 보살은 항상 그 선정의 마음에 평등하게 머물게 하니, 평등하지 못한 자를 교화하기 위해 평등하게 연설하되 그 평등함과 평등하지 않음을 보지 않느니라. 평등함과 평등하지 않음 역시 다 어긋남이 없기 때문에 그 마음이 걸림이 없어 마치 허공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이것을 일컬어, 보살이 닦는 선정이라고 하고, 수승한 지혜의 선정이라고 하고, 인식에 집착하지 않는 선정이라고 하느니라.
이러한 선정으로 말미암아 보살이 저 허공처럼 머묾이 없는 선정을 얻게 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감관을 잘 단속하여 선정을 닦되
항상 유정들에게 집착함이 없이
세간을 평등하게 제도하여 이끌며
안팎으로 항상 편히 머무느니라.
5온ㆍ12처ㆍ18계에 의지하지 않고
경계를 멀리 여의어 고요함에 머무니
지혜로운 자는 그 마음이 선정에 있고
평등과 평등 아님 없이 다 평등하니라.
법계의 높고 낮음 없이 통달하여
그 마음과 뜻이 언제나 고요하고
세간을 성취시키기 위하여
선정에 따른 모든 변화와
변화 없는 선정을 나타내 보이되
자재로운 마음으로 항상 그러하고
욕계ㆍ색계ㆍ무색계에도
그와 같이 나타내느니라.
유정을 성취시키기 위한 것일 뿐
또한 유정들에게 집착하지 않으니
그 경계가 허공이나 허깨비나 아지랑이나
물 속의 달이나 꿈이나 구름 같으니라.
선정과 세간을 이미 알아서
마음을 돌려 지혜를 성취하니
그 마음을 덮을 이가 없기에
곧 자재로운 마음을 얻느니라.
선정과 신통을 환히 깨우쳐
억천의 불국토를 두루 다니면서
모든 부처님께 널리 공양하고
무명과 장애를 다 제거하느니라.
모든 감관을 조복함으로써
분별없는 사마타(奢摩他)에 들어가
세간의 뜻까지 다 청정하게 하고
지혜의 힘을 얻어 항상 고요하니라.
얻을 것 없는 평등함에 머물면
상(相)없이 두루 평등하다고 하며
평등함에 머묾이 없으면
선정을 얻었다고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