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수진천자경 제2권
4. 성문품(聲聞品)
이에 수진천자가 모든 큰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들이여, 의심스러운 것은 문수사리에게 물어도 됩니다.”
장로(長老) 마하가섭(摩訶迦葉)이 앞으로 나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보살은 어떻게 여덟 가지 유무선(惟務禪)을 행합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보살은 여덟 가지 유무선이 본래 없으며, 조립선(造立禪)도 없고, 진에선[恚禪]과 평등선[等禪]도 없으니, 이것이 보살의 선(禪)이다.”
마하가섭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가섭이여, 몸은 본래 없으니 3계(界)에 만들어 세울 것도 없어서 문득 애욕이 일어나면 이미 애욕을 떠날 줄 안다. 그러므로 몸이란 본래 없음을 알아서 3계에 만들어 세움도 없고 애욕을 생각함도 없으니, 이미 공(空)함을 알아 선(禪)을 세운 것이다.
가섭이여, 이와 같이 말할 수 있으니, 여덟 가지 유무선은 본래 없으며, 조립선도 없고, 진에선과 평등선도 없는 것이 곧 보살의 선(禪) 이다.”
이에 가섭은 묵묵히 말이 없었다.
현자 사리불(舍利佛)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이 걸림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보살은 모든 걸림에 대해 성내거나 원망함이 없고, 모든 걸림에 대해 억누르거나 집착함도 없으므로 일체의 애욕을 모두 보고 알아서 버리거나 여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체를 길러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걸림이 없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현자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이 신족(神足)을 얻을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목건련이여, 보살은 무위법에 대해 받아들이는 바가 없어서 일체를 건너 벗어나고 항복하여 다하며, 유위법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바가 있지 않다.
왜냐하면 일체를 이끌어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큰 신족(神足)을 얻는 것이다.”
장로 수보리(須菩提)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이 다른 법의 행을 알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수보리여, 보살은 일체의 다른 이법(異法)을 죄다 알아서 마음으로 도의 일을 싫어하지 않고 항상 삼매를 좋아하여 만족히 여기지 않으며 모든 작위(作爲)하는 일을 나타내 보인다. 그러므로 보살은 다른 법의 행을 알 수 있다.”
현자 분뇩문타니자(分耨文陀尼子)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모든 이치를 널리 채취하여 밝은 지혜의 법을 말합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분뇩이여, 보살은 일체의 모든 근기를 다 보고서 그 좋아하는 바에 따라 그 덕(德)을 말하되,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몸이 아닌 이치로써 각기 그 자리를 얻게 하며, 무수한 생사의 백천 겁 동안 이 법의 이치를 가지고 두루 가르치되 멸하여 다함이 있지 않다.
그 지혜가 이와 같으니,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이치를 널리 채취하여 밝은 지혜의 법을 말하는 것이다.”
현자 이월(移越)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항상 선(禪)을 좋아합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이월이여, 보살은 삼마월(三摩越)을 익혀서 모든 법을 다 알고, 뜻이 어지러운 이들에게 큰 자비심을 내어 수없이 많은 행을 일으키게 해서 선(禪)이 아니면 좋아하는 바가 없도록 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선(禪)을 얻은 것이다.”
현자 우파리(憂婆離)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법장(法藏)을 지닐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우파리여, 보살은 모든 법의 깊은 법장을 다 알아서 처음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애욕을 여읜 자라고 말하며, 이미 법장을 따라 일체를 가르치되 애욕을 보여주어 깨달아 알게 하고 애욕 가운데서 도의 뜻을 일으키게 하니, 그러므로 보살은 법의 깊은 법장을 얻은 것이다.”
현자 아나율(阿那律)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천안(天眼)으로 꿰뚫어 볼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아나율이여, 보살은 시방의 모든 색(色)을 다 비추어서 보고 나서, 색에 반연하는 이가 있으면 그를 위해 일체의 법을 나타내 보이고, 집착할 바가 없음을 다 나타내 보여 자취를 찾아 벗어날 수 있게 하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천안으로 꿰뚫어 보는 것이다.”
현자 박구로(薄鳩盧)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모든 감관이 적정(寂定)할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보살은 일체의 경계에 대해 보기를 부처님 경계와 같이 하고, 부처님 경계에 대해 보기를 모든 경계와 다를 바 없이 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감관이 적정할 수 있다.”
현자 앙굴마(鴦掘魔)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모든 근기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보살은 모든 거스르거나 악한 것을 보기를 평등하게 도(道)와 같이 보니,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근기를 이롭게 할 수 있다.”
현자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여러 경의 방편(方便)을 분별하여 알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보살은 네 가지의 다함없음[無盡]을 얻으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이치이며, 둘째는 법이며, 셋째는 차례이며, 넷째는 보답(報答)이니, 이것이 네 가지이다.
한 마디 법구(法句)로 백천 겁 동안 널리 일체를 위하여 분별하고 연설하니, 이 가르침은 유위법(有爲法)을 가까이 하지 않아 물든 바가 없고, 이미 청정하므로 물리칠 것이 없으며, 이 가르침은 모든 법계에서 돌아다니지 않고 일체를 받아들여 작용(作用)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여러 경의 방편을 분별하여 아는 것이다.”
현자 마하구치(摩訶拘絺)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이치와 법과 차례와 보답 이 네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보살은 적연법(寂然法)에 대해서 이것을 얻고 나면 이치로써 가르치고,
법에 머물 때는 법으로써 가르치고, 하는 바가 항상 기꺼워 유감[恨]이 없는 데는 차례로써 가르치고,
메아리처럼 보호하여 지니지 못하는 데는 보답으로써 가르친다.
그러므로 보살은 의와 법과 차례와 보답을 얻을 수 있다.”
현자 라운(羅雲)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그 계율을 청정하게 할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라운이여, 보살은 정계(淨戒) 삼매로써 계를 버리기도 하고 계를 범하기도 하여 일체를 거느리고 기른다. 그러므로 보살은 계율을 청정하게 할 수 있다.”
현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널리 들을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보살은 일체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기 좋아하여, 들을 적에는 그 이치를 받고, 들은 다음에는 모두 지녀서 들은 대로 곧 가르친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널리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모든 큰 제자들이 기뻐하면서 잠자코 있었다.
이때 수진천자가 모든 큰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문수사리께 부촉하여 말씀하신 법(法)과 인(仁)에 어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모든 큰 제자들이 말하였다.
“우리들도 오히려 한 법도 제대로 알 수 없는데, 하물며 그대가 법에 대해서 이겠는가.”
천자가 말하였다.
“어진 이들이시여, 온갖 종류의 몸이 각기 다를지라도 그 도의 이치는 한 가지일 것입니다.”
큰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비유컨대 소 발자국 가운데 괴인 물처럼 나머지 제자들이 아는 바가 이와 같고,
또한 수레바퀴가 박혔던 곳에 괴인 물처럼 우리 같은 부류를 비유하면 이와 같다.
비유컨대 큰 바다는 그 물이 넓고 길어서 끝이 없고,
깊어서 바닥을 알기 어려움과 같이 성문과 벽지불 가운데 보살이 가장 높다.”
천자가 찬탄하였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말한 것이 지극히 진실하여 잘난 체하지 않는구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이와 같으니, 천자여, 제자들이 말하는 것이 잘난 체함이 아니며, 보살을 칭찬하고 기림이니, 사실을 자세히 살펴보라.”
천자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어진 이시여, 어찌 이렇게 말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이와 같으니, 천자여, 성문과 벽지불은 잘난 체함에 의지하기도 하고 잘난 체함을 여의기도 하지만,
보살의 잘난 체함은 그들보다 뛰어나서 부처님 법을 모아 합하니, 바로 이것이 보살의 용맹한 행이다.”
천자가 다시 물었다.
“보살의 잘난 체함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칭찬하고 기리게 하려는 것입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장차 일체를 인도하고자 하기 때문이니, 이와 같다, 천자여.”
천자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이와 같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천자여, 그러므로 보살은 방편으로 불승(佛乘)을 칭찬하고 기리며 제자승(弟子乘)을 비판하여 대중들 가운데서 자신이 행하는 바와 법의 일을 스스로 나타내는 것이다. 왜 그런가?
일체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큰 도의 뜻을 일으키게 해서, 작은 도의 뜻을 일으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불종(佛種)을 태워[燒] 없애기 때문이니, 일체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멀리 여의도록 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사람들로 하여금 탐내고 즐겨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까닭이다.
이와 같으니 천자여, 보살에게 대승을 일으키게 하고 제자승을 없애도록 하려는 까닭이다.”
천자가 다시 물었다.
“허물은 없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천자여, 마니(摩尼)와 유리와 수정(水精)이 매우 깨끗하여 더럽거나 물듦이 없음을 칭찬하고 기리는데, 어찌 허물이 있겠는가.”
천자가 대답하였다.
“말한 바에는 허물이 없습니다.”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이와 같으니 천자여, 보살이 대승을 칭찬하여 기리고 제자승을 비판함은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것이다.
천자여, 비유컨대 장자(長者)의 아들이 전륜성왕의 공덕을 칭찬하여 기리고 나라 안의 모든 가난한 이와 걸인들을 비방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불가함이 있겠는가?”
천자가 말했다.
“불가함이 없으니, 문수사리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입니다.”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이와 같으니 천자여, 보살이 대승을 칭찬하여 기리고 제자승을 비방하는 것은 손해 될 것이 없다.”
부처님께서 이때 문수사리를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이와 같이 말한 바가 매우 통쾌하도다. 왜 그러한가?
문수사리가 대승을 칭찬하여 기리고 제자승을 비판하였는데, 제자승을 비판하는 것은 일체의 승(乘)을 비판하는 것이니, 그 이유는 대승은 모두 일체의 승(乘)을 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