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의족경 상권
7. 미륵난경(彌勒難經)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 다조죽원(多鳥竹園)에 계셨다.
연로한 비구들이 강당에 앉아 내사(內事)를 행하며 서로 법을 물었다. 채상자(采象子) 사리불(舍利弗)도 그 자리에 있다가 내사(內事)가 율법을 말하는 것을 듣고 질문을 했는데, 율법에 따라 질문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어 공경하지도 않았다.
이때 현자(賢者) 대구사(大句私)도 그 자리에 있다가 사리불에게 말했다.
“공손하지 못하구나. 연로한 비구들이 계신 곳에서 의심이 든다고 하여 마음대로 말하지 말고, 선배를 공경해야 할 것이다.”
말을 마친 대구사는 사리불을 위해 정의경(定意經)을 설해 주었다.
“어진 이가 발심한 채 오랫동안 집에 살다가 마음을 일으켜 다시금 깨끗한 법을 생각하고 머리털과 수염을 깎은 다음 세상일을 버리고 법의를 걸치고 사문이 되었다 하자.
그후 정진하여 정도를 가까이 하고 사도를 멀리 하여, 이미 진리를 증득(證得)하여 수행한다면 스스로 이미 제도된 줄 알게 될 것이다.”
이때 현자 미륵(彌勒)이 사리불의 집에 당도하자 사리불이 미륵에게 예배를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이에 미륵이 율법에 맞게 질문을 하였으나 사리불은 이러한 율법에 캄캄하여 대답할 수 없었다.
미륵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나 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마치고 발우를 깨끗이 씻은 다음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예배를 올리고 자리에 앉아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음욕은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대도(大道)는 어리석음의 뿌리를 끊네.
원컨대 부처님께서 정하신 계율을 받아
가르치신 대로 행하여 악을 멀리함 얻고자
마음에 음란한 여인의 모습이 나타남에
부처님께서 내리신 가르침 잊고 말았네.
정도를 잊고 잠들어 눕고 마니
이러한 짓은 수행의 순서를 잃은 것.
본디 홀로 수행하여 진리를 찾다가
뒤에는 도리어 여색에 탐착하여 어지러웠네.
치달리는 수레가 바른 길을 잃은 양
도무지 정사(正邪)를 버릴 줄 모르네.
존경해야 할 분을 만나게 되자
어찌할 줄 몰라 착한 이름만 잃고 마네.
진리를 보고 도를 배우길 생각하면
음란한 일일랑 멀리 여의어야 하리.
여색의 좋고 나쁨을 생각했다면
이미 율법을 범했거니 어찌할건가.
지혜로운 이가 경계하는 말 듣고서야
통렬히 뉘우치며 다시 스스로 생각하네.
항상 행동이 지혜와 부합한다면
홀로 있을지라도 음란하지 않다네.
여색에 집착하여 음란한 마음 일으킨들
세력이 없을 뿐더러 그럴 용기도 없다네.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두려운 마음 생겨
잘못을 저지름에 남들에게 위축되기 마련
애착 때문에 죄의 그물에 걸리고서도
속임수를 부려 간사한 변명을 늘어 놓네.
저지른 인연이 악한 것임을 보았다면
육체를 취하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울 것 없네.
견고한 수행으로 홀로 행동하며
현명함을 취하고 어리석음을 익히지 않네.
멀리 외진 곳에서 홀로 살아가노니
진실로 이것이 최상의 수행일세.
수행을 쌓아 스스로 교만하지 않으면
열반도 의지 못할 등급이라네.
원대한 생각으로 진리의 먼 길 생각하나니
여색이건 여색 아니건 애욕이 없다네.
고통을 여의었다고 말은 잘해도
세상 사람들은 음욕에 스스로 잡아 먹히네.
부처님께서 이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