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집회정법경 제2권
이때 세존께서는 모든 니건타 대중을 제도해 마치고 나서 훌륭하고 묘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셨다.
마음은 삼마희다(三摩呬★)에 안주한 채, 일곱 낮 일곱 밤이 지나 보용보살이 시방 세계를 유람하며 널리 불사를 지어 마치고 이 국토로 돌아올 때까지 금색 팔을 펴고 계셨다.
보용보살은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잠깐 사이에 저 연화장부처님 세계로부터 부처님 앞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나서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 한 쪽에 자리하고 섰다.
[보용보살이 여러 부처님 세계를 보다]
이때 세존께서 삼마희다에서 깨어나시자 보용보살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저 시방 세계에 갔었습니다.
저 자신의 신통력으로 9만 9천 구지(俱胝) 부처님 세계를 지나갔고,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다시 10만 구지 부처님 세계를 지났으며,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아래에 위치한 연화상(蓮華上) 세계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8천 구지 부처님 세계를 지나며 저 모든 부처님께서 나타내시는 큰 신통을 보았습니다.
또 9만 2천 구지 부처님 세계를 지나며 모든 여래께서 현재 중생을 위하여 깊고 묘한 법 설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8만 구지 부처님 세계를 지나며 8만 구지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한꺼번에 보고, 제가 그때 저 한 분 한 분의 부처님 앞에 공경히 공양하였습니다.
또 39구지 부처님 세계를 지나며 3만 9천 구지 보살마하살이 동시에 출현하여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증득하는 것을 보고 저는 곧 처음 도를 이룬 그들에게 나아갔습니다.
이와 같은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의 처소에 낱낱이 공경히 예배 공양하고 나서 즉시 다시 저 자신의 신통력으로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습니다.
또 60구지 부처님 세계를 지나며 모든 저 여래를 뵙고 낱낱이 공경하였으며, 백 구지 부처님 세계를 지날 때 저 모든 여래께서 열반에 드심을 보고 제가 그때 다시 돌아와 일일이 그 분들께 공경히 공양하였습니다.
이로부터 다시 95부처님 세계를 지날 때 저 여래들께서 다를 멸도하신 지 오래되어 모든 바른 법이 장차 멸하여 파괴되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부처님의 바른 법이 장차 멸하여 파괴되려하니 매우 괴로워지겠구나.’
이 생각을 하고 나자 매우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때 욕계와 색계의 하늘, 인간, 용신, 야차 등도 다 근심하고 고뇌하였습니다.
[연화장]
또 그 가운데 한 부처님의 세계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저 부처님의 바른 법은 이미 멸한 지 오래였습니다.
사방에서 겁화(劫火)가 활활 타올랐으며 나아가 대지와 수미산과 큰 바다, 강과 시내, 모든 수목이 다 타서 의지할 곳이 없었으며, 오직 허공만이 끝없이 펼쳐 있었습니다.
이 세계를 지나 즉시 아래로 가서는 한 세계에서 10만 구지의 여래를 보았는데 각각 보배로 된 연꽃 좌석에 앉아 계셨습니다.
사방을 보니 또한 그와 같았는데, 저들 모든 부처님께서 나타나 각각 현재 일체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하여 교화하고 제도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부처님 세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금 이 부처님 세계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곳의 한 부처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야, 지금 이 부처님 세계의 이름은 연화상(蓮華上)이다.’
제가 그때 바로 물었습니다.
‘교화의 주인이신 세존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그 부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연화장(蓮華藏)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 한다.’
저는 그때 모든 분들께 예를 올리고 일심으로 공경하며 이렇게 고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이 10만 구지(俱胝) 나유타(那由他) 부처님께서 낱낱이 보배로 된 연꽃 좌석에 계신 것을 보았사오나 어떤 분을 연화장부처님이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저에게 교화의 주인이신 세존을 보여 주십시오.’
그때 저 연화장여래께서 많은 부처님 속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야, 연화장부처는 바로 나다.’
이 말씀을 하시고 나자 저 모든 부처님들은 각각 홀연히 여래의 몸을 감추더니 보살의 모습을 나타내었습니다.
저는 그때 오직 교화의 주인이신 연화장여래 한 부처님만이 대중 속에 계시는 것을 뵈었는데 그 상호와 위신을 능가할 자가 없었습니다.
저는 즉시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공경하였습니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 연꽃 좌석을 가리키며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야, 이 좌석에 앉도록 하라.’
제가 좌석에 앉고 나서 바로 그 부처님을 뵈오니 그 좌우에 다시 한량없는 보배 연꽃 좌석이 있는데 뛰어나고 묘하게 장엄된 것이 매우 희유하였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좌석들을 어째서 다 비워두고 올라앉는 자가 없을까?’
곧 그 부처님께 질문하였더니 저에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선남자야, 이 좌석들은 다 불가사의한, 높고 묘한 공덕으로 건립된 것이므로 적은 선근(善根)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 법의 테두리에 아직 들어가지 못한 자라면 볼 수조차 없는데 더구나 거기에 오를 수 있겠느냐?’
제가 그때 다시 질문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선근을 심어야 이런 좌석에 오를 수 있습니까?’
그 부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선남자야, 만일 이 『대집회정법』을 잠시라도 듣고 마음에 새긴 자가 있다면 이 선근으로 이 좌석에 오르게 된다. 더구나 베껴 쓰고 독송하며 항상 닦고 익히는 자는 어떠하겠느냐?
선남자야, 너는 과거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이미 이 『대집회정법』을 받아 지녀왔다.
이 선근의 힘이 아니었더라면 나의 이 부처님 세계에 이르지도 못했을 텐데 더구나 이 좌석을 보고 오르고자 했겠느냐?’
그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자 제가 즉시 말씀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