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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동자인연경 제5권
[일조 반수가 부처님께 구원을 청하다]
그때에 일조 반수는 이러한 여러 가지 일을 듣고 가슴이 무너지고 극심한 괴로움이 핍박하여 기절해 땅에 쓰러졌는데, 얼굴에 물을 뿌려서 조금 후에 깨어났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앉더니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이고, 아이고, 유일한 내 자식이 죽는구나.”
말을 마치자 또 소리 내어 부르짖으며 게송을 말하였다.
아, 내 아들의 빛나던 눈이여
아, 우리 문중의 큰 장엄이여
아비된 나의 복이 적어서
너를 잃고 목 놓아 우노라.
나 너로 인해 마음 헷갈려
이제 온 곳을 헤매노라.
너를 여의는 치성한 불꽃
아, 내 마음 태우누나.
순하고 착하고 지혜로웠고
더욱 귀엽고 자비했건만
모진 내가 네 아비 되어
액운 많은 금생으로 너를 불렀다.
그날 너 처음 나던 때
나는 즐겁기 짝이 없었는데
이제 너와 이별하려니
애태우는 불꽃만이 이글거린다.
고약하다, 왕과 대신은
자비도 없고 분별도 없구나.
이렇듯 법률 구족한 사람인데
그들 위해 자세히 분별치 않네.
고약하다, 큰 나라 임금이 되고
자비심 드러냄 없고
자세히 밝히지도 않고서
함부로 내 자식 버리는구나.
세간에서 가장 훌륭한 착한 이
끝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네.
모두가 알아주는 덕 있는 아들
너를 잃었기에 목 놓아 운다.
이 성에 성현들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어디 있나.
비추는 등불인 양 덕 있던 그 애
죽임을 임하여 놓여날지어다.
제석천ㆍ호세천(護世天) 및
덕 있는 모든 하늘들
자비한 마음 조금씩 내어서
내 자식 위하여 구원하소서.
대력성취(大力成就)ㆍ금계선인[禁戒仙] 및
적묵(寂黙)한 모든 선인들
자비심 주십사 절하옵나니
내 자식 위하여 구원하소서.
그때에 일조 반수는 이 게송을 마치고 나니 좋은 지혜가 갑자기 생겨서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섧게 우는 것이 헛된 버림이요, 이익이 없구나.
내가 들으니, 부처님 세존이 계시는데 이 한량없으시고 온 세간을 한결같이 사랑하시며 큰 자비심을 일으켜 생각대로 응하신다고 하였다.
곧 그 부처님 세존께서는 주인이 없는 모든 이에게 주인이 되어 주시고 구호 받지 못하는 이를 구호해 주시며 돌아가 의탁할 데 없는 이에게 돌아가 의탁할 데를 만들어 주시고 나아갈 데 없는 이에게 나아갈 데를 만들어 주신다고 한다.
또한 부처님 세존께서는 세간의 온갖 고난과 험난함에 핍박받은 중생을 위해 그들이 늘 크게 무서워할 때 우리 부처님께서는 자비하시어 잘 구하여 건져 주시니,
이를테면 바다를 건너는 장사꾼들이 큰 마갈어를 만나면 극도로 무서워하는데 곧 무서울 때에 부처님을 생각하면 부처님께서 생각에 응하셔서 건져 주시며,
또 앙굴마라(央掘摩羅)가 천 사람을 죽이는데 남은 하나를 죽이지 못하여서 드디어 어머니를 죽이려고 하니 그 어머니는 죽음을 겁내어 떨었을 때 부처님께서 방편으로써 잘 구제하신다.
또 전생에 원한 맺음이 강력하여 야차(夜叉)의 몸을 받아서 광야(曠野) 야차ㆍ집지(執持) 야차 등이 되었는데 먹고 마시기 위해 세상에 다니면서 무수한 백천 중생들을 죽이나니
이 모든 야차들은 사람의 피와 살을 먹으므로 그 나쁜 맛을 탐내어서 물고 씹으며 핥고 낚아채서 나쁜 혀 모양을 나타내며 딱딱하고 길고 날카로운 어금니와 콧살 찌푸린 추한 얼굴로 사람에게 핍박해 오면 매우 무섭나니,
그들 중생을 부처님께서 잘 구제하신다.
아마 부처님 세존께서는 내 아들을 위하여서 이 어려움에서 건져 주실 것이다.
만약 부처님께서 큰 자비심으로 모든 중생을 가장 사랑하고 생각하신다면 저절로 저의 소원도 아시옵소서.’
일조 반수가 이런 생각을 할 때에 그 옆에 어떤 선한 우바새가 있었다.
일조는 그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부처님 세존께서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이때에 우바새는 곧 부처님 세존을 생각하고 눈물 흘려 섧게 울며 목 잠긴 소리로 게송을 말하여 일조에게 대답하였다.
이 세간에 크신 길잡이
최상의 즐거움 주시던 이
모든 세간을 하나같이 친하시던 이
그 분 부처님 이미 열반하셨네.
밝음이 없는 자에 밝음 주시고
돌아갈 곳 없는 이에게 곳이 되시던
부처님의 광명 이미 어두웠으니
기름 마른 등불 비칠 수 없네.
이때에 일조 반수는 세존께서 이미 열반하셨다는 말을 듣고 갑절이나 슬퍼하며 근심의 화살이 심장을 쏘아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물을 얼굴에 끼얹자 곧 깨어나서 간신히 일어나더니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곳을 향하여 소리 높여 울면서 게송을 말하였다.
허물과 온갖 원망 없애시는
아, 법왕이신 일체지(一切智)시여,
돌아갈 데 없는 사람 버려두시고
당신께서 가셨으니 저는 어찌하리까?
아, 최상의 행 닦으시어
일체중생 한결같이 사랑하시고
모든 헤어짐 화합해 주시던
길잡이께서 열반의 길 열어 보였네.
아아, 어찌하여 이 세간에
맑은 눈 무명이 가리웠는가?
중생들 만일 세존에게서 떠나면
나고 죽는 바퀴 돎 다하지 않으리.
가장 자비하시고 크게 용맹하신
부처님 적멸의 길로부터 오셨다.
이 세간에 만약 부처님 없다면
무엇이 주재하고 무엇을 믿으리.
일체가 모두 바른 법에서 났고
부처님 제자들 법을 쫓아났도다.
부처님 이제 세간을 여의셨으니
다시 어느 누가 부모[依怙] 되오리.
중생들의 갖가지 진실한 뜻이신
부처님 괴로움 뽑아 둥글게 하시고
중생의 좋아함 열어 밝히시더니
다시 허공으로 돌아가 적묵하시네.
일체의 모든 중생 다 함께
부처님 말씀 듣고 용기 내더니
부처님 이제 열반하셨으니
다시 어느 누가 바른 법 펴실까?
아아, 인간계와 천상계가
빛을 잃고 무너지네.
부처님 나오시기 가장 어려운데
석가모니 부처님 이미 가셨네.
들으니 세존께서 이미 열반하시고
아끼던 바른 법 또한 따라 멸했다네.
일체의 중생들 아무리 법 즐겨한들
다시 누가 있어 베풀어 줄까?
자비심과 일미(一味)와 큰 무외(無畏)
부처님[大悲愍者] 계시던 곳
일체의 공덕 크게 이루었으나
열반하신 뒤엔 어느 곳에서 얻을꼬.
무엇을 삼계의 이익이라 하느냐.
이른바 큰 자비심 일으킴이요,
자비는 곧 진실한 지혜며
평등은 보시에 의지하노라.
아아, 부처님의 큰 공덕
구지 겁 지나면서 쌓아 모으신 것
의지해 머무를 땐 사라져 없어지고
소유한 바른 법 또한 떨어졌네.
세존이신 길잡이 세간 떠나시니
아아, 무명에 가려 어둡네.
이 세간 이 생 험난한 가운데
힘써 이룬 것 다 무너졌네.
크시고 최승하신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지금에 뿔뿔이 흩어졌나.
아아, 구슬퍼라. 모든 세간
일어났던 온갖 것 파괴되었네.
부처님 가시니 비구 또한 비고
비유컨대 소떼들 어미 소를 잃은 듯
지혜로운 모든 이 이 인연 보면
뉘라서 슬픈 고뇌 내지 않을까?
온몸 땅에 던져 공경 다하여
티끌 여읜 세존 발에 절하였다오.
부처님 광명 이미 어두워졌으니
우리들 이제부터 돌아갈 곳 없네.
무상이란 큰 일 참혹한 독(毒)
일체 중생이 골고루 받는 것
부처님 또한 그의 침노 당하시어
우리로 하여금 구원 없게 하셨네.
8정도법은 묘한 약과 같아
병의 근원 번뇌를 치료하지만
큰 스승 큰 자비 큰 의원께서
이제 또한 무상함에 떨어지셨네.
아, 무자비하게 빠르기도 하다.
사랑의 아버지 세존께서 열반하셨네.
온 세간이 어두워졌다.
뉘라서 밝게 비추는 눈 열어 주실까?
아아, 세존께서 이미 열반하셨으니
마음속 보물 내 자식 돌아오지 않겠다.
내 자식 죽임 형벌 당할 때에
부처님 오셔서 이 액난 구하소서.
세존께선 온갖 고뇌 널리 건지시니
일체의 최승(最勝) 돌아갈 곳인데
내 자식 의지 없어 죽으려 하니
원하옵나니 구원 내리소서.
오늘 만약 선한 이익 얻는다면
큰 위덕께서 말씀하신 대로며
나의 모든 사랑 떠나지 않게 하시면
이는 곧 최상의 말씀 얻음이니라.
일조 반수는 이러한 애절한 말로 게송을 말하고 나서 다시 우바새에게 말하였다.
“부처님의 여러 제자, 큰 성문들 가운데서 부처님께 누구에게 교법을 부촉하시고 열반하셨습니까?”
우바새는 말하였다.
“반수는 잘 들으시오. 존자 대가섭에게 부촉하시고 열반에 드셨고, 또 존자 대가섭은 그 교법을 존자 아난에게 부촉하시고 다음에 열반에 드셨습니다.
지금은 존자 아난께서 큰 위덕을 가진 이로써 교법을 지녔으며,
그 존자는 자비심이 부처님과 같아서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일체 중생을 조복하고 거두어 교화하시기 때문에 중생 가운데
만약 선근을 아직 심지 못한 이가 있으면 방편으로 거두어 교화하여 선근을 심게 하며,
이미 일체 선근을 쌓아 모아서 상속한 이에게는 성숙하게 하며,
이미 모든 선근이 성숙한 이는 제도를 얻게 하며,
번뇌란 병에 얽힌 이가 있으면 감로약보다 좋은 바른 법을 설하여 낫게 하는 것은 의원과 같습니다.
또 일체 번뇌의 어둠에 덮인 중생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하고 청정한 광명으로 번뇌의 어둠을 부수는 것은 일천자[日天]와 같으며,
말을 할 때 광명이 화합하고 조순(調順)함이 구모타화(俱母陀花)가 사랑스럽게 핀 모양과 같은 것은 월천자[月天]와 같으며,
항상 바른 법으로 가르쳐서 여러 작은 나라 왕을 조복함은 전륜성왕과 같습니다.
지혜와 묘한 말재주로써 온갖 삿되고 다른 사슴무리처럼 많은 외도들을 잡아 복종시킴은 사자와 같으며,
법률을 가리켜 보여 일체 중생을 개도함은 길잡이와 같으며,
널리 중생을 위하여 바른 법을 펴 연설하여 법재물[法財]을 더해줌은 반주[商主]와 같으며,
널리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선의 씨앗을 심고 덮어서 자라도록 함은 큰 구름과 같으며,
손해와 이익을 가르치고 보여줌은 부모와 같습니다.
또 조복되기 어려운 일체 중생을 잘 조복하여서
제도 받지 못한 이는 제도 받게 하며,
안온하지 못한 이는 안온하게 하며,
열반하지 못한 이는 열반에 머물도록 하며,
일체의 험함ㆍ모짐ㆍ어려움ㆍ괴로움이 핍박하여 매우 두려워하는 이는 벗어나게 합니다.
총괄하여 말하자면, 그 거룩한 존자는 큰 위력을 가졌으며 온갖 불사를 다 할 수 있으며 생각에 따라 응하시니, 지금 당신 아들의 액난도 당신이 생각한 대로 구원할 것입니다.”
[일조 반수가 아난에게 구원을 청하다]
그때에 일조 반수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놀래서 말했다.
“인자(仁者)여, 그 존자 아난께서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우바새는 말하였다.
“반수여, 존자 아난께서는 지금 비야리성의 암몰라원(菴沒羅園)에 계십니다.”
이렇게 말하자 일조 반수는 곧 일어났다가 공경히 무릎을 땅에 대고는 비야리성을 향하여 합장하고 절하였는데, 온 눈에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크게 자비하신 존자이시여, 저의 아들이 지금 헤어지는 괴로움이 있어 고뇌가 핍박하여도 호소할 데가 없습니다.
저는 이제 지극히 간절한 정성으로 다하여 눈물을 흘리며 기원하오니 존자 아난께서는 구원을 내리소서.”
반수는 게송을 말하였다.
이제 존자께서 최승한 어른임을
중생의 마음에 밝게 아나이다.
마음이나 소원을 잘 아시리니
이제 저의 이 말씀 들어 주소서.
우리 부처님 세존 열반하신 뒤에
부처님의 모든 제자 위덕 있지만
존자의 많이 들음에 짝할 이 없어
여래의 청정한 교법 잘 지녔나이다.
저의 핍박한 고뇌 잘 위로하시고
다시 세간의 돌아간 데 되셨으며
항상 중생을 즐겁고 이익케 하시니
원하옵건대 이런 일 보살피소서.
저의 자식 무슨 인연 있기에
어떻게 이러한 죽임 당하나이까?
자식의 의지할 데 없는 위험 핍박했으니
스승님은 위신력으로 구원하소서.
만약에 성인께서 세간을 안 맡으면
결코 중생을 이익케 할 수 없나니
선한 신자가 해침을 당할 때에
스승 아니면 어느 누가 풀어 놓을까?
세상에 머물러 계심은 중생 이롭게 함이요
부처님의 바른 법 잘 지니심이니
지금 마땅히 자비심 일으키시어
제 자식 거두어 구호하소서.
저의 온갖 방편 이뤄짐 없어
돌아갈 데 없고 구할 이 없나이다.
부자가 함께 근심 구덩이 빠졌사오니
존자께서는 가엾은 마음으로 건져 주소서.
무서워 떨며 진실로 아뢰나이다.
스승께선 세간을 이롭게 함 외에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석가모니 스승께서 하신 말씀
어둠 속에 밝은 광명 비추는 듯.
존자께서만 선한 이익 할 수 있고
나머지는 구호할 이 아무도 없나이다.
원하옵건대 존자께서 속히 오셔서
자비심 일으키어 내 자식 구하소서.
자식에 대한 걱정 원한 맺힘 같으며
악한 사람의 어지럽힘[侵嬈] 견디기 어렵습니다.
저와 처자 의지할 데 없나이다.
기쁨 원합니다. 존자여, 기쁨 주소서.
일조 반수가 이 게송을 말할 때
존자 아난께서는 자비한 마음이 더욱 늘어나서 세 밤, 세 낮을 생각하셨으며 성문 가운데서 얻은 하늘눈으로 널리 세간을 관찰하셨다.
‘어느 법이 늘어나고 어느 법이 줄었는가?
누가 험악하고 누가 괴로우며 누가 핍박한가?
누가 험악하고 괴로우며 핍박하는 일이 있는가?
어느 것은 조그마하고 어느 것은 차츰 늘어나며 어느 것은 넓고 큰가? 어느 것이 나쁜 갈래인가? 내가 붙들어 건져 주리라.
어느 것이 천상이며 좋은 갈래며 해탈의 길인가? 내가 편안히 머물게 하리라.
어느 것이 욕니소(欲泥所)인가? 내가 직접 손으로 뽑아 없애리라.
누가 성재(聖財)를 멀리 여의는가? 내가 그 성재를 붙게 하리라.’
존자 아난은 항상 중생을 이렇게 관찰하였으니, 존자 사리자와 같았다.
[아난이 왕에게 금색 동자를 석방하게 하다]
그때에 존자는 맑은 하늘눈으로 금색 동자를 보니, 옛적에 선근을 심어 수승한 행이 성숙하였으나 험악함ㆍ괴로움ㆍ핍박한 고뇌가 얽혀 있었다.
보고나서 존자는 곧 코끼리 같은 팔을 펴서 국왕 아사세가 사는 궁궐 위에 빨리 몸을 숨겨 나타나지 않고 다만 공중에서 손가락을 튀기어 경각(警覺)시켰다.
그때 왕은 궁전 속에서 즐기며 미혹함에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공중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대왕이여, 그대가 불선(不善)을 하였으며 저 금색 동자는 조금도 허물이 없노라.
왕 스스로가 상세하게 살피지 않고 지금 성 밖으로 보내어 시체 버리는 숲에 버렸다가 죽이려고 하는가?
대왕은 속히 이 일을 그치게 하라.”
그때에 아사세왕은 공중으로부터 존자 아난의 말을 듣고 이내 행실을 돌려 놀라고 두려워서 존자 아난에게 머리 조아려 절하였으며, 곧 전(殿)에서 일어나 큰소리를 내어 사방에 널리 일러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속히 기시림에 가서 나의 말을 전하되
‘그 금색 동자를 죽이지 말고 속히 석방하라’고 해라.
너희들 가운데서 가서 전하는 이가 있으면 내가 그에게 금고[金藏]을 내어줄 것이며 다섯 큰 부락을 주리라.”
이때에 많은 사람들이 왕의 지시를 듣고 금색 동자를 석방시키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때 백천 사람들이 달려 나와서 다투어 전달하려고 하였다.
[사형집행인들이 형을 미루다]
이때 네 감독관은 사형집행인과 함께 금색 동자를 몰고 이미 기시림에 도착하였으며,
그때 가시손나리의 친지들과 벗들은 갖가지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좋은 옷을 갖추어 장엄하여 상여에 잘 덮어서 시체 버리는 숲속으로 들어갔으며,
그의 친지들은 거기에서 섶을 쌓아 모아서 섶우리[柴籠]를 차렸다.
이때 모든 사형집행인들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아직 쓰일 섶우리를 차려서는 안 된다.
조금 기다려서, 우리가 금색 동자를 형틀[叉]에 매달아 그를 죽일 때를 기다려라.
그런 뒤에라야 금색 동자와 가시손나리를 한 곳에서 태운다.”
이렇게 말하고는 그들은 곧 형틀[叉]을 가져다 땅에 놓았다.
그때에 금색 동자는 그 형틀이 이미 땅에 놓인 것을 보고는 곧 어머니를 생각하니, 극도로 핍박하여 눈에 가득히 눈물을 흘렸다.
‘이제 어머니를 뵙고서 이별해야겠는데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시는가?
옛 적에 어머니는 혹 밤중에 내가 품에서 빠져나가 잠깐이라도 나를 보지 못하시면 곧 매우 걱정하셨지.
또 생각하니 어머니에게 나는 외동인데 이제 실로 복도 없구나. 어머니와의 이별을 불러와서 모자가 한꺼번에 괴로움을 받는구나.’
이때에 모든 집행인들은 땅을 파놓고 형틀을 차리려고 하였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하였다.
“우리들 중에서 누가 금색 동자의 형틀을 차릴까?”
그들은 네가 차려야 한다고 서로 미루었다.
그 중에 한 명이 말했다.
“나는 지금 머리가 아프고 감기가 들어서 설 수 없다.”
또 한 명이 말했다.
“나는 지금 등이 아프다.”
다른 이가 말했다.
“나는 지금 양쪽 갈비가 아프다.”
한 명이 말했다.
“나는 지금 배가 아프다.”
그들 모든 사형 집행인들은 제각기 아프다고 말하면서 서로 피하려고 하였으며 차마 옳지 못한 일을 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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