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선교방편경 제2권
[가섭이 보살의 행을 밝히다]
그때에 존자 대가섭(大迦葉)은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희유(希有)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능히 최상 적정(寂靜)의 행(行)을 행하여 능히 일체 중생에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항상 이익되게 하나이다.
또한 능히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해탈 법문을 닦으며,
성문ㆍ연각의 법을 좋아하지 않고,
일체의 곳마다 일체지의 마음을 떠나지 아니하며,
불가사의할 수 없는 선교방편을 갖추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여러 보살마하살은 일체 행하는 바에 집착과 걸림이 없고,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인 경계 가운데에 행하여도 취착하지 않고, 또한 일으키고 짓는 것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좋은 비유를 말하여 보살의 행을 밝히려 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제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가섭아, 즐거이 말하라. 마땅히 말할지어다. 지금이 바로 이 때이니라.”
대가섭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세간에 무수한 백천 대중이 있었는데,
그 벌판 험난한 곳에서 문 하나가 있는 것을 보고,
그 사람들은 그때에 각각 그 문으로 들어가 이 문을 지나고서는 다음 길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길은 멀고 험악하며 위험했습니다.
저 여러 사람들은 이 길을 보고 모두 두려워했습니다.
이때에 한 지혜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선교방편을 구족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이익되고 안락하게 하려고 곧 대중에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이곳에서 머지 아니한 데에 한 큰 성이 있나니, 그 성(城)은 광활하고 화려하고 청정하다.
인민들도 치성하고 안온하며 풍요하나니, 저 성에 들어가는 자는 마음대로 쾌락하리라.
누가 그를 좋아하여 그 성중에 들어가서 곧 험난과 포외(怖畏)를 멸하리오.’
이때에 저 대중 가운데에 한 사람이 있어 이 말을 듣고 즉시 말하였습니다.
‘내 지금 들어가기를 좋아하노라.’
그 성중에 들어가서는 그 풍요하고 안온하고 쾌락함을 보고 회유한 생각을 내어 애착을 버리지 않고 곧 그곳에서 머무르고 다시 나오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그 성 말하는 것을 듣고 즉시 말하였습니다.
‘나도 또한 수순하여 저 성중에 들어가리라.’
이 사람은 비록 그 성에 들어갔으나 그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하지 않고 머무른 후에 다시 도로 나왔습니다.
또다시 대중 가운데에서 한 어떤 사람은 비록 이 말을 듣더라도 저 성중으로 나아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지혜 있는 사람은 이 성을 지나서 또다시 벌판의 험한 길로 행하며,
이 길을 벗어나서는 한 지름길이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 지름길은 협소하여 1척(尺) 가량 되고, 지름길 왼쪽에는 한 큰 구덩이가 백천 주(肘)나 깊은 것이 있고, 지름길 오른쪽에도 또한 한 큰 구덩이가 백천 주나 깊은 것이 있습니다.
만일 혹 어떤 사람이라도 이 구덩이에 떨어지는 자는 벗어나오지 못합니다.
저 지름길 사면에는 어떤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소리로 외쳐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큰 공포를 느끼노라.’
또한 저 협소한 지름길로 가면 머지 아니한 데에 네거리 길이 있습니다.
한 어떤 사람들이 그 길에 노닐고 가면서 그 향하는 바를 따라 그들은 모두 큰 성이 이는 것을 보며, 보는 바와 같이 그들은 대하는 대로 사랑하고 좋아했습니다.
이때에 저 지혜 있는 사람은 이 협소한 지름길을 보고 곧 그 길로 행하여 안온(安穩)한 곳에 도달(到達)합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의 무수한 백천 사람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곧 이는 모두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한 문은 곧 이 한 유(有)를 취한 몸이요,
저 벌판 험난한 중에 길이 보인 것은 곧 나고 죽는 험난한 길이요,
그 길이 멀고 먼 것은 곧 이 무명(無明)과 유(有)와 애(愛)가 원인이 되어 과보를 받는 것이 극히 멀고 먼 것입니다.
저 지혜 있는 사람이 있어 능히 외치고 인도한 자는 곧 이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이요,
저 큰 성은 곧 이 2승(乘)이 증득한 열반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있어 저 큰 성에 들어가서 애락하여 편히 머무르고 나오기를 구하지 않는 자는 곧 이 성문ㆍ연각이 열등한 믿음과 이해로 머물러 쉬는 생각을 내는 것이오.
저 어떤 사람이 또한 수순하여 그 성중에 들어갔으나 편히 머무르기를 좋아하지 않고 나중에 도로 나온 것은 곧 이 외 여러 보살이 최상의 신을 믿고 이해하는 마음을 성취하는 것이오.
저 어떤 사람이 비록 이 말을 듣더라도 능히 그 성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곧 이 복이 적고 지혜가 없는 모든 외도(外道)의 무리들이오.
저 지혜 있는 사람이 이 성을 지나고서 또다시 저 벌판의 길로 나가는 것은 곧 이 선교방편을 구족한 보살마하살이 정진(精進)하는 바라밀다(波羅蜜多)인 것이오.
저 1척 가량의 협소한 지름길은 곧 이 최상 법계(法界)요, 왼쪽의 구덩이는 곧 저 성문(聲聞)의 경지요, 오른쪽의 구덩이는 곧 저 연각(緣覺)의 경지라오.
저 지름길의 사면에 한 어떤 사람들이 있어 공포의 소리를 낸 것은 곧 이 모든 하늘 마왕(魔王) 및 마의 권속이요, 저 네거리 길은 곧 이 4섭(攝) 법문이오.
그들이 향하는 바를 따라서 그들이 모두 큰 성을 본 것은
곧 저 2승의 사람이 그 응함을 따라 부처님의 공덕을 보고 부처님이 행하는 바요, 부처님의 지혜를 보고 좋아하는 것이요,
이때에 저 지혜 있는 사람이 안온한 곳에 도달함은 곧 일체지의 경지에 도달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등의 비유로 말함은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모두 이 보살마하살이 선교방편으로 중생을 인도함이니, 이것이 보살의 최상 뛰어난 행(行)이 됩니다. 이러한 뜻에서 저는 보살마하살에게 마땅히 경례(敬禮)할 바라 하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대가섭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그대 대가섭이 이 말을 잘 했도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가섭을 칭찬하실 때에 회중에 있던 1만 2천 중생들은 하늘 사람의 몸을 얻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라. 보살마하살로서 선교방편을 구족한 자는 이미 한량없는 공덕을 능히 성취하여 일체 때에 비록 짓는 바 있더라도
다시 저 모든 착하지 않은 업을 일으키지 않고, 자기와 타인(他人)의 과실을 멀리 떠나느니라.”